페이 바운드 알베르티: 우리가 외로움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하여

 

우리가 외로움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하여 - 10점
페이 바운드 알베르티 지음, 서진희 옮김/미래의창

서문 _ 누구도 홀로 외딴 섬일 수 없다 
서론 _ ‘현대의 유행병’ 외로움 
1장 _ ‘홀로 있음’이 외로움으로
2장 _ 피에 새겨진 질병?
3장 _ 외로움과 결핍
4장 _ 배우자를 잃은 상실감
5장 _ 우울한 인스타그램
6장 _ 똑딱거리는 시한폭탄?
7장 _ 노숙자와 난민
8장 _ 결핍 채우기
9장 _ 쓸쓸한 구름과 빈 배
결론 _ 신자유주의 시대와 외로움의 재구성

 


24 외로움을 두려워하면 더 외로워진다. 이런 현상은 나이 들수록 혼자가 되고 취약해질 것을 두려워하는 노인들에게서 발견된다. 더욱이 1960년대부터 사회 · 경제 · 정치에서의 커다란 변화가 시작되면서 외로움이 대중과 정부의 인식 전면에 떠오르게 되었다. 외로움을 불러일으킨 변화로는 생활비 상승, 인플레이션, 이주민 문제, 가족 사회 구조의 변동이 있으며, 1980년대 마거릿 대처의 '자유 방임주의 정책' 그리고 개인화에 따른 사회와 집단 개념에 대한 인식 저하를 들 수 있을 것이다. 

26 외로움은 의미 있는 사람들과 멀어지고 사회적으로 단절되었음을 느끼는 의식적이고 인지적 감정이며, 세상에서의 자기 위치에 대해 불안해하는 정서적 결핍상태라 할 수 있다. 

27 외로움을 주관적이나 객관적으로 포착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이것이 단순히 하나의 감정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에서 외로움을 분노, 억울함 슬픔부터 질투, 수치심, 연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는 감정의 '조합'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32 서구 사회의 '외로움’을 거시적인 역사 속에서 살펴보면 근대적인 의미의 외로움이 용어나 경험적 측면 모두에서 사교성과 세속주의가 사회적 · 정치적으로 부각한 직후인 1800년을 전후하여 처음 생겨났으며 정신 · 신체 과학, 경제구조, 철학, 정치 등 모든 이념을 아우르는 개인주의가 출현하면서 강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외로움이라는 용어의 변화 과정은 근대 이후 외로움이 점차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담고 있다. 종교의 쇠퇴에서 산업 혁명에 이르기까지 많은 다양한 요소가 이 변화 과정에 영향을 주었고, 그중에서도 신자유주의의 영향력은 가장 최근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다. 

40 현대 사회의 외로움은 과학 · 철학 · 산업 측면에서 집단보다는 개인에, 세상보다는 자기 자신에 점점 더 주목하게 된 19세기의 산물에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수 세기 동안 그저 홀로 있음으로 여겨지던, 내면의 감정과 상관없이 그저 혼자인 상태가 어떻게 현대에 들어 하나의 유행병이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44 외로움의 의미 또한 바뀌었다. 16~17세기에는 외로움이라는 단어에 오늘날과 같은 관념적이고 심리적인 뜻이 없었다. 외로움은 그저 '홀로있음'이라는 의미로 심리적이거나 정서적인 경험보다는 물리적인 경험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외로운 lonely'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홀로 있음loneliness은 그저 혼자 있는 상태를 뜻했다. 

46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는 16세기가 되어서야 등장한 '외로운'이라는 단어에 대하여 두 가지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
'1. 친구나 함께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슬픈, 동반자가 없는, 고독한. 2. (장소) 인적이 드물고 외진'. 이 가운데 '인적이 드물고 외진 장소’라는 두 번째 뜻만 1800년경 이전에 자주 사용되었다. 이보다 전에는 외로움에 대한 해석은 대체로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고립된 공간에 대한 물리적인 묘사와 함께 종교적 계시 그리고 인간의 죄악에 대한 도덕적인 설명과 관련되었다. 

49 '고독’이란 용어는 라틴어 'solitudo'에서 유래한 것으로, 단순히 홀로 있는 상태 그리고 '외진 혹은 인적없는 장소’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녔다. '외로운’과 마찬가지로 고독에 반드시 감정적인 체험이 따라야 하는 건 아니었으며, 두 단어 모두 단지 '홀로 있음’이라는 신체적 경험과 연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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