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지몬스: 한권으로 읽는 문학이론

 

한권으로 읽는 문학이론 | 올리버 지몬스 한권으로 읽는 문학이론 | 올리버 지몬스 - 10점
올리버 지몬스 (지은이),임홍배 (옮긴이)창비

옮긴이의 말
서론
제1부 의미의 이론
1. 빌헬름 딜타이와 해석학의 탄생
2.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적 해석학
3. 한스게오르크 가다머의 철학적 해석학
4. 한스 로베르트 야우스의 수용이론
5. 페터 손디의 해석학
6. 폴 리쾨르의 은유이론
제2부 기호의 이론
1.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 해석
2.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
3. 롤랑 바르트의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4. 자크 데리다의 포스트구조주의
5. 폴 드 만의 해체론
제3부 지시의 이론
1. 사회: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비판이론, 니클라스 루만의 체계이론
2. 문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 클리퍼드 기어츠의 해석학적 인류학
3. 역사: 미셸 푸코의 담론분석, 스티븐 그린블랫의 신역사주의
4. 육체: 쥘리아 크리스테바의 세미오틱 이론,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이론
5. 매체: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매체이론, 장 보드리야르와 가상현실
맺음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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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지난 세기의 '언어학적 전회'(linguistic turn) 이후 문학작품을 순수한 언어적 차원에서 해석하려는 범례를 뛰어넘기 위하여 지난 수십년 동안 수많은 새로운 '전회'가 시도되었다. 그중에 '문화적 전회' '퍼포먼스적 전회' '도상적(iconic) 전회' '공간적 전회', '해석적 전회', '성찰적 전회' 등은 이 책에서 부분적으로 언급된 몇가지 사례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새로운 방향전환들은 그것들이 표방한 것과 달리 대체로 근본적인 차원의 전환은 아니었다. 따라서 '전회'라는 말을 예컨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과 비슷한 혁명적 전환으로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여기서 말하는 '전회'는 새로운 탐구영역을 개척하고, 기호이론의 테두리 안에 갇히지 않은 현실성을 확보하며, 작품분석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문학연구가 문화연구로 확장되어 문학텍스트 외의 다른 자료나 상징화 형식들이 수용되면서 그런 새로운 시도는 불가피해졌다. 20세기를 경과하는 동안 문학이론은 해석학이나 구조주의의 작품 내재적 해석에서 출발하여 점차 문학텍스트 바깥에 있는 새로운 대상들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것을 다시 기호 삼각형으로 도식화해보면, 해석학과 구조주의는 삼각형의 왼쪽 축에 해당하는 기호와 의미의 관계를 이론의 중심축으로 설정한 반면에 20세기 후반의 이론들은 오른쪽 축의 지시대상에 주목했다고 할 수 있다. 현실세계를 해명하려는 욕구가 점점 강해졌으며, 그만큼 현실세계의 매력이 증대했다. 그리고 후자의 이론들은 해석학과 구조주의에서 멀어질수록 각각의 지시대상 영역에 그만큼 더 가까이 다가가는 양상을 보였다. 예컨대 푸코의 담론분석이나 버틀러의 젠더이론은 퍼포먼스 이론을 도입하여 지시대상을 문화적 산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결과로 인식하려고 했다. 이들의 이론에서는 지시대상이 중심으로 부각된다. 하지만 이미 살펴본 대로 이들의 저작에서는 지시대상을 담론적·문화적 구성물이 아닌 자립적 실체로 환원하려는 관점은 배척된다. 여기서 지시대상은 자립적 대상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되며 담론과 관련된 전체 구조의 구성요소이자 기호의 한 측면으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시대상은 더이상 기호의 순전한 타자로 정의되지 않고 기호적 구조의 구성요소로 간주되기 때문에 '납덩이처럼 무거운 부담'을 해소하게 된다. 

푸코는 한때 자신의 탐구 방법이자 지침이었던 언어학에 대해 분명한 거리를 두는데, 이때 그가 염두에 둔 언어학은 소쉬르의 사후에 출간된 강의록이었다. 소쉬르의 언어학은 이 책의 서론에서 간략히 설명한 이원적 기호모형으로서, 구조주의의 가장 중요한 이론적 지침으로 부상한다. 그렇지만 이 책의 서론에서 언급한 대로 소쉬르의 강의록은 저자 자신의 검증을 거치지 못한 채 출간되었다. 따라서 소쉬르의 구상이 끼친 막강한 영향의 역사는 반드시 그의 생각과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 최근에 비로소 출간된 소쉬르의 저작을 보면 더이상 그를 구조주의의 창시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소쉬르의 원래 생각을 읽으면 기호의 지시성은 결코 그의 이론과 모순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다른 기호학 이론을 원용해 이원적 기호로 단순화된 모형을 보다 복합적인 모형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예컨대 찰스 샌더스 퍼스(1839~1914)는 문학이론의 역사에서 소쉬르만큼 중요하지 않고 그의 영향사는 도저히 소쉬르의 강의록과는 견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퍼스의 기호모형을 토대로 삼아 문학이론의 역사를 서술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질문을 던져볼 수는 있을 것이다. 퍼스는 항상 기호를 대상과 기호와 해석자의 삼자관계로 정의했고, 그 모형은 결코 이원적 구조로 환원될 수 없는 것이었다. 퍼스의 삼자관계 모형을 기호 삼각형에 대입해볼 수도 있긴 하지만, 그랬다면 이 책의 서론에서 간략히 서술한 논의의 출발점은 근본적으로 달라졌을 것이다. 기호와 지시대상의 분리로 인한 단절을 말하는 대신, 항상 기호의 세 측면을 모두 포괄하는 상호관계와 관련성을 뚜렷이 부각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기호 삼각형은 더이상 지시대상을 '납덩이처럼 무거운 부담'으로 끌고 가는 낡은 모형으로 간주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이론적 담론들 사이의 긴장관계는 이 책에서 다룬 저작들에서처럼 그렇게 극단적으로 첨예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20세기 이론에서 기호를 지시대상으로부터 분리하려고 했던 논리가 자체의 동력에 의해 계속 자가발전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론은 자신의 입장을 다르게 정의하고 다른 주장을 개진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이론은 다른 언어로 말했을 것이고, 다른 사고양식과 비유로 자신의 생각을 전개했을 것이며, 이론 장르가 전체적으로 다른 양상을 띠었을 것이다. 오늘날 이론은 바로 그러한 새로운 방향모색의 국면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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