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 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 선언 ━ 젊은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입문서

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 선언 - 10점
강유원 지음, 정훈이 그림/뿌리와이파리

이 책에 관한 간략한 안내
강의안내: 교재와 참고문헌, 과제물과 시험
칼 마르크스의 생애와 사상

제1강 <공산당선언>이라는 책
제2강 공공연하게 선언한 <공산당선언>: 본문 첫 페이지
제3강 인간은 관계의 산물이다: 물질적 관계와 유물사관
제4강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 부르주아 계급의 등장
제5강 굶느냐 마느냐를 선택해라: 자유로운 계약 노동자의 등장과정
제6강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혁명가, 부르주아: 자본주의의 정치적 체제와 부르주아지의 혁명적 업적
제7강 영원히 성장해야만 하는 체제: 자본주의의 혁신과 전 지구적 자본주의
제8강 혼자서 공부하기 그리고 지금까지의 이야기 정리
제9강 물건은 넘쳐나는데 굶어죽는 사람들이 있다?" 자본주의의 위기와 극복전략
제10강 부르주아, 프롤레타리아를 낳다: 프롤레타리아의 등장
제11강 당신도 성공할 수 있다?: 프롤레타리아트의 투쟁 과정
제12강 다수의 이익과 관점을 따르다: 프롤레타리아트의 승리 또는 사람답게 살 만한 세상
제13강 강의를 마치며

부록 (선언 제1장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이 책에 관한 간략한 안내

2005년 봄학기에 나는 어느 대학 철학과에서 야간에 개설한 교양선택 과목을 강의하였다. 강좌명은 '과학 · 생명 · 가치' 였으나 강의 내용은 '『공산당선언』 읽기'였다. 강좌명과 강의 내용이 다른 까닭을 첫 시간에 변명삼아 이야기했다. 그 변명은 대강 다음과 같다.

  '과학 · 생명 · 가치'라는 제목을 가진 강좌에서는 자연과학, 생명공학, 윤리학 각각에 관하여 그리고 이 세 분야의 관계에 관하여 다루어야 한다고들 생각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한번 달리 생각해보면 그러한 학문분과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 완전히 떨어져 있을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사회 속의 자연과학, 사회 속의 생명공학, 사회 속의 윤리학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학문분과들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것과 사회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과학이 나날이 발전하여 무병장수의 꿈이 실현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과학의 힘, 정말 찬탄스럽다. 인간의 생명을 늘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누구나 과학의 성과에 힘입어 병 걸리지 않고 오래도록 살 수 있을까? 과학이 과연 모든 이들에게 은총을 베풀어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과학은 과학일 뿐이다. 과학은 일단 그런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서 그치고 만다. 과학의 성과를 이용하려면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의학기술이 있다해도 형편 안되는 사람은 이용할 수 없다.

  '사오정'이라는 말이 있다. '사십오 세 정년'이라는 뜻이다. 회사에서는 사람을 사십오 세까지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20년 가까이 회사만 다닌 사람이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꽤나 오랫동안 사람 노릇하기 어렵다. 세상이 그렇게 되어 있다. 명예퇴직, 조기퇴직을 위한 수많은 지침서가 있지만 그것이 남은 인생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을 완전히 몸에 새겨 넣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어쨌든 사십오 세에 얼마 안 되는 퇴직금을 손에 쥐고 명예퇴직하여 앞날이 막막한사람에게 무병장수의 현실화가 얼마나 와 닿겠는가? 자신이 사회적으로 여전히 쓸모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사회적으로는 죽은 존재나 다름없는데, 생물체로서 오래 살아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다. 그리고 이 강좌의 목적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지배하는 가장 근본적이고도 강력한 힘인 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는데 있다. 앞서 거론한 회사의 예에서 우리는 자본주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며, 과학의 경우에도 분명하진 않지만 '돈 없으면 오래 살기 힘들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자본주의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할 때 많은 책들이 참고문헌으로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마르크스의 『자본』은 자본주의를 파악하기 위해 씌어진 책이므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마르크스가 못마땅하거나 그 사람 책 읽으면 잡혀갈까 두려운 사람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부터 읽기 시작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그런 책들은 두께부터 만만치 않아 손에 잡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자본주의의 등장과정과 그것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알려주는, 얇고 읽기 쉬운 책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이다.

  강좌가 야간에 개설되어 있었으므로 직장과 야간대학을 함께 다니는 수강생들이 꽤 많았다. 다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청강한 경우도 더러 눈에 띄었다. 마르크스의 책을 많이 읽은 이도 있었으나 『공산당선언』이 처음인 것은 물론이고 마르크스라는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이도 있었다. 그래서 이처럼 다양한 연령대와 경험의 차이 등을 고려하여 최소한의 출발점을 마련해야 했다.

  현실 사회주의 국가가 몰락한 지 오래되었다. 중국이 있다고는 하나 그 나라를 사회주의 국가로 보는 사람은 이제 드물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한물간 사상을 이야기한 마르크스의 책을 읽어서 어디에 쓰겠는가. 게다가 한국에서 마르크스는 '악마', ' '괴수'쯤으로 간주되는 사람이다. 『공산당선언』은 제목만 보자면 공산주의 혁명을 촉구하는 팸플릿이다. 그렇지만 마르크스는 『공산당선언』을 처음부터 끝까지 '공산주의 혁명을 일으키자'라는 말로만 채우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는 『공산당선언』이 쓰인 1848년, 당시의 세계 자본주의의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것이 가져다주는 영향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해명하고 있다. 나는 이 두 번째 측면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서 『공산당선언』을 읽고 나서 공산주의 혁명을 일으킬 것인지 말 것인지는 일단 접어두고,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몸담고 살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공산당선언』을 읽음으로써 고전 읽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이 강좌의 목적 중의 하나다. 칼 마르크스는 지난 2,000년 동안 어떤 식으로든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 중 한 명이라 한다. 그러니 그가 쓴 책들 중 몇몇은 고전으로 꼽힐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가 쓴 책 중에서 그래도 가볍게 집어들 만한 분량으로 된 것이 『공산당선언』이다.

  고전 읽기, 요즘 많이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사실 고전 읽기는 대학생들도 잘 하지 않는 일이다. 논술 공부하는 수험생들이나 하는 짓이다. 따라서 회사 다니는 사람이 고전을 읽는다고 하면 "그럴 시간에 『설득의 심리학』 같은 자기계발서 읽는 게 백번 천번 낫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런데 그런 소리 다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마음먹어도 막상 실행에 옮기려면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고전 번역서 구하는 것도 쉽지 않고, 설령 구했다 해도 말이 너무 어렵다. 기본적인 용어부터 막힌다. 그래서 해설서와 함께 읽어야 하는데 해설서 찾기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전 읽기의 최대 난관은 일종의 조급증 또는 불안감이다. '쉴 새 없이 바쁜 현대인', '정신없는 직장생활', '급변하는 경제환경'이니 하는 말들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고전을 읽으며 세월 가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괜히 나만 뒤처지는 건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살펴보자. 과연 세상이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확 변하고 있는가. 지금 자신이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처리 방식이 6, 7년 전쯤에 하던 것과 완전히 다른가. 그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그러니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서 2, 3년 정도는 고전을 읽으면 좀 어떤가. 게다가 이건 자신이 밥 벌어먹으며 살아가고 있는 체제인 자본주의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돈 많이 벌어서 성공하고 싶건, 아니면 이 체제를 무너뜨리고 싶건 간에 그 체제가 뭔지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적은 수의 학생들과 함께 꼼꼼하게 읽어나갈 만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강좌였으므로 『공산당선언』을 빠짐없이 읽은 건 아니었다. 내가 중요하다고 여긴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핵심적인 용어설명이나 참고문헌 소개를 덧붙이긴 했으나 생략된 경우가 많이 있었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은 『공산당선언』 전체에 대한 완전하고도 충실한 해설서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을 돌이켜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본질, 즉 자본주의를 이해하고 그 체제에 자신의 몸과 머리를 완전히 착취당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안내하는 일종의 약도에 불과하다.

  성찰 없는 몰역사성의 시대에 몸을 뒤로 돌려 오래된 텍스트를 천천히 더듬어보려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그림을 그려준 정훈이 님에게 감사드린다.


2006년 5월
강유원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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