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 인문 고전 강의 ━ 오래된 지식, 새로운 지혜

 

인문 고전 강의 - 10점
강유원 지음/라티오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첫 시간

진정으로 명예로운 인간의 길 : 호메로스《일리아스》
제1강 사건의 한가운데로
제2강 불멸하는 신, 필멸하는 인간
제3강 공동체를 구하는 '명예'
제4강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여 영원함을 얻은 자

신의 법과 인간의 법 : 소포클레스《안티고네》
제5강 삶 자체가 정치인 공동체
제6강 고귀함과 천박함
제7강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제8강 파멸을 향해 가는 인간

덕을 닦는다는 것 : 아리스토텔레스《니코마코스 윤리학》
제9강 훌륭한 시민의 조건
제10강 향락적 삶, 정치적 삶, 관조적 삶
제11강 실천적 지혜의 도야
제12강 완성된 인간의 자기관조

절대자와의 만남: 단테《신곡》
제13강 기쁨에 가득 찬 시
제14강 훌륭한 말
제15강 신의 은총과 초인간적 경지
제16강 신을 닮은 인간

지극히 현실적인 것의 발견 : 마키아벨리《군주론》
제17강 군주의 역량
제18강 행동하는 삶
제19강 무장한 예언자의 무력과 설득력
제20강 군주를 몰락시키는 미움과 경멸

인간주체의 허약한 확실성 : 데카르트《방법서설》
제21강 세상이라는 커다란 책
제22강 삶에 유용한 여러 지식
제23강 이성을 사용하는 방법
제24강 근대의 정신분열

물질세계의 소유 : 로크 《통치론》
제25강 물질주의적 인간관
제26강 자유주의 국가의 목표
제27강 재산으로 증명되는 인간의 정체성
제28강 세계의 중심을 차지한 '소유권'

이성주의에 대한 희미한 저항 :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제29강 인민의 도덕적 기질과 성향
제30강 인류학적 상대주의

폭력으로 다스려지는 세계 : 베버 《직업으로서의 정치》
제31강 물리적 강제력, 근대국가의 수단
제32강 근대의 정치, 악마적 힘들과 관계맺기

기계화되는 인간 : 벤담 《파놉티콘》
제33강 이익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는 세계
제34강 내면화되는 감시의 시선

근대 세계의 파탄과 혼돈의 시작 : 폴라니 《거대한 전환》
제35강 자기조정시장의 파탄
제36강 물건으로 변해버린 인간

역사에게 묻는 인간 : 공자 《논어》
제37강 정치적 현실, 유가의 출발점
제38강 사심을 이겨내고 예로 돌아간다
제39강 "이 문화"의 보존과 계승
제40강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이 책을 읽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고전에 대해 관심은 있으나 막상 혼자 읽기는 버거워서 도움을 얻고자 했다면, 이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책을 펼쳐든 경우입니다. 그러나 그처럼 확연한 목표를 가지고 책을 읽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저 한번 읽어본다는 생각으로 단순한 호기심에 책을 손에 쥐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떤 경우든 우리가 책을 읽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책은 그대로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앞에 놓여진 고정된 사물로서의 책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과정에서 우리 자신은 변할 수 있습니다. 책 속의 몇몇 문구가 마음속에 남아있다가 언제고 우리 삶에 싹터오를지 모릅니다. 아주 크게는 인생관이 바뀔 수도 있고 생활습관이나 태도에 변화가 올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이 쓰이게 된 과정은 바로 그러한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2009년 서울시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 진행되었던 강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 강의는 2월부터 11월까지 40주 동안 매주 2시간씩 행해졌습니다. 제가 고전을 강의한 일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렇게 오랜 기간 연속적으로 해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러 온 이들이 그렇게 각양각색이었던 것도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10대 청소년부터 자녀를 출가시킨 어머니, 직장인, 대학생까지, 여러 세대와 직업을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서 공부를 했습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중요한 점을 깨달았습니다. 우선 이렇게 다양한 세대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아줄 수 있는 책은 고전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고전은 우리 모두가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공동 지식'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삶의 주인이고자 하는 진지함과 성실함, 고전 텍스트에 대한 존중감 등의 태도를 갖추기만 하면 학식의 깊이와 분야에 관계없이 누구나 고전으로부터 오늘날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공부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고전읽기 강의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고전을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새롭고 놀라웠습니다. 뜻이 맞고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도 인생의 큰 즐거움이겠습니다만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삶이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면서 강의를 공유하는 재미와 유익함도 무척 컸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강의는 저 자신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저는 1990년대 초반부터 철학과 인문학을 강의해왔습니다. 역사, 철학, 문학, 정치 등에 관한 다양한 목적의 강의를 많은 사람들에게 했습니다. 이번에 10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고전을 읽으면서는, 저 자신에게 고전이 무엇인지, 공부하는 이들과 어떻게 대화를 나눌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전을 배우러 온 사람들이나 가르치는 사람이나 모두 1년 가까이 고전을 읽음으로써 책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물론,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시각과 마음가짐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는 이들도 이와 같은 변화를 겪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인류 최고의 지식과 지혜가 담겨 있는 고전에 가까이 다가가고, 그로인해 현재의 자신의 삶을 고귀하고 참되게 바꾸어 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고전의 지혜가 가장 지혜롭습니다.

   이 책을 쓰는 데에는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의 강의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함께 공부한 이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강의를 준비하고 진행함으로써 지식공동체 형성에 있어 큰 기여를 해온 사서들의 우정을 기억해둡니다.

2010년 4월
강유원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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