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스: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 - 10점
부사령관 마르코스 지음, 주제 사라마구 서문, 후아나 폰세 데 레온 엮음, 윤길순 옮김/해냄



- 머릿말 : 고통과 희망의 이름, 치아파스

- 편집자 서문 : 미래를 향한 과거로의 여행


1부 가면을 벗지 않는 멕시코

1장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름

2장 하나의 세계


2부 가면 밑에서


3부 기억 만들기

1장 잠 못 이루는 고독을 달래주는 이야기

2장 많은 타자들의 이야기


- 후기 : 치아파스, 최초의 포스트모던 혁명

- 사파티스타 연대표

- 이 책에 글을 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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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쟁을 선포한다!

라칸도나 정글의 첫 번째 선언

1994년 1월 2일


멕시코 민중에게


멕시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500년에 걸친 투쟁의 산물입니다. 처음에 위는 노예제에 반대해 싸웠습니다. 독립 전쟁 때는 스페인에 대항해 싸웠으며, 그 다음에는 우리 헌법을 선포하고 우리 땅에서 프랑스제국을 쫓아내기 위해 싸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개혁법의 정당한 적용을 거부하는 포르피리오 디아스의 독재 정권에 맞서 싸웠으며, 여기서 우리는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인 비야와 사파나 같은 지도자를 탄생시켰습니다. 우리는 지금껏 우리를 총알받이로 사용해 우리 나라의 부를 약탈해 가려는 세력에 의해 가장 기초적인 것조차 거부당했습니다. 저들은 우리가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겐 교육은 물론 우리 머리를 덮을 만한 반듯한 지붕도, 갈아먹을 땅도, 일자리도, 의료시설도, 식량도 없을 뿐더러, 우리의 정치 대표자를 자유롭게 민주적으로 선출할 수 있는 권리도 없고, 외국인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도 없고, 우리 자신과 우리 아이들을 위한 평화와 정의도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말합니다. "이제 그만!" 이라고.

우리는 진정으로 이 나라를 건설한 우리 조상들의 후예이며, 자기 땅에서 쫓겨난 수백만 명의 가진 것 없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형제자매들에게 우리의 투쟁에 합류할 것을 요청합니다. 이 투쟁은, 언제라도 이 나라를 팔아먹을 준비가 되어 있는 가장 보수적 집단, 이 집단을 대표하는 반역자 일당이 이끌어온 저 70년 장기 독재 정권의 탐욕스런 야심으로 우리가 굶어 죽지 않을 유일한 길입니다. 저들이 누구입니까. 저들이 바로 이달고와 모렐로스에게 반대했던 사람들이고, 비센테 게레로를 배반한 사람들이며, 외국 침략자들에게 우리 나라를 절반이나 팔아먹은 사람들이고, 유럽에서 군주를 수입해 와 우리 나라를 다스리게 한 사람들입니다. 저들이 바로 '과학적인' 포르피리스타 독재 정권을 세운 사람들이고, 석유 수용권에 반대한 사람들이며, 1958년에는 철도 노동자를, 1968년에는 학생들을 대량 학살한 사람들이고, 오늘날에는 우리에게서 모든 것을, 그야말로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일이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마그나 카르타에 기초한 모든 법적인 수단을 강구한 끝에 마지막 남은 희망인 헌법에 기대어, 우리는 헌법 제39조에 호소합니다.


"이 나라의 주권은 본질적으로 그리고 원천적으로 국민에게 있다. 모든 정치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며, 국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국민은 언제나 자신의 정부 형태를 바꾸거나 수정할 수 있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헌법에 따라, 고통의 원천인 멕시코 독재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며, 일당 체제가 독점하고 있고, 오늘날 권력을 잡고 있는 비합법적인 연방 정부 수반 카를로스 살리나스 데 코르타리가 이끌고 있는 멕시코 연방군에게 전쟁을 선포합니다.

이 선전 포고에 따라, 우리는 사회 모든 세력이 독재자를 무너뜨려 이 나라에 합법성과 안정을 회복하려는 우리의 투쟁을 지지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는 또 여러 국제 기관과 국제 적십자에 우리가 해방 투쟁 노력을 하는 동안 민간인은 보호할 수 있도록 우리의 전투를 감시하고 단속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항상, EZiN을 해방 투쟁을 위한 교전 세력으로 규정하는 제네바 협약을 준수할 것을 선언합니다. 멕시코 국민은 우리 편이며, 우리에게는 국민과 반란군 전사들이 사랑하고 존중하는 우리의 삼색기가 있습니다. 우리의 군복은 파업에 나선 노동자를 상징하는 검은색과 붉은색으로 되어 있으며, 우리는 항상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을 뜻한 'EZIN'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깃발을 들고 전투에 나설 것입니다.

처음부터 우리는 마약 밀매단이나 마약 게릴라, 도둑, 또는 우리의 적이 사용할지도 모를 기타 이름으로 우리를 매도함으로써 우리의 정당한 주장에 먹칠을 하려는 어떤 시도도 단호히 거부합니다. 우리의 투쟁은 헌법에 따른 것이며, 정의와 평등을 요청하는 헌법의 요구에 따른 것입니다.

따라서 이 선전 포고에 따라, 우리의 군사력인 EZIN에 다음과 같이 명령합니다.


첫째, 수도로 진격하여 멕시코 연방군을 무찌르고, 진격하는 동안 민간인을 보호하며, 해방된 국민이 자신의 정부를 자유롭게 민주적으로 선출할 수 있게 한다.

둘째, 모든 포로의 생명을 존중하고, 부상자는 모두 국제 적십자에 인도한다.

셋째, 모든 멕시코 연방군과, 외국에서 훈련을 받았거나 외국인에게 돈을 받은 정치 경찰(이들은 나라를 배반한 매국노로서 비난 받아 마땅합니다), 민간인을 억압하거나 학대・강탈하고, 국민의 이익에 반대하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모두 즉결 재판에 처한다.

넷째, 적군이지만 우리와 싸우기를 포기하고 EZIN 총사령부의 명령에 따르겠다고 약속한 사람을 포함하여 우리 투쟁에 동참 의지를 보이는 모든 멕시코인과 함께 새로운 대오를 형성한다.

다섯째, 우리는 어떤 인명 손실도 피하기 위해 전투에 앞서 적의 총사령부에 무조건 항복을 요청한다.

여섯째, EZIN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자연 자원이 약탈되는 것을 금지한다.


멕시코 민중에게

우리, 완전하고 자유로운 남자와 여자들은 우리가 선언한 전쟁이 최후의 수단임을 그러나 정당한 수단임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수년 동안 독재자들은 국민에게 선전 포고도 없이 대량 학살을 일삼는 전쟁을 벌였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자리와 토지, 주택, 식량, 의료시설, 교육, 독립, 자유, 민주주의, 정의, 평화를 위해 투쟁하는 멕시코 국민이 주도하는 이 계획에 여러분의 과감한 참여와 지지를 요청합니다. 우리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우리 나라를 위한 정부를 구성함으로써 우리 국민의 기본적인 요구가 충족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선언합니다.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 반란군 대열에 동참하십시오.

EZIN 총사령부

19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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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말과 침묵


멕시코 민중에게

전세계 민중과 정부에게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우리의 가장 나이 많은 노인들, 권력의 오만과 돈의 폭력에 맞서 저항한 오랜 투쟁의 역사를 시작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 조상들은 우리에게 긍지가 있는 사람은 항복하지 않은 사람, 저항하는 사람, 존엄을 지닌 사람이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우리 피부색에, 우리 언어에, 우리 문화에 긍지를 가지라고 했습니다. 500년이 넘는 착취와 박해도 우리를 전멸시킬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그때부터 저항한 것은 역사가 우리의 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존엄한 멕시코 국민은 우리의 뼈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우리를 파괴하면 온 나라가 와르르 무너져 방향도 뿌리도 없이 헤매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림자들의 죄수, 멕시코가 자신의 어제를 부정한다면 자신의 내일도 부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외국에 대한 소명 의식을 갖고 있는 오늘날이 정부 관료들이 우리의 과거를 경멸과 혐오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나라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들에게 우리는 귀찮은 존재, 조용히 제거해야 할 방해물입니다. 오늘날에는 그들의 잔혹함이 자선의 형태로 나타나고, 죽음이 시끄럽지 않은 조용한 길을 찾고, 죽음과 공모할 어둠을 죽음을 가릴 침묵을 찾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미 우리를 전멸시키려고 했습니다. 인종 말살 정책을 합리성으로 포장하려고 이미 여러 가지 이론과 여러 가지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뒤집어쓰는 외투를 오늘날에는 신자유주의라고 부릅니다. 신자유주의는 이 땅에 원래 살고 있던 사람들과 피부색은 달라도 원주민과 한 마음인 사람들, 우리가 멕시코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는 죽음과 고통을 의미할 뿐입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정복자들은 반란을 일으키는 원주민을 박해합니다. 오늘날에는 우리 땅에 침입한 현대적인 침입자들이 연방 정부에서 삽니다. 그들이 다섯 손가락 붉은 별이 그려진 깃발,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의 깃발로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원주민들을 뒤쫓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사파티스타만 붙잡으려는 게 아닙니다. 권력자가 선포한 죽음은 흰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포함해 멕시코의 모든 원주민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게레로의 우리 형제자매들은 중앙 권력의 후원을 받는 총독의 옹졸함에 시달리고 있고, 타바스코의 우리 형제자매들은 마약 밀매와 그 검은 돈이 부과하는 세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베라크루스와 오악사카・이달고・산 루이스 포토시에서는 검은 피부를 가진 우리 형제자매들의 피가 정부 관료로 위장한 정계 보스들에게 쫓기고 있으며, 북쪽에서는 우리 원주민 형제들이 나쁜 정부가 건설한 마약과 범죄의 제국에게 죽음과 빈곤이라는 값을 치르고 있으며, 이 나라의 중부와 서부에서는 야만성과 경멸이 '진보'로 위장하고 걸어 다닙니다. 권력의 하수인이 해외에서 고국의 가격을 흥정하며 미소 짓고 있습니다. 이 오만한 자는 자신이 이겼다고, 멕시코 하늘 아래 이제 존엄성을 지닌 사람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망각과 침묵이 끝내려고 했던 것을 죽음이 마무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들은 유순하고 멸시 받는 그림자로 구성된 국민을 내놓습니다. 저들은 돈주고 살 수 없는 것에, 멕시코의 존엄함에 값을 매기려고 합니다. 원주민의 피는 멕시코의 피를 기름지게 하는 거름입니다.

그러나 피부색으로 원주민이 정의되는 것은 아닙니다. 원주민을 정의하는 것은 존엄과 더욱더 나아지기 위한 끊임없는 투쟁입니다. 함께 투쟁하는 사람들은 피부색이 달라도, 어려서 배운 언어가 달라도 모두 형제자매입니다.

중요한 것은 국기, 지금껏 원주민을 절망의 늪으로 빠뜨렸던 국가의 기초가 원주민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권력자의 뱀이 정복하지 못하게 막는 국가의 상징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를 역사 속에서 지탱해주고 우리가 스스로 포기하는 것을 막아주는 땅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어깨에 걸머지고 있는 하늘, 오늘은 우리를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지만 내일은 우리의 환상을 치료해 줄 하늘입니다. 중요한 것은 외국 문을 두드려 우리를 파는 사람들이 아니라 멕시코인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알기 위해, 다른 사람의 마음에 가 닿기 위해, 말과 침묵을 선물로 받아들이는 우리의 가장 나이 많은 노인들입니다. 참된 남자와 여자들은 말하고 듣는 것을 통해 걷는 법을 배웁니다. 우리 안에서 계속 걷고 있는 걸음에 형태를 주는 것, 맞은편으로 걸어갈 수 있게 다리가 되어주는 것도 배웁니다. 침묵은 우리를 기죽이려고 권력이 우리의 고통에 제안한 것입니다. 침묵 당하면 우리는 계속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말하면서 우리는 고통을 치유합니다. 말하면서 우리는 나란히 걸어갑니다. 권력은 자신의 침묵의 제국을 강요하려고 말을 사용합니다. 자신의 범죄를 감추려고 침묵을 사용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려고, 서로에게 가 닿으려고, 서로 알려고 침묵을 사용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이것이 무기입니다. 우리가 말을 하면 말이 남습니다. 우리는 말을 외칩니다.  우리는 말을 들어올려, 말로 우리 국민의 침묵을 깹니다. 우리는 말을 살게 함으로써 침묵을 죽입니다. 거짓말이 말하고 숨기는 것에는 권력 혼자 있게 내버려둡시다. 그리고 우리는 해방하는 말과 침묵으로 서로 손을 잡읍시다. 

503년 전 오늘인 10월 12일, 권력의 말과 침묵이 죽기 시작합니다.

503년 전 오늘이 10월 12일, 우리의 말과 침묵이 저항하고 싸우고 살기 시작했습니다. 503년 후인 오늘, 우리는 여전히 여기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많아지고 더 나아졌습니다. 우리는 더욱 많은 색깔로 이루어지고, 우리의 말을 하는 언어는 더욱 많아졌습니다.

오늘은, 우리 마음에 우리 피부색이나 우리말 때문에 부끄러워하는 게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 자신이 원주민이라고 말합니다. 그것도 거인처럼 큰소리로 말합니다.

외국 땅에서 죽음이 들어와 우리에게 침묵을 가져온 지 503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저항하고 또 말합니다.

503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

원주민 멕시코인이여, 영원하라!

민주주의! 자유! 정의!

멕시코 남동부 산악 지대에서

EZIN의 CGRI-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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