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네스트 르낭: 민족이란 무엇인가



민족이란 무엇인가 - 10점
에르네스트 르낭 지음, 신행선 옮김/책세상



-들어가는 말...6 


제1장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13 

제2장 민족이란 무엇인가...53 


해제-에르네스트 르낭 읽기...85 

1.에르네스트 르낭은 어떤 인물인가...85 

2.에르네스트 르낭의 생애...90 

3.프랑스와 독일의 전쟁에 대해서...94 

4.민족과 조국...99 

5.민족과 인종...107 

6.르낭과 인종, 그리고 유럽...112 


-주...118 

-더 읽어야 할 자료들...132 

-옮긴이에 대하여...139






제1장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13 

50 요컨대, 인류의 대다수는 전쟁을 혐오한다. 부드러움, 정의, 선함 등의 진정한 기독교적 개념들이 점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호전적인 정신은 이제 북독일과 러시아 귀족 계급의 직업 군인들에게밖에 찾아볼 수 없다. 민주주의는 전쟁을 원하지도 않고, 전쟁을 내포하고 있지도 않다. 민주주의의 발전은 군인 시대의 종말일 수 있다. 이 군인들은 우리의 세기가 두려움을 가지고 옛 게르만 세계의 심층에서 등장하는 것을 지켜보았던 또 다른 시대의 생존자들이다. 현 전쟁의 이슈가 무엇이든지 간에 이들 무리는 독일에서 패배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자신이 도래할 날짜를 헤아리고 있다. 나는 민주주의의 몇 가지 성향들에 대하여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서는 1년 전에 솔직하게 말한 바 있다.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는 그러한 부류의 사람들에게서 인류를 해방시키는 데에만 한정이 된다면, 나는 민주주의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감사의 공감을 보일 것이다.

독립적인 민족자결주의의 원칙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전쟁의 참화에서 인류를 벗어나게 하기에는 부적절하다. 나는 반대로 항상 합법성이라는 온화하고 가부장적인 상징으로 대체된 민족자결주의의 원칙이 인민들의 투쟁을 인종 말살 투쟁이 되도록 하지는 않을까, 또한 과거의 소규모 왕조 전쟁이나 정치적 전쟁들을 인정했던 그러한 중용이나 예절을 인권조항에서 없애버리지 않을까 우려했다. 민족자결주의라는 원칙에 유럽 연방의 원칙, 즉 모든 민족들에 우선하는 집단의 원칙을 결합시킬 때에야 비로소 전쟁의 종말을 보게 될 것이다. 덧붙이자면, 그때는 순수한 정치 문제와 외교 문제들의 반대급부인 민주주의의 문제들이 독자적인 중요성을 되찾을 것이다. 1848년을 상기해보라. 프랑스의 움직임은 전 독일에서 동시다발적인 동요를 다시 유발했다. 도처에서 군사 지도자들은 당시의 순진한 열망들을 질식시켜버렸다. 하지만 이 동일한 군사 지도자들로 인해 오늘날 죽음에 이르게 된 가련한 사람들이 그 지도자들의 양심을 밝히는 데 도달할 수 있을지 없을지 누가 알겠는가? 독일의 자연주자들은 자신들의 학문을 정치에 적용할 것을 주장했었다. 그들은 인종 파괴의 법칙과 생존 투쟁은 역사 속에서 다시 발견되는 것이며, 가장 강한 민족은 필연적으로 가장 약한 민족을 쫓아낸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게르만 인종은 라틴 인종과 슬라브 인종보다 강하기 때문에 그들이 굴복하고 복종하도록 운명 지어져 있다는 것을 냉정하고 통찰력 있게 주장한다. 이 마지막 주장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내버려 두자. 권리, 정의, 도덕 등은 인간 세계의 법칙들이지 동물 세계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 탁월한 유물론자들에게도 더 이상 반대하지 말자. 낡은 이념에서 당당히 벗어난 사람들은 아마도 우리에게 미소로 답할지도 모르겠다. 동물이라는 종들은 그들 사이에는 서로 동맹하지 않는다는, 그 한 가지 견해에만 집중해보자. 우리는 말살될 위험에 처해 있는 두 세 종의 동물들이 공통의 적에 대항하여 동맹을 결성하는 것을 결코 본적이 없다. 즉 동일한 지역에 사는 짐승들이라 해도 그들 사이에는 동맹도 회의도 없다. 정의의 수호자로서의 연방이라는 원칙은 인류의 기반이다. 바로 이것에 의해 모든 사람들의 권리가 보장된다. 이와 같은 법정 앞에 복종하지 않아도 되는 유럽 인민은 없다. 만일 유럽의 법률 안에 그러한 핵심적 원칙을 결정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로 게르만인의 강력한 행동이라고 이야기 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서툰 옹호자들이 바라는 것보다 사실은 훨씬 더 위대한 이 게르만 인종은 미래에 더 나은 지위를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16세기의 스페인, 루이 14세 치하의 프랑스, 나폴레옹 치하의 프랑스와 같은 위대한 군사적 패권들은 모두 급속히 쇠약해졌다. 프로이센도 그 점을 주의하기를! 자신의 급진적인 정치가 자신을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일련의 복잡한 관계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마도 지급부터 예리한 안목을 가진 이들은 견고하게 맺어진 미래의 동맹을 보게 될 것이다. 프로이센의 현명한 친구들은 위협적이지 않지만 경고하는 어조로 나지막하게 말하고 있다. "정복자에게 불행이 Vae victoribus!"


제2장 민족이란 무엇인가...53 

80

하나의 민족은 하나의 영혼이며 정신적인 원리입니다. 둘이면서도 사실 하나인 것이 바로 이 영혼, 즉 정신적인 원리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한쪽은 과거에 있는 것이며, 다른 한쪽은 현재에 있는 것입니다. 한쪽은 풍요로운 추억을 가진 유산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이며, 다른 한쪽은 현재의 묵시적인 동의, 함께 살려는 욕구, 각자가 받은 유산을 계속해서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여러분, 인간은 하루아침에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민족 역시 노력과 희생, 그리고 오래 헌신으로 일구어내는 기나긴 과거의 결실인 것입니다. 조상들에 대한 숭배는 지극히 정당한 것입니다. 조상들 덕분에 현재의 우리가 있으니까요. 위대한 인물들, 영광스러운(진정한 영광을 말하는 것입니다) 영웅적인 과거, 그러한 것들이 바로 우리가 민족적인 사고의 토대를 두고 있는 사회적 자산입니다. 과거에 공통된 영광을 누렸던 것, 현재에 공통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 다시 말해 위대한 일을 함께 이루었고 여전히 그것을 함께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한 인민이 되기 위한 본질적인 조건들인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동의한 희생에 비례해서 고통을 겪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은 집, 후대에 전해줄 집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만든 것입니다. 우리는 현재의 당신들이 될 것입니다"라는 스파라트의 노래는 가장 간결하게 요약된 모든 조국에 대한 찬가입니다.

과거에는 영광의 유산과 함께 나누어야 할 후회스러운 유산이 있고, 미래에는 실현해야 할 공통의 계획이 있습니다. 즉, 고통을 함께 즐기고 기대하는 것, 바로 이것이 공동의 세관이나 전략적인 사고에 맞춘 국경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입니다. 인종과 언어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저는 조금 전에 '고통을 함께하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함께하는 고통은 기쁨보다 훨씬 더 사람을 단결시킵니다. 민족적인 추억이라는 점에서는 애도가 승리보다 낫습니다. 애도의 기억들은 의무를 부과하며, 공통의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민족은 이미 치러진 희생과 여전히 치를 준비가 되어 있는 희생의 욕구에 의해 구성된 거대한 결속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과거를 가정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현재에는 확실한 사실로 요약되기도 합니다. 동의, 함께 공동의 삶을 계속하기를 명백하게 표명하는 욕구는 요약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한 민족의 존재는 - 이러한 은유를 사용하는 데 개의치 않기를 바랍니다 - 개개인의 존재가 삶의 영속적인 확인인 것과 마찬가지로 매일매일의 인민투표입니다. 아! 그것이 신권보다는 덜 형이상학적이고, 이른바 역사적 권리보다는 덜 가혹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주지시키고자 하는 바는 하나의 민족도 왕이 그럴 수 없듯이 "너는 나에게 속해 있으니까, 내가 너를 취하겠노라"라고 어떤 지방에 말할 권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에게 하나의 지방은 곧 그 주민들입니다. 이 문제에서 상대가 될 권리가 있는 사람은 바로 그곳 주민들이지요. 한 민족은 결코 그 주민들의 의사에 상관없이 병합되거나 압류될 수 없습니다. 요컨대 민족들의 결의는 언제나 항상 살아남아야 할 단 하나의 정당한 기준인 것입니다.


83 여러분, 간단히 요약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인간은 인종의 노예도, 언어의 노예도, 종교의 노예도, 강물의 흐름의 노예도, 산맥의 방향의 노예도 아닙니다. 인간들의 대결집, 건전한 정신과 뜨거운 심장이야말로 민족이라 부르는 도덕적 양심을 창출합니다. 이 도덕적 양심이 공동체를 위해서 개인을 버린 그 희생들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의 힘을 증명하는 한, 그것은 정당하여 존재할 권리가 있습니다. 만일 국경선에서 의심이 솟아나게 되면 다투고 있는 주민들에게 자문을 하십시오. 그들은 그 문제에 대한 의견을 가질 권리를 마땅히 가지고 있으니까요. 자, 그렇게 함으로써, 우월한 원칙의 꼭대기에서 우리의 세속적인 생각에 동정을 보내는 이 실수투성이 무오류자들, 이 정치를 초월한 자들은 입가에 조소를 띄게 될 것입니다. "주민들에게 자문을 구하라고! 그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란 말인가! 그것이야말로 아이처럼 단순하고 유치한 방법으로 외교와 전쟁을 대체하기를 주장하는 프랑스의 보잘것없는 이념이야"라고 말하겠지요. 여러분, 기다립시다. 초월자들의 시대가 지나가도록 기다립시다. 강한 자들의 멸시를 감내하는 법을 배웁시다. 아마도 결실 없는 모색을 많이 한 후에야 사람들은 겸허한 해결책, 우리의 경험으로 검증된 해결책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미래에 옳은 편에 서는 방법은, 특정한 때에 시류에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인내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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