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메넥세노스


메넥세노스 - 10점
플라톤 지음, 이정호 옮김/이제이북스


플라톤: 메넥세노스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을 펴내며


작품 해설

내용 구분

등장인물


본문과 주석


옮긴이의 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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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페리클레스 추도 연설





234a-236d

소크라테스: 광장에서 오는 건가, 아니면 어디 다른 곳에서 오는 건가? 메넥세노스.

메넥세노스: 광장에서요. 소크라테스 님. 평의회 의사당에서 오는 길입니다. 

소크라테스: 평의회 의사당에 특별한 볼일이 있었나 보지? 아니, 물어 볼 것도 없이 뻔하지 뭐. 교양과 철학 공부도 다 마쳤다 싶고 또 그 정도면 이미 충분하다고 여겨, 좀 더 큰 일 쪽으로 마음을 돌릴 심산인거야. 어이, 이 친구, 그 젊은 나이에 우리 같은 늙은이를 다스리려고 말이야. 자네 가문에서 누군가 우리들의 보호자가 나오는 일이 어느 때 이건 끊이지 않도록 하려고 그러는 것이겠지. 

메넥세노스: 소크라테스 님, 만약 선생님께서 제가 관직에 나서는 일을 허락하고 권하신다면 저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전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어쨌거나 방금 제가 평의회 의사당에 갔던 것은 평의회가 전몰자들을 위해 추모 연설을 해 줄 사람을 뽑으려 한다는 말을 들어서입니다. 평의회가 장례식을 거행할 거라는 것은 선생님도 알고 계시잖아요. 

소크라테스: 알고말고, 그런데 누구를 뽑았는가? 

메넥세노스: 아무도 뽑지 않고 내일로 결정을 미루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아르키노스나 디온이 뽑힐 것 같습니다. 


소크라테스: 음, 메넥세노스. 정말 여러 가지 점에서 전쟁에 나가 목숨을 바지는 것은 훌륭한 일인 듯 하이. 왜냐하면 설령 가난한자가 전사했을지라도 훌륭하고 성대한 장례식이 치러지고 또 설령 모자란 사람일지라도 지혜로운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기 때문이지. 더욱이 그들은 대충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 연설을 준비해서 칭송하니까 말이야. 그들은 이런 식으로 근사하게 칭송하거든. 즉 전사자 각각에 대해 그가 세운 무공이건 아니건 다 들먹이며, 그것들을 가능한 한 온갖 미사여구로 최대한 수식해 우리들의 넋을 빼놓지. 그들은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나라를 찬양하고 그리고 또 전쟁에서 죽은 자를 찬양하고 그리고 또 그 옛날 우리들의 선조 모두와 아직 살아있는 우리들 자신들도 칭송하는데, 메넥세노스, 그 결과 나도 그들로부터 칭송을 받아 아주 고귀해지는 것 같다네. 그래서 그럴 때마다 귀 기울여 듣다가 매료돼 딴사람이 돼 버리곤 하네. 내가 갑자기 더 커지고 더 고귀해지고 훌륭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야. 그리고 대개의 경우 외국인 몇 사람과 같이가 함께 연설을 듣는데 나는 그때마다 그들 앞에서 갑자기 한층 위엄이 서는 기분이 들더군. 왜냐하면 내 생각에, 그들도 나와 그 밖의 다른 시민들에 대해서 내가 갖고 있는 느낌과 똑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네. 즉 그들은 연설자에게 설복되어 이 나라가 자기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놀랄만한 나라가 되었다고 여기고 있는 것 같거든. 그리고 위엄이 서는 이런 기분이 나에게는 사흘 이상이나 계속되네. 그 정도로 연설자의 말과 소리가 쟁쟁하게 내 귓속에 울려 들어와 나흘이나 닷새째가 되어서야 겨우 나 자신으로 돌아와 내가 어떤 세상에 있는지 알게 되는데, 그러기까지는 나는 그저 내가 축복받은 사람들의 섬에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젖어 있네. 그 정도로 우리의 연설가들은 수완이 대단한 사람들이야.


메넥세노스: 소크라테스 님, 선생님께서는 틈만 나면 연설가들을 조롱하시네요. 그런데 제 생각에 이번에 뽑히는 사람들은 연설을 잘 해내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선발이 아주 급하게 이루어지는 바람에 아마도 연설자는 즉석 연설을 하듯 연설하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거든요. 

소크라테스: 여보게, 어쩌다 그리되었지? 그런데 그 사람들 각각은 연설 몇 개 정도는 준비해 놓고 있고 게다가 때마침 이번 연설이 준비해 놓은 것과 같은 종류의 것이라면 그들에게는 즉석에서 연설한다는 게 그리 어려울 것도 없지. 사실 펠로폰네소스 사람들 옆에서 아테네 사람들을 칭송해야 한다거나, 아테네 사람들 옆에서 펠로폰네소스 사람들을 칭찬해야 하는 경우라면야 그들을 설득하고 그들로부터 호평을 얻는 데에 훌륭한 연설가가 필요할 테지만, 자기가 연설로 치켜 세우는 바로 그 사람들 옆에서 상찬을 받으려 할 때는 어려울 것도 없으려니와 연설을 해 봐야 아무도 그가 크게 연설을 잘한다고 여기지도 않을 것이야. 

메넥세노스: 소크라테스 님, 당신께선 그들이 대단하다고 여기지 않으시는군요.

소크라테스: 그렇고 말고, 제우스에게 맹세코 그리 생각하네. 

메넥세노스: 선생님 자신께서도 연설을 잘하실 수 있다고 생각 하시는 건가요? 만약 그럴 필요가 있고 또 평의회도 선생님을 뽑으려고 한다면 말이에요. 

소크라테스: 적어도 나로선 그렇다네, 메넥세노스. 내가 연설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뭐 놀랄거야 없지. 왜냐하면 나에게는 연설 기술에 비범한 능력을 지닌 여 선생님이 계시거든. 게다가 그분은 많은 사람들을 훌륭한 연설가로 키우셨다네. 특히 한 사람, 즉 그리스 사람들 중에서 가장 걸출한 연설가인 크산티포스의 아들 페리클레스 역시 그분이 키우셨지. 

메넥세노스: 그분이 누구시죠? 하기야 물어 볼 것도 없이 아스파시아님을 말씀하시는 것이겠지죠? 

소크라테스: 그렇다네. 그리고 메트로비오스의 아들 콘노신도 나를 가르치셨다네. 이 두 분들은 다 내 스승들이지. 한 분은 시가, 또 한 분은 연설 기술을 가르쳐 주셨으니까. 그러니 이렇게 훈육을 받은 사람이 연설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전혀 놀랄 일이 아니지. 그러나 나보다 나쁘게 교육받은 사람들 일지라도 이를테면 시가는 람프로스에게서 배우고 연설 기술은 람누스의 안티폰에게서 배운 그런 류의 사람이라도, 아테네 사람들 앞에서 아테네 사람들을 칭송하는 한 어쨌거나 호평을 받을 수 있을거야. 


메넥세노스: 선생님께서 연설하실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실 수 있으신 지요? 

소크라테스: 내 자신의 능력만으로는 아마 한마디도 못할 걸세. 그러나 나는 바로 어제 아스파시아님이 다른 것도 아니고 바로 그 사람들에 관해 연설하시는 것을 끝까지 다 청취했네. 사실 그녀는 자네가 말한 바와 같은 것, 즉 아테네 사람들이 추모 연설자를 선발하려 한다는 것을 들었던 거야. 그래서 그녀는 연사가 말해야 할 바를 나에게 쭉 들려 주었는데, 그 일부는 즉석에서 지어 낸 것이었고 일부는 그녀가 전에 생각해 두었던 것, 즉 내 생각에는 페리클래스가 행한 추도 연설문을 지어 줄 당시 그 추도 연설문에 들어가지 않은 나머지 부분들을 엮은 것이었네.

메넥세노스: 그럼 선생님께선 아스파시아님이 연설 한 것을 기억해 내실 수 있으신지요? 

소크라테스: 그럼, 깜박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정말이지 나는 그 녀 옆에서 연설 기술을 배웠는데, 잊어 먹었을 때는 매도 맞을 뻔 했지.

메넥세노스: 그런데 어째서 당장 들려주지 않으세요? 

소크라테스: 그게 말이야, 내가 선생님의 연설을 발설했다가 선생님께서 나에게 화를 내시지나 않을까 해서 그래. 

메넥세노스: 소크라테스님, 절대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고 말씀해 주세요.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이 아스파시아님의 것이건 누구의 것이건 간에 저로선 여간 기쁜 게 아닙니다. 그러니 말씀만 해주세요. 

소크라테스: 그러나 아마 자네는 비웃을 거야. 나잇살깨나 먹었다는 사람이 아직도 애 같은 짓을 한다는 생각이 들면 말이야. 

메넥세노스: 천만에요, 그렇지 않아요. 소크라테스님. 그러시지 말고 어떻게 해서든 말씀해주세요.


소크라테스: 하긴, 난 정말 자네 비위를 맞춰 주어야 하지. 그러니 별 수가 있겠나. 설령 나더러 벌거벗고 춤을 추라고 명해도 들어 주어야겠지. 아무려나 우리 둘만 있으니까. 자, 그럼 들어보게나, 사실 내가 알기로 그녀는 전몰자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서두로 꺼내면서 이렇게 말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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