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자크 루소: 인간 불평등 기원론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18. 5. 31.
인간 불평등 기원론 - 장 자크 루소 지음, 주경복 옮김/책세상 |
들어가는 말...6
제네바 공화국에 바치는 글...13
머리말...31
인간 사이의 불평등의 기원과 근거들에 대한 논문...43
제1부...50
제2부...95
해제-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나 도처에서 불평등에 시달리고 있다...141
주...159
더 읽어야 할 자료들...210
옮긴이에 대하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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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38 인간을 이미 완성된 모습으로 보는 방법만을 가르쳐주는 학술 서적을 제쳐두고 인간 영혼의 최초이자 가장 단순한 작용들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거기에 이성보다 앞선 두 개의 원리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우리의 안락과 자기 보존에 대해 스스로 큰 관심을 갖는다는 원리이며, 다른 하나는 모든 감성적 존재, 주로 우리 동포가 죽거나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면 자연스럽게 혐오감을 느낀다는 원리이다. 사회성의 원리를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자연법의 모든 규칙들은 우리의 정신이 이 두 가지 원리 사이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일치와 조합에서 생겨나는 것 같다. 이성이 계속 발달하여 마침내 자연을 질식시켜버리게 되면, 이성은 이 규칙들을 또 다른 기초 위에 세워야 한다.
인간 사이의 불평등의 기원과 근거들에 대한 논문
디종 아카데미가 제시한 질문
"인간 사이의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자연법에 의해 허용되는가?"
45 나는 인류에게 두 가지 불평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자연적 또는 신체적 불평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에 의해 정해지는 것으로, 나이•건강•체력의 차이와 정신이나 영혼의 자질 차이로 성립된다. 또 다른 불평등은 일종의 약속에 좌우되고, 사람들의 동의로 정해지거나 적어도 용납되는 것으로 도덕적 또는 정치적 불평등이라고 할 수 있다. 후자는 일부 몇몇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쳐 누리는 갖가지 특권들, 이를테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부유하거나 더 존경을 받는다거나 권력을 더 가지고 있다거나 또는 타인을 복종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특권들에 의해 성립된다.
45 후자는 일부 몇몇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쳐 누리를 갖가지 특권들, 이를테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부유하다거나 더 존경을 받는다거나 권력을 더 가지고 있다거나 또는 타인을 복종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특권들에 의해 성립된다.
46 사물이 진보하는 가운데 폭력에 이어 권리가 생기고 자연이 법에 굴복한 시기를 지적하는 일이다.
47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추구할 수 있는 연구는 역사적인 진실이 아니라 다만 가설적이고 조건적인 추론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한 추론은 사물의 진정한 기원을 증명하기보다 사물의 본성을 해명하는 데 적합하며, 우리의 자연과학자들이 세계의 생성에 대해 날마다 행하고 있는 추론과 유사하다.
제1부
80 미개인은 선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악하지 않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들이 나쁜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자식의 발달이나 법의 구속 때문이 아니라, 정념이 평정을 유지하고 악덕을 모르기 때문이다.
89 결론을 내려보자. 원시의 인간은 일도 언어도 거쳐도 없고, 싸움도 교제도 없었으며, 타인을 해칠 욕구가 없듯이 타인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어쩌면 동류의 인간을 개인적으로 한번도 만난 적 없이 그저 숲 속을 떠돌아다녔을 것이다. 그는 얼마 안 되는 정념의 지배를 받을 뿐 스스로 자족하면서 자신의 상태에 맞는 감정과 지적 능력만을 갖고 있었다. 원시의 인간은 자신의 진정한 필요만을 느꼈고, 눈으로 보아 흥미롭다고 여겨지는 것만 쳐다보았다. 그의 지능은 그의 허영심과 마찬가지로 발달하지 못했다. 우연히 그가 어떤 발견을 한다해도, 그는 자신의 자식조차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전수할 수 없었다. 기술은 발명자와 더불어 소멸했다. 교육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아무런 진보도 없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세대가 이어질 뿐이었다. 그리고 각각의 세대는 언제나 똑같은 지점에서 출발했으므로, 최초 시대의 모든 조야함 속에서 수백 년이 되풀이되며 흘러갔다. 종은 늙었으나 인간 개체는 항상 어린애로 머물러 있었다.
90 실제로 사람들을 구별시키는 차이 가운데 몇 가지는 자연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지만, 그것은 단지 습관의 산물이거나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채택하는 여러 가지 생활 양식의 산물임을 쉽사리 알 수 있다.
92 굴종의 끈은 인간 상호간의 의존과 인간들을 결합시키는 상호적 필요성이 없으면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어떤 사람을 복종시킨다는 것이 그를 다른 사람 없이는 살아가지 못하는 처지에 두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자연 상태에서는 이와 같은 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연 상태에서는 누구나 속박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우며 강자의 법칙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제2부
95 어떤 땅에 울타리를 두르고 "이 땅은 내 것이다"라고 말하리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런 말을 믿을 만큼 단순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최초의 인간이 문명 사회의 실질적인 창시자이다. 말뚝을 뽑아버리고 토지의 경계로 파놓은 도랑을 메우면서 동류의 인간들을 향해 "저런 사기꾼의 말을 듣지 마시오. 과일은 모두의 소유이고 땅은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는 사실을 잊는다면 당신들은 파멸할 것이오"라고 외친 사람이 있었다면, 그는 얼마나 많은 죄악과 싸움과 살인, 얼마나 많은 비참과 공포에서 인류를 구제해주었을 것인가?
98 인간은 안락의 추구가 인간 행동의 유일한 동력임을 경험으로 배웠다. 이제 그는 공통의 이해 관계 때문에 동포들의 도움에 의지해야 하는 드문 경우와, 경쟁을 통해 그들을 경제해야 하는 더 드문 경우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99 이렇게 해서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상호간의 약속과 그로 인한 이득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현재 눈앞에 보이는 이득이 그것을 요구하는 경우에만 국한되었다. 당시의 인간들에게 먼 장래의 일을 걱정하기는커녕 당장 내일의 일도 생각지 않았다. 가령 사슴을 잡으려고 할 경우 각자가 자신의 위치를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만일 토끼 한 마리가 그들 중 어떤 사람의 손이 미치는 곳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사슴을 놓치게 된다는 사실은 분명히 아랑곳하지 않았을리라.
103 그리하여 저마다 남을 주목하고 자신도 남에게 주목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하나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노래를 가장 잘 부르고 춤을 가장 잘 추는 사람, 얼굴이 잘생기거나 힘이 센 사람, 재주가 가장 뛰어나거나 언변이 가장 좋은 사람은 존경을 받았다. 이것이 불평등을 향한, 그리고 동시에 악덕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이러한 최초의 선호에서 한편으로는 허영심과 경멸이 태어났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치심과 부러움이 생겨났다.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효모에서 생긴 효소가 마침내 행복과 무구에 치명적인 화합물을 생성시켰다.
105 우리는 사회가 형성되고 사람 사이에 여러 가지 인간 관계가 성립되자 이미 그들 사이에는 애초의 구조에서 물려받은 것과는 다른 성질이 요구되었으며 도덕이 인간의 행위 속에 도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106 야금술과 농업이라는 두 가지 발명은 이러한 거대한 변화를 낳은 두 가지 기술이었다. 시인의 눈에는 사람들을 문명화시키고 인류를 파멸시킨 장본인이 금과 운으로 보이지만, 철학자는 철과 밀을 장본인으로 지목한다.
112 이 모든 악은 소유가 낳은 최초의 결과이며 이제 자라나기 시작한 불평등과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동반자이다.
112 한편 부유한 자들은 남을 지배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자 다른 모든 쾌락을 무시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부자들은 새로운 노예를 얻기 위해 기존의 노예를 부려 이웃 사람들을 정복하고 예속시키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사람의 고기 맛을 한번 알게 된 굶주린 늑대가 다른 먹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로지 사람만 잡아먹으려 하는 것과 같았다.
113 이렇게 해서 부유한 자의 횡령과 가난한 자의 약탈과 모든 이들의 방종한 정념이 자연적인 연민이나 아직은 약한 정의의 목소리를 잠재우면서 인간들을 인색하고 야비하고 악독하게 만들었다. 가장 강한 자의 권리와 최초의 점유자의 권리 사이에는 끊임없이 분쟁이 일어났으며, 그것은 투쟁과 살인에 의해 종식될 수 밖에 없었다. 갓 태어난 사회는 더없이 끔찍한 전쟁 상태로 변해버렸다. 불행하게도 스스로 얻은 것을 포기할 수도 없었으며, 자신을 영광스럽게 하는 모든 능력을 남용함으로써 치욕만을 더하게 되어 드디어 스스로 몰락하기 직전에 이르렀다.
120 국민들이 애당초 아무런 조건이나 반대 급부 없이 절대적 지배자에게 몸을 내맡겼다거나, 자존심이 강하고 쉽게 복종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공동의 안전을 위해 생각해낸 최초의 수단이 노예 상태에 뛰어드는 것이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이치에 맞지 않다. 실제로 그들이 억압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러니까 그들의 존재를 구성하는 요소인 재산이나 자유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자기보다 높은 인간을 선출했겠는가?
136 이것이 바로 불평등의 마지막 도달점이며, 우리가 순환을 마감하면서 이르게 되는 출발점이자 종점이다. 여기서는 모든 개인이 다시 평등해진다.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고 신민은 이미 주인의 정념 외에는 아무런 규범도 갖지 않으므로 선의 관념이나 정의의 원리가 다시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모든 일이 다만 최강자의 법률로, 즉 하나의 새로운 자연 상태로 귀결되어 있다. 이 자연 상태와 우리가 출발점으로 삼은 자연 상태의 차이는 후자가 순수한 자연 상태인 반면 전자는 지나친 부패의 결과라는 데 있다.
138 문명인은 항상 활동하면서 땀을 흘리고 불안해하며 더욱더 힘든 일을 찾아 끊임없이 번민한다. 그는 죽을 때까지 일을 하고, 때때로 살아 있는 상태에 놓여 있기 위해 죽음으로 내달리며, 불멸을 찾아 생을 포기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증오하는 세력가와 자신이 경멸하는 부자들에게 아부하며, 그들에게 봉사하는 영예를 얻기 위해서라면 아무 것도 아끼지 않는다.
139 사실상 이 모든 차이들의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이런 데 있다. 즉 미개인은 자기 자신 속에서 살고 있는데, 사회인은 언제나 자기 밖에 존재하며 타인의 의견 속에서만 살아간다. 말하자면 자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타인의 판단에 의거하고 있는 것이다.
140 불평등은 자연상태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므로 인간 능력의 발달과 정신의 진보에 따라 성장하고 강화되며 소유권과 법률의 제정에 따라 안정되고 합법화된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정법에 따라서만 인정되는 도덕적 불평등은 그것이 신체적 불평등과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에는 언제나 자연법에 위배된다는 결론도 나오게 된다. 이러한 구별은 모든 문명인들에게 널리 유포되어 있는 불평등의 형태를 이 점과 관련하여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해 충분한 답을 준다. 자연법을 어떻게 규정하든, 어린애가 노인에게 명령하고 바보가 현명한 사람을 이끌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굶주리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최소한의 것마저 갖추지 못하는 판국인데 한줌의 사람들에게는 사치품이 넘쳐난다는 것은 명백히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162 26) (옮긴이주) 루소는 우리의 미개인 조상이 자연 상태에서는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은 두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첫째, 자기애 amour de sor: 자신의 생명을 지속적으로 보존하려는 자연스러운 충동. 안 좋은 사회 상태에서 빚어지는 후천적이고 상대적이며 인위적인 감정인 이기심 amour propre과 다르다. 둘째, 연민 pitie: 같은 종의 구성원이 고통받는 것을 보고 느끼는 측은지심. 루소는 이 문제에 대해 <인간 불평등 기원론>의 제1부에서 상세히 언급하고 <에밀> 1,2,4부에서도 재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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