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계 | 047 플라톤, <법률>


2018년 5월 28일부터 KBS 라디오 강유원의 책과 세계에서 진행되는 선생님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정리한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6843


20180731-047 플라톤, <법률>

“올바르지 못함(不義: adikia)과 오만함(hybris)은 무분별(aphrosynē)과 함께 우리를 파멸케 하나, 올바름(dikaiosynē)과 절제(sōphrosynē)는 지혜(사려 분별: phronēsis)와 함께 우리를 지켜 줍니다.”(플라톤, <<법률>>, 906a-b)






철학자 플라톤은 많은 대화편을 썼고, 그 중에서 가장 분량이 많은 것은 《법률》이라 불리는 대화편이다. 예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국가》가 일종의 이상국가에 대한 설계도를 다루면서 동시에 그런 이상국가를 이끌어 가는 철학자인 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 《법률》이라는 대화편은 현실적으로 나라를 다스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규범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법률이라고 옮겨지는 희랍어는 nomoi 노모이, 즉 노모스의 복수형이다. 노모스라는 희랍어는 규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규범은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적인 것을 가리킨다. 마음이 어떠하든 일단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와 절차가 그 마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의 속마음과 겉으로 드러난 행위를 이어주는 것은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자각일 것이다. 따라서 올바르지 못한 기준을 가진 경우에는 그것이 오만함으로 이어지고, 그 오만함은 무분별을 낳는다. 


플라톤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면서 법률편에 다음과 같은 구절을 적어두고 있다. “올바르지 못함(不義: adikia)과 오만함(hybris)은 무분별(aphrosynē)과 함께 우리를 파멸케 하나, 올바름(dikaiosynē)과 절제(sōphrosynē)는 지혜(사려 분별: phronēsis)와 함께 우리를 지켜 줍니다.” 아무리 마음 속에 올바름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것이 적절한 사려분별의 도움과 이끌림을 받아 절제있는 행위, 즉 규범적 행위로 나타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마음 속에 올바름을 알아차릴 수 있다. 마음 속에 올바른 믿음이 있다고 아무리 외쳐봐도 그것이 규범적 행위, 적절한 사려분별의 도움을 받은 절제있는 행위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 외로움을 실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하는 것을 강력하게 부정하는 듯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고 아무리 마음이 의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해도 반드시 적절한 행위가 뒤따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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