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계 | 049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 강의노트/책과 세계 2018
- 2018. 8. 7.
2018년 5월 28일부터 KBS 라디오 강유원의 책과 세계에서 진행되는 선생님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정리한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6843
20180802-049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말의 나라>의 ‘후이늠’
“그들이 하는 대화는 주로 우애심이나 자비심, 질서나 가정, 자연의 이치, 옛날부터 전해오는 풍습, 미덕의 한계, 이성의 법칙, 다음의 회에서 결정할 내용, 시구에 관한 것 등등이었다.” “이성에 따라 행동하는 후이늠들은 그들이 소유한 훌륭한 덕성에 대해서 자랑하지 않는다. 마치 내가 팔다리를 가졌다고 해서 자랑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팔다리가 없다면 아주 불행한 일이 되겠지만 우리는 그것이 있다고 해서 자랑하지 않는다. 내가 이 주제에 관해서 이처럼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하나의 야후에 불과한 나 자신이 살아가는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살 만한 것으로 만들려는 소망 때문이다. 그리고 악의 기미가 있는 사람은 나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어린 시절에 동화책으로 읽어본 작품일 것이다. 그런데 동화책에는 이 작품 전체가 실려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동화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소인국과 거인국 이야기뿐이다. 그런 까닭에 어린 시절에 이 책을 읽은 후 어른이 된 후에 이 책을 다시 읽지 않은 사람은 그 뒤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는 경우가 십상이다. 또한 이어지는 이야기들 모두가 저자인 조너선 스위프트가 살았던 시대와 잉글랜드에 대한 신랄한 풍자라는 것도 알기 어렵다. 저자 조너선 스위프트는 1600년대 아일랜드 사람이었다. 그는 당시 아일랜드를 괴롭히던 잉글랜드를 풍자하는 내용을 자신의 작품에 담았다. 특히 <말의 나라>는 풍자를 넘어서 노골적인 인간혐오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의 나라에서 가장 역겨운 짐승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의 모습을 한 짐승을 야후라고 부른다. 걸리버는 그 짐승을 보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누구보다도 인류애를 가진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 야후라는 동물이 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럽게 보였다는 사실을 시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내가 그 나라에 있는 동안에 그것들과 가까이 있으면 있을수록 더 혐오스러워졌다."
그런데 야후에 대비해서 ‘후이늠’이라고 불리는 말들은 참으로 지성적이다. 이를 잘 집약해주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그들이 하는 대화는 주로 우애심이나 자비심, 질서나 가정, 자연의 이치, 옛날부터 전해오는 풍습, 미덕의 한계, 이성의 법칙, 다음의 회에서 결정할 내용, 시구에 관한 것 등등이었다." "이성에 따라 행동하는 후이늠들은 그들이 소유한 훌륭한 덕성에 대해서 자랑하지 않는다. 마치 내가 팔다리를 가졌다고 해서 자랑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팔다리가 없다면 아주 불행한 일이 되겠지만 우리는 그것이 있다고 해서 자랑하지 않는다. 내가 이 주제에 관해서 이처럼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하나의 야후에 불과한 나 자신이 살아가는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살 만한 것으로 만들려는 소망 때문이다. 그리고 악의 기미가 있는 사람은 나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이렇게 보면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는 동화책으로만 남겨두기에는 아깝다고 생각되는 책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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