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 에덴의 용 ━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18. 12. 20.
에덴의 용 - 칼 세이건 지음, 임지원 옮김/사이언스북스 |
책을 시작하며
1장 우주력
2장 유전자와 뇌
3장 뇌와 마차
4장 메타포로서의 에덴
5장 동물의 추상 능력
6장 꿈속의 용들
7장 연인과 광인
8장 미래의 뇌
9장 지식은 우리의 운명
감사의 글
용어 해설
참고 문헌
옮긴이의 글
책을 시작하며
12 우리는 어쩌면 자연과 일종의 흥정을 벌였다고도 할 수 있다. 아이를 키우기가 엄청나게 힘들어지는 대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인간이라는 종의 생존 기회를 크게 강화시켜 주도록 말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인류 역사의 수천 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최근에 이르러서 비유전적 일뿐만 아니라 신체 외부에 저장되는 지식을 발명해 냈다. 문자가 그것의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1장 우주력
23 이 세계는 어마어마하게 늙었고 인류는 너무나도 어리다. 우리는 인생에서 일어난 중요한 사건을 1년 단위 또는 그보다 더 작은 단위로 이야기한다. 우리의 수명은 몇십 년에 걸쳐져 있고, 어떤 가문의 역사는 몇백 년에 걸쳐져 있으며, 기록되어 있는 모든 역사는 몇천 년에 걸쳐져 있다. 그러나 실상 우리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엄청나게 길고 긴 시간이 우리 뒤에 놓여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기간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 기간의 역사는 글로 기록되지 않았기도 하거니와 그 엄청난 시간 간격을 파악하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25 우주력에서 9월 초에 이르기 전까지는 성간 물질이 응축되어 형성된 지구가 그 모습을 갖추지조차 못했으며,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어서야 공룡이 출현했고, 12월 28일에 비로소 꽃이 생겨 났으며, 남자와 여자가 나타난 것은 섣달 그믐 날 밤 10시 30분이다. 기록된 역사는 모두 12월 31일의 마지막 10초에 모여있다. 그리고 중세가 끝난 후 오늘에 이르는 역사는 1초 남짓 될까말까한다. 어쨌든 내가 만든 달력에 따르면 우주년의 첫 해는 지금 막 끝났다. 그리고 비록 우주의 시간에서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기간은 정말이지 보잘것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주력의 두 번째 해에 지구와 그 주변에서 일어날 일들은 과학적 지혜와 인류에 대한 인간의 분별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장 유전자와 뇌
39 인간처럼 커다란 생물은 열 개의 생식세포 당 한 건 꼴로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다시 말해서 생산된 정자 또는 난자 세포의 10퍼센트가 다음 세대의 구성을 결정짓는, 새롭고 후세에 유전되는 변화를 겪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무작위적으로 발생하고, 거의 모든 돌연변이가 생물에게 해롭다. 정교한 기계가 무작위적 설계 변화를 통해 성능이 더욱 개선되는 일은 거의 없는 법이다. 이러한 돌연변이의 대부분은 열성이어서 즉각 발현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에도 돌연변이 빈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만일 DNA가 더 커지게 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빈도로 돌연변이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생물학자들도 있다.
40 특정 뇌 기능은 뇌의 특정 신경 패턴이나 다른 뇌의 구조와 관련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편 자연선택은 정확성을 보장하고 사고로부터 보호되기 위해서 뇌 기능이 상당한 정도로 중복되어 있는 상태를 선호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우리의 뇌가 밟아왔을 진화의 경로이다.
3장 뇌와 마차
92 우리가 추측하는 또 다른 전두엽의 기능은 바로 인류의 직립 자세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전두엽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우리는 직립자세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나중에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두 발로 서게 된 덕분에 우리는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손의 사용은 인간의 문화와 생리적 특징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현실적으로 볼 때, 인간의 문명은 바로 전두엽의 산물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93 청각 자극과 시각 자극을 연결하는 능력은 측두엽에 자리 잡고 있다. 측두엽에 발생한 손상은 일종의 언어 상실증, 즉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뇌 손상을 입은 환자가 어떤 경우에는 말로는 완전하게 의사 소통을 하면서 글은 전혀 읽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한다거나, 반대로 문자 언어에는 완전히 능통한데 말을 하지 못하거나 알아듣지 못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고도 의미심장하다.
93 어떤 환자는 글을 읽을 수는 있는데 쓰지는 못한다. 숫자는 읽을 수 있는데 문자는 읽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사물의 이름을 말할 수 있는데 색깔은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신피질에는 놀라울 정도로 기능 분화가 이루어져 있다. 이는 읽기와 쓰기 또는 문자를 인지하는 것과 숫자를 인지하는 것이 매우 비슷한 기능이라는 일반의 통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실이다.
99 우리 삶의 관습적이고 위계적 측면은 R복합체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이는 우리의 파충류 조상들과 공유하고 있는 특성이다. 우리 삶의 이타적이고 정서적이며 종교적인 측면은 상당 부분 우리 뇌의 변연계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영장류가 아닌 포유류 조상들 (그리고 아마도 조류)과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신피질의 산물인 추론 기능은 일정 범위까지는 고등 영장류 및 돌고래나 고래와 같은 고래류 동물과 공유하고 있다. 비록 관습, 정서, 추론 모두 인간 본성의 중요한 측면들이지만, 그 가운데에서 인간 고유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바로 추상적 연합 능력과 추론 능력일 것이다.
4장 메타포로서의 에덴
115 맨 처음 도구 사용의 영감을 얻은 어느 연약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자신이 발견한 도구 만드는 법을 친구들과 친족들에게 널리 가르쳐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도구가 어느 시점 이후에 대량으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들이 교육 제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가정으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아마도 도구를 만들어 내고 사용하는 지식, 연약하고 스스로를 방어할 신체 수단이 거의 없는 호모 속의 동물이 전 지구의 지배자로 떠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이 귀중한 지식을 대를 물려 전승하는 일종의 석공 조합과 같은 것이 존재했던 것이 틀림 없다. 호모 속이 독자적으로 도구를 고안해 냈는지, 아니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들에게 그 지혜를 빌려 온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118 아마도 에덴 동산은 지금으로부터 300만~400만 년 전 우리의 조상들의 눈에 비쳤던 지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는 호모 속의 조상들이 다른 종의 동식물들과 일체가 되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전설적인 황금시대이다.
118 메타포로서의 에덴 동산에서 추방되기 전까지 살인의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인간으로 직접 이어지지 않았던 직립 보행 원인들의 두개골에 난 상처들로 미루어 짐작 건대, 우리의 조상들은 심지어 에덴 동산에서조차 인간과 비슷한 수많은 동물들을 죽였던 것으로 보인다.
120 아마도 인간은 지구에서 자신이 언젠가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라는 사실을 비교적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유일한 종일 것이다. 죽은 사람과 더불어 음식이나 물건을 함께 묻던 매장 의식은 우리의 사촌뻘인 네안데르탈인의 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죽음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죽은 이에게 사후의 삶을 보장해주기 위한 의식이 이미 발달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신피질의 급격한 성장이 일어나기 전, 즉 에덴에서 추방되기 전에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는 아무도 죽음이 자신의 운명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121 전전두엽 절개술을 받은 환자들은 '연속된 자아감(continuing sense of self) '이 사라진 듯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연속된 자아감이란, 내가 특정한 개인으로 나의 삶과 주변 상황을 어느 정도 통제 할 수 있다는 느낌, 내가 나라는 느낌, 나를 독특하고 유일한 존재로 보는 느낌을 말한다. 따라서 전두엽이 잘 발달되지 않은 하등 포유류나 파충류는 이러한 감각, 즉 진실이든 환상이든 간에 개인의 고유성과 자유 의지와 같은 느낌이 결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5장 동물의 추상 능력
138 인간은 흥미롭게도 먹고, 숨을 쉬고, 의사소통을 하는 등 다목적으로 입을 사용한다. 그런데 귀뚜라미 같은 곤충은 다리를 문질러서 서로를 부른다. 즉 먹기, 숨쉬기, 의사소통의 세 가지 기능은 완전히 분리된 기관계에서 수행된다. 인간의 음성 언어는 우발적으로 얻은 기능인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원래 다른 기능을 가지고 사용되던 기관을 의사 소통에 이용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언어 능력이 비교적 최근에 진화된 것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가드너는 침팬지 역시 상당한 수준의 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그들의 해부학적 한계 때문에 표현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추론했다. 그렇다면 침팬지의 해부학적 구조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상징 언어 체계가 없을까? 가드너는 멋진 생각을 떠올렸다. 침팬지에게 미국 청각 장애자 및 농아 언어 라고 불리는 미국 표준 수화를 가르치는 것이다!
155 아마도 이 주제 전체에서 가장 놀라운 측면은 언어 사용의 변경 지대에 존재하는 배우려는 열의로 넘치고 일단 언어를 배우고 나면 그것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창의적으로 적용 할 수 있는 인간 이외의 영장류가 존재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한편으로 이런 질문을 불러 일으킨다. 도대체 왜 그들은 모두 언어 사용의 변경 지대에 존재하는 것일까? 왜 영장류 가운데 이미 복잡한 몸짓 언어를 갖추고 있는 종이 인간을 제외하고는 하나도 없는 것일까? 내 생각에 그 문제에 대해 가능한 대답 가운데 하나는 인간이 어느 정도 지능의 증거를 보이는 영장류들을 체계적으로 제거해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바나 초원 지대에 살던 영장류는 인간에게 몰살당했을 것이다. 아마 고릴라나 침팬지 등은 숲에 살았기 때문에 인간의 살육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인간은 어쩌면 지능의 경쟁에서 패배 한 종을 도태시킨 자연선택의 대리인 역할을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 생각에 인간은 인간 이외의 영장류의 지능과 언어 능력의 변경 지대를 거의 지능의 흔적이 눈에 띄지 않는 곳까지 몰고 갔던 것으로 보인다. 침팬지에게 몸짓 언어를 가르침으로써, 우리는 오래 전에 우리가 저지른 과오를 바로 잡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6장 꿈속의 용들
172 공룡이 사라진 이후에 포유류들은 낮이라는 생태계의 틈새로 이동하게 된다. 영장류가 어둠을 무서워하는 것은 비교적 나중에 발달한 특징인 것으로 보인다. 워시번은 어린 비비원숭이나 그 밖의 다른 영장류 새끼들은 오직 세 가지 대상에 대한 공포를 타고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추락, 뱀, 어둠이 그 세 가지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는 나무 위에 사는 동물에게 부과되는 뉴턴적 중력의 위험을, 뱀에 대한 공포는 조상 대대로 포유류의 적수였던 파충류에 대한 공포를, 어둠에 대한 공포는 밤에 사냥하는 포유류 맹수에 대한 공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각에 크게 의존하는 영장류로서는 어둠에 대한 공포가 더욱 절실할 것이다.
7장 연인과 광인
222 왼쪽과 오른쪽의 구분은 우리 인간이라는 종의 깊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혹시 이성과 직관 간의 전쟁, 두 개의 반구 간의 투쟁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 오른쪽과 왼쪽이라는 말 사이의 편향성으로 표면화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오른손에 더 많은 능력이 부여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오른손이 언론(좌반구)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좌반구는 이상한 불안감으로 우반구에 대해 상당히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직관적 사고에 대한 언어적 비판은 그 동기가 의심스럽다고 할 수 있다. 불행히도 우반구 역시 좌반구에 대해 그에 못지 않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말로 표현되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8장 미래의 뇌
239 논리적 함의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는 기준은 인간의 뇌에 있는 전형적인 인간적 속성일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만약 신피질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기능을 하고 있다면 혼수 상태에 빠진 환자도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다른 신체적·신경학적 기능에 큰 결함이 있더라도 말이다.
243 나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은 바로 우리의 지적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그렇다면 인간 생명의 특별한 존엄성은 신피질의 발달과 기능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신피질이 완전하게 발달한 상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아기가 태어나고서도 몇 년쯤 지나야 비로소 신피질이 완전하게 발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태아의 뇌전도상에서 신피질의 활동이 시작되는 시점을 인간성을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뇌가 뚜렷이 구분되는 인간의 속성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시점이 언제인지에 대한 통찰은 부분적으로 단순한 발생학적 관찰로부터도 알아낼 수 있다.
9장 지식은 우리의 운명
286 모든 행성의 대기는 스펙트럼의 가시광선 및 전파 영역에서 비교적 투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우주에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원자와 분자들의 양자 역학 때문이다. 따라서 우주 전체의 생물들은 광학적 반사 및 전파 반사에 감수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물리학이 발달한 후에는 서로 다른 별 사이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전자기 복사를 이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292 인간이 생화학적으로나 뇌의 생리적 특성으로나 다른 동물들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인간은 신 또는 신들이 특별히 창조한 존재라는 믿음 등이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 중 일부에는 일말의 진실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은, 지적 엄밀함이 부족하고 회의주의가 결여되어 있으며 실험이 욕망으로 대치되어 있는 현실을 나타내는 것이다.
293 이들은 초자연적이고 신비주의적이며 반증을 거부하고 합리적인 논의의 대상이 될 여지가 없는 원리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신피질의 완전한 기능을 통해서만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음이 너무나 확실하다. 직관이나 변연계 및 R 복합체의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진 이성, 그러나 어쨌든 이성이 미래로 나아갈 유일한 길이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세계에서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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