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캐리: 미국 정치사상 공부의 기초 ━ 미국의 토대를 이해하는 법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18. 12. 15.
미국 정치사상 공부의 기초 - 조지 캐리 지음, 이재만 옮김/유유 |
들어가며
공통 기반: 건국 시대
계속되는 관심사
공화주의, 제한된 정부, 덕성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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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4 지금까지 앞으로 더 길게 논할 다음과 같은 중요 문제들을 거론했습니다. 계속되는 한가지 미국 정치 전통이 있는가? 있다면 그 전통의 이론적 뿌리는 무엇인가? 그 전통은 언제 시작되었는가? 혹은 미국 정치 전통이 하나 이상 있는가? 그렇다면 그 전통들은 어떤 형태를 띠는가?
공통 기반: 건국 시대
20 헌법은 신이 정하거나 승인한 것도, 신화적인 입법자에 의해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헌법은 기록된 문서, 심의 과정의 산물이며, 국민들의 입헌 의지의 구현물로 여길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헌법은 입헌 능력을 가진 국민들이 동의한 통치 절차와 제도를 상당히 자세하게 명기합니다. 헌법은 이것에 따라 설립된 정부가 변경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근본법입니다. 제임스 매디슨은 『연방 주의자 논고』 제 53편에서 "국민들에 의해 제정되어 정부가 변경할 수 없는 헌법"과 영국처럼 "정부의 형태를 변경할 전권"을 가진 입법부를 둔 체제를 구분하면서 미국 헌법을 근본법으로 이해하는 시각을 보여 줍니다.
26 오늘날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쟁은 이 과정의 중요한 차원을 보여줍니다. 미국인 대다수가 헌법을 경외하는 오늘날에는 어떤 당파도 헌법 논쟁에서 건국자들의 의도에 반하는 입장에 서려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관건은 해당 쟁점과 관련한 건국자들의 의도가 어떠했느냐는 것이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파들의 입장은 으레 점점 더 상충하는데, 그런 대립 구도의 밑바탕에는 건국자들의 의도를 이론적 용어로 표현하는, 서로 다르고 대개 양립 불가능한 견해가 있습니다. 혹은 건국자들의 의도는 분명해 보이지만 경합하는 당파 중 한쪽이 그 의도를 받아 들일 수 없을 때는 이렇게 묻는 책략을 쓰기도 합니다. "변화하는 상황과 가치를 감안할 때 건국자들이라면 오늘날 어떻게 생각하거나 행동했을까?"
35 패링턴은 미국 정치사상의 파생적인 성격을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건국 시대에 경합하던 주요 사상들이 더 넓은 서구 전통에 뿌리 박고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이를테면 그는 헌법 제정 이전에 미국에서 '영국 자유주의' 철학(제임스 해링턴, 존 로크, 애덤 스미스의 이론에서 취한 이념의 혼합물)이 자연스레 우세를 점했다고 서술했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자유주의는 자본주의를 포용했고, 개인주의와 재산권의 불가침성을 강조했으며, 정부의 제재와 통제에 구속받지 않는 경제 이익 추구를 정당화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유주의 이론은 신생국의 특수한 환경 때문에 미국 특유의 색채를 띠게 되었습니다. 영국 자유주의에서 파생된 미국 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지배층의 경제 이해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강력한 중앙집권 정부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42 근대의 자유주의 패러다임과 공화주의 패러다임 둘 다 미국 정치 전통에 대한 서술, 특히 20세기 훨씬 이전에 나타난 건국 시대에 대한 인식에 근거를 둔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두 패러다임은 기존 서술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결정적인 물음을 부각하기도 합니다. 자유주의 패러다임은 미국 체제가 서로 경쟁하는 이익을 조정하는 데 달려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주의 시각에서 미국 체제는 궁극적으로 시민의 덕성을 고양하고자 합니다.
48 기독교의 가르침이 건국자들에게, 그중에서도 영속적인 공화제 정부를 건설하려던 이들에게 끼친 영향을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건국자들이 존재의 질서를 기독교의 관점에서 이해해 하느님과 짐승 사이 어딘가에 인간이 위치한다고 믿었고, 그런 이유로 지상 천국을 목표로 사회를 재구성하는 방안을 애초부터 배제했던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인간을 타락한 상태로 보는 기독교적 이해 또한 헌법 자체와 헌법이 제공해야 하는 안전장치에 대한 그들의 생각에 틀림없이 어떤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48 분명 헌법 입안자 다수는 그저 실용적인 관점에서 종교가 긴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이 이유를 비롯해 여러 이유 때문에, 많은 학자가 20세기 중엽 미국 대법원에서 신줏단지 모시듯 했던 '정교 분리 원칙'과 비슷한 무언가에 헌법 입안자들이 동의했다는 것을 믿기 어려워합니다. 건국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헌법 수정조항 제1조는 정교 분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교를 정하지 못하게 막고 교회와 국가의 관계와 관련된 문제를 주 정부의 소관으로 남겨두기 위해 고안되었다는 것입니다.
55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근대 계몽주의 사상 (예컨대 로크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사상가)이 건국자들에게 영향을 준 것은 틀림없지만, 프랑스 혁명을 부채질한 급진 적 계몽주의 사상은 그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혁명은 프랑스 혁명과 거의 모든 면에서 다른 질서를 추구했고, 사회를 급진적으로 재편하고자 했던 프랑스인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의 급진 사상은 미국 건국자들의 글에서, 주로 벤저민 프랭클린, 토머스 제퍼슨의 저술과 서한에서 단편적인 형태로만 나타납니다.
64 헌법을 일반적인 정치적 절차를 통해 변경 할 수 없는 근본법으로 여기는 입헌주의 이론에는 분명 정부 부처가 헌법 조항을 거스르지 못하도록 보장하는 어떤 방책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헌법관을 가장 분명하고도 폭 넓게 논하는 논설은 제78편으로, 여기서 해밀턴은 사법부의 위헌 법률 심사권 원칙을 제시합니다. 법률 해석은 사법부의 고유한 소관이라고 생각한 그는 입법부에서 통과시킨 법률과 헌법 사이에 "양립 할 수없는 어긋남"이 생길 경우 사법부가 마땅히 헌법 또는 근본법을 옹호 해야 한다고 추론했습니다. 그가 보기에 헌법은 국민의 정치적 의지보다 더 근본적이고 더 상위에 있는 헌법적 의지(헌법에 준하여 창안된 제도를 통해 표현되는 의지)의 구현물이었습니다.
70 일반적으로 말해 누군가가 독립선언서에 부여하는 의미는 이 문서에 어떤 위상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독립선언서를 미국 전통이라는 더 넓은 맥락 안에 놓고 당대의 역사 상황을 고려하는 사람은 대체로 "한 국민"이 독립을 선언하는 배경에 비추어 이 문서를 바라보고, '우리는 다음을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한다'로 시작하는 유명한 단락이 (토머스 제퍼슨이 시사한 대로) 당대 정치 문화의 일부였던 표준적인 계약론의 조건을 재진술한다고 여깁니다.
71 이에 반해 독립선언서를 비역사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사람은 으레 이 문서가 근본적이고 영원한 진리를 표현한다고 해석합니다. 그들은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즈 버그 연설(1863)의 바탕에 깔린 전제를 받아들일뿐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그 전제를 넘어서기까지 합니다.이 연설에서 링컨은 "여든하고도 일곱 해 전 우리의 선조들은 이 대륙에서 새로운 나라를 낳았습니다"라고 주장하며 1776년 7월 4일을 미국의 탄생일로 정하려 했습니다.
계속되는 관심사
94 연방주의 (요즘에는 거의 주 정부와 연방 정부 간의 권력 배분이라는 관점에서만 생각하는)가 여전히 열띤 논쟁을 일으키는 주된 이유는 입헌적 연방주의와 정치적 연방주의 둘 다 중대한 결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입헌적 연방주의를 실행하려면 연방의회가 입법 과정에서 충분히 명확한 기준이나 원리에 의거해 주의 관할권과 연방의 관할권을 가르는 적절한 경계선을 결정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대법원은 이 과제를 해낼 수 없다는 것이 이제껏 입증되었습니다. 그에 반해 정치적 연방주의는 주권과 연방권을 나누는 모든 경계를 철폐하고, 지역의 문제와 관심사를 원하는 만큼 통제하는 거의 무제한의 권한을 연방의회에 부여합니다.
101 현대 대통령직이 강화되면서 심화된 또 다른 문제는 대통령의 두 가지 권한과 관련이 있습니다. 하나는 대통령의 외교 권한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을 선포할 권한이 입법부에만 있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국가를 전쟁으로 이끄는데 사용되어 온 대통령의 최고 사령관으로서의 권한입니다.
103 대통령 선거가 국민의 정치적 태도와 선호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여겨지고 승리한 후보에게 이런 저런 위임권이 주어지는 것으로 해석됨에 따라, 대통령 선거는 갈수록 국민투표 분위기를 띠어 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승리한 후보는 정당의 당수를 넘어 국민 다수의 대변자를 자처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입법부보다 훨씬 더 적합하다고) 여겨집니다. 이런 추이는 (현대 대통령이 우드로 윌슨이 예견했던 지도자로 변모하는 데 기여한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출현과 맞물려) 앤드루 잭슨의 주장을 넘어서는 주장, 곧 현대 대통령이 입법부 이상으로 국민의 대변자라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114 오늘날에는 헌법의 내용과 헌법 입안자들의 목적이 당시 국민의 공화주의적 또는 프랑스 낭만주의적 충동에 반하는 것이 었다고 해석하는 견해로 사법 적극주의를 정당화 할 수 있습니다. 이 논증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편파적이거나 '특별한' 이익 집단들이 정치적인 절차를 통제하고 있고, 사회가 부유한 엘리트층의 권력을 영속화 하도록 구조화되어 있으며, '보통' 시민이 영향력을 행사할 방도가 거의 없다고 역설할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헌법에 의거해 수립된 미국 특유의 정치 제도는 독립선언서를 목적론적으로 해석해 도출할 수 있는 목표들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논증에 따르면 이런 목표들을 추진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대법원입니다. 따라서 사법부는 국가를 낳은 가치들을 더욱 의식하고 실현하는 방향으로 미국 국민을 이끄는 지도자요 개척자입니다.
공화주의, 제한된 정부, 덕성의 문제
128 현대 사법부가 정교분리 원칙을 채택해 온 이유는 숙고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렇지만 종교 관련 쟁점들에 내린 사법부의 판결이 미국 정치사상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아 왔고, 지금도 받는 이유는 그런 판결이 대개 미국 정치 전통을 이해하는 특정한 견해(설령 명확하게 표명하지는 않았더라도)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사법부가 아무런 기반도 없이 권리, 자유, 종교와 관련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아닙니다.
128 사법부가 종교에 이런 입장을 취하는 한 가지 이유는 여전히 심각한 사회적 격변을 초래할 수 있는 쟁점을 완화하기 위해서 입니다. 다시 말해 사법부가 정부와 종교 사이에 벽을 세움으로써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다분한 민감한 쟁점을 정치 영역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30 서로 경합하는 이 견해들은 미국이 물려받은 공화주의적 유산의 성격이 목적론적인지 절차적인지, 고도로 중앙집권화된 정치 체제가 헌법 입안자들의 전망과 일치하는지를 놓고 의견을 달리합니다. 그래도 다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미국 체제가 중앙집권화(미국정치 전통을 목적론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이상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필요조건)됨에 따라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관계 및 권력분립 원리뿐 아니라 국가 영역과 사회 영역의 전통적인 경계까지 변하는 등 헌정 질서의 성격이 바뀌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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