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 콕스: 신이 된 시장 ━ 시장은 어떻게 신적인 존재가 되었나


신이 된 시장 - 10점
하비 콕스 지음, 유강은 옮김/문예출판사



1부 개관

1. 신이 된 ‘시장’

2. 왕의 과학과 신의 과학

3. ‘시장’은 어떻게 신성한 존재가 되었는가

4. ‘시장’은 사람을 어떻게 창조하는가

5. 고리대금업과 피싱을 둘러싼 갈등에 관한 성서 자료

6. 재분배를 둘러싼 갈등에 관한 성서 자료


2부 장애와 질환

7. 상층부의 합선

8. 거대 은행과 거대 교회


3부 역사: 돈을 좇다

9. 주교와 수사: 아우구스티누스와 펠라기우스

10. 애덤 스미스: 창시자이자 수호성인?

11. 애덤 스미스: 신학자이자 예언자?

12. 은행가, 철학자, 트릭스터, 작가

13. 하느님의 숨결과 시장의 정신

14. “세상으로 나가라”

15. ‘시장’의 교회력

16. 모든 소원을 아시며

17. ‘시장’과 세상의 종말

18. ‘시장’의 영혼 구하기


후주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16 우리는 시장 신학에 관한 탐구를 시작하자 마자 그것이 얼마나 종합적인지 깨닫고 놀란다. 망자에게 구원의 힘을 전하는 성례전, 교회력, 기업가 성인 달력 심지어 신학자들이 말하는 ‘종말론 '도 있다. 호기심이 치솟았다. 나는 묘하게 익숙한 이 교의의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경제 언론이 구사하는 언어와 경영 대학원의 교과과정에 온전한 신학이 켜켜이 묻혔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 신학은 심오한 내용은 몰라도 그 범위에서는 토마스 아퀴나스나 카를 바르트의 신학에 맞먹는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신학대전이 형태를 갖추려면 체계화가 필요할 뿐이었다. 이 책에서 내가 추구하는 목표는 그 신학을 양지로 끌어내는 것이다. 나는 오늘날 세계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운' 것이거나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아니라 강력하고 지구적인 가치와 상징의 체계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다. 이런 체계는 유사종교로 볼 때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유사'와 '종교' 두 단어 모두 중요하다. 본문 여러 장에서 살펴볼 텐데, 이것은 고전 종교의 모든 특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하나의 종교다. 하지만 시장은 과거의 우상처럼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유사품이다.


63 정확히 말하면, '시장신'과 이 신이 만들어낸 법의 정신이 권세를 얻을 때까지 이런 것이 인간의 조건이었다. 지금 시대에 우리는 새로운 '창조 신화', 새로운 인간의 창조를 목도한다. 이 새로운 인간이 가진 힘은 최초의 부부와 그 후손 수십억 명의 힘을 극적으로 넘어선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속화되었지만, 이번에도 이 과정은 점진적인 것이다. 이런 진보가 진행되는 동안 '시장신'은 새로운 사람에게 생명을 불어넣으며, 아담과 하와가 얻지 못한 불멸성과 책임 없음을 부여한다. 후자는 법률 용어로 '유한책임'이라고 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것은 법인 기업과 그 법적 정의가 복잡하게 얽힌 대하소설, 즉 '시장신'이 주권의 정점에 다다른 뒤에야 가능해진 역사다.


72 마침내 잇따라 열린 교회 공의회에서 삼위일체 교의의 주된 윤곽이 정해졌고,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파문 당했다. 하지만 논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이 문제는 세 위격이 정확히 어떤 관계인지에 대한 질문이 되었다. 말하자면 세 위격은 각각 본업이 있는가 一 예를 들어 성부는 창조하고, 성자는 대속하고, 성령은 위안을 주는가? 엄격한 삼위일체론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고리스 연극의 역할 연기나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세 위격이 모든 걸 다할까? 그렇다면 왜 세 위격이 존재할까? 이는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주장이지만, 그 사이에 푸아티에의 힐라리오가 삼위일체의 세 위격의 관계에 관한 고전적 정식화가 된 답을 제시했다. 힐라리오는 '골고루 돌아간다'는 뜻이 있는 그리스어 'perichoresis'를 사용했다. 그는 세 위격이 "서로 상대를 포함해서 하나가 영원히 감싸고, 그것이 감싸는 나머지 위격에 의해 영원히 감싸진다"고 말했다. 현대 독자에게 이 말은 신학적 명료화보다 선불교의 공안에 가까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정식화는 오늘날까지 많은 교과서에서 삼위일체 신학의 주춧돌로 남았다. 이런 힘찬 논증은 결코 기독교 진영에 국한되지 않았다. 힌두교사상은 각각 우주의 창조자, 보호자, 파괴자인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세 신의 관계에 대한 논의는 수천 년 동안 계속되었다. 힌두 사상에 심오한 지식을 갖춘 인도의 가톨릭 신학자 레이먼드 파니카는 기독교의 삼위일체 교의가 옳은 것은 현실 자체가 세 부분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힌두교도는 기독교인이 등장하기 오래전에 이런 사실을 깨달았다는 뜻이 담겼다.


144 초대형 교회는 새로운 종교 조직형태를 띤다는 것이다. 이 형태는 분명히 기업 모델을 바탕으로 한다. 담임 목사는 최고경영자 역할을 하면서 전문적인 책임을 맡은 직원을 관장한다. 초대형 교회는 자기들끼리 경쟁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고객 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피드백 방식을 통해 노력한다. 이듬해와 그 다음 연도까지 전략적인 계획을 세우고, 십일조를 받기 위

해 기꺼이 주요 신용카드를 취급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규모에 봉사한다. 성공의 필수 요소는 계속적인 성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회가 얼마나 컸든 올해는 더 커져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쇠퇴의 길을 걷는다.


144 초대형 교회가 기업과 가장 흡사한 특징은 어느 학자가 말한 것처럼 "혹독하게 성장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매리언 매덕스는 초대형 교회가 자신이 소망하는 사고의 요소를 담아 지칭하는 '후기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고 본다, 다른 비평가들이 '성장주의'라고 부르는 현상의 신봉자인 초대형 교회는 교인 숫자를 늘리고 더 많은 헌금을 모으는 데 노력을 집중한다. 이런 활동이 대부분 노골적인 물질주의고, 진정한 영적 의미는 전혀 없다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148 초대형 교회와 대기업이 공유하는 핵심 요소는 양자의 규모가 단지 우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규모는 본질이 되는 부분이다. 초대형 교회에 다니는 신자에 관한 연구를 보면, 이들은 종종 처음에 규모에 끌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사람들은 지나다가 건물의 크기 자체에 눈길이 간다. 신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사람들은 간혹 그 교회에 다니는 지인을 안다. 인지도라는 요인도 있다. 사람들은 이 교회에 다니면 대화 중에 교회 이야기가 나올 때 상대가 멀뚱멀뚱한 표정을 지을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안다. 지인들 모두 '그 큰 교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테니까. 이는 기업의 세계에서 브랜드 가치다.


166 서구 종교의 역사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다. 기독교 사상과 '시장'의 가치는 서구 종교사의 궤적 전체에 존재했다. 하지만 아우구스티누스의 유명한 두 도시처럼 양자는 결코 공간적으로 나뉘지 않았으며, 오늘날에도 분리되지 않는다. 양자는 동일한 운동과 종종 같은 인물 속에서 공존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상인은 종종 종교적 모티프를 활용했다. 종교 지도자도 거리낌 없이 '시장'의 도구에 의존했다. 


294 〈시편〉에는 많은 사람이 처음 접할 때 깜짝 놀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에서 묘사되는 하느님은 신들의 회합을 주재하면서 진정한 신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분명히 밝힌다. 어떤 사람은 의아해한다. 고대 이스라엘 신앙은 일신교가 아닌가? 신들이 등장하는 이 구절은 무엇인가? 그 답은 히브리 신앙은 일신교가 아니라 단일신교henotheism라는 것이다. 이 신앙은 다른 신을 인정하면서도 이스라엘 사람에게 그들을 섬기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 구절에서 핵심은 이 신들에게 부족해 보이는 진정한 신의 의무를 자세히 설명한다는 점이다. 이 설명은 '시장' 혹은 신의 지위를 자처하는 다른 모든 것에 경고 역할을 할 수 있다.


297 '시장'은 부정해도 일종의 대리 종교로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비판이 회피되고 좌절되었다. '시장' 체제는 자연의 일부가 아니다. 인간인 우리가 그 체제를 건설했으며, 우리가 원하면 개편하거나 해체하거나 변형할 수 있다. 그 체제에 손을 얹는다고 널리 인기를 끌지는 못하겠지만, 계약의 궤에 손을 대는 것과 달리 바로 죽음에 이르는 벌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시장'에 대해 분명히 생각할 수 있도록 '시장'에서 성스러운 아우라를 걷어내야 한다. 우리는 시장의 신전에 들어갈 때 신발이나 모자를 벗을 필요가 없다.


320 '시장'의 영혼은 구원받을 필요가 있지만, '시장'은 스스로 구원하지 못한다. 오직 여기서 말하는 'restoratio' 혹은 그와 비슷한 어떤 것이 시장을 구원할 수 있다. 그 결과는 광범위한 사람에게 일종의 구원일 수 있다. 로마황제 베스파시아누스는 죽음의 자리에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고 한다. "아아 슬프도다. 지금 내가 신이 되어야 할 텐데." 어떤 인간 개인이나 기관도, 심지어 '시장'도 신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 이제 신이 될 필요가 없다면 '시장'은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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