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슈 레이놀즈: 번역 ━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21

번역 - 10점
매슈 레이놀즈 지음, 이재만 옮김/교유서가

 

1. 언어 교배하기
2. 정의
3. 단어, 맥락, 목적
4. 형식, 정체성, 해석
5. 권력, 종교, 선택
6. 세계 속의 말
7. 번역 문학

 


98 원천 텍스트의 모든 특색과 이국성을 온전히 재현하는 번역은 불가능하다. 온전한 재현은 번역을 전혀 하지 않음을 의미할 것이다. 원천 텍스트를 완전히 자국화하는 번역도 불가능하다. 번역으로는 원문의 특색과 이국성을 남김없이 제거할 수 없다. 그렇게 하려면 원문과 전혀 다른 새로운 텍스트를 써야 할 것이다. 요컨대 모든 번역은 사이성(between-ness )이라는 조건에서 작동한다. 모든 번역은 중간지대에 거한다.

107 번역서 서평자들은 이 사실을 좀체 유념하지 않는다. 으레 그들은 번역자가 '원본'의 고유한 '어조' 또는 '정신'을 포착하는 데 실패했거나 성공했다는 이유로 번역을 꾸짖거나 칭찬한다(보통 꾸짖는다). 그러나 원본은 어조나 정신을 홀로 갖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독자들은 원본에 그런 특성이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사실 근본적으로 말해 '하나의 원본' 따위는 없다. 독자들과 상호작용하여 여러 해석을 낳는 원천 텍스트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어떤 서평자가 어떤 번역이 "원본의 어조를 포착하는 데 실패"했다고 느낄 때 그 느낌의 실상은, 인쇄된 번역이 서평자의 마음 속에 있는 암묵적 번역과 어딘가 다르다는 것이다.

명백한 오류의 결과가 아닌 한, 이 다양성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이 어떤 책을 이미 읽은 후라면, 당신 독법이 옳다고 확인해주는 번역을 과연 원하겠는가? 번역은 동일한 텍스트가 다른 독자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놀랍도록 상세하게 보여줄 수 있다. 댄 건과 같은 서평자의 해석을 접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런 해석을 상상조차 못할 것이다. 번역은 원천 텍스트가 감싸고 있는 의미의 뉘앙스를 열어젖힐 수 있다. 번역은 꽃봉오리를 활짝 피울 수 있다.

207 두 가지 미래 모두 정확히 이대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둘 다 어느 정도는 현실이 될 것이다. 두 추세는 서로를 양분으로 삼는다. 번역은 어떻게 보면 언어들의 적, 언어들을 단조롭게 만들고 균질화하는 힘이다. 그러나 번역은 언어들의 연인이기도 하다. 번역은 차이를 분별하고 존중하며, 언어적 혁신을 자극한다. 번역과 마찬가지로 언어 자체의 핵심도 우리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만이 아니다. 그에 더해 언어는 우리가 서로 다를 수 있게 해준다. 언어는 우리가 저 집단이 아닌 이 집단에 속하게 해주고, 일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리를 더 잘 이해하게 해준다. 요컨대 언어는 우리가 우리 자신일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이유로 번역은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고 언어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번역은 차이를 드러내고 즐기는 동시에 연결한다. 번역은 바벨탑이 저주였던 것만큼이나 축복이었음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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