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전국시대 비판철학

 

전국시대 비판철학 - 10점
이해영 지음/문사철

 

책머리에

1장 제자백가의 시대
2장 맹자의 비판의식
3장 장자의 비판의식
4장 묵가의 비판의식
5장 순자의 비판의식
6장 제자백가 비판의식의 의의

 


 

209 각장 비판의식 요약

1) 맹자의 비판의식 요약
맹자 사상체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명제는 천부적 도덕의식이다. 곧 인간에게는 천이 부여한 고유하고도 보편적인 도덕성이 내재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 도덕의식을 비판의 기준으로 삼아 자신의 이론을 전개시켰다.

맹자는 누구나 이 도덕적 본성을 각성하고 실현하면 요순과 같은 성인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것은 일종의 인성평등의 관점이다. 그러나 각성과 실현의 내용이 인의이며, 그것은 오륜이라는 봉건도덕을 통해 전개되기 때문에 맹자의 인성론은 도덕의 각성을 통한 주관적 평등론이고 사회적 실천을 통한 정치 · 경제 · 사회적 평등론은 아니다. 도덕적 본성의 각성이라는 이 추상적 각성론은 인간의 도덕적 당위에 대한 요청을 천의 법칙의 전개라는 필연으로서 각성하는 것이다. 이 필연이자 당위는 바로 인간에게 부여된 천의 도덕적 사명이다. 한편 맹자는 운명으로서의 천명도 긍정한다. 그러나 그는 그것에 커다란 비중을 두지는 않았다. 인간은 오로지 마음을 다하고 본성을 각성하여 운명을 바르게 받아들이면 되었다.

이 도덕의식을 정치적으로 전개시킨 것이 왕도이다. 맹자는 당시 군민의 대립관계에서 백성의 처참한 현실을 깊이 인식하고 위정자에게 도덕적 각성을 바탕으로 백성에게 은혜를 미루어 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군주의 지위를 빼앗기고 토벌되어야 한다. 이것이 맹자의 혁명론이다. 혁명론은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관점에서 제기된 것이다. 이러한 백성 본위의 관점의 형성에는 묵가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맹자 자신이 목도한 백성의 고달품을 통해 확립된 백성에 대한 배려의 정신이 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맹자는 각성된 군주의 도덕심에 의거하여 은혜를 미루어가는 방법으로 군주와 백성의 대립이 해소되고, 궁극적으로는 천하통일도 백성의 지지에 의해 실현되리라고 믿었기 때문에 '인자무적'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당시의 역사적 조건에서 맹자의 의도는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다. 맹자는 인간의 도덕실천과 왕도의 실현을 천명의 전개로 파악하였으나 맹자의 이상론은 역사 현실에서 관념적 허구성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 맹자의 왕도론은 도덕에 의한 천하통일이라는 이상성과 관념적인 비현실성이 공존하는 것이다. 다만 맹자가 비록 백성을 대상으로 보는 한계는 있지만, 그들의 도덕실천 가능성을 인정하여 왕도를 제시한 것은 백성을 국가권력에 봉사하는 수단으로만 파악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지닌다.


2) 장자의 비판의식 요약

장자의 시대는 힘만이 원리이고 약육강식만이 질서였다. 따라서 조직된 힘이 없는 백성들은 심각한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 그들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온전한 삶의 확보요, 그것만이 인간의 생명과 본성의 실상이었다. 그들의 진실한 삶의 욕구를 가로막는 것은 인위적으로 조작된 천명관념, 도덕이념을 명분으로 내세워 백성의 삶을 억압하는 위정자들, 그리고 질곡의 사회구조였다. 장지는 이러한 현실의 여러 모순을 부정함으로써 참다운 현실에 접근하고자 하였다.

장자가 기존의 천명관념을 비판하고 천을 자연으로 해석한 것은 인간의 합리적 사고의 신장을 의미한다. 천은 절대자의 의지나 목적에 의하여 움직여 가는 것이 아니라 물질로서의 기가 객관적 법칙성인도에 따라 움직여 가는 자연현상, 즉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뿐이었다. 『장자』에서는 인간도 자연이므로 자연의 법칙성에 따라 살아가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본성대로 시는 삶이다. 본성대로 시는 삶은 개인의 독자성이 확보되고 차별도, 구속도 없는 삶이다.

이러한 본질적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인간은 자연필연성을 깊이 인식하고 그에 편안히 따라야 한다. 모든 인위적 행위와 인위에 의하여 만들어진 문화, 제도, 도덕이념은 부정된다. 특히 우선적으로 부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억압구조의 명분인 허위의 도덕이념이었다. 이와 같은 시명의식은 도덕이념의 측면에서는 시의의식으로 강조된다. 당시의 지배층이 주장하는 도덕의 절대성 · 영원성은 허위의식으로 부정되고 도덕의 상대성 · 시의성이 강조되었다. 도덕의 상대성 강조는 상대성 그 자체를 절대화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파악, 규정될 수밖에 없는 도덕이념의 절대성 · 영원성을 강조하는 것이 지니는 허구적 본질을 예리하게 비판하는 것이다.

3) 묵가의 비판의식 요약
묵가사상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묵가의 사상기반인 목가집단의 성격에 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묵가의 비판정신은 당시의 신분계급사회에서 그들이 처한 상황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공인을 주축으로 한 소생산자 계층이었기 때문에 생산노동에 종사하지 않고서는 삶을 영위할 수도, 영위해서도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여 기본적 인간상을 노동하는 인간으로 규정하였다. 그들은 차별받는 약자의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집단의 강한 결속력으로 현실의 신분적 차별에 대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묵가사상의 기본이념인 겸애에서의 '겸’은 상호간의 평등한 관계를 의미한다. 묵가는 겸의 반대개념을 '별'이라고 하였는데 별은 강자의 약자에 대한 횡포이고, 구체적으로는 세습적 · 종족적 신분제도에 있어서의 차별이다. 신분계급사회에서의 차별은 지배와 피지배의 불평등한 관계를 의미한다. 평등인 '겸'은 묵가의 가치기준이자 지향하는 목표였기 때문에 묵가의 겸은 옳고 별은 그르다'는 의식은 철저하였다. 묵가가 차별인 별을 평등인 겸으로 바꾸고자 한 것은 지배와 피지배의 불평등한 관계를 서로 평등한 관계로 바꾸어 정립시키고자 한 것이다.

평등의 요구이자 생존의 요구인 겸애교리는 차별 없는 사랑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묵가는 누구나 평등하게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불평등한 대우를 하거나 받아서는 안되며,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일부에 독점되지 않고 골고루 나뉘어야 한다고 인식하였다. 묵가는 그들 집단 내에서 이를 실천하면서 종법적 질서와는 다른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고 그것을 확대하여 정치적으로 구현하고자 하였다.

4) 순자의 비판의식 요약
순자의 비판의식 중 중요한 철학사적 의미를 지니는 것은 그의 천인지분 의식이다. 그는 천을 자연으로 파악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의 구별을 분명히 하였다 천인지분에서 천은 자연(성)이요, 인은 천이라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인위, 주체적 능동성, 주관 작용을 의미한다.

인간은 천인지분을 명확히 이해하여 진정한 인간됨을 구현하는 존재이지만 본래적으로는 오히려 자연에 의하여 생성되고 자연적 본성과 주체적 능동성을 다 갖춘 천인합의 존재이다. 천인합의 존재이므로 천을 바탕으로 인위의 능동성을 발휘해야 한다.

순자는 성악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성악은 인간의 자연적 본성이 악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는 인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성과 인위의 능동성을 성과 위의 관계로 정리하고 있는데 하나는 성위지분이오, 하나는 성위합이다. 성위지분은 천인지분과 같은 의미로 자연적 본성과 주체적 능동성의 구분이다. 성위합은 자연적 본성을 인위의 능동성으로 다듬고 가꾸어 사회적으로 유용한 상태인 선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인간의 본성은 욕망을 내용으로 갖는다. 그 욕망은 의식에 관한 욕망, 휴식의 욕망, 이익을 좋아하고 손해를 싫어하는 감정, 오관의 기능과 욕망 등의 생존욕망과 부귀와 같은 사회적 욕망이다. 이 욕망들은 개인의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생존 욕망이다. 그것을 악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본성을 변화시키고 주체적 능동성을 일으킨다고 하는 화성기위의 화는 변화가 아니라 바르게 이끌어 가는 것이다. 

 

2. 제가백가 비판의식의 의의


전국시대라는 격동의 역사전환기는 통일전제국가를 예비하는 생산력의 발달과 종법적 구질서에서 통일제국의 신질서로의 전환에 대응하는 수많은 지식인 집단의 성장과 자유로운 활동으로 특징지어진다.

당시의 지식인들은 각자가 처한 입장을 기준으로 당시의 현실을 진단하고 각각 부정적으로 비쳐지는 현상에 대하여 비판하였다. 현실비판은 점차 나름대로 비판의 기준이 되는 의식으로 정립되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들은 부정적 현실과 그들의 사상과 대립하는 타 학파를 비판하고 각자가 구상하는 보편적 이상을 제시하였다. 비판의 기준이 되는 의식은 또한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이상이기도 했다.

당시 역사발전과정중의 모순은 겸병전쟁을 통해서 가장 첨예하게 드러났다. 이들 지식인들 중 가장 현실적이고 혁신적인 방안으로 역사 발전에 대응한 것은 법가였다. 그들은 부국강병책으로 국가역량을 극대화하고 겸병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여 천하의 통일을 이루려고 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겸병전쟁은 백성의 삶에 심각한 질곡을 가져왔다.

이에 반대한 수많은 지식인 사상가들 중 당시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후대에 많은 시상적 영향을 끼친 것은 유가 · 묵가 · 도가 등이다. 그들은 사상 기반의 차이에 따라 상이한 비판의 성향을 지녔으며 서로 대립하기도 하였다. 그 중 맹자의 비판의식의 핵심은 천부적 도덕의식이었다. 그는 천부적 도덕의식을 기준으로 하여 당시의 현실을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하였다. 장자 비판의식의 주안점은 자연의식이었다. 자연의 실정을 왜곡하는 모든 것이 허위로 회의 · 부정되었다. 묵가 비판의식의 기준은 평등의식이었다. 그들은 하층생산자의 입장에서 기존의 종법제도의 운명적 신분세습과 경제적 억압에 대해 비판하였다. 순자는 유가를 표방하였으나 종합가의 성격이 강하였다. 유가의 예를 기본으로 하는 비판의식으로 제자백가를 비판하면서도 도가를 받아들이고 법가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하였다. 순자가 가장 극렬하게 반대한 것은 묵가의 평등주의였다.

[…] 

비판의 기준과 내용은 각각의 입장에 따라 비록 달랐으나 이들이 부정, 비판하는 주 내용은 당시의 현실이 빚어내는 모순과 질곡이었다. 그러므로 맹자, 장자, 묵가, 순자의 비판은 당시의 모순과 질곡이 빚어내는 부정적 현상을 폭로하는 계몽이라는 점에서 비록 현실개혁의 실현가능성은 없었지만 불합리한 현실의 구속에서의 해방지향이라는 의미를 지닐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그들의 비판의식은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억압하는 현상이 지속되는 한 인류공동체의 지향이라는 관점에서 끊임없는 생명력으로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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