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이상희 선생님이 들려주는 인류 이야기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21. 8. 18.
이상희 선생님이 들려주는 인류 이야기 - 이상희 지음, 이해정 그림/우리학교 |
1. 인류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여행
2. 우리만 특별한 건 아냐
3. 최초의 인간은 누구일까
4. 발끝에서 시작된 인간다움
5. 큰 대가를 치르고 얻은 소중한 인류의 모습
6. 새로운 인류의 등장
7. 우리 호모 사피엔스와 친척 인류들
8. 선택과 우연의 갈림길에서
15 그림을 잘 보세요. 인간이 처음엔 침팬지처럼 생겨서 네 발로 걷죠? 그러다가 엉거주춤하게 일어서요. 목은 계속 앞으로 쭉 내밀고 있어요. 계속 그러다가 점점 허리도 펴고 어깨도 펴고 피부색도 옅어지고 머리 색깔도 옅어진 현대인이 제일 앞에 있어요. 짠! 하고 나타난 인간의 마지막 모습, 최고의 모습은 백인 남자네요.
이 그림은 틀렸어요. 인간은 이 그림처럼 처음엔 구부정하게 걷다가 점점 덜 구부정하게 걷게 된 게 아니에요. 처음부터 똑바로 걸었어요. 이렇게 구부정한 자세로 어떻게 수십만 년, 수백만 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겠어요? 이런 어정쩡한 자세로는 도망도 제대로 못 가고 잡아먹힐 거예요.
그림에서는 현대인이 가장 커요. 그렇지만 인류의 역사를 보면 현대인이 가장 큰 몸집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농사를 짓기 시작한 1만 년 전부터 인간의 몸집은 작아졌어요. 농사짓기 이전의 옛날 사람이 현대인보다 더 컸답니다.
그리고 현대의 인간 중에는 흰 피부도 있지만 짙은 색깔의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요. 이 세상 사람들을 모두 모아 놓고 본다면 다양한 피부색과 다양한 몸집과 다양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거예요.
32 원숭이를 생각하면 침팬지가 떠오른다고요? 그런데 침팬지는 원숭이가 아니에요. 유인원이죠. 원숭이와 유인원은 비슷하지만 달라요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꼬리예요. 꼬리가 있으면 원숭이. 꼬리가 없으면 유인원이랍니다.
62 다른 유인원들의 발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어요. 엄지발가락과 엄지손가락이 서로 비슷하게 생겼어요. 인간은 다르죠. 인간만 걷기 위해 발이 특화된 거예요. 그래서 우리 인간은 발가락으로 철봉에 매달리지 못해요. 유인원들의 발은 손처럼 생겼어요. 다른 유인원들은 네 발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사실은 네 손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82 인류와 가까운 유인원들은 가끔 고기를 먹기도 하지만 주로 나뭇잎과 과일을 먹어요. 왜냐면 큰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고기를 때맞춰 구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에요. 아마 초기 인류도 다른 유인원들처럼 초식을 했을 거예요. 이들의 커다란 어금니와 턱뼈 화석을 보면 많은 양의 식물을 씹어 먹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83 살아 있는 동물을 잡아먹지 못하면 죽은 동물을 먹으면 되겠죠? 그렇지만 죽은 동물 먹는 것으로 유명한 하이에나 떼나 독수리 떼와 경쟁하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에요. 기억나죠? 초기 인류는 유치원생 정도의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인류는 동물성 먹이를 먹는 획기적인 방법을 생각해 냈죠.
획기적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고기며 내장을 다 발라 먹고 남은 찌꺼기인 뼈를 먹는 거예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뼈를 먹는 것이 아니고 뼈 속에 있는 골수, 머리뼈 속에 있는 뇌를 먹는 거죠.
90 다리까지 길었으니 정말로 용맹한 사냥꾼 느낌이 났겠죠? 하지만 기대하기는 아직 일러요. 유적지에서 나온 사냥 도구를 보면 동물을 잡는 도구가 아니라 고기를 저미는 데 사용했던 도구거든요. 석기로 동물을 죽인게 아니라면 어떻게 사냥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믿을 만한 가설은 '죽도록 쫓아다니는' 사냥법이에요.
인간은 사냥감이 죽을 때까지 쫓아다녔어요. 왜냐면 우리 인류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직립보행을 하는 데다가 오래 견디는 지구력까지 좋거든요. 동물들은 주로 허벅지 근육을 쓰는 데다가 온몸이 털로 뒤덮여 있어서 더워지기 때문에 빨리는 도망가도 오래는 도망가지 못해요. 그래서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끈질기게 며칠이고 열심히 쫓아다니는 거예요. 그 동물이 지쳐서 죽으면 그때서야 고기를 얻는 셈이죠.
93 하지만 조심해야 해요. '틈새시장 공략하려면 낮에 사냥해야 되니까 털을 빼고 땀을 내야지.' '자외선은 위험하니까 멜라닌을 많이 만들어서 검은 피부를 장착해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진화를 했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어떤 목적이 있어서 털이 빠지고 멜라닌이 만들어진 게 아니거든요. 물론 인간은 두 발 걷기 덕분에 도구와 언어를 갖게 됐고, 육식 덕분에 뇌와 몸집이 커졌고, 털이 빠지고 검은 피부가 자외선을 막아 사냥을 할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그건 결과일 뿐이에요.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된 게 아니에요. 사냥을 해야 하는 데 털 없는 맨몸이 되는 돌연변이가 우연히 등장했고, 그게 살아남는 데 더 유리해서 맨몸 유전자가 퍼뜨려졌을 뿐이에요.
104 사람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류와 피를 섞었는지 섞지 않았는지를 무척 궁금해해요.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원시인과 피를 섞지 않았기를 강력히 바라죠 왜 그럴까요?
피를 섞는다는 건 짝짓기를 해서 자손을 낳는다는 말이에요. 당나귀와 말은 서로 짝짓기를 하지만 그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는 새끼를 낳을 수 없어요. 그래서 당나귀와 말은 서로 친척이지만 말 자손들에겐 당나귀 피가 섞이지 않죠.
109 처음에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했을 때도 서로 일치하는 부분이 없었고, 핵DNA를 일부분 분석했을 때도 서로 일치하는 부분이 없었어요. 하지만 게놈을 분석해봤더니 서로 4퍼센트 일치했어요. 4퍼센트면 적은 양이 아니에요. 결국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는 피를 섞은 거죠. 과학은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해요. 하지만 어떤 가설을 세우느냐에 따라 이를 증명하는 방법도 달라지고 결과도 달라져요. 똑같은 사실이라도 이론에 따라 다르게 설명하기도 하고, 새롭게 발견된 사실 하나가 그동안 맞다고 생각했던 이론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기도 해요. 과학을 한다는 뜻은 내가 맞다고 생각했던 이론이 언제든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113 예전에는 문명과 문화가 발달하면서 인류가 진화하지 않거나 진화 속도가 느려진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인간의 유전자 지도인 게놈이 모두 밝혀지고, 수많은 사람들의 유전 정보를 분석할 수 있게 되자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어요. 바로 인류의 진화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인구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서로 간에 교류도 엄청나게 늘어나 유전자 다양성이 높아졌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인류는 한층 더 복잡하고 다채로워졌어요.
118 순서대로계단을 오르듯 착착 일어나지 않아요. 또 열등한 동물이 우수한 동물로 짠! 하고 바뀌는 일도 없어요.
하등동물은 고등동물이 되기 위해 진화하지 않아요. 하등이니 고등이니 하는 말도 인간이 붙인 딱지일 뿐이에요. 하등 동물이라고 불리는 기생충도 아주 오랫동안 열심히 진화를 해서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예요. 상어도 아주 원시적인 생물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름대로 굉장히 오랜 시간 버젓이 진화해 왔죠.
진화란 더 멋지고 더 복잡해지고 더 고급스러워지는 게 아니에요. 그냥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는 과정일 뿐이랍니다. 파리보다 우리 인간이 더 진화한 존재가 아니라 파리는 파리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열심히 진화해서 지금 모습으로 살고 있는 거예요.
원숭이도 마찬가지예요 아주 먼 옛날에는 원숭이와 인간의 조상이 같았지만, 서로 다른 가지로 갈라져 나왔지요. 그리고 그 뒤로 긴 시간 동안 따로 진화해 지금 모습으로 열심히 살고 있어요 원숭이가 뭐가 아쉬워서 인간이 되려고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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