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역사 고전 강의 — 30 / 제20강(2)

 

⟪역사 고전 강의 - 전진하는 세계 성찰하는 인간⟫, 제20강(2)

❧ 인공물
정치가는 인공의 사물(res)을 만드는 사람, 정치가가 만드는 것은 공공 영역(res publica), 인공물을 만드는 행위는 ‘노동’, 노동을 이끌어 가는 것은 정념(passion, thymos)


❧ 역사의 내용
역사는 한 집단 전체가 공통으로 느끼는 판단인 공통감각에서 도출된 자연법, 역사의 방법론은 상상력(fantasia), 이렇게 하여 성립된 역사는 ‘역사들 위에 있는 역사’(history of histories), 즉 meta-history, “영원의 이념사”

 

 

2021.11.02 역사 고전 강의 — 30

⟪역사 고전 강의⟫ 제20강 2번째이다. 지난 번에 20강에서 비코의 사상에서는 진리는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라는 말이 기본적인 원리가 된다고 설명했다. 베룸verum이 진리이고 베룸verum 아래 팍툼factum과 케르툼certum이 있다. 즉 팍툼이라고 하는 것은 만들어진 것이고, 케르툼이 시대의 특징을 가리킨다. 각 시대의 특징적인 면모가 케르툼이다. 인간이 만든 역사, 즉 행위의 산물에 대해서 그것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케르툼이라고 할 수 있다. 진리는 만들어진 것Verum ipsum factum, 뭘 무엇을 만든다고 하면 우리가 거기에다가 인간의 힘을 가하면 인공물Kunstwerk이 된다. 그것을 만들어 놓은 것은 사물이 된다. 부르크하르트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에서 인공물로서의 국가를 말한다. Kunstwerk는 예술이라는 말도 인공물이라는 말도 된다.

진리는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팍툼이라는 것은 인간의 활동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누구인가, 헤라클레스이다. 헤라클레스는 비코는 정치적 영웅이라고 했다. 그러면 이것이 무슨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그런 정치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정치라고 하는 것은 이간이 공공 영역에서 행하는 모든 활동을 가리킨다. 그래서 정치가를 '위대하고 지혜로운 남자magnus et sapiens vir', 비코 시대에 나온 용어이다. magnus가 위대하고 et가 and, sapiens가 지혜로운, vir는 남성이다. vir는 특정한 신체 부위를 가리키는 것이라기 보다는 열정, 튀모스, 격정 또는 인간을 움직이는 중요한 힘인 정념을 가리킨다. 그러면 사람이 그런 격정을 가지고 뭔가를 만든다고 하면, 우선 자연을 정복해야 한다. 그래서 헤라클레스가 앞에 나왔는데, 숲을 개간해서 격정직을 만들었다. 그러면 숲을 개간한다고 하는 것이 노동이다. 인간도의 노동, 활동, 그런 활동, 행위라고 하는 것이 바로 팍툼을 만들어 내는 핵심적인 요소 중에 하나이다. 그렇게 해서 만든 것은 개인의 영역일수도 있겠지만 정치가이기 때문에 그가 만든 영역은 바로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 공공 영역이 된다. 그래서 노동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은 반드시 어떤 구체적인 유형의 물건만이 아니라 공공 활동의 토대가 되는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 즉 공공 영역, 공공의 사물을 만드는 것이다. 정치가는 공공 영역을 만드는 존재이다. 그런데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는 공공 영역이다. 그러면 공공 영역이라고 하는 것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민주적이 된다. 다시 말해서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은 공화국이라고 한다. 공화국이라고 하는 말의 아주 일차적인 의미는 많은 사람이 그것에 가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은 공화국이다, 그 나라에서 이루어진 정치적인 행위에 많은 사람이 가담하지는 않는다. 그러면 민주적이지 않다. 민주적이지 않고 그 나라를 자기네 나라라고 생각하기는 하겠지만 얼마나 이것이 공공의 것이겠는가. 김정은이라는 사람을 비롯한 극소수의 사람만이 그 공공 영역에서 자유롭게 행위 할 수 있다. 그러면 그것은 공화국이라기 보다는 사유지이다. 그러니까 공화국이라고 하는 것과 공화국을 움직이는 정치적인 원리로서의 민주정이라고 하는 것은 구별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20강 248 비코는 헤라클레스를 "정치적 영웅"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정치적 영웅은 달리 말하면 정치가입니다. 비코에 따르면 정치가의 임무는 자연을 인간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주 원초적인 의미의 정치가 개념입니다. 라틴어로 설명하면 정치가는 '위대하고 지혜로운 남자magnus et sapiens vir'입니다. 비르vir는 남성의 성기를 가리킵니다. 이것은 희랍어로 튀모스thymos, 즉 격정을 의미합니다.

제20강 248 인간화된 자연은 공공 영역으로 변화된 것입니다. 공공 영역 또는 공공의 사물은 라틴 어로 '레스 부플리카res publica'입니다. 이 말에서 '공화국republic'이 나왔습니다.

제20강 249 정치가는 공공 활동의 토대가 되는 레스 푸블리카를 만들어 주는 사람입니다.

"레스 푸블리카가 공공의 물건이라고 하니까 '물건'이라는 말을 듣고 우리 주위에 있는 유형의 물건만 떠올리면 안 됩니다. 이것은 도구와 관념, 즉 기술을 포함합니다." 이 부분은 《옥스퍼드 세계사》에서도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튀모스, 정념이다. 이렇게 해서 인간이 숲을 개간하고 공공 영역을 만들고 하는 것의 대표적인 사람을 헤라클레스라고 하고, 비코는 그를 정치적 영웅이라고 한다. 그러면 인간이 공적인 영역에서 행하는 모든 행위는 정치행위가 된다. 다시 말해서 팍툼을 만들어 내는 행위는 무엇인가. 팍툼은 인간이 만든 역사이다. 따라서 역사를 만드는 행위는 비코에서는 이를 정치적 행위라고 부른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제20강 249 레스 푸블리카가 공공의 물건이라고 하니까 '물건'이라는 말을 듣고 우리 주위에 있는 유형의 물건만 떠올리면 안 됩니다. 이것은 도구와 관념, 즉 기술을 포함합니다.

"인간의 자유의지는 본질적으로 극히 동요되기 쉬운 것이다. 이것이 분명한 것으로 확정되는 것은 인류로서 필요하고도 유익한 것 ━ 이것이 인류 자연법의 두 원천이 되는 것이지만 ━ 이 무엇인가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감각에 의해서이다." 공통감각 얘기가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진리는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때 팍툼이 만들어진 것이고 역사인데 그 역사라고 하는 것에서 우리가 무엇을 통해서 역사를 연구할 것인가 할 때 비코는 먼저 공통감각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공통감각이란 어느 한 집단 전체가 공통으로 느끼는 판단", 역사의식이다, 이것을 비코는 공톰감각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여러 집단의 공통감각을 탐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연번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역사가들이 도대체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이 나온다. 그리고 비코가 역사학자라기보다는 역사철학자라고 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제20강 249 인간의 자유의지는 본질적으로 극히 동요되기 쉬운 것이다. 이것이 분명한 것으로 확정되는 것은 인류로서 필요하고도 유익한 것 ━ 이것이 인류 자연법의 두 원천이 되는 것이지만 ━ 이 무엇인가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감각에 의해서이다. (새로운 학문, [141])

제20강 250 공통감각이란 어느 한 집단 전체가 주민 모두, 민족 모두, 인류 모두의 공통으로 느끼는 판단이며, 반성의 결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학문, [141])

제20강 251 비코에 따르면,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여러 집단의 공통감각을 탐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연법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다시 진리는 만들어진 것이다. 팍툼이다. 팍툼은 인간이 만든 역사다. 그런데 비코는 역사라고 하는 것에서, 단순화해서 말해보면 진리는 역사인데 그러면 역사에서 무엇이 진리인지 물어봐야 한다. 사실에 해당하는 것이 반드시 진리이다. '그가 사람은 죽였다.' 사실은 사실인데 비코가 말하는 것처럼 굉장히 중요한 진리는 아니다. 그러면 역사적 사실들을 탐구한다고 해서 진리에 도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팍툼은 아주 분명히 인간의 활동의 산물로서의 역사이다. 그런데 그 팍툼에서 반드시 찾아내야 하는 것은 일단 공통감각, 한 집단 전체가 공통으로 느끼는 판단인 공통감각을 찾아내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자연법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하는데, 바로 그렇게 알아낸 자연법이 바로 진리이다. 그러면 진리는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때, 팍툼은 역사이다. 여기서 역사라고 하는 것을 탐구하는 이유는 자연법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자연법으로 곧바로 갈 수 없으니까 공통감각을 먼저 탐구한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자연법을 탐구하는 것이 비코에서는 역사연구의 핵심이다. 비코는 "자연법의 학문"과 "문명사회 고찰"을 대립시켰다. 다시 말해서 자연법을 알아내는 것은 문명 사회를 고찰하면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비코가 자연과학과 정신학, 자연과학과 문화과학,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구별을 시도한 선구자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다시말해서 소크라테스 이전의 자연철학들과 구별되는 노모스nomos, 법, 인간 사회를 규정하는 규범에 대해서 강조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과거의 사람들이 어떤 공통감각을 가졌고, 그것으로부터 어떤 자연법을 형성해나갔는가를 알아보려면, 다시 말해서 역사라고 하는 영역에 대한 탐구를 통해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알아내고자 하는 것이 공통감각과 그것으로부터 추출된 또는 도출된 자연법인데 그런 자연법을 알내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을 수 있다. "과거의 사람들이 만든 것을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생기는데, "비코에 따르면, 그것은 유물을 보고 상상력을 발휘할 때 가능합니다." 조금 무책임하다. 이것은 속된 말로 때려맞추는 것이다. 그런데 어쨋든 비토는 이것을 가지고 과거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정신의 산물인 유물은 인간 정신 활동의 산물이니까 우리는 그것을 보고 상상력을 발휘한다. 즉 판타지아라는 말을 쓴다. 그것이 바로 비코의 학문 방법론이다. 

제20강 252 비코는 "자연법의 학문"과 "문명사회 고찰"을 대립시켰습니다. 자연계의 학문방법은 문명사회를 고찰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것을 두고 후대의 학자들은 비코가 자연과학과 정신학, 자연과학과 문화과학,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구별을 시도한 선구자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제20강 253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과거의 사람들이 만든 것을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 가입니다. 비코에 따르면, 그것은 유물을 보고 상상력을 발휘할 때 가능합니다. 과거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정신의 산물인 유물은 인간 정신 활동의 산물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보고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상상력은 판타지아fantasia입니다.

비코에서 팍툼은 역사라고 했다. 이 역사라고 하는 것이 오늘날 말하는 역사는 아니다. 사실은 그 역사라고 하는 것은 공통감각에서 이끌어져 나오는 자연법을 말하는 것이고, 그 자연법을 탐구하는 방법이 바로 판타지이다. 그렇다면 비코가 말하는 역사는 엄밀하게 말해보면 역사들 위에 있는 역사 history of histories, 즉 meta-history, 이념의 역사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조금 황당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서사들을 원하는 것 같다. 역사적 사실 그 자체만 가지고 그럴싸하고,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그래서 VSI 시리즈를 나온 존 아널드의 《역사》를 보면 역사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할 때 사실에 기반을 두고 아주 잘 만들어진 개연성이 높은 서사라고 말한다. 그것은 두가지가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하나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역사인데, 그것만 나열하면 연대기이다. 그래서 존 아널드도 그런 사실에 기반을 둔 서사다, 즉 짜맞춘 것이다고 한다. 그럼 서사를 만드려면 비코가 지금 얘기한 것과 같은 일종의 판타지아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니 비코를 그냥 어이없이 황당하다고 비난하기 보다는 뭔가 판타지아를 말했다는 점에서는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어떤 의미도 충분히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된다.

제20강 254 비코에 따르면, 여러 민족의 역사를 살펴보면 "발흥·발전·정체·쇠퇴·종언의 과정"이라는 공통적인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역사들 위에 있는 역사history of histories', 즉 메타 히스토리(2차적 역사)이며 "영원의 이념사" 또는 역사철학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