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역사 고전 강의 — 28 / 제19강(4)

 

⟪역사 고전 강의 - 전진하는 세계 성찰하는 인간⟫, 제19강(4)

❧ 사상사의 맹아로서의 비코
문명을 이루는 요소들에서 추상화된 원리인 자연법의 역사적 기원을 찾고 그것이 역사적 국면마다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는 것.


❧ 역사단계론

 

 

2021.10.26 역사 고전 강의 — 28

⟪역사 고전 강의⟫ 제19강의 분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벌써 4번째 시간이다. 비코라는 학자가 가지고 있는 학문적인 위치 때문에 그렇다. 지난 번에 비코가 새로운 학문에서 검토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구체적인 것들을 설명했다. 즉 비코는 문명신학, 그 당시에는 신학이라는 말이 근본적인 학문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비코에서 신학이라는 말이 형이상학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즉 초월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그 초월적인 것이 인간 사회에, 넓게보면 인간사에 투영되어 나타나는 모습 이런 것들을 다 포괄할 때 신학이라는 말로 표현을 한다. 그래서 이것을 꼭 하느님에 관한 학문이라고 이해해서는 안된다. 문명신학이라고 했으니 근본적인 학문 또는 종합적인 학문 속에서 무엇을 다루느냐, 문명을 다룬다. 그런데 그 문명의 요소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지난 시간에 이야기했다. 형이상학, 그리고 시적인 지혜. 시인이라고 하는 것도 오늘날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쓸쓸함을 노래하는 시인이 아니라 호메로스적인 시인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어 문언학적 검토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구체적인 모습들, 즉 혼인이나 매장 이런 것들을 다룬다. 그리고 오늘 얘기할 부분은 역사 발전 단계론인데 이것까지 포함하면, 오늘날 우리가 사상사 history of thought라고 하는 학문분야가 있다. 그런 것들을 비코가 의도했던 것이다. 만약에 문명의 요소들만 다루었다고 하면 문명신학이라는 말에서 그치겠지만 그 문명신학에서 다루는 요소들을 역사적인 변천과정에서 다루면서도 변한 것은 무엇인고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를 이런 것들까지 다 따져서 물었다고 하면 바로 사상의 역사를 시도한 셈이다. 따라서 집약해서 말하자면 비코의 시도는 사상사의 시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상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사상사는 아서 러브죠이의 《존재의 대연쇄》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꼭 그 책을 연원으로 잡을 필요는 없다. 사상사라고 하면 본격적인 의미에서 인간사를 다루는 그런 사상사의 출발점은 근대에서는 비코라고 할 수 있고, 고대세계에서는 소크라테스 이후 플라톤과 같은 시대의 아테나이에서 활동했던 이소크라테스라든가 이런 사람들도 사상사의 한 영역으로 집어넣을 수 있고, 기준을 굉장히 느슨하게 잡으면 크세노폰도 그런 영역에 넣을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사상사가 아닌 사람이 드물게 되어버리니까 지나치게 경계선을 느슨하게 잡으면 안될 것 같다. 움베르토 에코가 《나는 장미의 이름을 이렇게 썼다》라는 장미의 이름 해설서에서 이러 말을 한 적이 있다. 요즘 포스트모더니즘을 지나치게 널리 아무데나 쓰이는 바람에 호메로스도 포스트모던 시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 것처럼 사상사라고 하는 것도 사상을 다루기도는 다루되 그 사상이 어떻게 시대적인 맥락 속에서 변화했는가를 쭈욱 이어지는 역사 속에서 다루면 사상사인데 그렇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역사적인 고찰을 시도한 사람까지 사상사의 범주 안에 집어넣어버리면 사상사가 아닌 사람이 드물게 되어버리니 그렇게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243페이지를 보면 지난 번에 중요하다고 했던 부분, 이런 부분들은 여러 차례 읽어서 머릿속에 담아야 한다. "이렇게 하여 이 '새로운 학문', 즉 형이상학은 신의 섭리의 빛에 비추어 제 민족에게 공통되는 본성을 통찰함으로써", 여기서 형이상학이라고 하는 것은 거듭 얘기하지만 플라톤의 초월적인 좋음의 형상에 관한 학문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또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신의 섭리의 빛에 비추어서" 제일원리를 바탕으로 해서, "제 민족에게 공통되는 본성을 통찰함으로써" 이는 인간사이다, 초월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인간사에 이르기까지, 그러면 새로운 학문이라고 하는 것은 부르기는 형이상학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형이상학적이지 않은 것까지도 통찰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교 여러 민족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즉 꼭 기독교들만이 아니라는 말, 인류가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신사神事 및 인사(문명)의 기원을 발견, 씨족들의 자연법 체계를 확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류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초월적인 것 또는 종교적인 것이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기원을 발견한다고 했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탐구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자연법 체계를 확립", 일단 여기서는 역사적으로 기원을 발견하면서도 역사 속에서 변천된 것도 있기는 하겠지만 변함없이 유지되어온 것들을 확인한다는 말이다.

제19강 243 이렇게 하여 이 '새로운 학문', 즉 형이상학은 신의 섭리의 빛에 비추어 제 민족에게 공통되는 본성을 통찰함으로써 이교 여러 민족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신사神事 및 인사(문명)의 기원을 발견, 씨족들의 자연법 체계를 확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새로운 학문, [31])

"⟪새로운 학문⟫의 원제인 "민족들의 공통적 본성에 관한 새로운 학문의 원리들"에서 그 원리들은 비코의 설명에 따르면 바로 자연법입니다." 원리들, 자연법, 변함없는 것을 확립하는 것이 이 책의 기본적인 목적이다. "이를 앤서니 그리프턴은 "인간 역사에 대한 이해와 연구에서 철저하게 새로운 접근"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이것이 왜 새로운 접근인가. 자연법을 탐구하는데 그 자연법을 이를테면 신약성서에 나와있는 내용을 가지고 자연법을 탐구한다면 (말을 억지로 만들어본다면) 신학적 자연법이겠다. 그런데 비코는 민족들의 공통적 본성을 일단 살펴보자, 이것은 객관적인 사회과학적인 탐구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원을 발견한다는 것은 여기에서 역사적인 탐구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연대기의 순서가 아닌 '자연법'이라는 하나의 개념틀을 가지고 보았습니다." 변함없는 것이 무엇인가. 자연법이다. 자연법이라는 것을 역사적으로 어디서 그것이 기원했는지 어떤 식으로 변천되어 왔는지 그러면서도 공통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무엇인지 찾아본다는 말이다. 사람이 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하나의 기질이 있다. 그 기질은 특별하게 충격적인 사태가 없는 한 사람이 나서 죽을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 기질이라는 것이 어떤 때는 이런 저런 환경 속에서 즉 자기 인생의 여러가지 경험 속에서 변화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기도 하고 또는 스스로 어떤 자각에 의해서 근본적인 자기혁신을 이뤄내기도 하고 그러면 하나의 캐릭터, 성격으로 변모한다. 그러니까 성격이라고 하는 것은 이런저런 인생의 국면에서 이런저런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겠지만 기질이라는 것은 그 바탕에 놓여있다. 그러면 우리는 한 사람의 삶을 살펴볼 때도, 요즘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의 《작가의 얼굴》을 끄집어 내서 다시 읽어보고 있는데 한 명의 작가가 가지고 있는 면모 전체를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가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것, 괴테가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것, 그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런 것들, 귄터 그라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즉 다면적으로 통찰을 해나간다. 그러면 우리가 작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초기 작품이 어떻고 중기 작품은 어떻고 만년의 작품은 어떤 지 얘기한다. 그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역사적 접근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 작가 변함없이 제시하고자 했던 일종의 평생에 걸친 테마가 있는데 이런 것을 억지로 비유해보자면 자연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19강 244 ⟪새로운 학문⟫의 원제인 "민족들의 공통적 본성에 관한 새로운 학문의 원리들"에서 그 원리들은 비코의 설명에 따르면 바로 자연법입니다. 이것을 확립하는 것이 이 책의 기본적인 목적입니다. 이를 앤서니 그리프턴은 "인간 역사에 대한 이해와 연구에서 철저하게 새로운 접근"이라고 평가하였습니다. 비코는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연대기의 순서가 아닌 '자연법'이라는 하나의 개념틀을 가지고 보았습니다.


"이 자연법은, 이집트 인이 지금까지 이 세계가 거쳐 왔다고 주장하는 세 시대를 통하여 항상 똑같이 변한 것이 아니라 전진을 계속해 온 것이다." 여기서 전진이라는 말이 중요하다. 역사는 끊임없이 전진한다는 것이다. ⟪역사 고전 강의⟫의 부제가 "전진하는 세계 성찰하는 인간"이다. 전진한다는 것이 무조건 좋아진다라는 의미는 아니다.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런 변화를 인간은 성찰한다. 역사라고 하는 것은 그 전진,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비코가 대립각을 세웠던 데카르트는 수학은 확실한 것이므로 학문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비코는 역사적 국면이 변화하면 자연법도 변화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수학의 역사적 기원을 추적했고, 수학 역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비코가 주장한 것은 "만들어진 것"이다. "비코에 따르면, 언제 어디서나 적용할 수 있는 자연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역사적 기원을 찾고 그것이 역사적 국면마다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말들은 역사적 기원, 역사적 국면, 어떻게 변화 이런 만들이다. 항상 역사적 기원을 찾고 역사적 국면마다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는 것, 이것이 성찰하는 것이다. ⟪역사 고전 강의⟫의 부제인 “전진하는 세계 성찰하는 인간"가 가장 잘 설명된 부분이라고 하겠다. "성찰 시리즈"로 출간한 책들 OO을 찾아서, 여기서 "찾아서"라는 말은 계속 해서 출발점이 어디인가를 따져보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뭔가를 성찰한다는 것은 결국 역사적 기원을 찾고 역사적 국면마다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성찰이다. "문명이 단계별로 변화한다는 생각과 역사적 국면이라는 개념은 비코가 최초로 내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역사 단계론이라는 것이 나온다. "이들 3종의 특성 및 정체에 대응하여 3종의 언어"가 있는데 "그것에 대응한 3종의 문명 형태가 생겨났고, 이들이 서로 교체해 가면서 국가를 형성해 왔다." 이 단계론은 후대의 많은 학자들이 영향을 받다. "이를테면 마르크스는 역사를 원시 공산 사회, 중세 농노 사회, 자본주의 사회로 나누는데, 이러한 구분도 비코에서 시작된 것을 본받은 것입니다."

제19강 244 이 3종의 언어와 함께 ━ 말할 것도 없이 이 세 시대에 세 형태의 정치가 시행되어, 그것에 대응한 3종의 문명 형태가 생겨났고, 이들이 서로 교체해 가면서 국가를 형성해 왔다 ━ 동일한 순서로 각 시대에 각각 적응했다가 (세 형태의) 법학이 발생, 발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학문, [31])

제19강 244 이 자연법은, 이집트 인이 지금까지 이 세계가 거쳐 왔다고 주장하는 세 시대를 통하여 항상 똑같이 변한 것이 아니라 전진을 계속해 온 것이다. (새로운 학문, [31])

제19강 24 이 구절에서는 "전진"이라는 단어가 중요합니다. 여기서 이 말은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 아니라 자연법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뜻입니다. 비코가 대립각을 세웠던 데카르트는 수학은 확실한 것이므로 학문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비코는 역사적 국면이 변화하면 자연법도 변화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수학의 역사적 기원을 추적했고, 수학 역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데카르트의 제1전제가 가진 허점을 찾으려고 한 것입니다. 비코에 따르면, 언제 어디서나 적용할 수 있는 자연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역사적 기원을 찾고 그것이 역사적 국면마다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문명이 단계별로 변화한다는 생각과 역사적 국면이라는 개념은 비코가 최초로 내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19강 245 이들 3종의 특성 및 정체政體에 대응하여 3종의 언어가 거론되게 된다. (새로운 학문, [32])

제19강 245 이 3종의 언어와 함께 ━ 말할 것도 없이 이 세 시대에 세 형태의 정치가 시행되어, 그것에 대응한 3종의 문명 형태가 생겨났고, 이들이 서로 교체해 가면서 국가를 형성해 왔다 ━ 동일한 순서로 각 시대에 각각 적응했다가 (세 형태의) 법학이 발생, 발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915-941〕. (새로운 학문, [36])

제19강 245 이것이 비코의 역사 단계론입니다. 이 단계론은 후대의 많은 학자들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를테면 마르크스는 역사를 원시 공산 사회, 중세 농노 사회, 자본주의 사회로 나누는데, 이러한 구분도 비코에서 시작된 것을 본받은 것입니다.


"비코에 따르면 역사는 신의 시대, 영웅의 시대, 인간의 시대 순으로 전개되는데, 인간의 시대가 끝나면 다시 신의 시대로 돌아갑니다. 이는 그가 역사 순환론의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코가 헤시오도스와 같은 사람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기원을 찾아가려는, 그리고 변천이라는 것이, 헤시오도스와 같은 사람들은 이것이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고 그냥 세상의 흐름이 그러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비코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이 비코의 차이점이다. 제19강은 오늘날 우리가 사상사라고 일컬어지는 학문영역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다 담고 있다. 문명에 대해서 탐구한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그렇게까지 요구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초월적 형이상학적 원리들까지도 탐구하곤 했다. 그것을 포함해서 인간사 human affairs가 도대체 역사적인 국면에서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따져보고 그런 변화 속에서 인간이 만들어 내놓은 생각들이 어떻게 응집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사상인데, 그것이 대체로 비코에서 잘 드러난다.

제19강 246 비코에 따르면 역사는 신의 시대, 영웅의 시대, 인간의 시대 순으로 전개되는데, 인간의 시대가 끝나면 다시 신의 시대로 돌아갑니다. 이는 그가 역사 순환론의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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