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우리가시도하는바 | 소크라테스, 민주주의를 캐묻다

선생님의 책 《소크라테스, 민주주의를 캐묻다》 주해에서 발췌.

 

 

7. 우리가시도하는바

철학은 서사에 그치지 않고, 시대와 맥락에서 탈피한 추상적 보편성에 이르러야 한다는 요구가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요구는 '오늘의 나'가 역사적 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망각해야만 충족될 수 있다. '오늘의 나'를 소거하고 탈시간적 보편성의 규준을 가지고 텍스트를 읽는 것은 배진적背進的 소급적遡及的 태도로 과거에 접근하는 것인데, 이는 취사선택한 부분적 과거에 근거하여 오늘을 섣부르게 정당화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어떻게 하여도 공정한 재해석이 불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실천 철학이 '사상사적 탐구를 통한 역사성'과 철학적 관상으로써 얻어지는 보편성'을 통일한 참다운 사상이려면 어제의 발현이라 할 '오늘의 희미한 빛'이 주는 실마리를 잘 살펴봄으로써 사태 자체(사상事象)의 보편적 원리를 개념적으로 파악하여 세계사의 진행과정과 미래를 꿰뚫어 알아야 한다는, 그러한 이상(Ideal)이 지배하던 관념론 (Idealismus) 의 시대가 있었으나 이제 그것은 섣부른 목적론적 형이상학으로 간주될 뿐이다. 우리는 그러한 단언을 삼가고 각각의 시대가 드러내는 시대정신(Zeitgeist)이라 짐작되는(또는 그것이라고 상정想定한) 것을 살펴보는 데 만족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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