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 10 티머시 스나이더의 블랙 어스 1
- 강의노트/책을 읽다보면 2017-18
- 2018. 7. 4.
블랙 어스 -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조행복 옮김/열린책들 |
2017년 11월 4일부터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변상욱의 이야기쇼 2부에서 진행되는 "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을 듣고 정리한다. 변상욱 대기자님과 강유원 선생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1631
20180616_32 티머시 스나이더의 블랙 어스 1
지난 시간에 루소의 《사회계약론》의 제1부에서 2부로 넘어가는 단계까지 갔었다. 결국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결합한 민주공화국이라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 그리고 그것은 루소의 어떤 이념으로부터 시작된 것인가, 루소는 어떻게 이념으로 떠받치고 있고, 철학으로 떠받치고 있는가 였다.
지난 주에 티머시 스나이더의 《블랙 어스》를 읽기로 했다.
이 분의 연구성과를 조금 신뢰하는 편인데 현재 홀로코스트 연구에 관한 명성있는 학자들은 대체로 보면 동유럽이나 중부유럽에서 일어난 학살들을 1차문헌으로 다루지 못했다. 대체로 봐서 호르크하이머나 아도르노와 같은 비판이론 학자들의 좌파, 이쪽에서 내려온 계보를 타고 온 학자인데, 영미권 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동유럽이나 중부유럽의 홀로코스트를 다룰 수 있는 이유는 일단 그 지역에 살고 있던 유대인들이 사용하던 이디시어를 할 줄 알고,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학자들은 사실 라울 힐베르크라든가 또는 한나 아렌트와 같은 학자들은 독일어 밖에 하지 못했다.
소비에트 러시아의 기록은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신뢰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도 이런 얘기를 한다. 소비에트 러시아 사람들은 자기들이 하는 행위가 역사적으로 굉장히 옳은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왜곡이 없고 정확하게 기록했다.
유대인학살에 대해서 폴란드가 책임이 있는가. 책임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폴란드라고 하는 나라가 소비에트 러시아 스탈린과 나치의 히틀러 이 두 사람 사이의 간교한 전략에 의해서 폴란드가 쪼개졌기 때문에 사실상 유대인 학살이 일어났을 당시에 폴란드라는 국가 자체가 없었다. 그러니 폴란드의 책임은 아니다. 그런데 폴란드 국가 기구에 남아있는 기구들이, 특히 폴란드 경찰이 나치와 소비에트 러시아에게 부역을 한 것이다. 흔히 '청색경찰'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폴란드 국가에게는 책임이 있고, 몇몇 폴란드인들에게는 책임이 있다. 그렇다 해도 가장 큰 책임은 독일에게 있고, 두 번째 책임은 소비에트 인민들에게 있다. 소비에트 인민들도 유대인 학살에 절대적으로 가담했다.
오늘은 나치 유대인 학살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해서 큰 구도로 살펴보고 왜 이런 것을 지나간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가 있다면 어떤 점에서 그러한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유대인으로만 쳐도 600만이라는 주장이 있고, 거기에 다가 집시, 장애인, 공산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과 가타 등등을 다 섞으면 1700만까지도 잡는 엄청난 학살인데, 이 학살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가. 당연히 히틀러의 생각과 그 생각을 현실화하려던 시도들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히틀러를 악마화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히틀러를 무시하고 갈 수는 없다. 《나의 투쟁》을 읽어보면 히틀러는 유대인들에 대한 히틀러의 생각이 굉장히 독특한데, 굉장히 독특하기는 하지만 오늘날에도 발견할 수 있는 생각이다. 이를테면 저자가 밝혀낸 바에 따르면 히틀러가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부터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동물"아라는 것. 그러니까 생존 투쟁 이외의 모든 활동은 위선이라는 것이다. 즉 인간이 윤리적으로 숭고하다든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을 할 수 있다든가 또는 루소가 말한 이타주의적인 협력 이런 것은 다 위선인데 이런 관념들을 모두 유대인이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종족주의가 이 세상을 지배해야 하는 유일한 원리여야 하는데 유대인은 공산주의도 만들고 자본주의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치라고 할 때 독일 민족주의 노동자당인데, 노동자당임에도 공산주의를 반대하고, 그렇다고 해서 자본주의를 엄청 옹호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왜 이럴까, 나치는 서로 대립되는 것같이 보이는 것을 하나로 묶어두었다. 바로 그것이 히틀러가 생각하는 유대인론에서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유대인이 만들지 않았다 해도 자기가 생각하기에 못마땅한 것은 모두 유대인이 만들었다고 해버린 것.
그러면 유대인은 인간종족이 아니라 인간이 아닌 것. 그래서 비인간이 되니까 제거해야 되는 것으로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면 대체로 선과 악의 경계를 넘어가는 상황이 있을 때 어떤 대상에 대해서 우리가 악한 짓을 하는가 하면 인간이 아닌 것으로 여겨지는 익명의 대상에 대해서 악한 짓을 한다. 홀로코스트의 근본에 놓여있는 히틀러의 종족주의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경고를 주는 점이 이런 것이다.
히틀러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유대인을 제거하려고 하는데 이 종족주의가 얼마나 철저하냐면 히틀러는 심지어 독일사람을 사랑한 것도 아니다. 유대인을 제거하는 능력이 없어지자 패전의 전망이 짙어지자 히틀러는 독일인들을 증오한다. 그래서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이라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을 보면 히틀러가 전쟁 막바지에 가면 독일인들을 굉장히 증오하는 말들을 쏟아낸 기록들이 있다. 첫째가 히틀러가 유대인에 대한 생각이고, 둘째 핵심이 생활공간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 그 당시 1900년대 전반부에는 생태학적인 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아직 농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이다, 그러니까 농업이라는 것이 인류를 먹여 살리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그리고 독일은 물론이고 유럽도 식민지 확보 전쟁이 끝나가는 때 있었기 때문에 아프리카 식민지 확보에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 히틀러가 생각하기에 유럽에 식민지를 만들려고 한 것. 바로 폴란드. 그러한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식량을 공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한 것. 불행하게도 폴란드는 유대인만 3백만명이 넘게 사는 유럽 유대인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나라였다. 사실 그때만 해도 폴란드라고 하는 나라 자체도 1차세계대전 이후에 신생 독립국이었다. 여기서부터 폴란드의 고민이 생기는데 사실 폴라드도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는 있지만 골치 아프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련의 스탈린과 히틀러는 서로 이유는 달랐지만 유대인의 나라를 없애버리려고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하려면 폴란드 나라 자체를 무너뜨려야 했다는 것이다. 폴라드의 질서를 날려버리면 아무나 죽여버릴 수 있게 된다. 그래서 2차세계대전에서 에릭 홉스봄 같은 사람들은 소비에트가 아니면 파시즘을 못 막았다고 말하지만 유대인 학살을 비롯한 인간 말살을 자행한 점에서는 두 나라 모두가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사실 소비에트 러시아로부터 독일이 학습을 많이 했다. 그러니까 폴란드로 넘어오기 전에 소비에트는 리투아니아라든가 라트비아 등지에서 이미 홀로크스트를 시작했고, 소련 인민위원회에서 반공산주의자들을 대량 학살했다. 자기네들은 역사의 임무를 수행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꼼꼼하게 기록해서 남겨둔다. 이것을 저자가 살펴보면서 1939~1940년에 그 지역의 소련 시민들이 유대인을 살해하는 일에 협력하였고, 사실 폴란드에 소련이 침공하면서 먼저 나라 자체를 없애버렸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독일이 폴란드를 재침공하는 것이다. 그때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학습을 하고, 2년 후에 독일의 홀로코스트가 시작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착각해서는 안되는 것은 독일에 의한 본격적인 학살이 일어난 것은 1941년부터인데 전체의 통계를 보면 그 이전에 일어난 일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많은 분들이 홀로코스트를 들으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떠올리는데 그런데 이 저자에 따르면 아우슈비츠를 강조하면 그 이전에 일어난 많은 학살들이 오히려 은폐되기 때문에 이것을 아우슈비츠 역설이라고 부르게 된다. 그래서 아우슈비츠는 독일과 폴란드 국경에 가깝게 있는데 진정한 학살들 그보다 더 동쪽에서 더 많이 일어났다는 것을 유념해 두어야 한다.
소비에트가 일정 부분 독일에게 학습을 시켜준 것이 있고, 그것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요체는 시민권이라는 개념을 없앤다는 것, 즉 무정부 상태를 만든다는 것이 독일에게나 소비에트에게나 중요한 요소였다. 실제로 저자는 덴마크의 유대인과 에스토니아 유대인의 사례를 들어서 말하는데 국가기구가 파괴되어서 시민권 개념이 없어진 곳에서는 유대인들이 엄청나게 많이 죽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동유럽의 비옥한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 히틀러가 스탈린이 식민지 쟁탈전을 벌였는데 그 과정에서 국가를 파괴하고 그 지역에서 국적을 박탈당한 유대인 또는 여타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학살한 사건이라고 규정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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