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 10 티머시 스나이더의 블랙 어스 2
- 강의노트/책을 읽다보면 2017-18
- 2018. 7. 8.
블랙 어스 -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조행복 옮김/열린책들 |
2017년 11월 4일부터 CBS 라디오 프로그램인 변상욱의 이야기쇼 2부에서 진행되는 "강유원의 책을 읽다보면"을 듣고 정리한다. 변상욱 대기자님과 강유원 선생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1631
20180623_33 티머시 스나이더의 블랙 어스 2
지난 시간을 요약하면 소련과 나치 히틀러가 자기 종족들을 위한 넓은 땅이 필요로 했고, 동유럽을 노리기 시작해서 신생독립국이었던 폴란드가 먹잇감이 되었다. 그리고 유대인들을 게토에 몰아넣어 학살로 이루어졌는데 아우슈비츠의 역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아우슈비츠하면 유대인의 학살의 기념관이다. 사람들은 유대인들은 아우슈비츠에 죽었다고 생각하고 끝이다. 전쟁 이후의 독일에서 아우슈비츠를 강조해온 맥락들이 굉장히 괘씸하다고 생각한다. 아우슈비츠를 계속 강조하면 할수록 그 이전에 아우슈비츠보다 동쪽에서 벌인 학살들이 은폐된다. 일제 식민지 지배의 잔학상을 얘기하는 것도 중요한데 자꾸 그것만 강조하면 그 이전에 청일전쟁이 벌어졌을 때 1894년에 일본군이 동학군을 토벌하기 위해 전라남북도를 완전 토벌한다. 사실은 한반도에서 벌어진 대량학살극인데 그런 것들이 논의가 안되는 것이 있다.
그래서 유대인학살을 하면 아우슈비츠를 떠올리는데 저자에 따르면 "대다수 유대인은 아우슈비츠가 주된 학살 시설이 될 때쯤이면 그 동쪽에서 이미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다.
293 〈아우슈비츠)라는 낱말은 홀로코스트 전체를 가리키는 환유법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유대인은 아우슈비츠가 주된 학살 시설이 될 때쯤이면 그 동쪽에서 이미 죽임을 당했다. 아우슈비츠는 기억되었지만, 홀로코스트의 대부분은 대체로 잊혔다.
시설에서 죽이는 것은 그렇게 많이 죽일 수 없고, 오히려 구덩이를 파서 거기서 죽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고 한다. 폴란드 사람들이 같이 살던 유대인들을 처단해서 구덩이에 파묻는 부분들이 영화에 많이 나온다. 바로 그런 장면들 때문에 폴란드 사람들에게 뭔가 귀책이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사실은 소령 점령기에 일어난 상황이다.
만약에 국가기구가 우리를 통치하지 않는 상황에 있다면, 누군가 외부세력이 들어와서 지금 우리가 분쟁지역이 되었다 하면 누구를 믿을 것인가 의심할 수 밖에 없고, 만인대 만인의 투쟁에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경찰이라든가 언젠가는 우리가 이 국가기구를 똑바로 세울 수 있는 희망이 있다면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폴란드에서는 바로 소비에트 러시아가 그런 무정부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다. 아우슈비츠를 강조해서는 안되는데 아우슈비츠가 기억되면 될수록 진정한 의미에서의 홀로코스트는 잊혀진다. 편리한 기억조작이 되는 것이다.
독일인들은 아우슈비츠가 일어나기 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른다가 가능해지는 것. 그런데 기록에 따르면 유대인 대량학살이라는 것이 이미 동유럽에서 3년 넘게 일어나고 있었고, 학살 현장에 독일사람들이 방문했다는 것. 군인과 경찰들이 죽음의 구덩이를 사진을 찍어서 가족들에게 보여줬고, 살해된 유대인들에게 약탈물을 빼앗아서 집으로 직접 가져왔다. 그들이 그래서 부유해진 것도 사실이다.
예전에 아우슈비츠에 관한 책을 읽을 때는 상당히 대단한 학살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뚜렷하게 증거를 가지고 바꾸었다. 구덩이에다가 집단 처형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많이 죽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아우슈비츠 학살 방식이 독가스에 의한 방법이어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제일 많이 죽인 것이 구덩이이고, 두번째가 자동차 배기가스로 질식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아우슈비츠 학살 방식이라는 것에 지나치게 충격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우슈비츠에서 죽어간 사람들도 유대인 뿐만 아니라 저항하는 폴란드도 있었고, 소련에서 잡아온 전쟁포로도 있었다.
230 예켈른은 이제 자신이 직접 <정어리 방식>이라고 이름 붙인 방법을 썼다. 사람들을 구덩이 안에 촘촘히 줄지어 눕게 한 뒤 사살하고 이어 다음 한 무리를 시체들 위에 바로 눕히고 죽이기를 계속 반복했다. 구덩이 하나가 꽉 차면, 독일인 한 명이 생존의 징후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신 더미를 밝고 지나가며 아래쪽으로 총을 갈겼다.
아우슈비츠가 중요한 것은 어떤 특정한 나라를 침공을 했는데 그 나라의 국가기구가 멀쩡하게 있으면 유대인을 죽일 수 없다. 나치가 곧 물러가서 우리가 다시 나라를 이루고 살 것이라는 전망만 확보되면 유대인이라 해도 우리의 이웃이니까 함부로 고발하거나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을 죽일 수 없을 때 빼내서 아우슈비츠에 보낸 것이다. 사실 아우슈비츠라고 하는 것은 소련과 독일의 기묘한 기억상실, 기억조작의 상징이라고 다시 이해할 수 있다. 그 와중에 폴란드는 학살의 주범 중에 하나로 고통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대인 학살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이 동유럽의 국가기구를 파괴했던 소련과 독일에게 있는데, 독일이 550만 명의 유대인을 죽이고, 30만 명이상의 소련군 전쟁포로를 죽이고, 100만 명 정도의 민간인을 죽였다. 이 일이 다 동유럽의 무정부 상태에서 벌어진 것. 한 나라의 민주질서가 어떻게든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근대국가가 있어야 하고, 그 근대국가가 폭력을 독점하고 있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두가 무장할 수 밖에 없다.
특정 집단, 무슬림이나 또는 예멘에서 온 난민들을 비인간으로 지칭하고 그 사람들을 우리가 함께 사는 인류로서 범주화하지 않으면 돈 들어간다에서 조금만 상황이 악화되면 몰래 몽둥이로 치는 것이다. 어떤 한 사람을 우리의 이웃이나 정당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그 범위는 점점 좁아진다.
한국사회에서 고질적인 병폐였던 지역감정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특정지역 사람들이 특정지역 사람들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인데, 그 문제는 원래 그 지역에 대해서 행해진 국가폭력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것이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도 여전히 공부해야 하는 까닭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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