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 궁극의 리스트 ━ 문학과 예술 속의 목록사: 호메로스에서 앤디 워홀까지

궁극의 리스트 - 10점
움베르토 에코 지음, 오숙은 옮김/열린책들

서문

1. 헤파이스토스의 방패
2. 목록과 카탈로그
3. 그림에 담긴 목록
4.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
5. 사물의 목록
6. 장소의 목록
7. 목록이 있고 목록이 있으니
8. 목록과 형태의 교환
9. 열거의 수사학
10. 신기한 것들의 목록
11. 컬렉션과 보물들
12. 호기심의 창고
13. 자산 목록에 의한 정의 대 본질에 의한 정의
14. 아리스토텔레스의 망원경
15. 과잉, 라블레 이후
16. 일관된 과잉
17. 혼돈스러운 열거
18. 매스 미디어 목록
19. 현기증 나는 목록
20. 실용적 목록과 시적 목록의 교환
21. 정상적이지 않은 목록

 



+ 2021년 강유원 선생님의 "궁극의 리스트 읽기" 강의 일정에 맞추어 책을 읽을 예정이다. 

 

서문


루브르 박물관에서 하나의 주제를 선택하고 그에 관한 일련의 회의, 전시회, 공공 낭독회, 콘서트, 영화상영 등을 조직해 달라며 초대했을 때, 나는 주저 없이 목록(카탈로그와 일람표를 함께)이라는 주제를 제안했다. 이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왔을까?

내 소설을 읽는 독자는 소설 속에 목록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이렇게 목록을 좋아하게 된 데는 두 가지 기원이 있는데 모두가 청년 시절 나의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기원은 바로 중세 텍스트와 제임스 조이스(젊은 조이스는 부정할 수 없을 만큼 중세 교회 의식과 텍스트의 영향을 받았다)의 작품들이다. 그러나 중세 호칭 기도들과 『율리시스』 끝에서 두번째 장에 나오는 레오폴드 블룸의 부엌 서랍 속 사물의 목록 사이에는 수백 년이라는 세월이 존재한다. 중세에 만들어진 목록들과 단연 탁월한 본보기가 되는 목록, 즉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나오는 선박 카탈로그 사이에도 그만큼의 많은 세월이 존재한다. 이 책은 바로 『일리아스』에서 단서를 얻은 것이다. 한편 호메로스의 바로 그 책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서술적인 모델을 발견한다. 조화로운 완성과 종결이라는 기준에서 영감을 얻어 주문한 아킬레스의 방패라는 모델이 그것이다. 결국 호메로스의 작품은 이미 〈포함된 모든 것〉의 시학과 〈기타 등등〉의 시학 사이를 활발하게 오가고 있다.

그런 사실들은 전부터 뚜렷하게 의식하고 있었지만, 나는 문학의 역사(호메로스부터 조이스를 거쳐 오늘날까지)에서 목록의 예를 제시하는 그 무한한 사례들을 꼼꼼히 기록한다는 과제를 정한 적은 없었다(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만 해도 페렉, 프레베르, 휘트먼, 보르헤스 같은 이름들이 떠오른다). 이 사냥의 결과는 너무도 어마어마해서 독자들을 어지럽게 하기에 충분했고,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왜 이 책에서 이 작가나 저 작가를 언급하지 않았냐고 묻는 편지가 올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사실 난 목록이 등장하는 그 많은 텍스트들을 다 알지도 못한다. 그러나 설사 내가 그 많은 목록들을 전부 이 책에 넣으려 했다 해도 원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이 책의 분량이 적어도 천페이지, 어쩌면 그보다 더 많아질 것임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을 회화적 목록으로 볼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도 있었다. 몇몇 책이 목록의 시학을 다루고는 있지만 그 범위를 언어적 목록으로만 제한하고 있다. 하나의 그림이 어떻게 사물들을 제시하고, 나아가 〈기타 등등〉을 암시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마치 그림이 나머지 수많은 것들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프레임의 한계를 인정하기라도 하는 것 같다. 더욱이 내 연구 또한 루브르에서의 작업과, 『미의 역사』와『추의 역사』의 전례를 따른 이 책처럼, 책이라는 형식을 빌려 사물들을 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이번 작업은 미나 추를 다루었던 작업만큼 명백하지는 않다. 시각적인 〈기타 등등처>을 조사하는 이 작업은 힘들었지만, 안나 마리아 로루소와 마리오 안드레오세의 크나큰 도움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목록을 조사하는 것은 어떻게든 우리가 이 책에 포함할 것을 추려 내는 작업이었다기보다는 제외해야 할 모든 것을 추리는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이 책은 〈기타등등〉이라는 말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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