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철학 리뷰 편집부: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22. 2. 15.
하버드, 철학을 인터뷰하다 - 하버드 철학 리뷰 편집부 엮음, 강유원.최봉실 옮김/돌베개 |
옮긴이 서문
추천사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기호학과 실용주의 On Semiotics and Pragmatism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
형이상학 이후의 문화를 향하여 Toward a Post-metaphysical Culture
코넬 웨스트(Cornel West)
행위에 대한 철학적 신념 Philosophical Faith in Action
스탠리 카벨(Stanley Cavell)
철학의 생에 대한 성찰 Reflection on a Life of Philosophy
알렉산더 네하마스(Alexander Nehamas)
철학적 삶에 대하여 On the Philosophical Life
존 롤스(John Rawls)
롤스를 기록하다 For the record
하비 맨스필드(Harvey C. Mansfield)
정치철학에 대하여 On the Philosophy of Politics
앨런 더쇼비츠(Alan Dershowitz)
법철학에 대하여 On the Philosophy of Law
헨리 앨리슨(Henry Allison)
사적이면서도 전문적인 Personal and Professional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공화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하여 On Republicanism and Liberalism
힐러리 퍼트넘(Hilary Putnam)
정신, 의미, 실재에 대하여 On Mind, Meaning, and Reality
윌러드 콰인 (Willard Van Orman Quine)
논리, 과학, 철학에 대한 전망 Perspectives on Logic, Science, and Philosophy
코라 다이아몬드(Cora Diamond)
해는 몇 시에 뜨는가? What time is it on the sun?
피터 웅어(Peter Unger)
과학과 철학의 가능성Science and the Possibility of Philosophy
옮긴이 서문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자들과의 인터뷰, 그것도 '가장 오래되고 근본적인 학문'인 철학의 '가장 현대적인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사상가들과의 대화는 어떠할까. 하버드대학의 『하버드 철학 리뷰』The Harvard Review of Philosophy에 실린 인터뷰들을 모은 이 책에는, 석학으로 알려진 철학사상가들의 학문적 입장뿐아니라 시사적 사건에 대한 견해까지, 철학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과학, 정차 종교, 사회, 문화 등에 대한 명쾌한 질문과 심도있는 답변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저명한 철학자들에게 물음을 던지고 때로는 그들을 머쓱하게 하는 비판까지 던지는 주체는 하버드 철학과 학부생 혹은 대학원생이다. 인터뷰마다 차이가 없지 않으나 대부분 철학자 개인에 대한 소개 또는 그의 기존 연구작업을 요약하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던지는 핵심적인 질문들이기에 독자들은 저명한 철학자들의 철학에 대한 압축된 정보와 그와 연관된 견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더불어 헨리 앨리슨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서 결심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받았던 훈련이 자연스럽게 (철학사가라는) 그런 방향으로 가게 했다"고 표현한 것처럼, 철학자가 탐구하고 있는 문제의식은 관심과 체험이라는 개인적 요소와 교육 환경이라는 제도적 요소에서 복합적으로 생겨났음을 알 수 있다.
이 인터뷰들의 핵심적인 문제들은,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철학을 탐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와 같은, 철학에 대한 거대하면서도 근본적인 물음들이다. 이 인터뷰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또 다른 문제들은 영미권 철학의 관심 분야인 '분석철학'과 유럽의 '대륙철학'과의 관계, 개별적인 철학분야에 대한 천착과 철학사 공부와의 관계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개별적인 철학자들에 대한 관심은 차치하더라도 철학자들이 철학이라는 학문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철학은 여타 개별 학문들과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근대에 들어서 개별적으로 분화된 학문들이 지신들의 학문 자체의 대상을 가지게 된 것과는 다르게, 철학은 개별적인 대상에 대한 지식 탐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혜sophia 를 추구하는 학문이었고, 사회에서 인간이 가지는 존재의 의미와 사회와의 관계에 대해 궁구하는 학문이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철학은 근대의 개별 학문에서 소외되어 '사변적 형이상학'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인터뷰에서 제기된 물음들은 단순히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함이라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물음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러한 물음들이 교과서적인 대답으로 해결되거나 충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인터뷰 당사자인 철학의 거장들은 이러한 물음들에 대해 즉답을 내리기보다는 자신들이 철학이라는 학문에 이르게 된 과정과, 철학함이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 연관에 대해 치열하게 의문을 던지는 과정만을 보여주고 있다.
위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과 대답들은 다음과 같이 개괄적으로 묶어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철학이란 무엇이고 철학함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다. 우리는 코넬 웨스트와 알렉산더 네하마스 그리고 스탠리 카벨의 인터뷰를 통해서 지혜를 추구하는 철학 본연의 임무에 대한 그들의 고민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미합중국의 두드러진 학풍인 분석철학과는 거리를 두면서 유럽의 관념철학, 미합중국의 실용주의 전통에 입각해 철학함이라는 행위에 대해 밝힌다. 존 롤스, 하비 맨스 필드, 마이클 샌델, 앨런 더쇼비츠를 통해서는 철학과 사회적 행위들 간의 관계, 즉 철학과 정의, 철학과 정치철학, 철학과 공동체주의, 철학과 법의 관계에 관한 그들의 다양한 견해를 들을 수 있다. 힐러리 퍼트넘, 윌러드 콰인, 코라 다이아몬드, 피터 웅어의 인터뷰를 통해서는 미합중국의 주도적 학풍인 심리철학, 분석철학, 비트겐슈타인 연구, 과학철학에 대해 알 수 있다. 움베르토 에코를 통해서는 기호학과 실용주의를 알 수 있고, 헨리 앨리슨을 통해서는 철학과 철학사 공부와의 관계 및 칸트연구에 대해 참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철학자들의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문제의식을 통해, 그들의 철학이 이미 보편적인 문제의식과 철학사적 지식에 입각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물음은 텍스트와 책상머리 앞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한 생생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그들이 철학적 반성과 개념을 통해 현실에 대한 실질적 개입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는 ‘'문학의 위기'가 단순히 실증적이고 실용적인 여타 학문에 대한, 인문학과 철학의 무용성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님을 감지하게 될 것이다. 서구 철학자들은 철학과 인문학의 본원적인 시발점에 더욱 충실하고 있을 뿐 인문학이 어떻게 실용성을 가지게 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들은 고대 자연철학자들의 본질에 대한 물음과, 소크라테스 이후 지혜와 실천으로서의 철학이 분기되어 나온 지점으로 돌아가, 철학이 실증 학문과는 다른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거장들은 우리에게 거대하면서도 보편적인 문제들을 다루는 철학의 고전들로 돌아가라고 끊임없이 충고한다. 각자가 좋아하거나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진 철학지들의 책만 읽고 읊조릴 것이 아니라 그 철학자들이 읽은 철학고전들을 직접 읽고 그들의 문제의식과 전면적으로 대결하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의미가 철학에 대한 지식 추구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특정한 사상가와 한정된 철학 분야에 대한 지식을 얻을 뿐이라 해도 우
리는 이들의 음성을 통해 이들이 해왔던 것처럼 결국 우리 자신의 문제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네하마스의 말처럼 우리는 "철학자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그들을 읽고나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며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 자신들만의 문제를 제기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때 '어떠한 물음을 던져야 하는가'라는 의문에 철학자들은 답을 주지 않는다. 이 인터뷰들은 자신의 문제들로 돌아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을 놓아줄 뿐이다.
이 책은 일종의 철학 혹은 인문학 입문서라고도 할 수 있다. 철학이라는 학문이 궁금한 사람, 철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 철학을 공부하다가 다른 인문학과의 연계가 궁금해진 사람, 그 누구보다 철학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는가 라는 냉소를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할 것이다. 독지들은 이 책에서 소개되는 사상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 사상의 대략적 윤곽을 파악한 후 각자 관심이 가는 저자의 책들을 손에 쥐면 좋을 것이다. 이 인터뷰들은 "부분들은 오직 전체로서만 파악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와 더불어 시작"하는 좋은 지점이 되어줄 것이다.
2010년 6월
강유원 · 최봉실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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