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문학 고전 강의 — 26 제10강(4) 오뒷세이아

 

2023.06.13 문학 고전 강의 — 26 제10강(4) 오뒷세이아

⟪문학 고전 강의 -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 제10강(4) 
화해를 명령하는 제우스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구혼자들에게 복수한 다음에는 / 양편이 굳은 맹약을 맺게 하고, 그가 언제까지는 왕이 되게 하라. / 우리는 그들이 아들들과 형제들의 살육을 잊게 해주자꾸나. / 그리하여 그들이 이전처럼 서로 사랑하게 되어 / 그들에게 부와 평화가 충만하게 해주어라!”(24.482-486)

제우스의 말을 전하는 아테네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 / 목소리가 멀리까지 들리는 크로노스의 아드님 제우스께서 그대에게 노하시지 / 않도록 이제 그만하고 만인에게 공통된 전쟁의 다툼을 그치도록 하라. / 아테나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혼쾌히 복종했다. / 그러자 아이기스를 가진 제우스의 딸 팔라스 아테네가 / 마침내 양편이 서로 맹약을 맺게 하니 / 그녀는 생김새와 목소리가 멘토르와 같았다.”(24.542-548)

 

《오뒷세이아》를 오늘 마지막으로 설명을, 설명을 한다기보다는 제가 읽은 것들 다시 읽으면서 떠오른 것들을 얘기하겠다.  페넬로페와 오뒷세우스가 만나서 자신들이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이 그들의 경험을 되새기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로 얘기가 끝난 게 아니었다. 그렇게 하면 ring composition이 완성이 되지 않는다. 신들이 개입해서 얘기가, 신들의 회의로 이 드라마가 시작이 되었는데, 신들의 회의로 시작되었으니까 신들이 뭔가 얘기를 해야 끝나는, 그런 신에서 시작해서 신으로 끝나는 그런 과정을 맞춰야 동그란 원이 완성된다. 왜 꼭 사사는 그렇게 하는가. 아마 오랜 세월 동안 그런 방식으로 뭔가를 해서 완성품을 만들어낸 경험들이 그들에게 있었기 때문이겠다. 그러니까 이런 ring composition이라고 하는 것을 전제로 해버리면 새로운 것이 뭔가 발견이 됐다 해도, 반전peripeteia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결국 이것도 뭔가로 되돌아올 것이다라고 하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오뒷세우스는 페넬로페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걸로 끝날 것인가 그게 아니다. 앞에서 제11권에서 테이레시아스가 뭔가 예언한 바 있다. 미리 말해둔 바가 있다. 그게 138행부터 얘기가 나온다. 

오뒷세우스가 묻는다. "테이레시아스여! 이 운명의 실들은 모두 신들께서 손수 자으신 / 것들이오.  자, 그대는 이 점에 대해서도 내게 솔직히 말씀해 주시오.  / 저기 세상을 떠나신 나의 어머니의 혼백이 보이건만 / 어머니께서는 잠자고 피 가까이에 앉아 계실 뿐 감히 당신 아들을 / 마주 보거나 말을 걸지 못하시는군요.  말씀해 주시오. 왕이여! / 어떻게 해야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어머니께서 아실 수 있지요?"  그러니까 테레시아스가 이렇게 대답을 한다. " 내가 그대의 마음에 새겨주려고 하는 말은 간단하오. 세상을 떠난 / 사자들 중 누구든 피에 접근하도록 그대가 내벼려 둔다면, / 그는 그대에게 거짓 없는 진실을 말할 것이오. 그러나 누구든 / 그대가 그렇게 하지 못하게 막는다면 그는 도로 물러갈 것이오. 세상을 떠난 사자들, 그러니까 죽은 사람들이다. 죽은 사람들이 피에 접근하도록 그대가 내버려 둔다면 거짓없는 진실을 말할 것이다. 복수할 것이다 그런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 테이레시아스는 오뒷세우스로 하여금 저승으로 내려가서 뭔가를 해야 한다. 그런 얘기를 지금 얘기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서사시는 오뒷세우스가 구원자들을 죽였다 해서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구원자들과 화해를 이루지 않는다면 이 서사시은 끝나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천병희 번역) 11.138-144 테이레시아스여! 이 운명의 실들은 모두 신들께서 손수 자으신 / 것들이오.  자, 그대는 이 점에 대해서도 내게 솔직히 말씀해 주시오.  / 저기 세상을 떠나신 나의 어머니의 혼백이 보이건만 / 어머니께서는 잠자고 피 가까이에 앉아 계실 뿐 감히 당신 아들을 / 마주 보거나 말을 걸지 못하시는군요.  말씀해 주시오. 왕이여! / 어떻게 해야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어머니께서 아실 수 있지요?

(천병희 번역) 11.145-149 내가 그대의 마음에 새겨주려고 하는 말은 간단하오. 세상을 떠난 / 사자들 중 누구든 피에 접근하도록 그대가 내벼려 둔다면, / 그는 그대에게 거짓 없는 진실을 말할 것이오. 그러나 누구든 / 그대가 그렇게 하지 못하게 막는다면 그는 도로 물러갈 것이오. 


이게 참 억지로라도 그렇게 해야 되는 것인가, 복수는 복수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어쨌든 서사시은 그렇게 간다. 그래서 오뒷세우스는 이제 얘기를 다 끝내고 얘기를 하죠.  23권 359행에서 말한다. "지금은 나 때문에 몹시 괴로워하셨던 훌륭하신 아버지를 / 뵈러 수목이 우거진 시골로 나갈까 하오." 그렇게 말한다.  가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는데 그 아버지를 뵈러 시골로 간다 그렇게 얘기를 한다. 그러니까 이제 24권으로 가게 된다. 

(천병희 번역) 23.359-360 지금은 나 때문에 몹시 괴로워하셨던 훌륭하신 아버지를 / 뵈러 수목이 우거진 시골로 나갈까 하오. 

 

천병희 교수가 제24권에 붙인 소제목은 "저승 속편 맹약"이다. 그런데 Robert Fagles의 번역복은 peace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 이렇게 다시 봐도 잘 붙여 놓은 제목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24권 240행을 보면 오디세우스와 라에르테스가 만났다. "고귀한 오뒷세우스는 이런 의도를 품고 곧장 아버지에게 갔고 / 아버지는 머리를 숙인 채 여전히 초목 주위의 흙을 파고 있었다.  / 영광스러운 아들이 아버지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  / 노인장! 그대는 정원을 가꾸는 솜씨에는 부족함이 없는 것 / 같구려." 노인장 이렇게 되어 있다. 아직 이제 오뒷세우스와 라이르테스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이다. 그런데 여기 재미있는 표현이 있다. "그대는 정원을 가꾸는 솜씨에는 부족함이 없는 것 같구려." 그런데 249행에 보면 "그런데 그대 자신은 잘 가꾸어져 있지 않구려. 비참한 노년이 그대를 / 짓누르고 있는 데다 그대는 몹시 텁수룩 하고 입고 있는 옷도 볼품없으니 / 말이오.  그대의 주인이 그대를 돌보지 않는 것은 그대가 게으른 탓은 / 아닌 것 같구려. 오히려 그대는 왕과 같소이다."

(천병희 번역) 24.240-245 고귀한 오뒷세우스는 이런 의도를 품고 곧장 아버지에게 갔고 / 아버지는 머리를 숙인 채 여전히 초목 주위의 흙을 파고 있었다.  / 영광스러운 아들이 아버지에게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  / "노인장! 그대는 정원을 가꾸는 솜씨에는 부족함이 없는 것 / 같구려. "


(천병희 번역) 24.249-252 그런데 그대 자신은 잘 가꾸어져 있지 않구려. 비참한 노년이 그대를 / 짓누르고 있는 데다 그대는 몹시 텁수룩 하고 입고 있는 옷도 볼품없으니 / 말이오.  그대의 주인이 그대를 돌보지 않는 것은 그대가 게으른 탓은 / 아닌 것 같구려. 오히려 그대는 왕과 같소이다.


이제 라에르테스가 이렇게 물어본다.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대답했다.  / 나그네여! 그대는 분명 그대가 묻고 있는 나라에 도착했소만 / 그 나라는 오만하고 뻔뻔스런 자들의 수중에 들어갔소." 그리고 여기서도 또 묻는다.  서사시를 보면,  《길가메시 서사시》도 그렇다. 묻는 질문들이 딱 정해져 있다. "그대는 인간들 중에 뉘시며 어디서 오셨소? " 묻는 질문들이 정해져 있다. 부모님은 어디 계시오 그렇게 말하니까 "아버지! 제가 여기 있는 제가 아버지께서 물으시는 바로 / 그 사람이에요.  이 십 년 만에 저는 고향 땅에 돌아왔어요." 그러고 나서 이제 흉터를 보여준다. "이렇게 말하자 노인은 그 자리에서 무릎과 심장이 풀렸으니, / 오뒷세우스가 말한 확실한 증거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다시 이제 아버지와 오뒷세우스만 알고 있는 그런 증거들을 얘기한다. 그러니까 페넬로페와 오뒷세우스가 서로를 확인할 때 사용했던 이야기하고는 다른 얘기들이 여기에서 거론된다. 정말 이야기가 중요한 것 같다. 

(천병희 번역) 24.280-282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대답했다.  / "나그네여! 그대는 분명 그대가 묻고 있는 나라에 도착했소만 / 그 나라는 오만하고 뻔뻔스런 자들의 수중에 들어갔소."

(천병희 번역) 24.319-320 "아버지! 제가 여기 있는 제가 아버지께서 물으시는 바로 / 그 사람이에요.  이 십 년 만에 저는 고향 땅에 돌아왔어요. "

(천병희 번역) 24.345-346 그가 이렇게 말하자 노인은 그 자리에서 무릎과 심장이 풀렸으니, / 오뒷세우스가 말한 확실한 증거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라에르테스와 오뒷세우스는 어쨌든 서로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이제 오뒷세우스에게 살해당한 자들이 오늘 얘기하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구혼자들에게 복수한 다음에는 / 양편이 굳은 맹약을 맺게 하고, 그가 언제까지는 왕이 되게 하라. / 우리는 그들이 아들들과 형제들의 살육을 잊게 해주자꾸나. / 그리하여 그들이 이전처럼 서로 사랑하게 되어 / 그들에게 부와 평화가 충만하게 해주어라!" 이게 바로 제우스가 아테네에게 명령한 것이다. 화해를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아이스킬로스의 드라마  《오레스테이아》 거기에서도 마지막에 화해를 한다. 자비의 여신들로 전환이 되어서, 이 부분이 지금 사실은 24권에서 포인트이다. 제우스의 명령으로 이렇게 하라고 한다 하는 것. 그래서 아테네가 오뒷세우스에게 그 말을 전한다.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 / 목소리가 멀리까지 들리는 크로노스의 아드님 제우스께서 그대에게 노하시지 / 않도록 이제 그만하고 만인에게 공통된 전쟁의 다툼을 그치도록 하라. / 아테나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혼쾌히 복종했다. / 그러자 아이기스를 가진 제우스의 딸 팔라스 아테네가 / 마침내 양편이 서로 맹약을 맺게 하니 / 그녀는 생김새와 목소리가 멘토르와 같았다." 이렇게 끝난다. 《일리아스》는 헥토르의 장례를 치르면서 끝난다. 장례를 치른다는 것이 굉장히 뭉클한데 여기서는 약간 뭉클보다는 웅장함, 웅장함으로 끝나게 된다.

(천병희 번역) 24.482-486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구혼자들에게 복수한 다음에는 / 양편이 굳은 맹약을 맺게 하고, 그가 언제까지는 왕이 되게 하라. / 우리는 그들이 아들들과 형제들의 살육을 잊게 해주자꾸나. / 그리하여 그들이 이전처럼 서로 사랑하게 되어 / 그들에게 부와 평화가 충만하게 해주어라!

(천병희 번역) 24.542-548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 / 목소리가 멀리까지 들리는 크로노스의 아드님 제우스께서 그대에게 노하시지 / 않도록 이제 그만하고 만인에게 공통된 전쟁의 다툼을 그치도록 하라. / 아테나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혼쾌히 복종했다. / 그러자 아이기스를 가진 제우스의 딸 팔라스 아테네가 / 마침내 양편이 서로 맹약을 맺게 하니 / 그녀는 생김새와 목소리가 멘토르와 같았다.


조금 다른 얘기인데 어제 수원 글로벌 평생학습관에 강의를 하러 갔는데 어떤 분이 《역사 고전 강의》를 가지고 와서 사인을 해달라 그러시길래 기분이 좋았는데 그분이 그런 말을 했다. 문학 작품을 좋아해서 문학 작품을 많이 읽었는데 제가 쓴 고전 강의 시리즈 중에서 《문학 고전 강의》부터 읽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는 《문학 고전 강의》부터 읽고 이렇게 《역사 고전 강의》로 온 분은 사실 어딘가에 있겠지만 처음 만났다. 《문학 고전 강의》에서 《역사 고전 강의》로 가는 경로가 쉽지 않다. 철학 책을 안 읽어도 문학책은 안 읽어도 어쨌든 역사 책은 읽어야 한다 라고 하는 게 저의 아주 오래된 편견이다. 편견인데 그렇게 경로로 가는 게 좋다. 그리고 여러 차례 말한 것 같은데 문학 작품도 현대문학 작품부터 읽으시면 좀 그렇다. 예전 것부터 읽어야 이 저자가 예전에 나온 이것을 어떤 하나의 모티브를 가지고, 창작의 모티브를 삼거나 그랬구나 라는 걸 알게 될 때, 문학작품을 즐기기 위해서 읽는다고는 하지만 즐김을 넘어서 좀 잘 읽어보고자 할 때는 그런 장치들이 좀 필요하다. 

다음에는 이제 욥기를 읽기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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