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문학 고전 강의 — 24 제10강(2) 오뒷세이아

 

2023.06.03 문학 고전 강의 — 24 제10강(2) 오뒷세이아

⟪문학 고전 강의 - 내재하는 체험, 매개하는 서사⟫, 제10강(2) 
“이리저리”(entha kai entha)


페넬로페
“마치 판다레오스의 딸, 녹음 우거진 숲의 / 나이팅게일이, 봄이 새로이 찾아오자 아름답게 / 노래하고 무성한 나뭇잎들 위에 앉아서 / 자주 음색을 바꾸며 울림 큰 노래를 토해내며 / 자기 아들 이튈로스를 애도하는 것처럼, 과거에 그 아이 / 제토스 왕의 아들을, 무지로 인해 청동으로 죽였으니… / 내 마음은 두 갈래로 이리저리 헤매고 있습니다.”(김기영 번역, 19.518-524) 

오뒷세우스
“참고 견디는 그의 마음속은 단단히 정박해 / 남아 있었지만, 그 자신은 이리저리 뒤척였다. / 마치 어떤 사내가 활활 타오르는 불 위에 / 피와 비계로 가득 찬 소시지를 이리저리 돌리며 / 그것이 아주 빨리 구워지길 열망하듯이 / 그렇게 그는 이리저리 몸을 굴리며 궁리하고 있었다.”(김기영 번역, 20.23-28) 

 

오늘은 《문학 고전 강의》 제10강 이야기로써 ‘같은 마음’을 갖게 된 페넬로페와 오뒷세우스 이 부분을 두번째로 읽는다. 오늘 읽을 부분은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따르면 제19권 오뒷세우스가 페넬로페와 대담하다, 제20권 구혼자들을 죽이기 전에 있었던 일들, 그리고 21권, 22권까지 읽으면 되는데 주로 19권과 20권에 있었던 일들을 중심으로 해보겠다. 21권은 활이고, 22권은 “오뒷세우스가 구혼자들을 죽이다”이다. 19권부터 23권까지가 '알아보다', 페넬로페와 오뒷세우스의 관계 문제인데 사람이 사람을 알아보는 것은 정말 어렵다. 정말 적당한 선에서 지내는 것이다. 앞에서 오뒷세우스와 텔레모코스는 그냥 쉽게 알아봤다고 했는데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얼마나 그렇게 사무친 것이 있었겠는가. 무슨 엄청난 절차를 거쳐야만 알아보는 그런 끈끈한 것이 있겠는가. 데면데면 하지만 않으면 다행인 그런 것이 사실 부자관계인 것이다. '이야기로써 같은 마음을 같게 된', 지금 10권의 제목이다.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 여기서도 텔레마코스와 오뒷세우스도 얼마나 많이 얘기했겠는가. 텔레마코스가 어렸을 때 전쟁터에 나갔다. 물론 역사를 보면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치열한 피흘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페넬로페와의 관계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니까 좀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된다. 천병희 선생이 달아놓은 제목은 오뒷세우스가 페넬로페와 대담하다 그리고 발을 닦는 나오는 얘기가 나오는데 로버트 페이글스는 "Penelope and Her Guest"로 되어있다. 페넬로페와 그의 손님이니까 제19권은 이것이 좀 더 적절한 제목이 아닐까 한다. 아직은 못 알아봤으니까. 페넬로페에게 신경을 써야한다. 112페이지에 써놨듯이 페넬로페가 여기서는 사실은 주도를 하는 사람인데 페넬로페를 수기하는 형용사가 períphrōn이다.  

sōphrosynē가 절제이고, homophrosynē가 같은 마음이다. '사려깊은'은 períphrōn인데, peri라고 하는 말이 periphery라고 하면 주변기기라고 쓰는데, 그러니까 períphrōn는 이리저리, 이것저것 생각이 많은 그래서 “사려깊은”이다. 마음을 여기저기 쓰니까 정신없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마음을 이렇게 저렇게 쓰니까 사려깊은 períphrōn. 페넬로페의 특성은 “사려깊은”이다. 사려깊다는 것은 현명하다, 이것저것 막 둘러보다 라는 말이다. 그래서 호메로스가 페넬로페를 부를 때는 períphrōn인데 온갖 것을 다 생각해본다는 것이다. 온갖 것을 다 생각해본다는 것은 전체의 이해에 이르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페넬로페는 오뒷세우스에게 이름과 도시, 부모님 여러가지를 물어본다. 오뒷세우스는 자신이 불행하다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 페넬로페는 이제 계속 사려깊게 얘기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 "오직 오뒷세우스에 대한 그리움으로 내 마음은 소진되어 가고 있고"(19.136) 자신의 괴로움의 원인을 밝히고 있는데, 그런 다음에 혈통과 고향을 말해달라고 하는데 오뒷세우스의 얘기를 듣고 페넬로페는 눈물이 흘렸고 살갗이 녹아내렸다.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오뒷세우스도 섣불리 말을 했다가는 아가멤논처럼 될 수도 있으니까 아직은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니까 겉모습을 식별하기 위해서 페넬로페가 또 물어본다. 페넬로페도 짐작은 하고 있을텐데 그 짐작이 자기 스스로도 긴가민가 하지 않았겠는가. 그것이 계속 고생스러웠을 것이다. 그런 고통 자체를 견디기 어렸고 그런 상황에서 눈물도 흘리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여기서 오뒷세우스도 좀 더 심화해서 깊이 있게 확인해보고자 발을 씻는 것이다. 오뒷세우스의 발을 씻기는 시녀는 오뒷세우스의 유모였던 에우뤼클레이아인데 "주인을 씻어주려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녀는 아니나 다를까 단박에 / 그의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 흉터는 그가 전에 어머니의 아버지인 / 아우톨뤼코스와 그 아들들을 만나보려고 파르낫소스에 갔을 때 / 멧돼지의 흰 엄니에 부상당했던 바로 그 흉터였다." 그리고 그 흉터가 생기게 된 연원이 밝혀진다. 유년기의 오뒷세우스의 모습을 그렇게 얘기하고 그 다음에 청년기 이야기는 텔레마코스 이야기가를 대신하고 있고, 그 다음에 오뒷세우스는 유모가 자신의 흉터를 알아보았음을 눈치챘고 그것을 누더기로 흉터를 덮는다. 그 다음에 페넬로페가 구혼자들이 자기를 괴롭히고 있고 꿈을 꾼다는 얘기를 하고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해몽을 한다.  

(천병희 번역) 19.392-395 주인을 씻어주려고 가까이 다가갔을 때 그녀는 아니나 다를까 단박에 / 그의 흉터를 알아보았다. 그 흉터는 그가 전에 어머니의 아버지인 / 아우톨뤼코스와 그 아들들을 만나보려고 파르낫소스에 갔을 때 / 멧돼지의 흰 엄니에 부상당했던 바로 그 흉터였다. 


그런데 19권 555~558행에서 오뒷세우스가 해몽을 빌려서 말을 한다. "부인! 그 꿈을 옆으로 틀러 달리 해몽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오. / 그 분이 그 꿈을 어떻게 실현할지 오뒷세우스 자신이 그대에게 / 알려주었으니 말이오. 모든 구혼자들에게 빠짐없이 파멸이 그 모습을 / 드러낼 것이며 어느 누구도 죽음과 죽음의 운명을 피하지 못할 것이오." 단정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페넬로페가 꿈 얘기를 하고 그 꿈에 대해서 오뒷세우스가 뭔가 자기의 결심을 얘기하는데 거기에 앞서서 페넬로페가 이렇게 얘기한다. "마치 판다레오스의 딸, 녹음 우거진 숲의 / 나이팅게일이, 봄이 새로이 찾아오자 아름답게 / 노래하고 무성한 나뭇잎들 위에 앉아서 / 자주 음색을 바꾸며 울림 큰 노래를 토해내며 / 자기 아들 이튈로스를 애도하는 것처럼, 과거에 그 아이 / 제토스 왕의 아들을, 무지로 인해 청동으로 죽였으니", 그 다음에 중요한 말이 나온다. "내 마음은 두 갈래로 이리저리 헤매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헤매는가. "아들 곁에 머물며 모든 것을, 내 재산과 하녀들과 / 지붕 높은 대권을 확고하게 지켜야 할지, /  남편의 침대와 백성의 여론이 무서우니까. / 아니면, 이제는 가장 뛰어난 아카이아인을 따라가야 할지."  페넬로페가 사려깊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여기서 이리저리라는 말이 나온다. 희랍어로 entha kai entha이다. 이쪽으로 그리고 이쪽으로. 뒤적뒤적 이런 것. 사려깊다 라고 하는 것은 사실은 이리저리를 많이 해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리저리는 페넬로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뒷세우스도 한다. 바로 다음 권 20권 초반을 보면 "참고 견디는 그의 마음속은 단단히 정박해 / 남아 있었지만, 그 자신은 이리저리 뒤척였다. / 마치 어떤 사내가 활활 타오르는 불 위에 / 피와 비계로 가득 찬 소시지를 이리저리 돌리며 / 그것이 아주 빨리 구워지길 열망하듯이 / 그렇게 그는 이리저리 몸을 굴리며 궁리하고 있었다. / 정말 어떻게 염치없는 구혼자들을 무찌를까. / 비록 혼자이나 다수를. 그 가까이에 아테네가 / 하늘에서 내려왔다." 구혼자들을 무찌르기에 앞어서 이렇게 저렇게 고민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테네가 빨리가서 해치워라 말하려고 내려온다. 그런데 여기 20권을 보면 오뒷세우스도 이러저리 하는 것이 나온다. 그런데 호메로스의 서술을 보면 "마음속은 단단히 정박해 / 남아 있었지만", 결심은 섰다. 그런데 "그 자신은 이리저리 뒤척였다.", 아직 몸으로는 안움직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리저리가 나왔다. "마치 어떤 사내가 활활 타오르는 불 위에 / 피와 비계로 가득 찬 소시지를 이리저리 돌리며", 이리저리가 또 나왔다. "그것이 아주 빨리 구워지길 열망하듯이", 소세지를 먹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안구워지고 있다. "그렇게 그는 이리저리 몸을 굴리며 궁리하고 있었다." 마음 속은 단단히 정박해 있는데 몸은 굴리고 있는 상황 이것이 오뒷세우스이다. 그러니까 오뒷세우스도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들이 이제, 사려깊은 모습이 이리저리 라고 하는 것인데 이것이 어떤 것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 앞에서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이리저릭 뒤적뒤적 해보는 것이 인간의 몸이고 마음인데, 오뒷세우스는 결심은 했다. 어느 누구도 죽음과 죽음의 운명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곧바로 20권에 가서 초반에 마음은 단단한데 자신은 이리저리 뒤척이고 몸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궁리하고 있었다. 사려깊은, 생각이 많은 페넬로페도 마찬가지로  마음은 두 갈래로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이것이 이제 곧바로 오뒷세우스가 구혼자들을 죽이고 알아보는, 그러니까 거대하게 뿌리내린 침대라고 하는 23권으로 가기 전의 상황이다. 이런 부분에서 한번쯤은 쉬어가면서 인간이 어떻게 하는가를 보여주지 않나 싶다. 

(천병희 번역) 19.555-558 부인! 그 꿈을 옆으로 틀러 달리 해몽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오. / 그 분이 그 꿈을 어떻게 실현할지 오뒷세우스 자신이 그대에게 / 알려주었으니 말이오. 모든 구혼자들에게 빠짐없이 파멸이 그 모습을 / 드러낼 것이며 어느 누구도 죽음과 죽음의 운명을 피하지 못할 것이오. 

(김기영 번역) 19.518-524 마치 판다레오스의 딸, 녹음 우거진 숲의 / 나이팅게일이, 봄이 새로이 찾아오자 아름답게 / 노래하고 무성한 나뭇잎들 위에 앉아서 / 자주 음색을 바꾸며 울림 큰 노래를 토해내며 / 자기 아들 이튈로스를 애도하는 것처럼, 과거에 그 아이 / 제토스 왕의 아들을, 무지로 인해 청동으로 죽였으니… / 내 마음은 두 갈래로 이리저리 헤매고 있습니다. 

(김기영 번역) 19.525-529 아들 곁에 머물며 모든 것을, 내 재산과 하녀들과 / 지붕 높은 대권을 확고하게 지켜야 할지, /  남편의 침대와 백성의 여론이 무서우니까. / 아니면, 이제는 가장 뛰어난 아카이아인을 따라가야 할지. / 홀 안에서 헤아릴 수 없는 결혼 선물을 주며 구혼하는 자말이지요. 

(김기영 번역) 20.23-31 참고 견디는 그의 마음속은 단단히 정박해 / 남아 있었지만, 그 자신은 이리저리 뒤척였다. / 마치 어떤 사내가 활활 타오르는 불 위에 / 피와 비계로 가득 찬 소시지를 이리저리 돌리며 / 그것이 아주 빨리 구워지길 열망하듯이 / 그렇게 그는 이리저리 몸을 굴리며 궁리하고 있었다. / 정말 어떻게 염치없는 구혼자들을 무찌를까. / 비록 혼자이나 다수를. 그 가까이에 아테네가 / 하늘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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