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원의 책담화冊談話(https://booklistalk.podbean.com)에서 제공하는 「옥스퍼드 세계사」을 듣고 정리한다.
2025.02.05 🎤 옥스퍼드 세계사 1-2
1강: 세계사 읽기의 목적과 방법, 제1부와 제2부에 대한 간략한 개관
일시: 2025. 2. 5. 오후 7시 30분 - 9시 30분
장소: 수원시평생학습관
강의 안내: https://learning.suwon.go.kr/lmth/01_lecture01_view.asp?idx=4048
참고자료: Abraham Lincoln, The Gettysburg Address(Bliss Copy)
***
폴 우드러프의 《최초의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7가지 이념
1. 참주정으로부터의 자유(eleutheria)
2. 조화(harmonia)
3. 법(nomos)에 따른 통치
4. 본성(physis)에 따른 자연적 평등
5. 시민 지혜(euboulia, good judgement)
6. 지식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추론(antikeimenoi logoi, 반대논의)
7. 교양교육(paideia)
벤저민 블룸Benjamin Bloom, 《교육목표분류학Taxonomy of Educational Objectives》
평가(evaluation)
종합(synthesis)
분석(analysis)
적용(application)
이해(understanding)
지식(knowledge)
↑ 정확한 지식이 주어져 있는 경우, 그 지식들을 모아서 상위上位의 체계로 구축하는 것
The Gettysburg Address(Bliss Copy) [선생님 번역]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our fathers brought forth on this continent, a new nation, conceived in Liberty, and dedicated to the proposition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80하고도 7년 전 우리 선조들은 이 대륙에서, 자유 속에서 잉태되고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명제에 봉헌된 새로운 나라를 탄 생시켰습니다.]
Now we are engaged in a great civil war, testing whether that nation, or any nation so conceived and so dedicated, can long endure. We are met on a great battle-field of that war. We have come to dedicate a portion of that field, as a final resting place for those who here gave their lives that that nation might live. It is altogether fitting and proper that we should do this.
[지금 우리는 거대한 내전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그 나라, 또는 그렇게 잉태되고 그렇게 봉헌된 어떤 나라가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면서. 우리는 그 전쟁의 거대한 전장戰場에서 만났습니다. 우리는 그 장소의 일부를 봉헌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 나라를 살리기 위해 그들의 생명을 여기에 바친 사람들에게 마지막 안식처가 되게 하려고. 우리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주 마땅하고 적절합니다.]
But, in a larger sense, we can not dedicate — we can not consecrate — we can not hallow — this ground. The brave men, living and dead, who struggled here, have consecrated it, far above our poor power to add or detract. The world will little note, nor long remember what we say here, but it can never forget what they did here. It is for us the living, rather, to be dedicated here to the unfinished work which they who fought here have thus far so nobly advanced. It is rather for us to be here dedicated to the great task remaining before us — that from these honored dead we take increased devotion to that cause for which they gave the last full measure of devotion — that we here highly resolve that these dead shall not have died in vain — that this nation, under God, shall have a new birth of freedom — and that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shall not perish from the earth.
[그러나 더 넓은 의미에서, 이 땅을 우리는 봉헌할 수 없으며 — 우리는 축성祝聖할 수 없으며 — 우리는 신성하게 할 수도 — 없습니다.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우리의 빈약한 힘을 훨씬 넘어 여기서 싸웠던, 살아있거나 죽은 용감한 사람들이 이 곳을 축성하였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여기서 말하는 것을 거의 주목하지 않을 것이며, 오래 기억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이 여기서 했던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여기서 싸웠던 이들이 그렇게 멀리까지 그처럼 고귀하게 진전시킨 미완의 일에 대해 여기서 봉헌되어야만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들 살아있는 이들입니다. 우리 앞에 남아있는 거대한 과업 — 명예롭게 죽은 이들로부터 그들이 마지막까지 온전히 헌신했던 그 대의에 우리가 더많이 헌신해야 한다는 것 — 우리가, 죽은 이들이 결코 헛되이 죽지 않았음을 여기서 굳게 다짐한다는 것 — 이 나라가 신의 가호 아래 새로운 자유를 탄생시켜야 한다는 것 — 그리고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는 지상에서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것 — 에 대해 봉헌되어야만 하는 것은 여기서 오히려 우리인 것입니다.]
Abraham Lincoln
November 19, 1863
폴 우드러프의 《최초의 민주주의》라는 책이 있다. 폴 우드러프는 오스틴 주재 텍사스 캠퍼스의 철학과 교수이다. 이화여자대학의 철학과 교수였던 남경희 교수가 폴 우드러프 교수 밑에서 공부를 했다. 남경희 교수가 쓴 책 중에 《플라톤》이라는 책이 있다. 《최초의 민주주의》를 보면 민주주의의 7가지 이념이라고 해서 써놓은 것이 있다. 아테네 민주주의에 관한 가장 좋은 책은 《소크라테스, 민주주의를 캐묻다》이다. 《최초의 민주주의》는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장이 서론이고, 2장 민주주의의 생生과 사死, 그러니까 민주주의의 발생과 소멸에 대해서 다루고, 3장부터 9장까지가 7가지 이념을 다루고 그다음에 맺는 말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의외로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민주적인 나라가 아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는 헌법에 보면 모든 국민은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투표권을 가진다고 나와있다. 보통선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민이라면 누구나 투표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미국 헌법에는 없다. 역사철학이나 사회철학이나 정치철학은 같은 영역에서 움직이는데, 이것을 전공하는 사람들은 미국 헌법을 많이 연구한다. 왜냐하면 인류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이른바 민주의 공화국 헌법이기에 그렇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상한 게 그 나라가 세워졌을 당시 헌법은 굉장히 첨단이었겠으나 개정하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그래서 세월이 흐른 뒤로 개정을 잘 못하고 있다. 보통선거가 안 되고 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있으면 선거인 등록을 한다. 특정한 연령에 도달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투표권을 가진다는 것이 보통 선거권이다. 보통 선거권이 확보되어 있지 않은 나라가 많다. 가령 스위스는 우리나라보다도 더 보통 선거권이 나중에 되었다. 영국 같은 경우에도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세금을 내는 사람만이 투표를 할 수 있었다. 보통 선거권이 굉장히 중요한데 미국은 그게 안 되어 있다. 미국의 학자들이 민주주의에 대해서 뭐라고 이렇게 쓰는 것들은 사실 자기네 나라의 문제점들을 쓰고 있는 것이 꽤 높다. 그리고 어떤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보다도 후진적인 제도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꽤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행복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되어 있는데, 미국 헌법은 없다. 미국 사람들에게 행복은 각자 알아서 해야 한다.
폴 우드러프가 민주주의의 7가지를 얘기한 것이 있는데, 의외로 이 사람들은 아테네를 이상적인 나라라고 생각한다.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 이 강의를 하는 이유가 바로 교양교육에 해당한다. 일단 교양을 갖춘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 7번 paideia가 있다. antikeimenoi logoi는 지식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추론이라고 했는데 반대 토론을 말한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데 그게 아니라 이거 같은데요 라고 말했을 때 상대방이 죽는 수가 있어 라는 위협을 느끼면 반대 토론이 안 될 것이다. 그다음에 시민의 지혜euboulia, eu는 좋다라는 뜻이고. boulia는 판단이라는 뜻이다. 영어로 말하자면 good judgement이다. 본성에 따른 자연적 평등이란 희랍 사람들은 사람이 타고난 본성을 그대로 발현해서 사는 것이 평등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날에는 좀 안 맞는 얘기이다. 법에 따른 통치는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법이 뭔지를 알아야 되니 교양 교육이 되어 있어야 되겠다. 그다음에 harmonia, 사람들 사이에 서로, 자기 의견을 이 부분에서는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서 이것은 내놓고 하는 적극적인 양보와 그런 것들을 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다음에 참주정으로부터의 자유, eleutheria라고 하는 것이 자유라는 말이다. 희랍 사람들은 자유롭다 라고 할 때 나에게는 정신적 자유가 있어, 나도 게으를 자유가 있어 하는 의미의 자유를 생각하지 않았다. 희랍 사람들이 말하는 자유는 폭군 정치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자유를 절실하게 느낄 때는 폭정이 일어났을 때이다.
참주정으로부터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7가지 이념의 1번이다. 희랍 사람들이 적어놓은 것으로, 이건 평소에는 알 수 없다. 참주정으로부터의 자유라고 하는 것은 겪어봐야 아는 것이지만 우리가 평생토록 참주를 안 만나고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다. 참주를 안 만나고 사는 삶은 어떤 것인가. 참주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알려면 교양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수원 평생학습관에서 이렇게 강의를 하는 것, 특히 이번에 강의하는 것은 다 이 교양교육이다. 교양교육을 하는 이유는 일단 참주정으로부터의 자유라고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고 조화, 법에 따른 통치는 다 묶음이다. 이 세 가지는 정치적 차원의 얘기이다. 본성에 따른 자연적 평등은 희랍에만 고유한 얘기이고, 사람이 신체적인 조건이라든가 타고난 대로 살아야 된다 라고 하는 것은 계급 정치를 말하는 건 아니다. 그다음에 시민의 지혜, 지식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추론은 개인 차원의 교양이다. 반대 토론이라고 하는 것, 그러니까 나는 내가 틀릴 수도 있고 나의 틀린 점이 저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서 교정될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antikeimenoi logoi이다. 그런 사람을 우리는 euboulia, 좋은 판단을 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게 바로 교양교육이다.
희랍 세계에서 교양교육은 우선 말을 하는 훈련으로 시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보면 레토릭이라는 것이 있는데, 말을 한다 라고 하는 것은 말을 번지르하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내용을 사람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훈련하는 것이다. 설득력 있게 전달을 하려면 어떤 사태의 연원을 밝혀서 말한다든가 그 사태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탐구해서 말한다든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번에 강의하는 것에 핵심적인 포인트는 바로 교양교육이다. 교양 교육을 통해서 정치적인 자유의 영역 또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삶을 살아가는 데 바탕을 만들고 개인의 교양을 늘리는데 이번 강의의 목표가 있다. 세계사 공부의 목적을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할 일인가. 거창하게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중고등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교육이 다 실용적인 것만 교육을 한다. 실용적인 것이라고 하는 것은 쓸모는 있을지 몰라도 그 쓸모의 대상이 사라져버리면 교육한 것이 다 소모되어서 쓸모가 없어져버린다. 그런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민주적인 국가의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기본적인 교양을 습득하는 데 목표가 있다.
공부라고 하는 건 어떻게 하는가. 벤저민 블룸Benjamin Bloom이 쓴 《교육목표분류학Taxonomy of Educational Objectives》이라는 책이 있다. 1956년에 만들어진 것인데, 우리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는 지식이 있어야 되고 그다음에 그 지식을 이해하고 그 지식을 적용하고 또 분석할 줄 알고 그다음에 종합할 줄 알고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밑에서 위로 올라간다. 정확한 지식이 주어져 있는 경우에 뭔가를 이해하고 그 이해한 것 위에 그것을 적용할 줄 알고 그렇게 적용할 줄 아는 사람이 또 분석도 할 줄 알고 종합도 할 줄 알고 평가도 할 줄 안다 라고 하는 얘기이다. 그러니까 대개 초급 지식은 이해까지, 적용과 분석은 중급, 종합과 평가는 고급 지식이라고 얘기한다. 일반적으로 교육학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교육등급표이다. 그러니까 뭘 알아야 내가 그것을 뭘 해보든지 하지 하는 말이 다 벤자민 불룸의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 공부는 사실 이것을 다 하는 것이다. 인문학 영역에서 가장 종합적인 공부가 역사 공부이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The Gettysburg Address)이라고 하는 문서는 유명한 연설인데 굉장히 짧다. 이 당시에 보통 정치인들이 연설했다고 하면 길게 했는데 링컨의 연설은 굉장히 짧다. 첫 문장 한번 보겠다.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our fathers brought forth on this continent, a new nation, conceived in Liberty, and dedicated to the proposition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한 문장으로 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링컨의 수사학 기술이 여기 들어 있다. 1863년 11월 19일에 발표된 문서로, 1863년이면 미국이 건국된 다음이다. 기준 연도를 말하면 1789년 프랑스 혁명, 1848년 공산당 선언, 1870년이면 2차 산업혁명 무렵으로 우리가 대체로 현대세계가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게티즈버그라고 하는 곳에 국립묘지가 조성되었는데, 조성식에서 연설을 한 것이니까 조성하는 데 하루만 걸린 건 아니었을 것이다. 이것은 레토릭에 관한 그러니까 링컨에 관한 지식이라든가 게티즈버그 전투에 관한 지식이라든가 여기서 얻어지지 않는 다른 데서 얻어진 지식이다. 히스토리컬 도큐멘트 하나를 이해하려면 레토릭의 영역에서 지식이 와야 된다. 역사적인 사태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굉장히 주변 지식들이 많이 필요하다.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87년이라고 하는 말을 쓴 게 아니라 80(four score)하고도 7년 전이라고 한 것인데, 굉장히 문서를 고급스럽게 만들어내는 단어의 기술이다. 링컨이라는 사람은 고급스럽게 첫 문장을 이렇게 썼다는 것은 이 연설을 굉장히 고급스럽게 해야 될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양교육이라고 하는 것은 역사적인 맥락 속에서 이 문서가 만들어진 것을 이해하고, 이것이 된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이런 식으로 문서를 만들어서 얘기를 해야 되는구나 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교양교육은 그러니까 그것이 fundamental로 있는 것이다. 일단 역사적인 사실은 확인되고 검증할 수 있는 과거 사실들의 묶음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게티즈버그 연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니까 이해라고 하는 건 밑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위에 가 있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벤자민 블룸이 말하는 교육목표분류학은 이렇게 되어 있는데, 지식이 아무리 있다 해도 우리가 그 지식을 어떤 맥락 속에서 습득하느냐에 따라서 이해의 정도가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확인되고 검증가능한 과거 사실들의 묶음이 있고, 그다음에 문헌으로 확인되지 않는 것들은 유물 등을 통해서 우리가 확인한다. 그것을 역사적인 팩트라고 한다. 그러니까 역사적인 팩트가 있으면 모든 게 끝날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것만 가지고는 이해에 이를 수는 없다. 그것이 중요한 지점이다. 다시 말해서 역사는 그런 역사적 사실을 나열한다고 해서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링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링컨이 왜 이렇게 글을 조금 썼지라고 끝내 버릴 수도 있다. 링컨의 이 레토릭을 분석을 하려면, 가령 여기서 첫 번째 문장에서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 여기서 ago라는 것은 과거를 가리키는데 그것에 대응하는 단어는 그다음 문단의 now이다. 첫 번째 문단에서는 ago인데, 첫 번째 문단에서 핵심어는 사실 ago이고, 두 번째 문단은 now이다. 이런 것은 국어 시간에 배우는 게 아니라 역사 시간에 배우는 것이다. 셋째 문단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무엇인가. 바로 here이다. here가 7번 쓰였다. 많이 쓰였다고 해서 무조건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장소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강조하는 것이다. 링컨은 게티즈버그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here라는 단어를 계속 쓴다. 중요한 단어는 되풀이해서 말한다. 한국어 번역본을 보겠다. "더 넓은 의미에서, 이 땅을 우리는 봉헌할 수 없으며 우리는 축성祝聖할 수 없으며 우리는 신성하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다음에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는 우리의 빈약한 힘을 훨씬 넘어 여기서 싸웠던, 살아있거나 죽은 용감한 사람들이 이 곳을 축성하였습니다." 링크는 계속 "여기서"라는 말을 쓰고 있다. 그다음에 "우리가 여기서 말하는 것을 거의 주목하지 않을 것이며, 오래 기억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들이 여기서 했던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여기서 싸웠던 이들이 그렇게 멀리까지 그처럼 고귀하게 진전시킨 미완의 일에 대해 여기서 봉헌되어야만 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들 살아있는 이들입니다." 그다음에 마지막 문단에서 "그들이 마지막까지 온전히 헌신했던 그 대의에 우리가 더 많이 헌신해야 한다는 것", 그들은 여기서 싸웠다. 여기서 싸운 사람은 남군과 북군 군인들 모두이다. 여기서 싸웠는데 "세상은 그들이 여기서 했던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다음에 "우리 앞에 남아있는 거대한 과업"은 “죽은 이들이 결코 헛되이 죽지 않았음을" 여기서 다짐해야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라는 말이 어떤 문장에서 쓰이느냐에 따라서 지칭하는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면 링컨은 here라는 단어를 계속 되풀이해서 씀으로써 이 장소에서 전투가 벌어졌고, 이 장소에서 사람들이 사람을 비난하고 있고, 이 장소에서 우리가 그들의 죽음을 기억해야 되는 것이고, 이 장소에서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서 뭔가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
가령 제가 여러분들은 이 강의실에서 오늘 배운 것을 다음에 이 강의실에 올 때까지 절대로 잊어버리면 안 되고 항상 죽을 때까지 이 강의실을 생각해야 된다고 얘기하면, 이 강의실이라는 말이 계속되었을 때 강의실을 기억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 강의실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here라는 단어가 이 장소라고 하는 것, 이곳, 여기라고 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얘기하는 것이다. 이 역사적 문서 하나를 가지고 역사적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서사를 통해서 이해를 하려면 링컨이라고 하는 사람이 그 당시에 어떤 처지에 놓여 있었는지 다 알아야 된다. 그러니까 이 지식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굉장히 많이 있어야만 이해도 되고 적용도 되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링컨 그러면 노예 해방인데, 이 문서에 노예 해방 얘기는 한마디도 없다. 그러면 이 문서의 전체적인 주제는 무엇인가. 아까 나온 것처럼 첫 번째 문단에 있는 a new nation이다. 새로운 나라가 87년에 세워졌는데 그 나라에서 서로 죽이고 살리고 하는 일이 벌어졌다.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는데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게 창조되었다고 하는 이념을 가지고 세웠다. 그것을 liberty라고 불렀다. 그런데 87년 지나서 남군과 북군이 나눠져서 싸웠다. new nation은 Liberty라는 이념 속에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생각하는 Liberty는 proposition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이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창조되었다는 것이 자유이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창조됐는데 서로 평등하게 죽이고 있다. 세 번째 줄에 보면 new nation에 대응하는 게 this nation이다. 링컨이 엄청 문장을 잘 쓰는 증거이다. 이런 것을 ring composition, 첫 머리에 나온 얘기가 뒤에 다시 나와서 첫 시작과 끝이 서로 맞물려 들어가는 기법이라고 하낟. under God, shall have a new birth of freedom, 앞에는 Liberty인데 대문자로 돼 있고 여기 freedom은 소문자로 되어 있다. Liberty는 건국의 아버지들이 사용했기 때문에 Liberty, 여기는 freedom이고, proposition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과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는 대응한다. 미국 역사에서 링컨을 제2의 건국의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게티즈버그 연설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 인물이 된 것이다. 역사적인 인물이 되려면 역사적인 문서를 써야 된다. 링컨의 연설문은 전 세계에 수사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모두 다 공부하는 연설문이다.
투퀴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보면 페리클레스Periklēs의 전몰자 추도식 연설epitaphios logos가 있다. 그 장례식 연설이 서양에서는 말하자면 영원한 샘플이다. 형식이 정해져 있다. 즉 링컨이 오리지널은 아니다. 일단 죽은 사람에 대해서 칭송을 하고 자기네들의 선조를 칭송하는 말을 또 한 다음에 산 자가 해야 될 일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 장례식 연설의 기본이다. 페리클레스의 전몰자 추도식 연설을 한번 참조해 보면 괜찮다. 링컨의 이 연설문은 historical document이다. 이 document를 아주 잘 이해하려면 페리클레스의 장례식 연설까지 알아야 된다. 끝이 없다. 역사 공부를 잘해야 된다. 서기전 5세기에 그리스를 알아야 되겠고 서기전 5세기에 페리클레스는 왜 그 연설을 했는가. 페리클레스가 그 연설을 한 것은 링컨과는 다른 맥락이다. 페리클레스은 사람들을 충동질을 하기 위해서 한 것이고, 링커는 위로하기 위한 연설이다. 아주 성격이 아주 다르다. 사실 페리클레스의 연설은 지중해 제국주의, 제국주의를 선동하는 연설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것에 비하면 링컨의 연설은 정말 애틋한 것이다. 같은 장례식인데도 그렇다.
게티즈버그 전투는 대량 살육의 출발점이 된 전투이다. 미국의 남북 전쟁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니까 이런 맥락들을 쭉 알려고 하면 전쟁이라는 것을 상위에다 놓을 수도 있고, 미국 역사라는 것을 상위에다 놓을 수도 있고 여러 개의 범주가 섞인다. 공학, 전쟁, 프랑스, 미국, 나폴레옹 1세와 3세, 오스망, 링컨, 게티즈버그 이런 게 다 연결이 되어 있다. 그러면 게티즈버그라는 것을 중심으로 해서 장례식 연습만 읽는다고 하면 페리클레스를 호출해야 된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그 하위 개념으로 들어가면 장례식 연설이라고 하는 일반화를 가지고 얘기를 하면 그렇다. 그런데 링컨이라고 얘기를 하게 되면 나폴레옹 1세와 비교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오바마와 연결시켜서 대통령 연설이라고 하는 장르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1815년에 나폴레옹 전쟁이 끝났다.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게티즈버그 전투가 일어났다. 그러니까 19세기 초중반이니까 기술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그렇게 발전하지 않는다. 기관총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해서 전쟁 무기의 대량살육이라는 것이 가능해졌다. 1870년부터는 전쟁의 양상이 바뀌고 그것이 완전히 집약이 되어서 1914년 1차 대전이라고 하는 것에서 사람들이 떼거지로 죽었다. 그다음부터는 사람들이 많이 죽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무감각해진다. 피 흘릴 틈도 없이 죽는다. 대량 화학 가스전, 그러니까 살상 인원은 훨씬 적었다 해도 1차 세계대전이 2차 세계대전보다도 훨씬 더 정신적인 충격은 컸다. 그런 것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떤 단위를 가지고 모으고 어떤 단위로 나누는가 따라서 일반화되는 범주가 다르다. 그런 것들이 역사이다. 역사라고 하는 것은 융통성 있는 탐구에 굉장히 필요한 것이다. 사료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이고 더 넓은 맥락이나 서사 속에 배치를 하게 되면 해석이 달라진다. 어떤 범주에다가 그 사람을 배치하는가, 모음과 나눔, 종합과 분해라고 한다. 어디다 모으고 어떻게 쪼개고 하는가에 따라서 우리가 공부할 수 있는 영역이 달라지고 서사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
다음 주부터 책 내용을 차분하게 본격적으로 읽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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