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사통史通(9) ─ 史通, 內篇 - 序例, 題目
- 강의노트/책담화冊談話 2021-25
- 2025. 1. 20.
강유원의 책담화冊談話(https://booklistalk.podbean.com)에서 제공하는 「사통史通」을 듣고 정리한다.
2025.01.19 δ. 사통史通(9)
유지기의 《사통史通》, 오늘은 제목題目에 대해서 얘기를 하겠다. 지난번에는 서례序例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역사서에 있어서 체례体例에 대한 설명이고 제목題目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과 연결되어 있다. 제목을 짓는다, 간단하게 말하면 제목을 잘 지어야 된다는 얘기를 하자는 것이다. 제목을 잘 지으려면 위 아래 hierarchy, 범주를 잘 잡아야 한다. 어떤 것이 위쪽에 있고 어떤 것이 아래쪽에 있는가 하는 것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전반적으로 이번 파트가 역사서의 양식인데, 제목 짓기 얘기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문장 쓰는 것들까지도 다 관계되어 있다.
예로부터 역사책의 제목은 역사서의 명칭이다. "상고시대 역사 기록으로는 삼분 · 오전 · 팔색 · 구구가 있었다"라고 얘기를 하는데 이건 좀 낯설다. 우리가 익숙한 것은 "춘추 · 상서 · 도올 · 지 · 승"도 있는데, 대체로 역사 책에는 사기史記처럼 기記가 붙고, 반고의 한서漢書처럼 서書와 같은 것들, 그다음에 기紀 · 략略 이런 것들이 대개 붙는다. 그래서 "서書 · 기記 · 기紀 · 략略 등을 주로 제목에 사용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한 번 정해지니까 후대의 학자들도 대체로 이런 것을 쓰는 점이 있다. 그런데 새로 등장한 것들로는 지志를 쓰기도 하고 경전할 때 전典자를 쓰기도 하는데, 또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얘기를 한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은 지志나 전典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고, 특이한 것을 좋아하고 옛 것을 그대로 쓰기도 했다. 그런데 반드시 옛것을 그대로 쓴 것만이 훌륭한 것은 아니라고 얘기를 하는데, 시대가 변하면 변한 것을 또 써야 된다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땅한 기준이 없다. 시대가 새로 바뀌었으니까 어떤 걸 써야 한다 하는 것들이 정해진 것이 아니니까 그렇다.
그래서 수득계고지의雖得稽古之宜 미달종시지의未達從時之義, "옛것을 살펴 배우려고 한 점은 좋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뜻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수득계고지의雖得稽古之宜, 옛것을 생각한다는 것이 마땅하기는 하지만, 미달종시지의未達從時之義, 시대의 흐름을 따르는 것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말이다. 옛 것을 배우려 하는 것은 좋다고 했다. 그런데 또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무엇일까. 이 적절함이라고 하는 것을 알려주면 좋았을 텐데 싶다. "구체적으로 논의를 하자면, 연월 순서대로 편집한 책은 기紀"라고 한다. 그리고 "기와 전을 모아 엮은 것을 서書"라고 한다. 그러면 "시대 흐름을 따른다고 하면 이제 가장 좋을 것이다."고 했으니까 "정해진 체제에 따라 이름을 붙인 것으로, 이름이 내용에 부합"한다. 이름이 내용에 부합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본다. 이 말은 《장자》의 소유유편에서 가져다 쓴 것이다. 명자실지빈名者實之賓, 명은 실의 빈이다. 이름이라고 하는 것은 내실, 그 내용의 손님이다.
명이정체名以定體 위실지빈爲實之賓. 명이정체名以定體, 이름이 내용에 합당하다, 위실지빈爲實之賓, 실實로써 손님을 삼는다. 예를 들어서 그것이 합당하지 않은 경우가 대략이고 할 때의 략略이다. "어환과 요최는 위나라와 양나라의 역사서를 지으면서 크고 작은 사실들을 모두 기록하여 지나치게 번잡해졌는데도 둘 다 략略이라는 명칭을 붙였으니, 명칭과 내용이 부합하지 않는다." 명칭과 내용이 부합하지 않은 경우에는 략略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안 되겠다. 그리고 이전 역사서에서 열전을 보면 제목이 일정치 않다 라고 하는 것들을 거론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사마천은 황후들의 전기를 편찬하면서 「외척전」이라고 이름을 제목을 달았는데, 외척이라고 제목이 적당치 않다는 것이다. 천자를 기록하면서 종실기라고 하자는 것이니 이것이 타당한가 라고 하는 것인데, 사마천을 편들어주자면 사마천이 황후들을 조금 낮춰 볼 때는 외척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사마천이 보기에 마땅치 않은 자들이 황후를 하고 있고, 황후에 빌붙어서 해먹으려는 황후의 친척들이 있었다면 외척전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이름을 붙일 때 황후다운 황후라면 황후전이라고 했을 것인데, 황후가 마땅치 않으면 외척전이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름을 붙였을 때, 그 명칭을 붙이는 것에 이미 평가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명칭을 헤아려야 된다는 것이다. 제목을 짓는 방법으로 어떤 것이 좋을까에 대해서 여기서 생각을 해볼 기회가 되지 않나 싶다. 제목이라고 하는 것은 반드시 내용과 합치해야 한다. 한서漢書에 보면 진승이나 항우 등의 유력한 사람을 열전에 수록했고, 동탁이나 원소 등의 여러 도적을 위지에 함께 수록했다. 열전이나 위지나 모두 다 신하의 반열에 놓아버렸는데, 누가 이들과 다른 신하들과의 차이를 변별할 수 있겠는가 라고 유지기는 묻는다. 그런데 한서漢書의 열전에 진승이나 항우를 쓰겠다고 하면, 그들은 신하급밖에 안 되는데 왕을 참칭한 자들이다 라는 평가를 배경으로 해서 신하의 반열에 놓아버린 게 아닐까 라고 생각을 해본다.
거기에 더해서 열전을 보면 제목이 일정치 않다고 했는데 여기 보면 이런 얘기가 있다. 사마상여전이나 동방삭전은 사람 이름을 그대로 썼는데, 이름이 너무 길면 성씨만 기록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또 이런 경우도 있는데, 후위서는 이웃 나라의 인물을 기록할 때 그 사람의 성명 위에 나라 이름을 쓰고 관직을 기록했다. 성명 위에 나라 이름을 쓰고 관직을 기록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한 것인데, 강동의 제왕의 경우에는 참사마예僭司馬叡, '진나라를 참칭한 사마예'라고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서의 부족장의 경우에는 사서양주목장식私署涼州牧張寔, '제멋대로 양주목에 부임한 장식'이라고 썼다. 장식이 양주목에 스스로 부임한 내용이 있으니까 양주목장식이라고만 하면 될 텐데 거기다 굳이 왜 사서私署라는 말을 제목에다 써서 이중으로 내용을 반복했는가를 유지기가 비판을 한 것이다. 물론 유지기의 비판이 틀린 건 아니다. 그러나 장식이라는 자가 저지른 짓이 워낙 마땅치 않다고 하면 당연히 제목에다가 한 번 더 써주는 것이 더 좋지 않겠나 한 것이다. 그래서 유지기의 비판이 틀렸다 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또 그렇게 제목을 붙인 사람들은 제목을 붙임으로 해서 한 번 더 주위를 환기시키려는, 제목을 보고 읽기를 들어가면서 한 번 더 주위를 환기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을 해볼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는 이것은 역사서를 쓰는 데 필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글을 쓸 때는 굉장히 중요한 원칙이 아닐까 싶다. "대체로 옛 사람들은 법령의 조문이 늘어나는 것을 경계했다." 이것은 노자老子 57장에 있다. 법령자창法令滋彰 도적다유盜賊多有, "법령이 늘어날수록 도적이 많아진다." 노자는 소국과민小國寡民, 조그마한 나라의 적은 백성을 얘기했으니까 저절로 다스려지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는 노자의 도덕경이 무위지치無爲之治라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다스려지는 것을 얘기를 했지만 오늘날은 해석이 바뀌었고, 이것은 굉장한 병법서라는 그런 얘기이다. 노자의 해석은 여기서 할 건 아니고, 대체로 옛 사람들은 법령의 조문이 늘어나는 것을 경계했다는 것은 노자에서 나온 얘기를 가져다 쓴 것이다.
개법령자장蓋法令滋章 고인소신古人所慎, "대체로 옛 사람들은 법령의 조문이 늘어나는 것을 경계했다." 개법령자장蓋法令滋章, 여기에는 자장滋章으로 되어 있는데, 노자의 도덕경에 보면 자창滋彰으로 되어 있다. 고인소신古人所慎, 옛 사람들이 걱정하던 바이다. 완이성장婉而成章 일자이위포폄一字以爲褒貶, "저 중요한 원칙을 잊고 사소한 방식에만 마음을 쏟는다면", 이게 문장의 원칙이다, "은근하면서도 문장을 이루고 한 글자로 기리고 비판한다는 정신을 더불어 의논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표현이다. 완이성장婉而成章, 은근하면서도 문장을 이루고, 은근하다는 말을 도대체 뭐라고 해야 될지는 의문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은근한 건지는 빨간 동그라미를 쳐 놓고 더 많이 좀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다. 한 글자로 기리고 비판한다는 말은 되게 좋은 것 같다. 글자 하나를 잡아서 맺어진다는 것이 있다. 그러니까 일자이위포폄一字以爲褒貶, 한 글자로서 포와 폄을 한다. 이것은 정말 어려운 경지인데 항상 글 쓸 때는 이걸 생각해 봐야 되지 않나 싶다.
오늘은 제목題目을 했고, 다한斷限과 편차編次는 역사의 시기 구분인데 다음에 묶어서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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