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사통史通(8) ─ 史通, 內篇 - 序例, 題目

 

2025.01.12 δ. 사통史通(8)

유지기, ⟪사통⟫(劉知幾, 史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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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는 《사통史通》 내편에서 논찬論贊을 읽었다. 논찬論贊은 역사가의 사론史論 그리고 사평史評, 묶으면 논論하고 평評한다는 평론評論이 되겠다. 논論이라고 하는 것은 그냥 서술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평가하는 것을 말하는 건데 이것을 좀 더 확장해 보면 서례序例와 그 제목題目으로 갈 수 있다. 제목題目은 조금 이것에 해당하지 않는데 번역자가 말하기를 서례와 제목은 역사서의 체례体例에 대한 설명이라고 되어 있는데 오늘은 서례序例에 대해서만 얘기를 해보겠다. 

소이서작자지의야所以敍作者之意也, 서序란 "작자의 저술 의도를 설명한 것"이다. 책을 쓸 때는 서문을 쓰는데, 내가 이 책을 왜 썼는가, 서문에 들어가는 내용이라고 하는 것은 대체로 보아서 주제, 내가 이 책을 쓰는데 어떤 주제를 쓴다 그다음에 제가 《책 읽기의 끝과 시작》에서 서문 쓰는 법을 써놓았다. 이 책을 내가 쓰는데 어떤 주제를 가지고 쓰는가 그리고 그 주제를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 어떤 내용을 여기다가 전개할 것인가. 대체로 한 세 가지 정도를 쓴다. 그래서 다섯 단락 글쓰기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아주 넓은 범위부터 시작해서 중간 범위 그리고 마지막 좁은 범위까지 이렇게 간다. 그렇게 하고 나서 그다음에 주제 그리고 그 주제에 해당하는 소주제들, 그다음에 탐구 방법론, 어떤 방법으로 쓰는가, 사상사의 방법을 쓴다라든가 아니면 시대적인 배경을 무시하고 추상적인 원리들만을 추출해서 그 추상적 원리들을 서로 비교해서 쓴다 하는 얘기들, 그다음에 마지막으로 이 책을 쓰는 데 있어서 감사해야 될 감사한 말로 구성된다. 그리고 나서 마무리, 이 책의 의의는 도대체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만물을 다 꿰었다 하는 얘기는 정말 해서는 안 되는 말이고 이것만큼은 내가 딱부러지게 얘기를 했으니까 그것을 중점적으로 읽어주십사 하는 것, 그게 바로 서문의 얘기이다. 저술 의도를 설명한 것은 그보다 좀 더 좁은 범위이다. 

서경에는 전典과 모謨가 있고 그다음에 시경에는 비比와 흥興 같은 것이 있다. 그래서 일종의 원리를 서序에서 말하고 그것에 해당하는 사례를 기술하는 것이 바로 서序와 례例, 서序는 이끄는 것이니까 의도를 쭉 말한 다음에 이 의도에 대해서 내가 예를 들어 말하자면 말이지 이렇게 하는 것이 례例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것은 기술, describe만 하는 것 같은다. 

유지기는 여기에 덧붙여서 사지유례史之有例 유국지유법猶國之有法 국무법國無法 즉상하미정則上下靡定 사무례史無例 즉시비막준則是非莫準, "역사서에 체례体例가 있는 것은 나라에 법이 있는 것과 같다. 나라의 법이 없으면 위아래가 안정되지 못하며, 역사서에 체례가 없으면 옳고 그름을 가릴 기준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여기 "옳고 그름을 가릴 기준"이라는 말이 들어와 버리니까 체례体例라고 하는 게 일종의 평가 기준이 되어버린다. 그게 굉장히 중요한 확장된 의미가 아닐까 라고 생각을 해볼 수가 있다. 그러니까 사지유례史之有例, 역사에 체례体例가 있는 것은, 유국지유법猶國之有法, 나라에 법이 있는 것과 같다. 법이라고 하는 게 옳고 그름을 가질 기준이다. 헌법이라고 하는 것은 정신, 이념을 담고 있는 것이고 그런 이념에 따라서 구체적으로 제도와 일상 속에서 행해야 할 규칙의 묶음, 최소한의 도덕을 묶어 놓은 것, 그게 법이다. 그러니까 헌법은 이념 논쟁의 원천이 되는 것이고, 헌법 전문에 뭘 집어넣느냐 이런 것들은 이념에 해당하는 것이고 그다음에 그 이념에 해당하는 것들을 구체화시킨 것이 법률이겠다. 그런데 여기서 국지유법國之有法은 옳고 그름, 여기서 법이라고 하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의미에서의 법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판별 기준인 정신이겠다. 국무법國無法, 나라의 법이 없으면, 즉상하미정則上下靡定, 위 아래가, 미靡라는 것은 쓰러진다, 기울어진다, 없다 라는 말이다, 아닐 미未 자와 뜻이 통한다, 미정未定이라고 할 때 그럴 때 미未자를 쓰는데, 靡를 써도 된다. 상하미정上下靡定, 위아래가 정해지지 않는다, 여기서는 안정되지 못하다 라고 번역을 해놓았다. 위와 아래라고 하는 것은 질서를 말하는 것이다. 그다음에 사무례史無例, 역사서에 체례가 없다면, 여기 례例라고 하는 것은 사례가 아니라 여기서는 바로 이어지는 공자의 춘추에서 범례凡例라고 하는 것처럼 규준이겠다. 옳고 그름을 가릴 기준이 없게 된다. 즉시비막준則是非莫準, 시비를 가릴 기준이 없게 된다. 여기서 준準이라고 하는 게 기준이 되겠다.   

그것이 이제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공자는 춘추에서는 범례凡例를 세웠다. 범례凡例라고 하는 것은 범凡은 대강大綱이라는 말이고, 례例는 조례條例나 의례儀禮를 말하는데, 춘추를 편찬할 때 세웠던 "문구를 계속 잇고, 사실을 나열한다", 앞서 한 번 나왔는데, 석사비사蓆辭比事, 즉 필법筆法이다. 필법筆法이라는 게 단어를 보면 직역을 하면 글씨 쓰는 법이다. 그런데 서술의 원칙 또는 서술의 평가기준, 내가 뭔가를 서술할 때 얘네들은 야단을 치고 얘네들은 칭찬해 줘야겠다 라고 하는 그 기준, 그 기준이니까 그렇게 해서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자가 춘추를 편찬할 때 세웠던 기준이 이것이고 그게 바로 준準, 시비를 가리는 기준이 되겠다. 좌구명이 또 좌전을 편찬할 때는 구역區域을 나눴다고 한다. 구역區域이란 어떤 이 지역과 저 지역을 획정해서 나누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밑에 각주를 보면 설명하기 위해서 만든 범주範疇라고 되어 있다. 이 범주라고 하는 것도 describe할 때 나누는 어떤 획정 기준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사실은 가치 평가의 기준이라고 말한다.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더 할 만한 메모를 해둘 만한 것은 없고, 읽어보자면 개범례기립蓋凡例旣立, 범례가 이미 세워졌다면, 당여기전상부當與紀傳相符, 본기와 열전에도 부합해야 한다. 본기에도 마땅해야 하고 전에도 서로 부합해야 된다. 그러니까 본기와 열전은, 이미 앞에서 범례를 설정했으면 어떤 식으로, 이때는 describe의 기준이 되는 것인데, 서례序例라고 하는 게 describe의 기준도 되고, 서술의 방식, 서술을 어떤 식으로 서술할 것인가의 기준도 되고 평가기준도 된다는, 이 두 가지를 다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서술 기준과 평가 기준, 이것이 서례序例이고, 이제 서술 기준과 평가 기준을 맞춰놓으면 챕터를 나눌 때 제목題目을, 역사서의 서명과 편제를 부합시키게 할 수 있는 것이겠다. 그것은 제목題目 부분에서 이어서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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