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담화冊談話 | 사통史通(5) ─ 史通, 內篇 - 二體
- 강의노트/책담화冊談話 2021-25
- 2025. 1. 2.
강유원의 책담화冊談話(https://booklistalk.podbean.com)에서 제공하는 「사통史通」을 듣고 정리한다.
2025.01.01 δ. 사통史通(5)
2025년 1월 1일이다. 《사통史通》의 이체二體를 읽어보겠다. 이체二體라는 것은 두 개의 체제, 두 갈래의 역사 체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서 두 갈래의 역사 체제는 편년체編年體와 기전체紀傳體를 말한다. 편년체는 좌구명 계열이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대체로 순열의 『한기』와 장번의 『후한기』는 좌구명 계열이고 반고의 『한서』와 화교의 『한후서』는 사마천 계열에 속한다." 사마천 계열은 기전체이고 좌구명 계열은 편년체이다. 편년체編年體는 연대별로 쭉 나열해 놓는 것이다. 서양의 용어로 시간 용어로 말하자면 khronos를 쭉 나열하는 것이다. 언제 자르느냐, 어느 것을 기점으로 자를 것인가 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지점에서 결정적 계기moment, kairos가 개입되기는 하겠지만 이 개념을 여기다 적용시키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연도별로 계속을 하는 것을 유지기는 이진일언理盡一言 어무중출語無重出, "사리를 한마디로 표현하고 서술이 중복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진일언盡一言, 다 할 진盡이니까, 우리가 극진하다고 할 때 하는 말이다. 할 때까지 다 해서 이제 더 할 게 없는, exhausted된 상태를 극진하다고 말할 수 있다.
기전체紀傳體는 본기本紀에서 대체를 포괄하고 열전列傳에서 구체적 사건을 쓴다. 그래서 기紀와 전傳이 중심이다. 표表를 통해서 시대와 관직을 계보에 따라 체계화한다. 그리고 지志는 앞서 빠뜨린 것을 모두 총괄하여 천문 · 지리 · 국가의 문물제도 이런 것들을 보인다. 그런데 기전체는 "하나의 사실이 각 편에 나뉘어서 실리면, 맥락이 끊어져서 분리되거나 전후가 중복"되는 단점이 있다고 얘기한다. 이것이 《사기史記》의 단점이라고 말하는데, 지난번에도 얘기했듯이 사기는 그렇게 나누어서 쓰면서 다차원적인 조망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도 조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유지기는 단점을 얘기하면서 "동류끼리 모으면서 시대를 고려하지 않다 보니, 나중에 태어난 사람이 앞부분에 있거나, 선배이면서도 도리어 뒷부분에 있는 경우가 생겼는데, 한 나라의 가의가 초나라의 굴원과 같은 편에 있고, 노나라의 조말이 연나라의 형가와 같은 편에 있게 되니, 이것이 『사기』의 단점이다."라고 말했는데 이것은 생각이 조금 짧은 것이다. 유지기의 이 논의가 옛날에 쓰여졌다고 해서 똘똘한 책이다 라고만 보면 안 된다. 제가 만약에 뭘 쓸 때 《사기史記》의 방식으로 동류끼리 모으면서 시대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예를 들어서 17세기 사람인 라이프니츠는 이성적 정신 공동체라고 하는 도이치 관념주의의 절대적 정신을 선취한 것이다 라고 말하면, 그리고 그렇게 해서 헤겔과 연결을 시켜서, 예를 들어서 라이프니츠 · 헤겔 열전을 썼다고 하자. 그리고 칸트는 그런 것이 없는 사람인 계몽주의자이니까, 칸트를 로크나 이런 사람들을 묶어서 가령 로크 · 칸트 열전을 썼다고 하면, 동류끼리 모으면서 시대를 고려하지 않은 게 된다. 나중에 태어난 사람이 앞부분에 있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한 나라의 가의가 초나라의 굴원과 같은 편에 있고", 즉 잉글랜드의 로크와 프로이센의 칸트가 같은 편에 있고, 그다음에 "노나라의 조말이 연나라의 형가와 같은 편에 있게 되니", 사실 라이프니츠는 도이치어로 뭘 쓰지도 않았고 프랑스어로 쓰거나 라티움어로 썼다. 그런데 헤겔은 도이치어로 썼다. 그러니까 라이프니츠는 프로이센이라는 나라에서 자기가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을 거 아니다. 그러면 이게 무엇일까, 뭔가 논의하는 데 있어 단점일까, 그건 아니다.
동류끼리 모은다는 말, 편차동류編次同𩔖가 과연 무엇인가. 굴원이 한 나라의 가의와 같은 편에 있고, 조말과 형가와 같은 편에 있다. 왜 사마천은 이렇게 했을까. 91페이지의 각주를 보면 유명한 얘기가 나온다. 가의는 낙양 사람이고 굴원을 조문하는 부를 썼다. 굴원은 초나라 사람이고 이 두 사람은 사기史記 84권 『굴원가생열전』에 나오는데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더군다나 가의는 『조굴원가』라고 해서 굴원에 대해서 뭔가를 썼다. 후대 사람이라고 해도 굴원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사마천의 사기史記가 가지고 있는 단점이 아니라, 그냥 연대순으로 읽다 보면 굴원을 먼저 읽고 그다음에 가의를 읽게 되는데, 나중 사람이 읽다 보면 앞에 사람을 사람들이 잊어버리게 된다. 그러면 사마천은 하나의 테마를 중심으로 해서 두 사람을 연결해서 그들을 비교해서 설명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제가 라이프니츠나 헤겔이나 칸트나 로크나 이런 사람들을 이렇게 놓고 설명하는 것들이 다 연대순으로 쭉 서술을 할 때 보일 수 있는 허점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맥락으로 또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역사적인 통찰을 이끌어가는 방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편차동류編次同𩔖라고 하는 것, 동류끼리 모은다 라고 할 때 그 류𩔖, 무엇을 기준으로 이 둘을 또는 이 셋을 하나로 모을 것인가 이때 여기서 중요한 지점이 있는 것이다. 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이 종種들을 어떻게 해서, 말하자면 유𩔖와 종차種差를 나누는데, 무엇으로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역사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이게 식견이다. 그리고 노나라의 조말이나 연나라의 형가가 같은 편에 있는 것도, 이 편의 제목이 자객열전刺客列傳이다. 이 사람들 모두 다 자객이라고, 이 둘을 자객이라고 일단 분류를 하고, 『굴원가생열전』은 그냥 사람 이름을 가져다 썼다고 하는데, 이 지점에서 이렇게 자객열전을 쭉 씀으로 해서 사마천은 어떤 사람을 자객이라고 하는가.
사실 우리가 자객이라고 하면 그렇게 썩 좋은 건 아니다. 객客 자가 들어간 사람들은 인생이 다 떠돌이들이다. 객客 자 들어가는 대표적인 세 종류의 직업이 있다. 일단 글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인 논객論客이 있다. 그다음에 정치에서 먹고 사는 정객政客이 있다. 이게 말과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다음에 하나가 있는데 이제 식객食客이다. 남의 집에서 더부살이 하면서 밥 얻어먹는 사람이다. 식객食客이 자객刺客으로 전환된다. 조말은 노나라의 무사였는데 제나라를 격퇴했고 그다음에 제나라 군주를 협박하여 맹악을 이루었고, 그다음에 형가는 진왕 정을 살해하려 했고 그다음에 피살되었다. 이렇게 살펴보면 무사武士, 칼을 쓰는 자들이었는데,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뭔가 삐딱선을 타면서 자객이 되어버린다. 어느 지점에서 이 사람들이 자객이 되는가를 사마천이 보여주는 것이다. 칼을 쥐고 있는데 그 칼을 쥐고 영웅이 되는가. 무사는 칼을 들고 있는 사람으로, 가치 판단이 들어가지 않은 개념이다. 그러니까 앞에서 유𩔖와 종種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말할 때, 유와 종을 나눈 다음에는 아주 당연히 제기되는 문제는 어떤 개념을 사용할 것인가이다. 조말은 노나라의 무사였다. 무사라고 하는 것은 폄하하는 개념도 아니고 높이 띄워주는 개념도 아니다. 그런데 자객이라고 하는 개념은 가치 판단이 들어간 개념이다. 자객이라고 하면 암살자, assassin 또는 hitman이다. 몰래 다른 사람을 찔러 죽이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자객이란 말이다. 몰래 찔러 죽이는 것 또는 기만책을 쓰는 것은 분명히 가치 판단이 들어간다. 무사가 어떤 짓을 하면 자객이 되는가를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까 아주 명백하게 포폄褒貶을 사기열전에서는 우리가 볼 수 있다. 특히나 사람 이름이 아닌 이렇게 자객열전과 같이 제목을 지어놓은 열전들은 포폄을 분명하게 내포하고 있다. 그것이 사마천의 식견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우리가 사마천의 식견과 포폄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읽을 가치가 없는 건 아니다.
그다음에 사마천 계열에서 후대에 나온 게 반고班固의 한서漢書이다. 기전체로 "본기와 열전을 설정하여 구분했고 일목요연하게 흐름을 파악했다." 기준과 항목을 구별했는데, 한서가 분량이 많다 해서 순열이 『한기』를 썼다고 얘기한다. 그러니까 이체二體는 두 갈래의 역사 체제, 그래서 편년체와 기전체이다. 반고의 한서와 사마천의 사기가 말하자면 기전체의 큰 기둥으로 출발점이다. 이것에 대해서 전목 교수의 《사학명저강의》에 있는 얘기를 해보자. 사마천司馬遷과 반고班固 이 두 사람을 얘기할 때 흔히 천고遷固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사마천의 천遷과 반고의 고固이다. 그들이 쓴 저작을 가지고 해서 사한史漢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전체통사紀傳體通史이고 단대사斷代史를 쓴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왕조를 경계로 역사 서술을 한다고 하면, 중국사의 이 서술이라고 하는 게 왕조를 경계로 했다 라고 하면 얼핏 보기에는 khronos인 것 같다. 그냥 연대순으로 쭉 써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왕조 변동 자체가 역사적 사건이다. 이 역사적 사건이라고 하는 것은 말하자면 kairos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시대 구분을 할 때 예를 들어서 《하버드-C.H.베크 세계사》에서 "1870-1945"로 되어 있다. 1870년을 기준으로 해서 그 이전하고 나눈다는 말이다. 1870에서 1945는 왕조 기준이 아니다. 이언 커쇼의 책인 《유럽》을 1914-1949, 1950-2017로 되어 있다. 그리고 토니 주트의 《전후 유럽》은 유럽사니까 그렇지만 《하버드-C.H.베크 세계사》는 1350-1750, 1750-187, 1870-1945로 되어 있다. 이것은 kairos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중국사는 대체로 봐서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 이렇게 왕조로 나누는데 왕조 변동 자체가 역사적 사건이다. 아주 커다란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에 그렇게 나눌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것은 현대의 시대 구분에는 적용하기가 어렵다. 당장 지금 대한민국만 해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올해가 이제 입춘이 지나면 을사년이다. 이게 1905년이 을사년이고 2025년이 을사년, 120년이다. 120년이면 분량도 그렇고 만하고 중요한 사건이기도 해서 시대 구분으로 할 만하다. 120년 사이가 굉장히 하나의 연속성을 가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 1905년은 한반도가 세계사에 본격적으로 편입된 해이다. 그렇게 보면 현대는 시대 구분이라고 하는 것을 왕조로 하기는 어렵다는 것, 그러니 편년체가 되었건 기전체가 되었건 시대 구분에 관한 고민은 사실은 중국 역사가들에게는 없었는데, 중국 역사가들은 왕조사를 쓰면 되는 것이다. 중국 역사를 많이 공부를 했을 때 우리가 그것으로부터 얻기가 어려운, 그것으로부터 도대체 통찰력을 알아내기가 어려운 것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것이다. 시대 구분론은 중국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다음에 춘추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얘기해보면, 앞서 얘기한 것처럼 춘추좌전이라고 하는 것은 춘추에 대한 전傳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춘추라고 하는 것이 왜 이렇게 중요한가. 도서 목록, 도서 구분법을 좀 봐야 되는데 유향劉向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 93페이지에 보면 "유향 · 곡영 등이 올린 상서의 경우를 보면"이라고 되어 있는데, 유향劉向은 유흠劉歆 이렇게 두 명의 사람이 있는데, 한 나라 역사책을 썼던 사람으로, 책으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죽었다. 둘은 부자자간이다. 유흠이 남긴 그 텍스트를 반고가 많이 참조했고 심한 경우에는 베꼈다 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인데, 고대인들에게 표절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표절과는 다른 개념이 있다. 어쨌든 유향이 칠략七略, 7개의 대략이라고 하는 도서 목록을 남겼는데, 반고의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의 기초가 된 도서 목록이다. 처음에 경사자집經史子集을 얘기했었는데, 이 4 분류법 이전에 7 분류법이 있다. 경사자집經史子集은 내용도 감안하면서 동시에 텍스트의 급수, 위계를 지어 붙인 것이다. 그런데 유향의 칠략七略은 그렇지 않고 내용 분류이다. 그래서 원류源流와 학파의 발전에 대해서 다룬 집략輯略이 있고, 그다음에 육예략六藝略, 제자략諸子略, 시부략詩賦略, 병서략兵書略, 술수략術數略, 방기략方技略이 있다. 여기에 보면 육예략六藝略라고 하는 것은 경학經學이다. 이렇게 7개로 된 것을 경사자집으로 나중에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그전에 학문이라고 하는 것은 왕관학王官學이 있고 백가언百家言이라고 하는 것으로 나눈다. 왕관학은 관학, 조정에서 아문衙門이 하는 학문, 귀족학이다. 거기에 속하는 게 육예략六藝略이고 백가언이라고 하는 것은 평민학이다. 공자는 평민학자이다. 춘추는 평민학자가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었다. 공자가 그러니까 굉장히 중국 고대 학문에서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춘추가 성립되는, 춘추는 중간 과도기에 성립된 것이다. 공자의 춘추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은 내용상으로도 중요한데 학문의 발전 과정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가를 알아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전목 교수의 책에 있는 내용을 여기다 보충해서 설명을 해놓았다. 유지기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다룬 게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그다음에 춘추春秋는 삼전三傳, 춘추좌전春秋左傳,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 춘추곡량전春秋穀梁傳이 있다. 후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는 좌전은 사건事을 전하는데 의義를 전하지는 않았다. 식견이 모자랐던 것이다. 사학의 역사에서는 그래도 진일보한 편년사다. 그리고 공양전과 곡량전은 의義를 전하면서 사事를 전하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하는 것 같지만 공양전이나 곡량전은 한나라 때 굉장히 중시되었던 그런 텍스트이다. 그래서 동중서는 공양전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고, 거의 역사책을 경전급으로 다루었다. 한 나라에서는 고전 텍스트에 대해서는 담당 박사관을 설치를 했는데, 공양전은 있었는데 좌전은 없었을 것이라고 어디선가 읽은 것 같다. 그리고 반표의 아들 반고는 어떤 사람인가. 반고의 인간성에 대해서는 전해지는 바가 굉장히 많다. 거의 폐급으로 분류가 되는 경향이 좀 있다. 아직 얘기할 바는 아니고 읽어가다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한번 거론을 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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