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판단력 비판


판단력 비판 - 10점
임마누엘 칸트 지음, 김상현 옮김/책세상


들어가는 말 


제1장 미의 분석론 

취미판단의 제1계기: 성질의 범주에 따른 고찰 

취미판단의 제2계기: 분량의 범주에 따른 고찰 

취미판단의 제3계기: 취미판단에서 고찰되는 목적의 관계 

취미판단의 제4계기: 대상들에 관한 만족의 양상 

분석론 제1장에 대한 총주 


제2장 숭고의 분석론 

A. 수학적 숭고에 관하여 

B. 자연의 역학적 숭고에 관하여 


해제 - 비판철학의 완성과 낭만주의로의 여행 


용어해설 

주 

더 읽어야 할 자료들 

옮긴이에 대하여





칸트의 <판단력 비판> 중 제1부의『미의 분석론』과『숭고의 분석론』을 옮긴 것이다. 


용어 해설


감성 Sinnlichkeit

일반적으로 감각과 관련된 일체의 능력을 지칭한다고 보면 된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는 감성을 "대상에 의해서 우리가 촉발되는 방식을 통해서 표상을 얻는 능력 즉 수용성"이라고 정의함으로써 감각에 의해 야기되는 주관의 정서적 변화에 관해서는 제외시켰지만, <판단력 비판>에서는 객관적 감각과 주관적 감각을 구분함으로써 정서 능력으로서의 감성에 대한 여지를 남겨놓았다. 아울러 <실용적 관점에서 본 인간학>에서 칸트는 "인식 능력으로서의 감성은 두 조각, 곧 감관과 상상력을 내용으로 갖는다. 전자는 대상이 현존하는 경우의 직관 능력이고, 후자는 대상이 현존하지 않는 경우에도 직관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리고 감관(감각 기능)은 다시금 외감과 내감으로 나뉜다"라고 함으로써 감성을 감관과 상상력을 포함하는 능력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따라서 상상력의 활동이 중심적 역할을 하는 취미판단과 숭고판단은 모두 넓은 의미에서 감성과 연관된다.


감성적 ästhetisch

ästhetischsms '감각적 지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aisthēsis에서 유래한 것이다. 칸트는 이 말을 '표상이 주관의 쾌, 불쾌의 감정과 연관되는 경우'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다. 그러므로 객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그 객관(의 성질)이 주관의 감정에 미치는 결과에 의거해 내리는 판단은 모두 ästhetisch한 판단이다.

ästhetisch는 흔히 '미감적, '미적'으로 번역되고 일부에서는 '심미적'이라는 번역어를 제안하기도 한다. 그러나 ästhetisch는 말에 가장 가까운 우리말은 '감성적'이라고 생각되기에 이 책에서는 '감성적'으로 옮겼다. '감성'은 사전적으로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이라는 뜻이며, 일상적으로 '감성이 무디다/감성이 섬세하다/감성이 뛰어나다'와 같은 식으로 쓰인다 이렇게 볼 때 우리말 '감성'은 대체로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자극을 수용하는 능력'과 '자극이 정서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느끼는 능력'이 그것이다. 이러한 우리말 용법을 (특히 칸트의) 철학적 개념과 연관시켜보면, 전자는 대상 인식의 질료(내용-경험적 표상의 실재적인 것)를 획득하는 능력에 해당하므로 '객관적'인 것이다. 그러나 후자는 자극을 계기로 발생하는 정서적 반응 또는 감정상의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을 의미하므로 언제나 '주관적'인 것이다. 


감성적 이념 ästhetische Idee

이성이념과 반대되는 보충 개념으로서의 이념이 <판단력 비판>에 등장하는데, 이것이 바로 '감성적 이념'이다. 이것은 직관의 표상이기는 하되 하나의 개념으로 확정할 수 없는 표상을 말한다.


개념 Begriff

일반적으로 감각적 다양을 '파악함, 움켜쥠'을 말한다. 따라서 일자 규정, 즉 다양한 것을 어떤 하나의 규정으로 확정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희색, 정육면체의 결정, 짠맛 등의 감각적 다양에 대해 '소금'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개념은 그 원천이 무엇이냐에 따라 일반적으로 경험적 개념과 순수 개념으로 구분된다.


개념과 이념Idee

 광의의 개념은 지성 개념과 이성 개념으로 구분되는데, 이성 개념을 별도로 '이념' 또는 '이성이념'이라고 한다. 양자의 본질적인 차이는 전자가 직관상 표시할 수 있는 개념을 의미하고, 후자는 표시할 수 없는 개념을 의미한다는 데 있다.


규정적 판단력과 반성적 판단력

규정적 판단력이란 보편이 주어진 경우의 판단력을 말하며, 반성적 판단력이란 보편이 없는 경우 보편을 찾아서 특수를 보편에 포섭시키는 판단력을 말한다. 따라서 규정적 판단력은 자체의 원리(판단하는 원리)는 없고 지성(또는 이성)이라는 개념 능력 일반의 원칙에 종속된 활동만을 하게 된다. 하지만 반성적 판단력은 의존해야 할 개념(보편)이 없으므로 자체의 원리를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데, 그 원리를 칸트는 '합목적성'으로 규정한다.


비판 Kritik

칸트는 '비판'이라는 말을 '한계 규정'이라는 의미로 쓴다. Kritik라는 말은 '구별하다', '판정하다'라는 뜻을 지는 그리스어 krinein에서 유래했다. 그러므로 Kritik는 '구별함', '판정함'을 의미하는데, 구별하고 판정하기 위해서는 대상(또는 대상이 되는 주제)의 옳고 그름, 정당성과 부당성 등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로부터 Kritik란 일반적으로 '타당성의 범위와 한계를 규명함'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이 말은 특히 칸트에게 있어서는 '인간의 인식 능력 일반에 대한 비판'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인식 능력이 곧 존재 규정의 능력이라는 점에서 '형이상학 비판'이라는 의미를 갖게된다. 즉 '이성 능력 일반에 대한 비판'은 곧 '형이상학 일반의 가능성을 비판하는 것이고 이는 형이상학의 원천, 범위,한계 등을 규명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상상력 Einbildungskraft

상상력은 "대상의 현존 없이도 [대상을] 직관하는 능력", "직관 중에 대상이 지금 존재하지 않지만, 대상을 표시하는 능력"(<순수이성 비판>, 151쪽) 또는 "직관의 다양을 종합하는 능력"(<순수이성 비판>,103쪽 참조)으로 정의된다.  이 상상력은 재생적 상상력과 생산적 상상력으로 구분된다. 재생적 상상력은 연상의 법칙(유사성, 인접성, 선후성)에 종속되는 상상력이며, 생산적 상상력은 특정한 조건이 성립하면 상충될 수도 있는 가능적인 대상의 상을 형성하는 능력, 즉 상상(의식을 동반하는 경우 공상, 의식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꿈), 환상, 대소상, 완성상, 근원상의 능력 등을 말한다. 칸트는 취미판단과 숭고판단을 내림에 있어서는 생산적 상상력이 작용한다고 본다.


유희 Spiel

과거에는 '유동' 등으로 번역되었고, 간혹 '놀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칸트는 인식 능력들의 관계, 특히 취미판단에 있어서 상상력이 지성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활동을 한다는 점을 언급할 때 '상상력의 자유로운 Spiel'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상상력의 자유로운 Spiel'이란 지성에 의해 정해진 개념이나 목적이 없는 상황에서 상상력이 주어니 현상(표상)에 적합한 새로운 이념이나 목적을 찾는 과정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성 Vernunft

이념 능력 또는 원리의 능력 또는 "경험 또는 대상과 관계하지 않고 처음부터 지성과 지성의 개념에 관계하여 이 지성 개념들을 통일하는 능력"(<순수이성 비판>,359쪽)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성 사용의 최고 원리는 합목적성 또는 체계 통일의 원리다. 이성 역시 결합Verbindung 능력인데, 지성이 감각적 다양(또는 현상의 다양 또는 직관의 다양)을 결합하는 능력이라면, 이성은 이러한 감성적인 것들과 무관하게 개념과 개념을 결합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인식 Erkenntnis

통상 '인식'이란 엄밀한 학적 앎의 획득을 지칭한다. 하지만 <판단력 비판>에서는 이 말이 좀더 넓게 사용되어 '인식 능력들 간의 일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규정적 판단력의 상황에서 상상력과 지성이라는 인식 능력들이 일치하면 이를 학적 인식이라고 하고, 반성적 판단력의 상황에서 양자가 일치하면 이를 미에 대한 인식(취미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반성적 판단력의 상황에서 상상력과 이성이 일치하면 이는 숭고에 대한 인식, 즉 숭고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지성 Verstand

칸트는 지성을 직관의 다양을 통일하는 능력, 개념 능력, "규칙의 능력", "규칙들을 매개로 해서 현상들을 통일하는 능력" 등으로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다. 지성은 일반적으로 결합Verbindung 능력을 의미하며, 그런 한에서 판단력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게도 한다.


초월적 transzendental

transzendental이란 말은 transzender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넘어가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 '넘어섬'에 대해서는 우리의 경험계를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 그리고 우리의 경험계를 경험의 세계이게끔 하는 조건을 탐구하는 것,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후자의 넘어섬이 칸트에게서는 '비판'이다. 즉 경험의 가능 조건 또는 인식의 가능 조건을 규명하는 일이 우리의 경험적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되 완전히 다른 세계로 가지 않고 그 경계선에서 설 때 가능해진다. 이런 의미에서 칸트는 비판철학이라는 말과 초월철학이라는 말은 등가어라고 말한다.


취미 Geschmack

Geschmack의 번역어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취미, 취향, 기호, 심미 등이 거론되는데, 원래 Geschmack는 '맛보다schmecken'라는 동사에서 온 말로 영어의 'taste'에 해당한다. 따라서 '취미'라는 말이 가장 원뜻에 가깝다. 그러나 칸트는 Geschmack를 "미를 판정하는 능력"(<판단력 비판>,4쪽 주)이라는 좁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중시한다면 '심미'라는 번역어가 적절할 것이다. 또한 칸트는 Geschmack를 "괘적한 것 일반에 대한 판정 능력"(<판단력 비판>,20쪽)이라는 의미로도 쓰고 있다. 번역과 관련한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이 책에서는 Geschmack를 원뜻 그대로 '취미'로 옮기기로 한다.


판단력 Urteilskraft

지성과 판단력의 관계에 대한 칸트의 입장은 시기나 저술의 맥락에 따라 약간의 편차를 보인다. 우선 제1비판서에서는 지성 능력과 판단력이 거의 동일한 능력으로 다루어지되, 판단력에 관해서는 특별히 도식의 능력이 첨가된다. 즉 동일한 개념 능력(또는 판단 능력)인 지성이 한편으로는 범주 능력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도식 능력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그러나 <판단력 비판에서는 지성과 판단력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지성은 단지 보편의 능력(개념의 능력)으로 한정되고 그래서 범주 능력으로만 규정되는 데 반해 판단력은 "특수를 보편에 포섭시키는 능력"으로 정의됨으로써 감성적인 것들(감관 내용과 상상력이 종합한 것들)을 지성(또는 이성)과 매개하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판단력 비판 Kritik der Urteilskraft

Kritik 라는 말은 앞서 설명한 대로, 인식 능력들의 원천, 범위, 한계를 규정한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판단력 비판'이라는 책의 제목은 '판단력의 원천, 범위, 한계를 규정'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칸트는  판단력을 규정적 판단력과 반성적 판단력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규정적 판단력에 대해서는 <순수이성 비판>에서 다룬 것으로 간주하고 <판단력 비판>에서는 반성적 판단력의 선험적 조건에 대해 다룬다. 따라서 <판단력 비판>은 '반성적 판단력에 대한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표상 representatio / Vorstellung

표상으로 번역하는 독일어 Vorstellung은 '앞에 vor 세움 Stellung', 즉 '앞세움'을 의미하는 단어다. 다시말해 정신(또는 의식)의 앞에 세움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의 대상이 되는 모든 것을 말한다. 일상적으로는 그저 머리에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뜻한다고 보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합목적성 Zweckmäßigkeit

하인텔 E.Heitel에 따르면 합목적성의 개념은 크게 주관적 합목적성과 객관적 합목적성으로 구분되고, 객관적 합목적성은 다시 기하학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은 형식적 합목적성과 실질적 합목적성으로 구분된다. 실질적 합목적성은 외적 합목적성과 내적 합목적성으로 구분되는데, 전자는 다시 인간에 대한 유용성과 유기체에 대한 유익성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구분에 있어서 자연미는 대상의 주관적,형식적 합목적성을 판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에 반해 외적 합목적성에 대한 판정은 자연에 대한 여러 가지 개별적 법칙들을 통합하는 기능을 할 수도 있고, 나아가 전 자연을 목적론의 체계로 간주해 인간을 그 목적론적 질서에 있어서의 궁극 목적이자 최종 목적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유용성과 관련하여 우리는 또한 이를 완전성 Vollkommenheit과 구분해야만 한다. 하인텔의 구분에서는 빠졌지만, 칸트는 완전성을 내적,객관적 합목적성으로 규정한다. 완전성은 다시 질적 완전성과 양적 완전성으로 구분되는데, 한 사물의 다양이 그 사물의 개념과 합치되는 경우를 질적 완전성이라고 하고, 각각의 사물이 그 종류에 따라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양적 완전성, 즉 완비성이라고 한다. 물론 순수한 감성적 판단은 대상의 객관적 합목적성에 대한 판단이 아니다. 대상의 객관적 합목적성에 대한 판단은 반성적 판단력의 논리적 사용과 관련되고 그런 한에서 목적론적 판단이 된다. 그에 반해 반성적 판단력의 감성적 사용은 주관적 합목적성과 관련된다. 따라서 합목적성 개념과 관련된 칸트의 생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우리는 자연미를 형식적인(단지 주관적인) 합목적성 개념의 현시라고 볼 수가 있으며, 자연목적을 실질적인 (객관적인) 합목적성 개념의 현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전자를 우리는 취미에 의하여(감성적으로, 쾌의 감정을 매개로 하여) 판정하며, 후자를 지성과 이성에 의하여(논리적으로, 개념들에 따라) 판정하는 것이다."



1) 칸트는 <순수이성 비판>에서 지성의 순수 개념, 즉 범주를 전통적인 논리학의 분류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구분했다. 분량, 성질, 관계, 양상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각각을 다시 3개 소범주로 분류했는데, 차례대로 단일성, 다수성, 전체성, 실재성, 부정성, 제한성, 실체성, 인과성, 상호성, 가능성, 현실성, 필연성의 12범주다. 이와 같은 범주의 구분은 이후 칸트가 행하는 모든 연구에 적용되고, 연구의 순서 역시 범주의 순서에 따라, 즉 분량, 성질, 관계, 양상의 순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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