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 멜빌: 모비 딕 (상)


모비 딕 - 상 - 10점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열린책들



어원 

발췌 


모비 딕 


1 어렴풋이 드러나는 것들 

2 여행 가방 

3 물기둥 여인숙 

4 이불 

5 아침 식사 

6 거리 

7 예배당 

8 설교단 

9 설교 

10 소중한 친구 

11 잠옷 

12 간략한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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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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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첫 번째 야간 당번 

40 한밤중, 앞 갑판 

41 모비 딕 

42 고래의 흰색 

43 쉿! 

44 해도 

45 선서 진술서 

46 추측 

47 거적 짜기 

48 첫 번째 출격 

49 하이에나 

50 에이해브의 보트와 선원들 · 페달라 

51 유령의 물기둥 

52 앨버트로스 

53 상호방문 

54 타운-호 이야기 

55 기괴한 고래 그림들 

56 오류가 적은 고래 그림과 고래 포획도 

57 그림과 이빨, 나무, 철판, 돌 조각, 산과 별자리에 나타난 고래들 

58 요각류 

59 오징어 

60 포경 밧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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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내 이름은 이슈마엘. 몇 해 전, 정확히 언제였는지는 따질 것 없이, 수중에 돈도 거의 떨어지고 뭍에서는 이렇다 할 흥미로운 일도 없어서, 당분간 배를 타고 나가 바다 쪽 세상이나 구경하자고 생각했다. 그건 울화를 떨치고 피를 제대로 돌게 만드는 나만의 방법이다. 입꼬리가 처지며 11월 가랑비에 젖은 것처럼 영혼이 축 늘어질 때, 얼결에 장의사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지나는 장례 행렬의 꽁무니마다 따라붙을 때, 무엇보다 우울한 기운에 사로잡혀 작심하고 거리로 나가 사람들의 모자를 보는 족족 쳐내지 않으려면 엄청난 자제심이 필요할 때, 그럴 때면 서둘러 바다에 나갈 시기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게는 이것이 권총과 탄환 대신이다. 카토2는 철학적인 미사여구를 들먹이며 제 칼에 몸을 던졌지만, 나는 조용히 배에 오른다.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니다. 몰라서 그렇지 알기만 하면 사람들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바다에 대해 나와 거의 똑같은 감정을 느낄 것이다.


93 섬긴다는 건 뭘까, 나는 생각했다. 이슈마엘, 너는 지금 하늘과 땅, 이교도까지 포함한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관대한 하느님이 한낱 시커먼 나무토막을 질투하실 거라고 생각하는 게냐? 어림도 없는 소리! 하지만 섬긴다는 건 무엇인가? 신의 뜻대로 하는 것, 그것이 섬김이지. 그리고 신의 뜻이란 무엇인가? 이웃이 내게 해주길 바라는 대로 이웃에게 행하는 것, 그것이 신의 뜻이다. 그런데 퀴퀘그는 내 이웃이다. 그리고 나는 퀴퀘그가 내게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가? 그야, 나와 함께 내가 믿는 장로교의 방식대로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따라서 나도 그의 예배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므로 우상 숭배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대팻밥에 불을 붙였고 무해하고 조그만 우상을 함께 세웠으며, 퀴퀘그와 함께 그에게 태운 건빵을 바쳤다. 두 번인가 세 번쯤 절을 하고 코에 입을 맞췄다. 예배를 마친 후에는 양심이나 세상에 거리낄 것 없는 편안한 마음으로 옷을 벗고 침대에 들어갔다. 그래도 약간 잡담을 나눈 후에야 잠이 들었다.


202 하지만 분명히 밝히건대, 모든 논쟁을 보류한 채 나는 고래가 물고기라는 오래된 입장을 받아들이며 성스러운 요나에게 나를 보살펴 달라고 부탁하겠다. 이 근본적인 문제가 정리되면, 그다음은 고래가 다른 물고기와 어떻게 다른지 내면을 들여다볼 차례다. 위에서 린네가 나열한 것들이 바로 그것인데, 간단히 말하자면 다른 물고기는 전부 허파가 없고 피가 차가운 반면, 고래는 허파가 있으며 온혈 동물이다.

그다음. 앞으로 계속해서 겉모습을 규정할 수 있도록 고래가 지닌 명백한 외형적 특징을 정의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 간단히 말하면, 고래는 수평 꼬리를 지니고 물을 내뿜는 물고기다. 그러면 고래가 된다. 너무 압축하긴 했지만 이건 광범위한 고찰에 따른 정의다. 바다코끼리도 고래처럼 물을 뿜지만 바다코끼리는 물과 뭍에서 모두 살기 때문에 물고기가 아니다. 그러나 이 정의의 뒤 항목은 앞의 것과 결합되었을 때 훨씬 더 설득력을 지닌다. 뭍사람들에게 익숙한 물고기는 모두 꼬리가 수평이 아닌 수직이거나 수직에 가깝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반면에 물을 뿜는 이 물고기의 꼬리는 모양은 다른 물고기와 비슷할지 몰라도 예외 없이 수평으로 놓였다.


267 하지만 이런 초자연적인 추측을 제외하더라도, 괴물이 지닌 세속의 생김새와 의심할 여지없이 명백한 특징은 이례적인 힘으로 상상력을 자극했다. 모비 딕을 다른 향유고래와 구분하는 것은 비범한 덩치라기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눈처럼 희고 주름이 잡힌 독특한 이마와 피라미드처럼 높이 솟은 하얀 혹이었다. 이게 모비 딕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이 표식으로 모비 딕은 미지의 망망대해에서도 존재를 드러냈고, 모비 딕을 아는 사람들은 멀리서도 놈을 알아봤다.


396 인간이란 누구나 포경 밧줄에 싸인 채 살아가는 것을. 모든 인간은 목에 올가미를 건 채 태어나는 것을. 그러나 조용하고 교묘하게 상존하는 삶의 위험을 깨닫는 건 느닷없이 갑작스레 죽음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뿐이다. 당신이 철학자라면, 포경 보트에 앉아 있더라도 작살이 아닌 부지깽이를 옆에 놓고 저녁의 난롯가에서 앉아 있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큰 공포를 느끼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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