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스타브 플로베르: 감정 교육 2


감정 교육 2 - 10점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윤진 옮김/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감정 교육 2> 


2부 4장 ~ 6장 

3부 1장 ~ 7장 

옮긴이 주




110 "내가 이 세상에서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다른 이들은 부를, 명성을. 권력을 잡으려 애를 쓰지요! 나는 직업도 없고, 오로지 당신만이 나의 관심사이자, 내 모든 재산이요, 내 목적, 내 삶과 사고의 중심이랍니다. 하늘의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듯, 난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내 영혼이 당신의 영혼을 향해 던지는 그 열망을, 그리고 두 영혼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로 인해 내가 죽을 지경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시나요?"


113 두 사람은 오로지 사랑으로 가득 찬 삶, 막막하기 짝이 없는 고독을 채울 만큼 풍요롭고 온갖 기쁨이 넘쳐흐르며 모든 불행을 떨쳐 버린 삶, 끊임없이 서로의 마음을 토로하는 가운데 시간마저 사라져버리고, 마치 반짝이는 별들처럼 찬란하고 드높은 그런 삶을 상상했다.

 

332 그는 여행을 했다.

  그는 여객선을 탔을 때의 울적함, 텐트 속에서 잠을 깼을 때의 추위, 풍경과 폐허를 보며 느끼는 도취감, 끊겨 버린 교감들에 대한 씁쓸함을 맛보았다.

  그는 다시 돌아왔다.

  사교계를 빈번히 드나들며 또 다른 사랑들도 겪었다. 그러나 가시지 않은 첫사랑의 추억 때문에 그러한 사랑들은 밋밋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욕망의 격렬함, 감각의 아찔한 느낌마저 잃어버렸다. 마찬가지로 지적 야심도 감퇴되었다. 여러 해가 흘렀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지성과 무기력한 마음을 그대로 견뎌내고 있었다.

  1867년 3월 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 그가 서재에 홀로 있을 때 웬 여자가 들어왔다.

  "아르누 부인!"

  "프레데릭!"

  그녀는 그의 손을 부여잡고 다정하게 창가로 이끌고 가 찬찬히 그를 바라보며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 그 사람이야! 정녕 그 사람이야!"

  어슴푸레 저물어 가는 석양빛 속에서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검은 레이스의 베일 아래로 그녀의 눈만이 보일 뿐이었다.


335 그녀는 그의 기억력에 놀랐다. 그러면서 그에게 말했다.

  "이따금 당신이 하는 말이 마치 멀리서 울려오는 메아리, 바람에 실려온 종소리처럼 내게 들려온답니다. 그리고 책에서 사랑에 관한 대목을 읽을 때면 마치 당신이 거기 있는 것만 같아요."

  "사람들이 과장되었다고 비난하는 그 모든 것을 당신은 내게 느끼게 해주었지요." 하고 프레데릭이 말했다. "샤를로테가 파이를 나누어 주느라 기다리게 해도 화를 내지 않은 베르테르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가엾은 사람!"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참 침묵이 흐른 후 말했다.

  "상관없어요, 우리는 정말 사랑했으니까요."

  "그러지만 서로가 서로의 사람이 되지는 않았지요!"

  "그게 어쩌면 더 나을지도." 하고 그녀가 대답했다.

  "아니, 아니예요! 그랬더라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336 "당신이라는 사람, 당신의 아주 작은 몸짓까지도 내게는 이 세상에서 무척이나 중요하답니다. 내 마음은 당신이 내딛는 걸음마다 마치 먼지처럼 일어납니다. 당신은 내게 여름밤의 달빛과 같고, 그때 모든 것은 향기요, 달콤한 그림자이며, 하얀 빛으로 무한합니다. 당신의 이름만 들어도 육체와 영혼의 기쁨이 그 안에 깃든 것 같아, 나는 내 입술 위에서 당신의 이름에 입을 맞추려 애쓰며 당신의 이름을 되뇌고는 했습니다. 그 이상은 아무 것도 상상하지 않았습니다. 아르누 부인, 당신은 있는 그대로 두 자녀가 있고, 다정하며 진지하고,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고 너무나 선량하십니다! 그 모습에 다른 모든 모습들은 지워지고 말지요. 내가 다른 모습을 생각이라도 해보았을까요! 왜냐하면 내 마음 깊숙이 언제나 음악 같은 당신의 목소리가 울리고 당신의 눈이 찬란히 빛나니까요!"


338 "나도 할 수만 있다면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프레데릭은 아르누 부인이 몸을 내맡기고자 온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자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고 격렬하고 미칠 듯한 욕망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러면서도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반감이랄까 근칭상간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중에라도 혐오감이 들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그를 제지했다. 하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신중함과 동시에 자신의 이상을 끌어내리지 않으려는 마음에 그는 몸을 돌려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339 그녀가 나가자, 프레데릭은 창문을 열었다. 보도에 선 아르누 부인이 지나가는 삯마차를 보고 오라며 신호를 보냈다. 그녀가 마차에 탔다. 마차는 사라졌다.

  그게 전부였다.


342 "보니까, 너도 정치에 있어 온건해진 것 같네?"

  "나이 탓이지." 하고 변호사가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자신들이 살아온 삶을 간략하게 돌아보았다. 사랑을 꿈꾸던 이도, 권력을 꿈꾸던 이도, 둘 다 실패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곧장 직선으로 달리려 한 게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지." 하고 프레데릭이 말했다.

  "네 경우는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난 그와 반대로 그 무엇보다 더 강력한 많은 부수적인 일들은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방향 수정을 많이 해서 그르친 거야. 난 너무 논리적이었고, 넌 너무 감정적이었지."

  그들은 우연화 환경과 그들이 태어난 시대를 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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