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계 | 065 자오위안, <증오의 시대>


2018년 5월 28일부터 KBS 라디오 강유원의 책과 세계에서 진행되는 선생님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정리한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6843


20180824-065 자오위안, <증오의 시대>

명청교체기의 명나라 지식인들인 ‘유민遺民’에 관한 논의






강남하면 서울의 한강 이남 지역을 가리키는 것이 상식이지만 중국의 양쯔강, 즉 장강 이남을 가리키기도 하다. 아니 이 장강 이남을 가리키는 의미로서의 강남이 더 먼저다.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온다고 할 때의 강남이 바로 이 곳이다. 강남은 중국 명나라 태조 주원장이 나라를 세운 곳이기도 하다. 남경이 있는 곳이다. 그는 그 남경을 근거지로 하여 명나라를 세웠으나 3대 황제 성조 영락제는 오랜 세월 동안 정치 중심이었던 북경으로 수도를 옮긴다. 명나라는 이민족이었던 만주족이 세운 청에 의해 멸망했다. 명나라가 멸망하자 한족이었던 지식인들은 자기 조국의 멸망을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그리고 망한 나라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이러한 정서는 조선의 지배층들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나라잃은 백성들인 이들은 스스로를 남겨진 백성, 즉 유민이라 하였다. 


중국의 학자 자오위안 《증오의 시대》와 《생존의 시대》라는 2부작에서 이 사람들을 분석하고 있다. 이 두 권의 책 중에서 《증오의 시대》를 더 흥미있게 읽었는데 나라가 망했다면 당연히 절개를 지켜 죽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자신을 한탄하는 지식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또한 이른바 우리가 조선의 선비들에게서 많이 발견할 수 있었던 그런 모습, 말은 굉장히 강하게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저 그런 흐물흐물한 사람들을 많이 보면서 슬쩍슬쩍 웃음이 나기도 하였다. 자신의 신념은 강하지만 현실은 아미 그 신념을 용납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념만을 붙들고 애통해하는 것이 명나라 지식인들, 즉 유민들의 일반적인 행태였다. 간단히 말하면 그 유민들은 인지부조화 상태에 있었던 것이다. 《증오의 시대》와 《생존의 시대》, 특히 《증오의 시대》는 아주 재미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흔쾌하다는 의미에서의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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