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계 | 077 무라카미 하루키, 약속된 장소에서


2018년 5월 28일부터 KBS 라디오 강유원의 책과 세계에서 진행되는 선생님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정리한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6843

20180911-077 무라카미 하루키, 약속된 장소에서

옴진리교에 가담한 사람들과 피해자들


“세상의 시스템에 받아들여지지 못한 사람, 어딘가 잘 안 맞는 사람, 혹은 그로부터 배척당한 사람, 그런 사람들이 옴진리교에 들어간 것입니다.”


“리셋이죠. 인생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에 대한 동경. 아마도 저는 그런 것을 그려 봄으로써 카타르시스나 마음의 안정을 얻는 것 같습니다.”


“신자들 사이에는 선과 악의 관념이 붕괴되어 있었습니다.”


“자기란 찾아야 할 대상이지,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결국 옴진리교가 한 일은 번뇌의 근원적 해결을 마련해 주기 보다는, 자기를 버리고 시키는 대로 순종할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1995년, 지금부터 20여년 전이다, 1월 17일 일본 호교현 남부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런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선하다, 악하다와 같은 평가를 내릴 수 없다. 천재지변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해 1995년 3월 20일 아사하라 쇼코가 대표로 있는 옴진리교 신도들이 동경지하철에 지하 살인가스를 살포하였다. 이 테러로 12명이 사망하였고 6,300여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렇게 많은 죽이고 다치게 한 악한 짓이 벌어진 것이다.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 재판을 방청하고 옴진리교에 가담한 사람들과 피해자들을 인터뷰하여 책을 펴냈다. 


그 인터뷰를 담은 책이 《약속된 장소에서》라는 책이다. 그 책에 따르면 누가 옴진리교에 가담하였는지 잘 나온다. "세상의 시스템에 받아들여지지 못한 사람, 어딘가 잘 안 맞는 사람, 혹은 그로부터 배척당한 사람, 그런 사람들이 옴진리교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곳에 가서 무엇을 하려고 했던 것일까. "인생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에 대한 동경. 아마도 저는 그런 것을 그려 봄으로써 카타르시스나 마음의 안정을 얻는 것 같습니다." 바깥 세상에서 완전히 패배했다고 여긴 사람들은 그 집단에 들어가서 다시 시작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일수록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마음으로 조직에게 엄청난 충성을 바친다. 다시는 떨려 나아가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곳일수록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진 선악의 개념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신자들 사이에는 선과 악의 관념이 붕괴되어 있었다고 한다. 거기에서는 철저하게 자기를 버렸다. 결국 옴진리교가 한 일은 번뇌의 근원적 해결을 마련해 주기 보다는, 자기를 버리고 시키는 대로 순종할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자기자신에 대한 성찰을 그치고 이처럼 그 집단이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서만 살아가게 된 것이다. 


인간의 행위는 어떤 집단에 들어가던지 철저하게 그 집단의 맥락 속에서 벌어진다. 집단에서 개인의 위치에 따라 자신의 행위가 미치는 범위가 다를 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완전히 깨끗하게 소독된 청결한 곳은 없다. 성급하게 정결함을 찾으려 하다가는 옴진리교에 빠져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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