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계 | 112 셰익스피어, 맥베스


2018년 5월 28일부터 KBS 라디오 강유원의 책과 세계에서 진행되는 선생님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정리한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6843


20181030-112 셰익스피어, 맥베스

1막 1장에 등장하는 마녀들의 첫 마디, “맑음은 흐림, 흐림은 맑음, / 안개와 더러운 공중을 헤매는 거”


1막 3장에 등장하는 맥베스의 첫 마디, “이토록 흐리고 맑은 날은 본 적이 없어.”






셰익스피어의 드라마는 대체로 5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5막 중에서 1막은 앞으로 벌어질 사건의 실마리를 보여준다.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관객은 이 1막에서 제시되는 사태를 보고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름대로 상상해볼 것이다. 작가는 이 부분에서 관객에게 일종의 선입견을 불어넣는다. 그만큼 이 부분은 드라마 전체의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위해서 치밀하게 설계된다고 하겠다. <맥베스>에서 가장 등장하는 인물은 주인공 맥베스가 아니라 마녀들이다. 그 마녀들의 첫마디는 다음과 같다. “맑음은 흐림, 흐림은 맑음, / 안개와 더러운 공중을 헤매는 거.” 얼핏 듣기에는 헛소리이다. 맑음과 흐림이 서로 모호하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서 무엇이 맑은 것인지 무엇이 흐린 것인지 식별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관객들은 이 마녀들의 대사를 듣고 어리둥절 할 것이다. 이것은 세상에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있고 그러한 자기 정체성이 항상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 


맥베스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1막 3장인데 맥베스의 첫 마디는 “이토록 흐리고 맑은 날은 본 적이 없어”이다. 극이 처음 시작될 때 마녀들이 했던 말을 맥베스가 되풀이 하고 있다. 흐리고 맑은 날은 세상에 없다. 흐린 날은 흐린 것이고, 맑은 날이면 맑은 것이다. 그리고 흐리고 맑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소리인 것이다. 그런데 셰익스피어는 맥베스 1막에서 마녀와 맥베스 모두 이런 말을 하게한다. 그가 이렇게 한 의도를 헤아리는 것은 비평가들의 몫이겠으나 세상사가 이처럼 모호한 경계선 위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깨달음을 한 순간이라고 가져본 적이 있다면 우리가 그리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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