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계 | 114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2018년 5월 28일부터 KBS 라디오 강유원의 책과 세계에서 진행되는 선생님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정리한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6843


20181101-114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

인간에 대한 냉소가 한 인간을, 체제를, 세계를 파멸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것. “대체로 이 가련한 인생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인간이라 불리는 이 쓰레기 더미들이란!” “나는 이제 체념을 배웠다. 인간이라는 사기꾼에 대한 끝없는 멸시를 배웠다.” “인간은 한 무더기의 오물이다.”






랄프 게오르크 로이트가 쓴 <괴벨스: 대중 선동의 심리학>이라는 책이 있다. 굳이 따로 설명하지도 않아도 나치 독일 체제의 핵심인물이었고, 라디오 하나로 모든 독일 국민을 선동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사람이다. 그가 저지른 잘못은 명백하게 밝혀져 있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는 그런 사람이 되었을까. 이 책에는 그 점을 추적해 들어간다. 특히 괴벨스가 영웅적 지도자 이상의 체현자로 확신하던 히틀러를 만나기 전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 밝혀져 있다. 괴벨스는 아주 냉소적인 사람이었다. 그의 생애를 읽으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메시지는 인간에 대한 냉소가 한 인간을, 체제를, 세계를 파멸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겠다. "대체로 이 가련한 인생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인간이라 불리는 이 쓰레기 더미들이란!", "나는 이제 체념을 배웠다. 인간이라는 사기꾼에 대한 끝없는 멸시를 배웠다.", "인간은 한 무더기의 오물이다." 그의 일기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표현들은 괴벨스를 밀고 나간 근원적인 힘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사회에서 절망한 젊은이는 좌절하고 극도로 분노를 키우다가 급기야는 인간에 대한 냉소를 갖게 된다. 그리고는 그것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이 국가와 동일시 되는 민족이라는 허구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세계의 지도자에게 자신의 몸을 던지는 것이다. 괴벨스에게나 그의 선동을 따라간 독일인들에게나 열광의 뿌리는 뜻밖에도 좌절에서 나온 냉소였던 것이다. 모든 것은 덧없고 항상 유지되는 정체성은 없다는 것이 형이상학적으로는 옳은 말일지 몰라도 우리의 삶은 그런 덧없음에 빠져 있을 수는 없다. 그러한 냉소가 어느 순간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을 멸망시켜야 할 존재로 간주하여 무서운 폭력을 저지르는 악으로 변환되는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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