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계 | 116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11장


2018년 5월 28일부터 KBS 라디오 강유원의 책과 세계에서 진행되는 선생님의 라디오 방송을 듣고 정리한다.


팟캐스트 주소: http://www.podbbang.com/ch/16843


20181105-116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11장

삼십 개의 바퀴살이 바퀴 통 하나를 공유하나 그 비어있음 때문에 바퀴의 쓸모가 있고,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나 그 비어있음 때문에 그릇의 쓸모가 있고,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나 그 공간이 비어있기 때문에 방의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있음의 이로움은 없음의 쓰임때문이다.






대학의 철학과에 입학한 사람이나 졸업한 사람은 '철학과에 왜 갔느냐' 또는 '철학과에서 뭘 배우느냐' 하는 질문을 받고는 한다. 다른 학과에서도 이와 비슷한 질문들이 오고 갈듯하다. 대학에 갓 입학한 학생이라면 '철학과에 왜 갔느냐' 라는 물음에 진지하게 답을 하겠지만 조그만 시간이 지나면 이 물음들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이 아무런 쓸모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철학이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이들이 연마해 온 학문이긴 하지만 무엇을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철학과에 입학할 때는 이러저러한 것을 배우리라고 기대하고 가지만 졸업할 무렵에는 이러저러한 것을 배우기보다는 요러요러한 것을 배우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쓸모가 불분명하다라는 것이 철학의 본질의 학 측면을 이루고 있는 듯 하다. 그런 점에서 철학의 본질을 잘 드러낸다고 여겨지는 고전 텍스트의 한 구절, 노자 <도덕경> 제 11장을 읽어보겠다.


삼십 개의 바퀴살이 바퀴 통 하나를 공유하나 그 비어있음 때문에 바퀴의 쓸모가 있고,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나 그 비어있음 때문에 그릇의 쓸모가 있고,

문과 창을 뚫어 방을 만드나 그 공간이 비어있기 때문에 방의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있음의 이로움은 없음의 쓰임때문이다.


내용이 상당히 역설적이다. 노자 <도덕경>이 본래 의도가 다른 것일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우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없다고 믿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