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권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 - 10점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민음사


작가로부터


1부

1편 어느 집안의 역사

2편 부적절한 모임

3편 호색한들


2부

4편 파열들

5편 Pro와 Contra





작가로부터

나의 주인공 알렉세이 표도르비치 카라마조프의 전기를 시작함에 있어 나는 다소간 의혹에 빠져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내가 비록 알렉세이 표도로비치를 나의 주인공이라 부르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전혀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까닭에, 다음과 같은 종류의 질문들이 불가피하게 튀어나올 것임이 미리부터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즉, 당신의 주인공 알렉세이 표도로비치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뛰어 나단 말인가, 당신은 왜 그를 주인공으로 골랐는가? 그가 무슨 그럴듯한 일을 했단 말인가? 누구에게 무엇으로 유명하단 말인가? 독자인 내가 왜 그의 인생의 사실들을 연구하는 데 시간을 낭비해야 한단 말인가? 


마지막 질문이 가장 치명적인 것인데, 왜냐면 그에 대해서는 그저 '아마 소설을 읽다 보면 직접 보게 될거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 그런데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그게 보이지 않는다면, 나의 알렉세이 표도로비치가 뛰어나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면 어쩔 것인가?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그럴 거라는 것이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뛰어난 인물이지만 이것을 독자에게 증명할 수 있을지는 대단히 의심스럽다, 문제는 이 인물이 활동가이긴 하되 애매하고 모호한 활동가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시대에 사람들에게 분명함을 요구하는 것이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 가지만은 꽤 분명한 듯하다. 즉, 이 인물이 이상한 사람, 심지어 괴짜라는 점 말이다. 하지만 이상함과 괴짜다움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보다는 오히려 차라리 해를 끼치는 법이니, 특히나 다들 부분들을 통합하여 총체적인 혼란 속에서 아무거나 보편적 인 의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할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괴짜라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부분적이고 특수한 현상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만약 여러분이 이 마지막 명제에 동의하지 못하고 '그렇지 않다', 혹은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라고 대답한다면, 나는 나의 주인공 알렉세이 표도로비치의 의의에 관해 용기를 얻을 듯하다. 왜냐면 괴짜란 '언제나' 부분적이고 특수한 현상인 것은 아닐뿐더러 오히려 바로 그가 이따금씩은 자신의 내부에 전체의 핵심을 담지하고 있기 때문이며 ━ 고로 그의 시대의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어떤 거센 돌풍으로 인해 왠지 잠깐 동안 그에게서 떨어져 나가 버린 데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참으로 재미없고 희뿌연 해명 따위는 늘어놓지 말고 서문도 없이 대뜸 그냥 시작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마음에 든다면 ━ 그냥 그렇게 다 읽어 줄 테니까.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나의 이 전기는 하나이지만 소설은 두 편이라는 데 있다. 주된 소설은 두 번째 것으로서 ━ 그것은 이미 우리 시대에 바로 우리의 지금 이 현재 순간에 이른 내 주인공의 활동을 다룰 것이다. 첫 번째 소설은 십삼 년 전에 일어 난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거의 소설이라고 할 수 없고 그 저 내 주인공의 청소년기의 한 순간을 포착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이 첫 번째 소설이 없으면 안되는데, 그렇게 되면 두 번째 소설 중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나의 원래 고충은 좀 더 복잡해진다. 내가, 즉 전기 작가 자신이 이런 보잘것없고 애매모호한 주인공을 위해서는 한 편의 소설도 과분하다고 생각한다면, 두 편의 소설을 갖고 뭘 어쩌겠으며 나 자신의 이러한 오만방자함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고심하면서도 나는 구태여 어떤 해결책도 찾지 않고 그냥 넘어 가기로 결심하는 바이다. 물론, 형안이 있는 독자는 내가 아주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음을 진작 알아차렸을 터이고, 따라서 무엇 하러 실없는 말들을 늘어 놓아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느냐고 나에게 마냥 신경질을 냈을 것이다. 이 점에 관해서라면 이제는 정확히 대답하도록 하겠다. 내가 실없는 말들을 늘어 놓아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 것은, 첫째 예의상, 둘째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보느라 그런 것이다. 어쨌거나 뭔가는 미리 알려주지 않았느냐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나저나 나는 나의 소설이 본질적으로 총체적인 통일성을 지닌 채, 저절로 두 개의 이야기로 갈라진 것을 심지어 기쁘게까지 생각하는 바이다. 첫 번째 이야기를 접하고 나면 그땐 이미 독자가 스스로 두 번째 이야기를 읽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물론 그 누구도 그 어디에도 얽매여 있지 않다. 첫 번째 이야기를 읽다가 두 페이지째부터 더 이상 열어 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내던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기필코 끝까지 완독하길 원하는 섬세한 독자들도 있다. 예를 들자면, 러시아의 비평가들이 전부 다 이렇다. 바로 이런 자들에 대해서라면 어쨌거나 마음이 좀 놓인다. 그들이 참으로 꼼꼼하고 성실함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나는 소설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부분에서 곧바로 이 이야기를 던져 버릴 수 있는 가장 합법적인 핑계거리를 제공하는 셈이니까. 자, 이로써 서문은 끝이다. 나는 서문이 쓸데 없다는 사실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기왕지사 쓰였으니 이대로 남겨 두도록 한다. 그럼 이제 본문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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