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 마의 산(중)


마의 산 - 중 - 10점
토마스 만 지음, 윤순식 옮김/열린책들


<제5장>(계속)

고전 문학 연구 7

탐구 38

망자의 춤 72

발푸르기스의 밤 140


<제6장>

변화들 185

또 한 사람 230

신(神)의 나라, 불쾌한 구원 267

분노(憤怒), 그리고 또 다른 곤혹스러운 일 316

물리친 공격 342

정신적 수련 371

눈 426




발푸르기스의 밤 140

140 앞으로 며칠만 더 지나면 한스 카스토르프 청년이 이곳에 올라온 지 7개월이 된다. 반면에 한스 카스토르프가 이 위에 올라왔을 때 이미 5개월을 이곳에서 지냈던 사촌 요아힘은 이제 12개월, 즉 1년, 그러니까 만 1년을 이곳에서 보낸 셈이었다 ─ 작지만 견인력이 센 기관차가 그를 이곳에 데려다준 이래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돌고 원래 위치로 되돌아가는 우주적인 의미에서의 만 1년이 되었다. 마침 지금은 카니발, 즉 사육제 기간이었다. 사육제가 눈앞에 다가오자, 한스 카스토르프는 여기 요양원 주민들은 사육제를 어떻게 보내는지 이곳에 온 지 만 1년 되는 사촌에게 물어보았다.


  「굉장합니다!」 아침 산책을 하면서 또 한 번 사촌들과 마주친 세템브리니가 대신 대답했다.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그가 말했다. 「빈의 프라터 유원지처럼 매우 재미있습니다. 두고 보십시오, 엔지니어 양반. 우리도 곧 윤무에 가담하는 멋진 난봉꾼이 될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팔, 머리, 어깨를 능숙하게 움직이고 독설을 내뿜으며 방정맞은 입으로 계속 비꼬기 시작했다. 「정신병원에서도 때때로 바보와 천치를 위해 무도회를 개최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어디서 읽은 적이 있는데 ─ 그렇다면 여기라고 해서 열지 못할 것도 없겠지요. 상상할 수 있듯이, 프로그램에는 각양각색의 죽음의 무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감스러운 것은 작년에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의 일부가 금년에는 참가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축제가 9시 반이면 이미 끝나기 때문이죠…


181 「일어서세요, 그만 일어서세요!」 그녀가 말했다. 「댁의 선생님들께서 이 꼴을 보시면….」

  그러나 한스 카스토르프는 얼굴을 카펫 쪽으로 향하고 절망적으로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그들은 내겐 지나가는 바람 같은 존재예요. 내겐 카르두치와 같은 시인이며, 화술이 뛰어난 공화주의자며, 시간이 흐르면서 실현되는 인류의 진보며, 이 모든 것들도 지나가는 바람처럼 하찮은 것들입니다. 댁을 사랑하기 때문에요.」

  그녀는 그의 짧게 깎은 뒷머리를 한 손으로 가볍게 어루만졌다.


  「소시민님!」 그녀는 말했다. 「약간 침윤된 얼룩이 있는 귀여운 소시민님, 당신이 나를 그토록 사랑하고 있다는 게 정말인가요?」


  그녀의 손길이 닿자 감격에 겨운 한스 카스토르프는 이제 두 무릎을 꿇고 머리를 뒤로 젖히고는 계속 말하기 시작했다.

  「아! 사랑이란…. 육체, 사랑, 죽음, 이 세 가지는 원래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육체는 병과 쾌락이며, 육체야말로 죽음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사랑과 죽음, 이 둘은 모두 육체적인 것으로, 거기에 이 둘의 무서움과 위대한 마술이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죽음은 미심쩍고 파렴치하며, 얼굴을 붉히게도 하는 한편, 아주 장엄하고 존엄한 힘이며 ─ 돈을 벌고 흥에 겨워 희희낙락하는 삶보다 훨씬 더 고귀합니다 ─ 시간에 대해 쓸데없는 잔소리를 하는 진보보다 훨씬 더 존경할 만한 것이지요 ─ 죽음은 역사적인 것이고, 고상함이고 경건함이며, 영원함이고 신성함으로, 우리가 모자를 벗고 발끝으로 조심조심 걷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육체도, 육체에 대한 사랑도 음란하고 난처한 성질을 띠고 있습니다. 그래서 육체는 자신을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하여, 그 바깥 피부를 붉게 물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또한 육체는 숭배할 만한 위대한 영화이고, 유기 생명의 놀라운 형상이며, 형태와 아름다움의 불가사의한 신성함입니다. 이것에 대한 사랑, 인체에 대한 사랑은, 이 사랑 역시 아주 인문적인 관심이며, 세상의 어떤 교육학보다 더 교육적인 힘인 것입니다…! 아, 이 매혹적인 유기체의 아름다움은 화구나 돌 같은 것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부패성 물질로 되어 있고, 생명과 부패라는 열성의 비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인체 조직의 멋진 균형을 보십시오, 놀라운 대칭 구조를 말입니다! 양 어깨와 허리, 양 가슴의 꽃 같은 봉긋한 젖꼭지, 그리고 쌍을 이루어 나란히 달린 갈비뼈, 완성된 신체 한가운데의 배꼽, 허벅지 사이의 검은 성기, 등의 매끄러운 피부 아래에서 견갑골이 움직이는 모양을 보십시오! 그리고 싱싱하고 풍만한 두 엉덩이를 향해 내려가는 등뼈의 모양, 혈관과 신경의 굵은 가지가 몸 기둥에서 겨드랑이를 통해 사지로 뻗어 나가는 모양, 두 팔이 두 다리의 구조에 대응하는 모양을 보십시오! 아, 팔꿈치와 무릎 관절 안쪽의 부드러운 부분, 아, 그 살의 쿠션에 쌓인 그 부분에 담긴 수많은 유기체적 정교함! 인체의 이 감미로운 부분을 애무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끊임없고 멋진 희열일까요!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은 희열! 아, 댁의 무릎의 피부 냄새를 맡게 해주십시오! 정교한 관절 주머니가 지방을 분비하고 있는 무릎 말입니다. 아, 댁의 허벅지에서 율동하고, 훨씬 아래에서 두 개의 경부 동맥으로 나뉘는 대퇴부 동맥에 경건하게 내 입술이 닿게 해주십시오! 댁의 털구멍에서 나오는 분비물의 냄새를 맡고, 댁의 부드러운 털을 애무하게 해주십시오! 물과 단백질로 이루어져 무덤 속에서 분해될 운명을 지닌 인간의 형상이여, 댁의 입술에 내 입술을 댄 채로 나를 영원히 죽게 해주십시오!」


  그는 말을 끝낸 후에도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머리를 뒤로 젖히고, 은제 연필을 쥔 두 손을 앞으로 뻗은 채 두 무릎을 꿇고, 몸을 떨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댁은 정말 호색한이군요,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독일식으로, 아주 심오한 방법으로 애원을 하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종이 삼각 모자를 그의 머리에 씌웠다.

  「안녕히 계세요, 나의 사육제 왕자님! 오늘 밤 댁의 체온 곡선은 엄청나게 올라갈 거예요. 예언하겠어요.」

  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나 카펫 위를 미끄러지듯 걸어 문으로 갔다. 문턱에 서서 그녀는 희게 드러난 팔을 들고, 그 손으로 문의 손잡이를 잡더니 몸을 반쯤 뒤로 돌려 머뭇거리다가, 어깨 너머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내 연필 잊지 말고 돌려주러 오세요.」

  그런 다음 그녀는 나가 버렸다.


눈 426

471 〈정말 매력적이구나!〉 한스 카스토르프는 감격했다. 〈정말 즐겁고 마음을 사로잡는 광경이다! 얼마나 귀엽고, 건강하며, 현명하고, 행복한 젊은이들인가! 그래, 이들은 외적 모습뿐만 아니라 ─ 내적으로도 총명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저것이 나를 이토록 감동하게 하고 매혹한다. 바로 정신과 의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 이들 본성의 밑바닥에 깔려 있으며, 이들은 그런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본성을 지닌 채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가 이렇게 생각한 것은, 태양의 자식들은 굉장히 상냥하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예의 바르게 배려하면서 서로 어울려 지낸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이들의 미소 아래에 숨어 있는 가벼운 존경심이었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뚜렷이 자리 잡은 의식과 뿌리 깊이 박힌 이념의 힘으로 이들은 어디서나 서로에게 존경을 표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품위와 엄격함마저도 보다 밝은 것 속에 완전히 용해되어, 어둠이 없는 진지함, 총명한 경건함의 비길 데 없는 정신적 형태로 이들의 모든 행동을 규정하고 있었다 ─ 비록 의식적인 느낌을 주는 요소가 남아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왜냐하면 저쪽 둥글고 이끼 낀 바위 위에 갈색 옷을 입은 한 젊은 어머니가 앉아서, 한쪽 어깨를 낮추고 가슴을 풀어 헤쳐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독특한 방식으로 그녀에게 인사하는 것이었다. 그 방식에는 태양의 자식들의 일반적인 행동에 감추어져 있는 모든 특징이 집약되어 있었다. 즉 젊은이들은 그 어머니 쪽을 향해 재빨리 의례적으로 두 팔을 가슴 위에 가볍게 포개고, 미소 지으며 머리를 숙이고 지나갔고, 소녀들은 참배객들이 높은 제단을 지나갈 때 몸을 살짝 굽히듯이, 확실하게 그렇다고는 느끼지 못하게, 무릎을 굽히는 시늉을 하며 지나갔다. 그러나 이들은 이와 동시에 활기차고 명랑하게 진심으로 그 어머니를 향해 여러 번 머리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리고 어머니는 집게손가락으로 젖가슴을 눌러 아기가 젖을 빨기 쉽게 하면서, 젖먹이에게서 눈을 떼고 위를 쳐다보며, 존경을 표하는 젊은이들에게 미소로 답례했다. 그 유연하고 온화한 태도는, 젊은이들의 의례적인 공손함과 명랑한 친절성이 섞인 태도와 더불어 한스 카스토르프의 마음을 황홀하게 했다. 그는 이 광경을 계속 지켜보면서도 전혀 싫증을 느끼지 않았다. 그렇지만 자신이 이런 광경을 보고 있는 것이 허용되는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도 저급하고 보기 흉하며 볼품없는 장화를 신고 있는 국외자인 자신이 이러한 태양의 자식들의 예의 바르고 행복한 모습을 엿보는 것이 천벌 받을 일은 아닌지, 이런 물음을 던지며 가슴이 죄어드는 것만 같았다.


476 〈나도 꿈을 꾸었다고 생각하긴 했어.〉 그는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 〈지독하게 아름답고, 지독하게 무서운 꿈이었어. 나는 그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그리고 이 모든 건 내가 지어낸 거야 ─ 활엽수의 푸른 공원, 기분 좋은 습기, 그 밖의 것, 아름다운 것, 무서운 것, 난 이 모든 것을 거의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지어내고, 그렇게 행복해하고 무서워할 수 있었을까? 저 섬이 있는 아름다운 만을, 또 홀로 서 있던 멋진 소년이 눈짓으로 가리켜 준 신전 구역을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으로만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형태는 다를지라도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익명이자 공동으로 꿈을 꾸기도 한다는 거야. 우리는 하나의 커다란 영혼의 일부분에 불과하며, 그 영혼은 남몰래 항상 꿈꾸어 오던 대상에 관해, 우리를 통해, 우리 나름대로 꿈꾸는 거야 ─ 그 영혼의 청춘에 관해, 희망에 관해, 행복과 평화에 관해…. 그리고 그 영혼의 피의 향연에 관해 꿈꾸는 거야. 나는 돌기둥 곁에 누워 내 꿈의 실제 흔적을 음미하고 있어. 피비린내 나는 향연의 오싹한 공포, 그 이전의 황홀한 기쁨, 태양의 자식들의 행복과 경건한 예절에 대한 기쁨 말이야. 나는 여기에 누워 그런 꿈을 꿀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어. 난 이 위의 사람들에게서 무모한 모험과 이성에 관해 많은 것을 경험했어. 나프타와 세템브리니와 함께 아주 위험한 산악 지대를 돌아다녔어. 난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어. 인간의 살과 피를 맛보았고, 병든 클라브디아 쇼샤에게 프리비슬라프 히페의 연필을 돌려주었어. 육체(살)와 생명(피)을 맛본 자는 죽음도 맛본 것이나 다름없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전부가 아니고 ─ 교육적으로 말하자면, 오히려 시작에 불과해. 거기에다 다른 절반을 덧붙여야 하지. 정반대되는 것 말이야. 왜냐하면 죽음과 병에 대한 온갖 관심은 삶에 대한 관심의 또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야. 의학이라는 인문주의적 분과가 증명하듯이 말이야. 언제나 아주 우아하게 삶과 그 병에게 라틴어로 말하는 의학은, 커다랗고 아주 절실한 관심의 한 형태에 불과해. 그러한 관심사에 전적으로 공감해 말해 본다면, 그건 인생의 걱정거리 자식과 인간에 관한 것이고, 인간의 위치나 상태에 관한 거야…. 나는 인간에 관해 아는 것이 적지 않으며, 이 위의 사람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어. 평지에서 이 위로 내몰린 나 같은 불쌍한 사람으로서는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지만, 이제 이렇게 돌기둥 아래서 그리 나쁘지 않은 전망을 갖게 되었어…. 신전에서는 끔찍한 피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나는 인간의 위치와 예의 바르고 분별력 있는 공손한 공동체에 관해 꿈꾸었어. 태양의 자식들은 뒤에서 바로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그토록 예의 바르고 매력적으로 굴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들은 정말로 우아하고 훌륭한 결론을 끄집어냈다고 할 수 있어! 마음속으로 이 태양의 자식들과 생각을 함께 나누도록 하자. 나프타의 견해에는 ─ 세템브리니의 견해에도 마찬가지로 ─ 물들지 않도록 하자. 이들은 둘 다 수다쟁이에 불과해. 한 사람은 음탕하고 불경스러우며, 다른 한 사람은 언제나 이성의 호각이나 불면서 미친 사람들도 각성하게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지. 그건 그야말로 황당무계한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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