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9 ━ 갇힌 여인 1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9 - 10점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이형식 옮김/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갇힌 여인 1

옮긴이 주

 


9 이른 아침부터, 아직 얼굴이 벽을 향한 상태로 누워 있어, 커다란 창문 커튼들 위로 스며드는 햇살이 어떤 색조인지 미처 간파하기도 전에, 나는 이미 날씨가 어떤지 알아차리곤 하였다. 거리의 첫 소음들이, 습기에 의해 약해지거나 굴절되어 도달함으로써, 혹은 널찍하고 차가우며 맑은 아침의 반향성 크고 텅 빈 공간 속에서 진동하는 화살처럼 도달함으로써, 나에게 그것을 알려주곤 하였으니, 예를 들어, 첫 전차의 바퀴 구르는 소리가 자신이 빗발 속에서 움츠러져 떨고 있는지 혹은 창공을 향해 떠나고 있는지를 나에게 말해 주곤 하였다. 또한 아마, 그 소음들보다 더 빠르고 침투력 강한 어떤 발산물이 앞서 도달하였을 것이고, 나의 수면 세계 사이로 미끄러지듯 스며든 그것이 강설을 예고하는 구슬픔을 퍼뜨리고 있었거나, 혹은 간헐적으로 출현하는 어느 작은 인물로 하여금 그곳에서 태양의 영광에 바치는 찬가를 어찌나 무수히 부르게 하였던지, 그 찬가들이 결국, 아직 잠들어 있으되 미소를 짓기 시작하였고 닫힌 눈꺼풀들이 눈부심을 감당할 수 있도록 벌써부터 대비하고 있던 나를 위하여, 귀를 멍하게 하는 음악을 곁들인 깨어남을 이끌어오는 것으로 귀결되곤 하였을 것이다. 사실 그 시기에 내가 바깥세상의 생활을 지각하던 것은 주로 나의 침실로부터였다. 나는 블록이 저녁에 나를 만나러 올 때마다 대화 나누는 소리를 들었으되, 그 시기에 나의 어머니께서는 꽁브레에 계셨고 나의 방에 아무도 없었던지라, 내가 홀로 지껄이곤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그 소문을 퍼뜨렸음을 알고 있다. 훨씬 후, 알베르띤느가 당시 나와 함께 기거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내가 그녀를 아무도 볼 수 없도록 은닉하였다고 생각한 나머지, 내가 그 무렵에 왜 두문불출하려 하였는지 그 까닭을 드디어 알겠노라고 선언하듯 말하였다. 그는 잘못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의 오류는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것이었으니, 하나의 사실이란, 비록 그것이 필연적인 듯 보일지라도 완벽하게 예측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떤 사람의 생활에 관련된 정확한 듯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된 이들은 곧바로 그것에서 정확하지 못한 결론들을 도출하며, 그 새로 발견된 사실에서 그와는 아무 관련 없는 설명을 발견하기도 한다.


나의 벗님은, 발백으로부터 우리가 함께 빠리로 돌아온 후, 나와 같은 지붕 밑에 기거하게 되었고, 항해 유람 떠나기를 단념하였고, 나의 침실로부터 이십 보 떨어진 복도 끝에 있는 장식 융단으로 치장한 아버지의 서재를 침실로 삼았고, 매일 저녁 매우 늦은 시각에 나의 곁을 떠나기에 앞서, 자기의 혀를, 나날의 양식처럼, 영양가 높으며 (우리들로 하여금 온갖 괴로움을 감내하게 한 소이연이었던, 그리하여 결국 그 괴로움들로부터 일종의 심적인 달콤함을 부여받은) 모든 살에 있는 거의 신성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음식처럼, 나의 입속으로 밀어넣곤 하던 사실 등을 이제 생각할 때마다, 그 사실들과 비교하며 내가 즉각 뇌리에 떠올리는 것은, 결국 일시적인 불안을 치유해 주었을 뿐인 호의로 보로디노 대위가 나로 하여금 병영 내에서 보내도록 허락한 그 밤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께서 엄마를 보내시어 내 침대 곁에 있던 작은 침대에서 주무시게 하신 그 밤이다. 그처럼 삶이란, 일체의 예상과는 달리, 불가피해 보이던 괴로움들로부터 우리들을 다시 한 번 해방시키게 되어 있으되, 그러한 일이, 서로 다른 다양한 조건들 속에서, 때로는 그렇게 허락된 은총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것조차 거의 명백한 불경스러움으로 여겨질 정도로 상반된 조건들 속에서 이루어지게 한다!

아직도 창문 커튼이 닫혀 있어 나의 침실이 어둡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미 잠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프랑수와즈로부터 알게 되었을 때, 알베르띤느는 자기의 목욕실에서 목욕을 하며 조심성 없이 약간의 소음을 내곤 하였다. 그러면 나 또한, 더 늦게까지 기다리는 대신, 그녀의 것과 인접해 있고 쾌적한 나의 목욕실로 들어가는 경우가 잦았다. 옛날에는 극장의 무대감독이, 황후 역을 맡은 오페라 여주인공의 옥좌를 진품 에메랄드로 총총하게 장식하기 위하여 수십만 프랑을 지출하곤 하였다. 그런데 러시아 발레단이 우리들에게, 필요한 쪽으로 이동시킨 단순한 조명이, 실물 못지않게 화려하고 오히려 더 다양한 보석들을 확보해 준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이미 더 비물질적인 그 장식조명조차도, 우리가 평소 정오에나 겨우 잠자리에서 일어나 발견하던 장식 대신 아침 여덟 시에 태양이 같은 자리에 드리우는 장식만큼은 우아하지 못하다. 우리 두 사람이 사용하던 목욕실들의 창문에는,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도록, 표면이 매끈한 투명 유리 대신, 인조 성에가 낀 듯 주름투성이에다 구식인 유리가 끼워져 있었다. 태양이 문득 그 유리 모슬린을 노랗게 물들이더니 다시 황금빛으로 변화시켰고, 일상적 관습에 의해 오랫동안 감추어져 있던 더 오래된 젊은이 하나를 나의 내면에 부드럽게 일깨우면서, 내가 마치 자연 한가운데에 있는, 새도 한 마리 곁들인, 황금빛 잎 무성한 나무 앞에 서 있는 듯, 추억들로 나를 도취시키곤 하였다. 잠시도 멈추지 않는 알베르띤느의 휘파람 소리가 들리곤 하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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