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숨은 신을 찾아서 — 첫 시간

 

⟪숨은 신을 찾아서 - 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에 관한 성찰⟫

❧ 책 제목의 의미
- ‘숨은 신’은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진리.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삶에 구체적으로 관여하는 것
- 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은 이론과 실천과 같은 것. 이 둘을 성찰하는 것이 철학의 과제


❧ 책의 구조
- 표2 하단: 책 전체의 주제
- 표4: 저자의 의도
- 목차 설명
- ‘추기追記’는 전체 요약을 담고 있다.

 

 

2021.05.04 숨은 신을 찾아서 — 첫 시간

⟪숨은 신을 찾아서⟫는 본인이 쓴 다른 책들과 달리 일종의 에세이집이다. '찾아서'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책은 ⟪숨은 신을 찾아서⟫와 ⟪에로스를 찾아서⟫가 출간이 되었는데, '찾아서'라는 제목을 달고 '성찰'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들을 구상한 것은 ⟪철학고전강의⟫를 쓴 다음이다. "인문고전강의"를 할 때에만 해도 그것을 책 한권으로만 내려고 했다. 2011년에 ⟪역사고전강의⟫를 했는데 그 무렵에는 그런 계획이 없었다. 닥치는 대로 공부를 하다가 공부한 것이 어느정도 남에게 이야기해 줄 수 있을 만큼 되고, 경계선을 알게 될 때 쯤이면 강의를 하곤 했다. 개인의 삶의 궤적을 볼 때 2010년 무렵이 분기점이 아니었나 한다. ⟪숨은 신을 찾아서⟫와 ⟪에로스를 찾아서⟫는 내용이 구체적인 역사적인 사실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론적인 것이어서 쓰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다. ⟪숨은 신을 찾아서⟫를 쓸 때에는 ⟪철학고전강의⟫와 ⟪문학고전강의⟫를 하면서 고전강의 시리즈에 넣기에는 모자라고 그렇다고 내버려두기에는 아깝고 그래서 A4용지에 채운 분량이 70매 정도인데 묶어서 7개 정도 만들려고 생각한 것이다. 

 

책 제목의 '숨은 신'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진리를 가리킨다. 신이라고 하는 말은 ⟪철학고전강의⟫를 읽어 본 사람은 신이라는 말을 봤을 때 기독교의 ‘신’ 또는 이슬람의 ‘신’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은 크게 보면 아테나이의 신과 예루살렘의 신이 있다. 즉 철학자의 신과 신학자의 신. 신이라고 하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에 나오는 신도 있고, 영지주의자의 신, 기독교의 신도 있다. 그리고 한반도의 전통종교, 샤머니즘도 있다. 신이라는 것은 인간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진리, 그런데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 자체로서 본질적으로 변함없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에 구체적으로 특정한 국면에 개입하고 들어오는 것, 두려움이기도 하고 감탄의 대상, 숭배의 대상이기도 하는 일반을 가리켜서 '숨은 신'이라는 제목을 붙였고, '찾아서'는 찾아보는 보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학문의 목적이기도 하고, 신학의 목적, 철학의 목표이기도 하다.

부제를 보면 '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에 관한 성찰'이다. '숨은 신을 찾아서'와 깊은 관계가 있는데 이를테면 이론과 실천으로 이해해도 괜찮다. 책에도 있지만 신념 체계가 있고 그런 신념 체계에 따라 나의 삶을 어떻게 조직하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 성찰. 누군가 철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에 관한 성찰'이라고 하겠다. 

 

예를 들어 교유서가의 '첫단추 시리즈'를 보면 에드워드 크레이그의 ⟪철학⟫이 있다. 책을 보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실천부터 이야기한다. 그 다음에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은 인식론, '나는 누구인가?', 자기 자신의 성찰, 그 다음에 '몇 가지 주제', '-주의/론에 관하여'을 철학 개론으로 삼고 있다. 이것이 철학개론이다. 어디가서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말할 때 소개하는 책이기도 하다. 나도 하나 써야겠다고 한 것이 ⟪숨은 신을 찾아서⟫이다. 그러려면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규정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에 관한 성찰'이다.

 

'신념 체계’를 형성한 다음 삶의 방식을 대개 결정하게 되는데, 어디까지가 신념 체계이고, 어디서부터가 삶의 방식인가를 알 수 없을 만큼 두 개의 경계선이 모호하다. 이론과 실천이라는 것이 왼쪽 주머니에 이론, 오른쪽 주머니에 실천을 넣어놓고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 그런데 무엇을 하려고 하는 나 또는 무엇을 알고자 하는, 알고 있는 나는 또 누구인가, 이런 것이 철학에서 우리 삶의 핵심적인 물음이다. 이런 것들이 '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이다. 

 

'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을 생각해 볼 때 참조할 만한 1차 문헌들이 ⟪숨은 신을 찾아서⟫에서 거론한 ⟪공동번역 성서⟫, ⟪고백록⟫, ⟪오뒷세이아⟫, ⟪팡세⟫, ⟪성찰⟫, ⟪모비 딕⟫ 이런 책들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철학 책이라고 불리는 것은 ⟪성찰⟫ 밖에 없다. 철학고전강의에서 다루기도 했고 ⟪팡세⟫는 문학이고, ⟪오뒷세이아⟫는 문학이고, ⟪고백록⟫는 신학이기도 하고 문학이고 하고 ⟪공동번역 성서⟫는 철학에서 다루지 않고, ⟪모비 딕⟫은 소설이다. 왜 철학 책을 인용하지 않고 이런 책들을 인용해서 철학개론을 썼는가. 지금 본인이 가지고 있는 철학이라는 개념이 꼭 철학책에서만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책을 통해서 다른 사람의 '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을 겪고 내가 되새겨 봄으로써 나의 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을 형성하고 다듬고 하는 것이 철학개론이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책의 구조에 들어가기 전에 책의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이른바 인간의 인지구조에 있어서 '촉감'이라는 하는 것은, 책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 말로 위로하는 것보다 조용히 손을 꼭 잡아준다던가 아니면 토닥토닥하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사의 기억을 더듬어 봐도 어렸을 때 정서가 형성되는 시기나 감정이 요동치는 청소년기 때에는 이러한 '촉감'은 나를 굉장히 아끼고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굉장히 마음에 새겨진다. 책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인 속성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책을 만져본 기억, 그래서 책을 신경을 써서 만든다. 일종의 사용자 경험에 관련된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숨은 신을 찾아서⟫와 ⟪에로스를 찾아서⟫ 이런 책들이 그러한 감각을 가졌으면 한다. 책을 혹시라도 가지고 있는 분들은 책 표지를 만져보면 종이가 매끄러우면서도 코딩을 하지 않아 반질반질하지 않고 원래 종이 그대로다. 본문의 배치도 종이책으로 이 크기에 딱 분량으로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인터페이스들, 그런 것들로 만들어 놓았다.


⟪숨은 신을 찾아서⟫와 ⟪에로스를 찾아서⟫ 모두 표1에 목차를 달아놓았다. 책을 넘겨보면 저자의 소개가 있고, 그 아래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닿아오지 않는 순간을
우리는 소멸이라 부른다.

소멸이라 부르는 것은 경건함이다."


일종의 발문을 달아놓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닿아오지 않는 순간을 우리는 소멸이라 부른다." 인간의 삶의 끝을 가리키는 것이다. 육신이 끝나는 지점. "소멸이라 부르는 것은 경건함이다." 소멸이라고 부를 수 있는 태도, 그것이 경건함이다. 똑같은 사태라고 해도 그것을 가리키는 말을 무엇으로 쓰는가, 어떤 단어를 가지고 그 순간을 가리키느냐에 따라서 그 순간에 대한 그 사람의 태도가 규정되어 나온다. 그것을 경건이라 부른다.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죽을 때 경건하게 죽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삶을 경건하게 바라보기 위해서 철학공부를 한다. 


표4는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았을 때 이 책의 내용이 무엇인가를 짐작하게 해주는 부분이다. 전자책의 경우 선형적인 독서가 이루어지는데, 인쇄된 책은 3차원적 공간에 있기 때문에 손에 들고 들춰 볼 수 있다. 표1, 표2, 표3, 표4를 한번에 다 볼 수 있다.

 

"그는 불안한 삶의 정념이 괴로워 가톨릭 교회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그는 신을 만나지 못하였다.
그는 철학을 열심히 공부하였다. 그것에서 그는 위안을 얻지 못하였다.
어쩔 수 없이 그는 과학을 신뢰하면서 철학을 공부하고,
가끔은 성당에 다니면서 덧없는 삶의 현실을 겪어왔다.
그런 겪음 속에서 그는 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 사이에서 유동하는 것이 철학함이며,
이런 철학함이 우리 삶에 필요한 분별력을 갖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신념 체계가 종교든 과학이든 예술이든 형이상학이든 그러하다.

믿음과 삶에 관한 이 책은
이러한 깨달음을 되짚어보기 위해 쓴 것이다."


가톨릭 교회는 신을 만나기 위해서 갔고, 철학 공부는 위안을 얻기 위해 했고, 그러나 뭔가를 주지 못하니 어쩔 수 없이 과학을 믿어야 했다. 그러면서 철학을 공부하고 가끔은 성당에 다니고, 과학과 철학과, 성당이라고 하는 신념체계가 나온다. 그런데 그 무엇에도 원리를 얻지 못했으니 덧없는 삶이다. 그러면서 '철학함'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신념 체계와 삶의 방식 사이에서 유동하는 것이 철학함"이다. 판단력이 하는 일이 유동이다. 이론적인 것과 실천적인 것 사이에 판단하는 것이 유동이다. '철학함'은 무엇가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보는 것이다. 


차례를 보면 1 2 3 . . . 7 8 . . . . . . . . . . 19 . 21 . 23 24 . . . . . . . . 33 34 . . 37 38 39  추기가 있다. 우선 책을 인용할 때에는 이 챕터 번호를 사용하면 된다. 이 책은 간단하게 말하면 숫자가 쓰여져 있는 부분만 읽으면 된다.  이 책의 내용을 잘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 조금은 친절한 뭔가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에서 쓴 것이 추기이다. 따라서 이 책은 추기부터 읽으면 된다. 이 추기는 책의 순서로 보면 가장 뒤에 있지만 책을 쓸 때 이 요약문을 가지고 썼다. 즉 제일 먼저 쓴 것이다. '세 줄 요약'에 해당하는 것이 추기이다. '한 줄 요약'에 해당하는 것이 가장 마지막 페이지의 "놓아두거나."이다. 


다음 시간에는 목차를 읽는 법에 대해서 상세히 이야기 하겠다.
이 책의 주제는 한마디로 '놓아두어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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