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역사 고전 강의 — 14 / 제11강(1)

 

⟪역사 고전 강의 - 전진하는 세계 성찰하는 인간⟫, 제11강(1)

❧ 11강 개요
“‘영원한 제국’ 로마는 지중해를 ‘우리의 바다’라 부르면서 ‘세계’를 제패한다. 이는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포에니 전쟁을 거치면서 굳건해졌으나 제국의 시민들은 농노나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한다.”

❧ ‘로마’라는 말
- 서기전 500년 무렵부터 1453년까지 지중해 지역에 존속했던 나라
- 하나의 문명
- 환상적인 무엇

❧ 공화정에서 황제정으로의 이행
- ‘로마 혁명’ 시기의 로마에서 주목할 점들: 공화정의 경제적 토대 훼손, 선거제도와 징병제도의 문제점
-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기⟫의 시대적 맥락

 

2021.09.04 역사 고전 강의 — 14

지난 번 《역사고전 강의》 제10강에 하면서 책 자체가 역사고전 강의이기 때문에 헬레니즘 시대라는 것을 깊이 있게 다루지는 못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간략하게만 언급했던 점이 있다. 140페이지 부분을 조금만 보충 설명하겠다. 윌리엄 맥닐의 《세계의 역사》에서 인용한 부분이 있다. "카이로네아 전투에서 마케도니아의 군사적 우세가 두말할 나위 없이 증명된 뒤에도, 희랍인은 자신이 속한 도시의 자주성과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끈질긴 열망을 버리지 못했다." 이게 폴리스에서,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의 정치적 의사결정을 자신의 뜻에 따라 할 수 있다고 하는, 이른바 주권자로서의 삶을 살아본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열망을 말하는 것이다. 주권자로의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공동체 전체가 처해 있는 위험에 대해서 늘 민감하게 생각한다. 주권자라고 하는 것은 자신이 속한 도시의 자주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이 주권자이다. 근대적인 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주권자라는 말 자체가 이미 그 사람은 사적 개인의 삶과 공적인 영역에서의 주권자로서의 삶, 정치적 의사결정에 가담하는 사람으로서의 삶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 두 차원을 알고 있고 각각의 차원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자신이 행위하고 발언해야 하는 사람이 주권자이다. 사적인 것이 소중한 사람은 남이 자기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공간에서 얘기할 때에는 주권자로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권자로서의 위신이 깎이지 않도록 아주 조심한다. "서기전 338년 이후 경제적 군사적 조직의 규모가 변함에 따라, 각 도시 국가는 더 이상 진정한 주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군사적 규모가 변했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물질적인 상황, 또는 경제적인 상황이 변함에 따라서 주권 행사가 불가능해졌다. 국가가 더 이상 진정한 주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말은 주권국가라는 위상이 없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국가가 주권이 없기 때문에 그 국가에 살고 있는 시민들 역시 주권을 가지지 못하는, 즉 주권자가 아닌 상태가 되었다. 나라가 망했는데 주권자가 어떻게 되겠는가. 

제10강 140 카이로네아 전투에서 마케도니아의 군사적 우세가 두말할 나위 없이 증명된 뒤에도, 희랍인은 자신이 속한 도시의 자주성과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끈질긴 열망을 버리지 못했다.

그렇지만 서기전 338년 이후 경제적 군사적 조직의 규모가 변함에 따라, 각 도시 국가는 더 이상 진정한 주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재산을 가지고 있던 시민들은 그냥 집에 머물러 있기를 좋아했고, 그들의 선조들이 자유로운 인간과 책임감 있는 시민의 유일한 임무라고 믿었던 고되고 영웅적인 역할을 포기해 버렸다. 이런 풍조와 함께 사람들의 관심은 점차 생활의 사적인 면으로 쏠리게 되었고, 희랍인의 상상력과 감정을 온통 사로잡았던 정치는 그 압도적인 매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 《세계의 역사 1》, 223~224쪽

헬레니즘의 철학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그 두 가지 상황, 자신이 속한 도시의 자주성과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끈질긴 열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국가가 더 이상 진정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자 등장하는 것이다. 국가가 진정한 주권을 행사 가능한 상황이고, 자신이 주권자로서의 위치도 결코 박탈되지 않았을 때에는 헬레니즘의 철학을 볼 필요가 없다. 헬레니즘 시대에 철학이 등장한 맥락을 꼭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재산을 가지고 있던 시민들은 그냥 집에 머물러 있기를 좋아했고, 그들의 선조들이 자유로운 인간과 책임감 있는 시민의 유일한 임무라고 믿었던 고되고 영웅적인 역할을 포기해 버렸다." 자유로운 인간과 책임감 있는 시민,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자유로운 인간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책임감있는 시민으로서의 역할과 충돌할 때는 자기 스스로 자기의 자유를 일정한 정도 제약을 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감 있는 시민이고, 그 책임감 있는 시민들이 자신의 자유를 일정한 정도 제약했을 때 국가가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여기서 국가주의자로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와 자기 개인의 책임감과 개인의 자유 이런 것들이 서로가 서로를 보호해 줄 수 있게 된다. 자유로운 개인과 책임감 있는 시민과 주권국가 이 세 개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위치에 있다. 한번 이 세계의 연쇄고리 중에서 한군데에서 약간의 이탈이 생겨나면 걷잡을 수 없이 나머지가 무너지게 된다. "이런 풍조와 함께 사람들의 관심은 점차 생활의 사적인 면으로 쏠리게 되었고, 희랍인의 상상력과 감정을 온통 사로잡았던 정치는 그 압도적인 매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정치는 탈정치, 몰정치의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다. 


이어서 로마와 중세 가톨릭 제국시대, 파트2가 11강부터 20강까지이다. 《역사고전 강의》는 크게 봐서 파트가 네 개로 되어있다. 로마에 대해서는 11강에서 다루는 부분은 영원한 제국 로마가 어떻게 성립하였는가, 그리고 로마를 이야기할 때 포에니 전쟁 이전과 이후로 대개 나눈다. 로마공화정시기와 제국 시기도 나누기도 하는데 비슷하게 겹쳐진다. "‘영원한 제국’ 로마는 지중해를 ‘우리의 바다’라 부르면서 ‘세계’를 제패한다." ‘우리의 바다’와 ‘세계’에 홑따옴표가 있다. 우리의 바다라고 하는 것은 로마사람들이 지중해 세계 전체를 자기네들의 손아귀에 쥐면서 썼다. 그리고 세계라는 말에 홑따옴표를 붙인 이유는 이들 눈에는 세계 전체이다. "이는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포에니 전쟁을 거치면서 굳건해졌으나 제국의 시민들은 농노나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한다." 흔히 로마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융성하게 되었는가를 말할 때 아주 많은 요소들을 거론할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그럴 때가 되었으니 그렇게 되었겠지라는 설명을 좋아하는 편이다. 잘되는 나라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 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주권의식이다.

제11강 149 ‘영원한 제국’ 로마는 지중해를 ‘우리의 바다’라 부르면서 ‘세계’를 제패한다. 이는 북아프리카의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포에니 전쟁을 거치면서 굳건해졌으나 제국의 시민들은 농노나 다름없는 처지로 전락한다.

"희랍의 폴리스들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시대를 거치면서 몰락하고, 지중해 세계는 제국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는 이어지는 시대를 '로마제국 시대'로 알고 있습니다." 로마라고 하는 말은 "이탈리아 반도에서 시작되어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역의 넓은 땅을 지배했던 국가"가 로마라는 말인데 그것은 하나의 문명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로마라는 것에 대해서 딱 잘 정리해놓은 부분이 《인문학 스터디》라는 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105~107페이지를 보면 고대로마사 부분이 있다. 사실 원서에는 없는 부분이다. 고대 로마에 대한 참조로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로마는 국가를 가리킨다. 그 다음에 또 하나의 문명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또 이것은 약간 환상적인 뭔가를 가리키는데 쓰이기도 한다. 고대 로마가 멸망한 지 한참이나 지났을 때에도 '신성로마제국'이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다. 그 다음에 "'로만 가톨릭Roman Catholic'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에서 중요한 종교 집단의 하나를 가리킬 때에도 아주 오래 전에 멸망한 이 제국의 형용사형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로마는 분명 뭔가 강력한 의미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로마의 원로원을 세나투스라고 하는데 세나투스가 미합중국의 상원의원, Senate을 가리킬때에도 쓰인다. "여기서는 먼저 로마 공화정 시기를 포함하여 이른바 '일인자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정치사를 보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살펴본 다음에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기》, 그리고 로마제국의 멸망을 둘러싼 몇 가지 측면들, 이게 역사고전을 함께 읽는 입장에서는 중요하다는 말이다.

제11강 149 희랍의 폴리스들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시대를 거치면서 몰락하고, 지중해 세계는 제국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우리는 이어지는 시대를 '로마제국 시대'로 알고 있습니다. '로마', 서구에서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나라 이름입니다.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에서 시작되어 지중해를 중심으로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역의 넓은 땅을 지배했던 국가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문명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고, 환상적인 뭔가를 가리킬 때에도 쓰입니다. 고대 로마가 멸망한 지 한참이나 지났을 때에도 '신성로마제국'(962~1806)이라는 명칭이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로만 가톨릭Roman Catholic'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에서 중요한 종교 집단의 하나를 가리킬 때에도 아주 오래 전에 멸망한 이 제국의 형용사형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로마의 역사를 일단 중요한 연대에 따라 정리하면 일단 전설시대가 있다. 그때를 왕정기라고 부르고, 서기전 510년부터 즉 플라톤 무렵, 서기전 27년까지는 공화정기이다. 헬라스 세계의 폴리스들이 서로 싸우던 시기가 로마 공화정 시기이다. 원로원의 통치였으므로 귀족정 시기이다. 그리고 서기전 27년부터 476년까지가 서로마 제국의 통치시기이다.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르스이다. 그리고 1453년에 동로마 제국이 위스만 제국에 의해서 멸망했다. 우리는 서로마 제국이 멸망했다고 해서 로마가 망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역사학자들은 로마사 동서로 분열되기 전인 330년에 콘스탄티누스 1세가 수도를 비잔티움으로 옮겼기 때문에 동로마제국도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로마공화정에 대해서는 상세히 얘기하지 않는데 《로마 공화정》, 《공화국의 몰락》을 참조할 수 있다고 했는데 현재 로마공화정에 관해서는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에 나온 책들이 있다. 그것을 참조하면 좋다. 그리고 명목상으로는 공화정을 내세웠다. 로마는 공화정이라고 하는 것이 자기네들이 하나의 이상, 꼭 지키고 싶어했던 이상이다. 그리고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기》를 골라서 읽는 것은 공화정 시기에 읽을만한 역사 고전이 없기도 하지만 《갈리아 원정기》는 공화정에서 황제정으로 이행하는 시기에 나온 텍스트이다. 간단히 말해서 이때를 후대의 역사가들은 로마 혁명기라고 얘기한다. 이 시기의 1차문헌이다. 이때가 상당히 변혁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요한 때이다. "평민이 귀족과 대등한 세력을 가지고 맞서는 공화정" 이게 공화정의 미덕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카이사르가 태어났을 무렵에는 옛날 일이 되었고, 평민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평민의 근간을 이루던 농민들은 상당수가 몰락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토지를 팔아버리고, 귀족들은 그 토지를 매점한 뒤 노예를 이용하여 광대한 농장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노예를 이용할 수 있게 된 이유가 어디있는가. 로마가 해외에 정복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라가 제국주의 국가가 되면 될수록 내부는 곪아간다는 것이다. "공화정의 경제적 토대라 할 수 있는 농민들과 그들의 보유 토지가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아주 당연하게도 체제를 유지하는 근본적인 장치들인 선거제도와 징병제도 등에서 문제가 불거져 나왔으나 이는 종래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공화정의 핵심은 농민들과 그들의 보유토지이다. 이것을 줄여서 자영농민, 자영농이라고 한다. 자영농이라고 하는 것이 공화정의 토대이다. 그런데 이 경제적인 토대가 훼손되니까 정치적인 장치인 선거제도와 징병제도 이런 것들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이미 경제적인 토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문제 해결 방식은 경제적인 것들을 해결해야 문제가 해결될터인데 그게 안되는 상황이 안되고 말았다.

제11강 151 공화정의 경제적 토대라 할 수 있는 농민들과 그들의 보유 토지가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아주 당연하게도 체제를 유지하는 근본적인 장치들인 선거제도와 징병제도 등에서 문제가 불거져 나왔으나 이는 종래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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