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역사 고전 강의 — 16 / 제12강(1)
- 강의노트/라티오의 책들 2021-24
- 2021. 9. 13.
라티오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팟캐스트 '라티오의 책들'을 듣고 정리한다. 라티오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들에 관한 강유원 선생님의 해설녹음이다.
팟캐스트 주소: https://ratiopress.podbean.com/
⟪역사 고전 강의 - 전진하는 세계 성찰하는 인간⟫, 제12강(1)
❧ 갈리아 원정
“시민들은 이제 신민이 되어 강력한 일인자들 아래의 병졸이 된다. 일인자 중의 한 명인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 군단을 이끌고 갈리아 정복을 시도한다. 그가 쓴 보고서 ⟪갈리아 원정기⟫는 로마 군대의 식민지 침략과 지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여실히 알려 준다.”
❧ 원정기의 형식과 내용
- commentarius라는 형식: 비망록, 보고서, 사료史料
- ‘투철한 문체’
- 로마화(romanize)의 두 가지 방식: 정치적인 조치들, 경제적인 통합
2021.09.11 역사 고전 강의 — 16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기》를 읽고 있다. 오늘은 12강 전반부를 설명하겠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기》라는 텍스트는 굉장한 은유가 담겨있다든가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처럼 드라마의 형식을 띠고 있다든가 또는 전쟁에 관한 자신의 고유한 생각을 담고 있다든가 하지 않다. 투명하다. 투명하다는 것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데 굉장히 많은 배경지식을 동원해야 하고, 또 저자가 사용한 여러가지 술어들을 이해하는데 부수적인 참조할 문헌, 2차문헌을 참고해서 뭔가 노력을 많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163페이지를 보면 '투철한 문체'라는 말을 써놓았는데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기》를 투철한 문체라고 할 때에는 뭔가 숨겨져 있기는 한데 그것도 알아차리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그냥 투명하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문체가 건조해보이고 무미해보이는데 쨍쨍한 그런 느낌을 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 제12강에서는 《갈리아 원정기》의 형식적인 측면에 대해서만 이야가하려고 한다. 《갈리아 원정기》 Commentarii de Bello Gallico, 여기서 Commentarii는 commentarius의 복수형. comment라는 말이 commentarius에서 나온 말이다. 본래는 간단하게 적어 두는 것을 가리키는데 비망록이라고도 하고, 보고(리포트)라고 하기도 하고, 역사의 자료가 된다라는 말에서 사료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비망록, 보고서, 사료. 이런 문장은 사실 투퀴디데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투퀴디데스 자신은 비망록과 보고서, 사료를 의도했다고 써놓기는 했는데 흔히 하는 말로 사심이 많이 들어가 있는, 물론 모든 저자들이 있는 그대로 쓰지는 않다. 심지어 과학의 문헌들도 저자가 쓰고 싶은 것만 골라서 쓴다. 관찰기록을 한다 해도 그 기록문에는 당연히 내가 관찰한 것이지만 이것만 기록하겠어라는 태도가 스며 들어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기》는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적다.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그런 부분을 알아차리는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 commentarius의 방식으로 뭔가를 적는 또는 역사적인 기록물을 남기는 것의 출발점은 대체로 크세노폰을 잡는다. 크세노폰의 《알렉산드로스 대왕 원정기》, 또 크세노폰이 펠로폰네소스 전쟁말기부터 아테나이 내전을 다룬 《헬레니카》 이런 것들이 비방록에 속한다. 또 크세노폰이 이런 분야에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창시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크세노폰이라는 사람을 그리 높게 평가를 하지 않는데 본인은 조금 의아하기는 하다. 좀 소홀하게 여기는 측면이 있다.
159페이지에 "로마가 제국으로 가는 걸음을 내딛고 있을 때 진행된 정복 전쟁의 양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일종의 보고서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카이사르가 자신의 업적을 로마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두 가지 의도가 들어있다. 보고도 하고 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렇게 잘났으니까 그것을 보고하겠다. 그런데 보고를 하면서 잘난 척을 하려고 하는데 굉장히 잘 절제된 상태에서 노골적이지 않게 잘난 척을 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이게 잘난 척인가 생각할 수 있는데 당대 사람들을 독자로 생각하고 썼기 때문에 당대 사람들은 어 이거봐라 하는 그런 잘난 척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그 대표적인 부분이 사실상 마지막 부분이 그렇다. "카이사르는 비브락테에서 겨울을 나기로 했다. 카이사르가 서찰로 로마에 승전 소식을 알리자, 20일 동안의 감사제가 개최되었다." 20일 동안의 감사제가 개최되었다라는 구절은 오늘날 우리가 보기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당시 로마 사람들이 보면 대단한 뜻이 숨어있다. 당시 로마 사람들은 누군가 훌륭한 전승을 거두면 10일 동안 감사제를 개최했는데, 카이사르가 승전을 할 때면 15일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20일 동안 감사제, 그러면 로마인들이 보면 금방 알아챘을 것이다. 그런데 카이사르가 그냥 잘났다는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감사제 기간만을 적음으로써 잘난 척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율리우스 카이사르 문장이 가지고 있는 멋진 부분이기도 하다.
제12강 159 카이사르가 쓴 《갈리아 원정기》는, 로마가 제국으로 가는 걸음을 내딛고 있을 때 진행된 정복 전쟁의 양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일종의 보고서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카이사르가 자신의 업적을 로마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제12강 162 카이사르는 비브락테에서 겨울을 나기로 했다. 카이사르가 서찰로 로마에 승전 소식을 알리자, 20일 동안의 감사제가 개최되었다. ━ 《갈리아 원정기》, 7권 90절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갈리아에 가서 원정을 했다, 갈리아 전쟁을 벌였다는 것은 사실 독단적으로 한 것이 있다. 자기가 로마의 일인자가 되기 위해서, '일인자의 시대'라고 하는 말은 그 시대를 이끌어간 사람들을 중심으로 해서 이 시기를 지칭하는 말이고, 일반적으로 내전기라고 부른다. 이렇게 무기를 가지고 무력으로 내전을 하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민주정이다. 따라서 민주정은 선거할 때가 되면 말로 한다. 160페이지 아래 문단을 보면 "카이사르는 서기전 60년에 폼페이우스, 크랏수스와 함께 1차 삼두정치를 구성하며, 이듬해에는 집정관으로 선출됩니다. 그리고 집정관을 마친 다음에는 갈리아 지역의 총독으로 부임합니다." 권력이 있는 상태인데 아직 폼페이우스, 크랏수스와 어깨를 겨루는, 내가 시대의 일인자가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서로 힘을 겨루는 때라고 할 수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운세가 상승기로 올리느냐 푹 꺼져버리느냐의 갈림길에 섰을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때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갈리아에 총독으로 간다. 이를 프로콘술이라고 한다. 콘술은 집정관이니 전직집정관이라는 말이다. 집정관에는 임페리움이라는 권한을 준다. 절대적 지배권이다. 임페리움은 명백히 알아두어야 하는 것인데 황제라는 것은 무력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장군에게 주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황제라고 하면 그냥 군사력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를 임페라토르를 황제라고 번역하는 것은 조금 적당한 번역어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임페리움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원로원에 있다. 서기전 49년에 원로원이 군대 해산을 명령했는데 이것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거부했고 그때부터 로마가 내전에 들어가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내란범이다. 원로원은 로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데 이 명령을 거부했다. 그러니까 내전이 일어난 것인데, 내란범이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반도 북서쪽에 있는 루비콘 강을 건넌다. 이게 바로 Crossing the Rubicon 돌아올 수 없는 일을 행한다. "이 강을 건너지 않으면 내가 파멸하고 이 강을 건너면 세계가 파멸한다." 왜 《갈리아 원정기》와 《내전기》를 남김으로써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화를 시도했는가. 그런 것이 필요하다. 다시말해서 무력만 가지고는 통치를 할 수 없다는 것, 정치사상이나 정치체제에 대해서 연구를 해보면 그런 것이 필요하다. 적재적소에 적절할 때 그 짓을 해야 한다. 정치는 무엇보다도 포풀리, 평민,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이다. 그 일을 잘하는 데에는 대중의 마음을 읽고 대중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그럼 점에서 내란범이기는 하지만 아주 탁월한 정치가의 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잘 구별해서 생각해야 한다. 한 사람 안에 여러가지 인격이 들어있다. 다중인격자여야만 정치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잘 보여준다.
제12강 160 카이사르는 서기전 60년에 폼페이우스, 크랏수스와 함께 1차 삼두정치를 구성하며, 이듬해에는 집정관으로 선출됩니다. 그리고 집정관을 마친 다음에는 갈리아 지역의 총독으로 부임합니다.
제12강 161 《갈리아 원정기》와 《내전기》를 남김으로써 그는 로마 대중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화를 시도합니다.
"《갈리아 원정기》는 모두 8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카이사르가 쓴 부분은 1~7권이고, 8권은 카이사르 사후에 갈리아 원정의 막료였던 아울루스 히르티우스가 썼습니다." 실제로 전쟁에 관련된 부분은 1~7권이다. 《갈리아 원정기》는 두가지 측면에서 주목해 볼 수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로마화(romanize)하는 것을 봐야한다. 하나는 지도자 계급의 자녀를 로마 본국이나 로마화가 된 속주 지역으로 보내서 공부시키는 것이다. 그게 바로 로마 시민권을 제공하는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로마화하는 것이다. 그게 하나가 정치적 방식이라면 두번째가 경제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이다. 통상 관계를 장려하고 경제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치적 경제적, 이것을 총괄해서 넓은 의미의 제국주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제12강 162 《갈리아 원정기》는 모두 8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카이사르가 쓴 부분은 1~7권이고, 8권은 카이사르 사후에 갈리아 원정의 막료였던 아울루스 히르티우스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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