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츠 슈이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21. 12. 6.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arte(아르테) |
프롤로그 | 죽음을 앞에 두고
첫 번째 후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두 번째 후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세 번째 후회,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네 번째 후회,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다섯 번째 후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섯 번째 후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일곱 번째 후회,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여덟 번째 후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홉 번째 후회,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열 번째 후회,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열한 번째 후회,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열두 번째 후회,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열세 번째 후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열네 번째 후회, 고향을 찾아가보았더라면
열다섯 번째 후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열여섯 번째 후회, 결혼했더라면
열일곱 번째 후회, 자식이 있었더라면
열여덟 번째 후회,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열아홉 번째 후회,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스무 번째 후회,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스물한 번째 후회,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스물두 번째 후회,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스물세 번째 후회,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스물네 번째 후회,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스물다섯 번째 후회,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스물다섯 번째 후회,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나는 세상을 떠난 환자들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실제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내세를 믿으면 좋은 점은, 이 세상의 이별은 일시적이라는 것, 그래서 다음 세상에서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위안을 받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내세의 존재는 이별의 슬픔을 치유해주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는 이런 믿음이 필요한 사람이 꽤 많다.
영적 치료 가운데 '무라타 이론'이라는 말이 있다. 이 이론에서는 말기 환자가 영적 고통, 즉 살아있는 의미를 찾지 못하고 영혼의 고통을 느끼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한다. 죽음을 초월한 미래에 대한 확신(시간 존재)과 신뢰할 수 있는 가족, 친구, 의료인의 존재(관계 존재), 그리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자율 존재)가 바로 그것인데, 이 세 가지 가운데 한가지 이상의 요소가 흔들리면 영적 고통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 세 가지 요소가운데 하나가 상실되면 이를 다른 요소로 보완함으로써 영적 고통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매우 흥미로운 이론이다.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면 대개 자신의 일을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없기 때문에 '자율 존재'를 상실하기 쉽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곧 '관계 존재'가 중요해진다. 관계를 통해 '자율 존재'의 상실을 메우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자율 존재'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죽음을 초월한 미래에 대한 확신, 곧 '시간 존재'다.
생명 윤리, 의료 윤리 등을 연구한 교토대학교 칼 베커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현대의 일본인들은 그 어느 시대보다 죽음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내세를 믿는 신앙이 희박해진 사실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주장이 타당하게 들리는 이유는 종교나 신앙에 의지했을 때 우리가 얼마나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지 천국에 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죽음 직전에 세례를 받거나 신앙을 고백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두고 천국을 훔치려는 천국 도둑이라며 비웃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 종교를 찾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내세를 확신하고 싶은 희망 때문에 종교를 찾을 수 있고, 또 마지막 순간에 삶과 죽음의 의미를 붙들고 싶은 간절한 소망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하루 하루 숨 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종교에 매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죽음 앞에서는 직업의 귀천이나 사회적 지위 따위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아는 대기업 회장이 죽음 앞에서 크게 절규하는 반면,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이 오히려 죽음 앞에서 한 치의 동요도 없다. 많이 갖고 많이 누렸던 사람은 그만큼 잃는 것도 많아서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수록 무언가에 매달리고 싶은지도 모른다. 평생 아쉬울게 없었던 인생이기에 마지막까지 인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집착하는지도 모르겠다.
죽음의 사신이 찾아왔을 때의 불안은 누구나 견디기 힘들 만큼 엄청나다. 이를 대비해 건강할 때 종교를 공부하고 나름의 종교관을 확립한다면 보다 편안한 죽음의 순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죽음 때문이 아니더라도 종교 활동을 통해 인간사를 깨닫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으랴. 병상에서도 다양한 종교의 깨달음을 깨우치려고 공부에 매진한 여든이 넘은 환자가 나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 종교를 음미하고 깊이 생각해보는 일은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파스칼의 명언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생각하는 일'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준다.
믿음은 모두 허황된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종교에 관심을 가진다면 생각지도 못했던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이 찾던 인생의 진실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인간의 고뇌와 의문이 모두 하나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허무하고 건조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치유될지도 모른다. 인간은 영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아무쪼록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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