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레너드: 달인

 

달인 - 10점
조지 레너드 지음, 강유원 옮김/여름언덕

옮긴이 서문

Part 1 달인으로 사는 법
1. 서두르지 않아도 성공하는 사람, 달인
2. 나는 왜 경지에 오르지 못하는가?
3. 미국식 생활은 달콤한 방해꾼
4. 슬럼프를 사랑하라

Part 2 달인이 되는 다섯 가지 열쇠
5. 열쇠 1: 스승을 만나라
6. 열쇠 2: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
7. 열쇠 3: 기꺼이 복종하라
8. 열쇠 4: 마음에 달렸다
9. 열쇠 5: 한계를 넘어서라

Part 3 예비 달인을 위한 몇 가지 팁
10. 왜 작심삼일인가?
11. 힌트는 달인에게 있다
12. 달인의 길에 놓인 함정
13.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14. 달인의 길을 떠나기 전에

에필로그 달인과 바보

 

 


 

옮긴이 서문

  나는 '자기계발'이라는 영역에 속하는 책들을 번역해본 적이 없을 뿐더러 써본 경험은 더욱이나 없다. 그런 책들에 대해 일종의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그 편견이란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자기 계발이라고는 하나 사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 몇 가지 요령을 집중적으로 주입시킬 뿐이다. 사람들마다 처한 상황이 다른데 그걸 감안하지도 않고 해결 방안을 내놓는 것은 말만 번지르르한 사기나 다를 바 없다. 책에 있는 내용을 읽어서 머리로 알게 되었다 해도 그것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등.

  그렇다면 이 책은 이러한 문제점들에서 벗어나 있어서 내가 번역하겠다고 결심한 것인가? 나는 이 책을 처음에는 그렇고 그런 책일거라며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읽었다. 그러나 책을 절반쯤 읽었을 때 그런 무심함이 없어졌다. 물론 이 책도 얼핏 보기에는 '열심히 노력하라'는 막연하고 뜬금없는 교훈만 담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무엇보다도 구체적으로 내 몸으로 실천하는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인생의 성공을 위한 몇 가지 키워드를 제시하고 그것을 향해가는 방법들을 나열한 다음, 독자에게 '자,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는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성공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성공'을 잊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성공이 좋은 것인지도 분류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열심히 하기, 속된 말로 '몸으로 때우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무슨 자기계발인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원하는 성공은 과연 무엇일까?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것을 원하고 있을까? 그러한 성취를 이루면 온몸과 마음이 뿌듯하게 벅차올라 행복한 삶의 상태로 들어서게 될까? 아니 그러한 성공의 길로 나아가기 앞서 과연 우리는 우리가 계발하고자 하는 '자기'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자기'는 책 몇 권 읽어 몇 가지 키워드를 알아낸 다음 이리저리 해보면 변화되는 일종의 물건일까? 다 제쳐두고 어쩌면 우리는 모든 것이 급속하게 대량생산되는 시대를 살면서 '계발'과 '성공'에 대해서도 그러한 비법을 기대하며 조급증 내도록 길들여진 건 아닐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 속에 떠올린 의문들은 이러한 것들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가 어떤 일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성취하며, 더 나아가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 결과 내가 내린 결론은 '단순히 머리로 계획하고 말로 실천해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모든 행위는 몸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정신과 육체는 서로 분리된 물건들이 아니다. 각각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끝나는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혼신의 힘을 기울이면 몸은 진한 액체를 뿜어내고 그것이 정신 속으로 스며들어간다.

  수백 번, 수천 번의 행위를 통해 습득한 것이 우리에게 '습관'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일생에 걸쳐 하는 일이란 어쩌면 그런 과정을 통해 습관을 만드는 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에게는 '안다'는 것이 '할 줄 안다'는 것을 뜻했다고 한다. 그들은 분명 그것을 바탕으로 세상과 인간을 보았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연 무엇을 바탕으로 세상과 인간을, 아니 자기 자신을 보고 있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분명히 할 줄 안다 고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을 다 읽은 다음 스스로에게 이런 것들을 물어보았다. 딱 잘라서 '이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그저 인생 앞에서 겸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겸손이 '자기계발'의 진정한 출발점일 것이다.


2007 년 8월 강유원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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