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콥 부르크하르트: 치체로네 : 회화편 ━ 이탈리아 미술을 즐기기 위한 안내

 

치체로네 : 회화편 - 10점
야콥 부르크하르트 지음, 박지형 옮김/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언 
베를린에 계시는 쿠글러Kugler 선생에게 

고대 회화 1
초기 기독교 회화와 비잔틴 회화 17
로마네스크 회화 39
고딕 회화 55
15세기 회화 125
구 네덜란드의 회화와 구 독일 회화 217
스테인드글라스 235
16세기 회화 241
매너리즘 451
근대 회화 467

역자 후기 551
<치체로네> 연구문헌 557
찾아보기 561

 



서언

(역주: 이 서언은 '회화'뿐 아니라 '건축'과 '조각'을 아우르는 전체를 염두에 두고 맨 앞에 제시된 글이다)


이처럼 이탈리아는 신들의 성역이다
―플리니우스의 박물지 중에서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는 이탈리아의 주요 예술 작품을 개관하려는 데 있다. 이 개관은 서둘러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신속하고도 친밀한 안내 역할을 하며, 오래 체류하는 이들에게는 각 지역별로 파악되어야 할 양식에 대한 이해와 기초 소양을 제공하며, 이미 이탈리아에 오래 머물렀던 이들에게는 기분 좋은 기억을 환기시키는 그와 같은 것이다. 단순히 고고학적인 사항은 의도적으로 배제하였다. 저자는 때로는 설명적인 서술 또는 역사적인 해설만을 했으며 때로는 작품의 내용적 측면이나 그것이 놓여 있는 장소만을 언급했다. 또 중요한 세부를 상기시키고 해당 작품을 제대로 찾아내고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범위에서 설명하였다. 또한 나는 독자가 언급되고 있는 작품을 이미 보았거나 앞으로 볼 것이라고 가정했다. 작품의 위치에 대하여 언급할 때 주변 상황을 염두에 두어 최대한 뚜렷하고 완벽하게 서술코자 했다.

여기서 작품을 살필 때 누락된 부분을 밝힘이 마땅하리라. 내가 전혀 들르지 않았거나 들렀더라도 주마간산 격으로 들른 곳, 또 아직 미숙했던 시절 방문했던 곳들은 다음과 같다.

토리노와 피에몬트 전체.
크레모나, 로디, 파비야.
만토바, 트레비소, 우디네 .
이몰라, 피엔차, 체세나, 리미니.
페사로, 우르비노, 로레토.
볼테라, 산 지미냐노, 몬테 올리베토, 피엔차.
수비아코, 팔레스트리나.
냐폴리 왕국 전체, 페스툼 이남.
카푸아와 놀라 동쪽 지역.

   또 (에트루리아 유적의 경우처럼) 너무 전문적이거나 (이집트 조각의 경우처럼) 알프스 이북에 훨씬 더 훌륭한 컬렉션이 있는 경우, 또 작품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경우와 거의 알아볼 수 없게 된 경우, 그리고 따로 특별한 연구가 필요한(예를 들면 동판화 컬렉션이나 보석 세공, 주화, 회화의 개인 컬렉션 등과 같은) 장르는 언급에서 제외시켰다. 필사본 세밀화도 생략했는데, 그 이유는 그것을 너무 자주 들여다볼 경우 파손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또 지난 세기말까지의 작품에 국한하여 서술하였는데, 그것은 현대 예술에 관해서는 아직 각자가 다른 척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성심껏 만들어진 색인을 통해 곧 익숙해질 이 책의 구성은, 주어진 유적을 그 예술적 의미와 조건에 따라 제한된 지면에서 다루기 위해 취해진 유일한 처방이었다. 빠른 이해를 돕는 데는 다양한 여행안내서, 그중에서도 에른스트 푀르스터의 여행서가 유익할 것이다. 저자 역시 많은 곳에서 이 책을 유용하게 참고하였다. '치체로네'는 심오한 사상이나 예술 작품의 이념을 추적하고 밝히는 것을 소관으로 삼지 않는다. 만일 그와 같은 것이 언어를 통해 완벽하게 수행될 수 있다면 예술작품은 없어도 그만일 터이고, 해당작품은 지어지지도, 새겨지지도, 그려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허용된 한계에조차 훨씬 못 미치는 정도로만 서술하였는데, 그것은 워낙 짧게 서술할 수밖에 없는 조건 때문이었다. 내게 설정된 목표는 그보다는 독자의 감수성을 생생한 체험을 통해 일깨우는 그러한 개관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서술 중에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일관되지 못한 태도는 이 책의 삼분의 이가 여행 중에 씌어진 점을 고려해 널리 양해해 주시길 빈다. 이렇다 할 문체도 없다. 어떤 문장은 — 유감스럽게도 이미 벌어진 사태이지만 — 책이 두꺼워지거나 무거워지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다소 길게 썼다. 저자가 자주 일인칭 시점으로 말하는 것은 어떤 특정 작품을 보지 못했음을 명시할 때, 그리고 불가피하게 전통에서 벗어난 입장을 표명할 때에 한해서이다.

   건축의 경우 동판화 자료나 그 밖의 도판 자료는 드문 경우에나 참조하였다. 아주 훌륭한 도판이라 할지라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인상을 과연 제대로 제공할지는 의심스럽다. 구체적으로 로마의 빌라와 더 나아가 몬테 마리오 너머에 있는 저 매혹적이면서 자그마한 빌라 사세티를 다루는 장에서 페르시에나 퐁텐의 작품들을 참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랬더라면 그림 그리는 이들에 의해 그렇지 않아도 아예 없는 건물의 반쪽이 그려지는 상황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르네상스 양식의 장식 부분을 중간에 따로 다루고 있는데, 그것은 다른 세 분야를 서술함에 있어 이 네 번째 요소로 인해 자꾸 맥이 끊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 분야에 관심이 없다면 색인에서 D로 표시된 부분을 생략하고 읽으면 된다.

   조각부분에서 특히 고대 부분은 대부분 오르프리드 뮐러 『고고학』 2부의 근간을 이루는 체계에 따라 배열하였다. 작품 선정은 상당한 감식안을 지녔으되 온전하고 조화로운 작품에 대해서만 그러하고 (이 장르에서도 허다한) 부서지고 제한된 작품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다수 대중을 위해 이루어졌다. 새로운 조각 작품을 다름에 있어 특히 바로크 양식을 (다른 두 장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길게 다루었다. 이 시대에 대해 정확하고 활발하게 검토해야만 비로소 황금시대를 장식한 완벽한 작품들에 대한 감흥도 높아진다는 것이 저자의 소견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마추어들에게만 적용되는데, 예술가들의 경우는 항상 가장 최상의 것들만을 보기 때문이다.

   회화 부분에서 나는 결코 정신적인 배경을 상세히 진술코자 하지 않았다. 그와 같은 작업은 양적으로 어마어마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그림을 감상하는 이러 저러한 방법과 더불어 개별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림에 제목을 붙이는 문제는 이 책의 소관이 아니므로 나는 나의 의견보다는 관례를 따랐다. — 아주 진귀하고 까다로운 작품만을 선호하는 이들에 대해 이 책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와 같은 이들은 기본적으로 예술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것이 아니라면 세간에 떠도는 저명한 작품들도 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화려한 내용의 이 작고도 두툼한 책이 적어도 귀찮은 여행 동반자로 비추어 지지 않기를.

   모든 소망을 일일이 충족시킬 수는 없으되, 적어도 다수에게 무언가를 제공했다면 저자의 작업이 헛되지 않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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