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역사 고전 강의 — 42

 

⟪역사 고전 강의 - 전진하는 세계 성찰하는 인간⟫, 제24강(2)

❧ ‘완전가능성’(perfectibilité)
“루소는 1755년에 완성을 추구하는 능력, 즉 완전가능성을 개별적 인간뿐 아니라 인류 전체를 동물과 구별하는 기준”으로 보았다.(⟪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 진보⟫)
❧ 역사의 시대 구분
“인쇄술의 발명”이 이루어진 시대를 중요한 시대로 간주
❧ 공교육론
“경제적 부”와 “생계 수단”, “교육”의 불평등을 해소

 

 

2021.12.14 역사 고전 강의 — 42

콩도르세의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를 읽고 있다. 콩도르세의 책은 얇고 어렵지 않으니까 한권쯤은 읽어보는게 어떨까 권해드리고 싶다. 콩도르세가 서두에서 했던 얘기인 "자연이 우리에게 준 이 지구가 존속하는 동안에는 어떠한 한계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앞에는 이런 말이 있다. "자연은 우리 인간들의 능력의 완전성에 대한 조건을 설정하지 않는다." perfectibilité, 완전가능성의 개념은 장자크 루소가 처음 내놓은 개념이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 진보》에 따르면, "루소는 1755년에 완성을 추구하는 능력, 즉 완전가능성을 개별적 인간뿐 아니라 인류 전체를 동물과 구별하는 기준"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완전가능성은 18세기 후반에 관철되었고 비록 '백과사전'에는 아직 수록되지 않지만 1798년 마침내 학문 용어 사전에 기록"됩니다.[...] 그는 이 개념을 진보성의 원칙을 표현하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이후 '완전가능성' 개념은 칸트와 독일 관념론 철학으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완전가능성의 진보라는 것이 콩도르세는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다, 어떤 한계도 없을 것이다 라고 하는 그런 것이 인간의 역사를 움직여가는 힘이 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런 계몽주의자들이 완전가능성을 진짜로 실현한다고 할 때 그들이 생각했던 수단은 과학적 이성의 힘이다. 그런데 물론 시행착오를 거쳐서 완전함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완전히 무시하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콩도르세를 비롯한 그 당시에 18세기 계몽철학자들과 서구 지식인들의 생각은 대단히 유사한 흐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 제레미 벤담이라든가 프란시스 베이컨도 미래에 대한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었다. 미래에 대한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었다고 해서 오늘에 일어나는 일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위협이 전지구적인 환경 문제이다. 지구적인 환경 문제도 결국에는 인간이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믿고 있는 것, 그런 것들도 18세기 계몽주의에서 계속 전해져 내려오는 인간의 완전가능성에 대한 생각이다. 그런데 그렇게 믿고 있다고 해서 오늘날 우리에게 닥친 환경적인 재앙이 사실은 거대한 음모라든가 이렇게 말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 둘을 연결시켜 생각하면 안된다. 인간은 본래 완전함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과 오늘날 닥친 문제 또한 별거 아닌 거라고 말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그런 것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이라든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제24강 293 "완전가능성"이라는 개념은 사실 루소(1712~1778)가 처음 내놓은 것입니다.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 진보》에 따르면, "루소는 1755년에 완성을 추구하는 능력, 즉 완전가능성을 개별적 인간뿐 아니라 인류 전체를 동물과 구별하는 기준"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완전가능성은 18세기 후반에 관철되었고 비록 '백과사전'에는 아직 수록되지 않지만 1798년 마침내 학문 용어 사전에 기록"됩니다. [...] 그는 이 개념을 진보성의 원칙을 표현하는 데 사용하였습니다. 이후 '완전가능성' 개념은 칸트와 독일 관념론 철학으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낙관들을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18세기 뿐만 아니라 19세기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는 것, 바로 이것이 18세기, 19세기의 밝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서구 지식인들은 공유하고 있었다. 295페이지를 보면 콩도르세는 "이 신념을 인간의 역사에 투사하면 "인간의 완전가능성의 성취에 의한 역사의 진보라는 관념"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보 사관입니다." 진보사관이라고 하는 것은 기원이 우리가 일반적으로는 진보사관의 원조로 여기는 사람들이 헤겔, 마르크스가 거론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헤겔, 마르크스 이전에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그런 합리적 세계 진보에 관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프랑스의 계몽철학자들과 프로이센의 헤겔이나 마르크스 이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진보에 대한 역사적 관념 또는 역사의 진보라는 관념들은 공유되고 있다. 마르크스 역시 근대 계몽철학의 흐름 속에 있다는 것, 마르크스가 당대의 열악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으로 인한 사회적 참상을 적시하고 그것의 대안이 되는 사회를 제시했던 것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그들 역시 그 대안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과학과 기술의 힘이다. 따라서 그들 역시 계몽철학의 시대라고 하는 큰 흐름, 즉 역사의 진보라는 큰 흐름 속에 있었던 것은 간과할 수 없다. "마르크스나 계몽철학자들이나 모두 자연과학의 발전을 통해서 언젠가는 지상천국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제24강 295 그는 이 신념을 인간의 역사에 투사하면 "인간의 완전가능성의 성취에 의한 역사의 진보라는 관념"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보 사관입니다. 대개의 경우 진보 사관의 원조로 헤겔이나 마르크스를 거론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마르크스 역시 시대의 아들입니다. 그는 헤겔과 마찬가지로 계몽주의자들이 제시했던 합리적 세계 진보에 관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24강 295 마르크스나 계몽철학자들이나 모두 자연과학의 발전을 통해서 언젠가는 지상천국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콩도르세는 여기서 역사를 10개의 시대로 나누었다." 이게 역사발전단계론이다. 이것이 약간 신화적인 분위기로 제시되었던 것이, 이들과 가까운 근대에 제시했던 사람이 앞서 읽었던 잠바스타 비코이다. 역사단계론, 역사발전단계론이다. 역사 발전의 단계가 있다는 것, 굉장히 중요한 생각이다. 인간의 머릿속에 도대체 극복하기 어려운 일종의 사회적으로 계승되어온 사고 방식, 동서를 막론하고 그런 사고방식이 계승되어 와서 무비판적으로 무심코 하게 되는 그런 것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역사발전단계론이 아닐까. 이런 것들이 일종의 공통관념이다. 《소크라테스, 민주주의를 캐묻다》를 보면 이소크라테스라는 학자가 나온다. 철학이라는 것은 무엇이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관념에서 출발해서 합의를 통해 진리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철학적인 교양이다. 플라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플라톤의 철학개념과 소크라테스의 철학개념은 그게 아니라 진짜 진리는 그런 것에 있지 않다고 여겼는데, 어떻게 보면 화끈하고 멋있는 것 같지만 이소크라테스의 철학개념이 더 합당해 보이지 않는가 한다. 그런 공통관념이라고 하는 것이 굉장히 사유를 하는데 있어서 중요하다. 공통관념을 서로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면 대화하기도 어렵고, 또 공통관념을 바꾸는 것이 사회발전에서 굉장히 중요한 그런 것이다. 그런 공통관념을 topos라고 한다. topos가 장소라는 뜻인데, 공통의 장소가 있어야 만나지 않겠는가. 그런 공통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코드가 안맞는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고 topos가 안맞는다고 말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그런 것들을 맞춰보고 합의하고 대화하는 방법, 그런 것을 다룬 책이 아리스토텔레스의 《토피카》라는 책이다. 《시학》 할 때 관객들에게 애련과 공포를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하는데, 이렇게 하려면 공통의 정서가 마련되어야 한다. 즉 관객과 시인이 배우의 행동/연기를 통해서 같은 topos로 서로 모이는 것이다. 그래야 애련과 공포를 통해서 카타르시스도 가능해진다. 그런 것도 결국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하는 것도 topos를 마련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이나 topos에 대해서 많이 연구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인간이 서로 의사소통하고 대화하고 그 과정에서 합의를 통해서 진리에 이르는 과정, 이 과정은 엄밀하고 필연적으로 수학적으로 움직여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잘 짜아놓은 운율이 있고 음조가 있다고 하더라고 과학적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인간은 왜 그런 것이 필요한가. 규정 불가능한 파토스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제24강 295 콩도르세는 여기서 역사를 10개의 시대로 나누었다. _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 해제

콩도르세가 역사를 10개의 시대로 나누었다. 콩도르세만 한 것은 아니다. 비코도 했고 나중에 마르크스도 했다. 원시 공산사회, 농노제 사회, 자본주의 사회, 모든 것이 족쇄에서 해방된 공산주의 사회 이런 식으로 나눈다. 역사철학 분야에서는 이것이 원조를 비코로 잡는다. 대개 콩도르세를 생략하는데, 콩도르세가 중요하다는 것, 중간에 콩도르세가 있었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그 내용이 무엇인가를 봐야 한다. 그리고 "이런 구분은 멀리는 르네상스에서, 가까이는 비코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르네상스 인은 고대, 중세, 현대로 나누었고, 비코는 신의 시대, 영웅의 시대, 인간의 시대로 나누었습니다." 296페이지를 보면 "역사는 그 자체로 시대 구분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역사를 어떻게 나누느냐는 역사를 파악하는 사람이 가진 역사관을 근거로 이루어집니다." 역사관을 근거로 나눌 때 새로운 시대가 앞단계에서 뒷단계로 갈 때 그것을 만들어 내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되는 사건이 있는데, 콩도르세는 인쇄술의 발명 이런 것들을 가리킨다. 아홉번째 시대는 데카르트에서 프랑스 대혁명에 이르는 시대인데 이것이 진보의 정점이고, 그러고 나서 열 번째 시대는 곧 다가올 시대이다. 인간의 완전가능성과 인간의 완전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자연의 무한한, 자연이 원자재를 무한히 제공한다는 것이 숨어있는 전제이고, 그런 완전 가능성은 10개로 나눈 시대에 따라서 성취된다. 그런 진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추동력은 바로 과학이다. 이것만 알고 있으면, ⟪인간 정신의 진보에 관한 역사적 개요⟫을 읽는데 전혀 어려운 점이 없다. 

제24강 296 이런 구분은 멀리는 르네상스에서, 가까이는 비코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르네상스 인은 고대, 중세, 현대로 나누었고, 비코는 신의 시대, 영웅의 시대, 인간의 시대로 나누었습니다.

제24강 296 역사는 그 자체로 시대 구분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역사를 어떻게 나누느냐는 역사를 파악하는 사람이 가진 역사관을 근거로 이루어집니다.

자연과학이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콩도르세에서 놓치지 않고 꼭 읽고 지나가야 하는 지점이 바로 공교육이다. 301페이지를 보면 《공교육5론》에서 교육의 평등 이야기가 있다. 이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다. 정말 많이 발전했다. 서양 사람들이 교육의 평등을 이야기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렸는가. 사실 이런 점에서는 동양쪽이 훨씬 앞서가 있었다. 차례를 보면 1. 사회는 인민에게 공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2. 사회는 동등하게 다양한 직업에 관련된 공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3. 사회는 여전히 인류를 완성시키는 수단으로서 공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정말 중요하다. (1) 재능을 타고난 모든 인간으로 하여금 그것을 개발할 수 있게 함으로써 (2) 앞세대의 문화를 통해 새로운 세대를 준비한다. 과학이라고 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되, 그 과학을 전수할 수 있는 공교육이라고 하는 것. 콩도르세의 주장만을 읽어보면 인간은 뭐 완전해지는 것만 남은 것 같다. 그런데 304페이지에 써놨는데 "18세기 계몽주의의 최종 귀결은 어쨌든 대규모 전쟁과 살육"이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이것을 알아보려면 콩도르세 이후의 18,19세기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인간이라고 하는 건 진보를 향해 나아간다라고 마음만 먹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확연하게 알려줬기 때문에 어떻게 그 역사는 구체적으로 흘러갔는가. 완전가능성에 대한 이념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흘러갔는지를 알아보려면 본격적으로 현대사회, 19세기 이후의 사회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제24강 304 제1,2차 세계대전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듯이 18세기 계몽주의의 최종 귀결은 어쨌든 대규모 전쟁과 살육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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