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티오의 책들 | 역사 고전 강의 — 52 / 제33강(1)

 

⟪역사 고전 강의 - 전진하는 세계 성찰하는 인간⟫, 제33강(1)

“독일의 낭만주의자들은 인류 역사의 진행 경과를 고민한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는 설계도가 난무하는 법이다. 헤르더는 역사의 최종 목적을 내세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을 세속화한 듯한 ⟪인류의 역사철학에 대한 이념⟫은 인류 도야의 학교로서의 세계사를 말한다. 이로써 미래의 전망을 세우는 역사철학이 또 하나 등장한다.”

 

2022.01.22 역사 고전 강의 — 52

⟪역사 고전 강의⟫ 제33강을 읽는다. 지난 시간에 프랑스혁명까지 32강에서 논의를 했는데, 프랑스혁명에 대해서 몇 번 하지 않고 지나갔다. ⟪역사 고전 강의⟫라는 책 자체가 프랑스혁명 이런 것을 자세하게 다루는 것은 아니고 큰 흐름에서 역사책을 볼 때 추상적으로 어떤 개념들을 유념해서 찾아봐야 하는가, 키워드가 무엇인가 이런 것을 보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정도로 하고 지나가야겠다.

33강의 발문을 보면 독일의 낭만주의자들, 헤르더, 인류의 역사철학에 대한 이념 부분이 굵은 글씨로 되어있다. 독일 낭만주의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경우에 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가는 곤혹스럽다. 독일 낭만주의라고 하는 것이 포괄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는 정말 독일 학자들도 다르고 하니까. 이를테면 헤겔도 낭만주의자였다. 무엇을 했길래 낭만주의인지, 그 사람이 한 것들을 이렇게 저렇게 추적해내면 낭만주의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헤르더와 비슷한 것이 있다고도 말하는데, 일단 독일 낭만주의가 무엇인지를 규정해야 하는데 일단 그것은 놓아두고, 대체로 '가족 유사성'이라고 말하는, 낭만주의자로 불리는 사람들을 한 번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를 추적해가는 방식으로 해야 하지 않겠나 한다. '낭만주의'라는 것과 '낭만적'이라는 것은 굉장히 다르다. 로만틱이라는 말을 한자어로 음차하면 낭만이다. 그래서 한때는 로만주의라고 쓰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봤는데 지나치게 발음에 집착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우선 발문에서 "독일의 낭만주의자들은 인류 역사의 진행 경과를 고민한다." 프랑스혁명의 주체들은, 그 사람도 사실 '낭만적'이다.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았던 이념을 설정해놓고 그 이념을 현실에다가 그냥 가져다가 실현해보려고 밀고간다. 그런 것을 우리는 낭만적이라고 한다. 현실에서의 어려움을 아랑곳 하지 않고 밀고 가는 태도, 급진적인 태도, 이런 것을 낭만적이라고 부른다. 어떻게 보면 프랑스혁명의 주체로 나섰던 사람들도 낭만적인 사람은 틀림없다. 그러면 독일 낭만주의자들은 그렇지 않는가. 프로이센이라는 나라는 굉장히 엄격한 국가중심체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머리속에서만 하는 분위기가 있다. 인류 역사는 도대체 어디로 나아가는가 이런 것을 생각해본다는 점에서는 프랑스혁명의 주체로 나섰던 사람들과 다르지 않는데 독일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약간' 현실적으로 실현할 가능성, 그 문제는 고민을 아주 많이 덜 한 건 사실이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는 설계도가 난무하는 법이다." 약간 냉소적으로 쓴 말이다. "헤르더는 역사의 최종 목적을 내세운다." 헤르더라는 사람은 거의 모든 사람이 이의없이 독일 낭만주의자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여기서 하나. "역사의 최종 목적을 내세운다." 독일 낭만주의자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태도이다. 역사의 최종 목적. 프랑스혁명에서도 인류의 진보, 이런 이상을 내세우는데 그것을 향해 가야한다는 그런 강력한 어떤 사람들 사이의 무언의 합의도 있지만 그것을 책으로 써서 내세운 점도 있다. 따라서 독일 낭만주의자들과 프랑스의 계몽주의자들이 역사를 바라보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진보라고 하는 측면에서. 그런데 이게 조금 헤르더의 ⟪인류의 역사철학에 대한 이념⟫을 보면 발문에 적은 것처럼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을 세속화한 듯한 ⟪인류의 역사철학에 대한 이념⟫은", 여기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을 세속화한 듯한"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신국론⟫은 신의 섭리가 지상에서 실현되는 것을 이야기하고, 또 지상의 도시들은 정말로 참다운 진리가 실현되는 곳은 아니다 라고 이야기하고, 찰스디킨스의 소설처럼, 두 도시라는 것은 아우구스티누스 이래로 서구에서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이야기이다. 마찬가지로 ⟪인류의 역사철학에 대한 이념⟫ 역시 ⟪신국론⟫의 두 도시 이야기를 가져다가 이것은 지상에서 실현될 수 있다 라고 봤다는 점에서 세계사가 인류 도야의 학교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제33강 375 독일의 낭만주의자들은 인류 역사의 진행 경과를 고민한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에는 설계도가 난무하는 법이다. 헤르더는 역사의 최종 목적을 내세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을 세속화한 듯한 ⟪인류의 역사철학에 대한 이념⟫은 인류 도야의 학교로서의 세계사를 말한다. 이로써 미래의 전망을 세우는 역사철학이 또 하나 등장한다.

일단 헤르더를 대표 인물로 놓고 보면 낭만주의자들은 모든 학자들이 독일낭만주의자라고 하면 이의가 없다. 우선 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첫째는 무엇인가, 인류의 도야를 위한 하나의 장소로서, 학교로서 세계사. 그리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목적이 있다. 독일 낭만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바 중에 하나이다. 그 궁극적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인류가 도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야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부를 해야 한다. 그 공부라는 것이, 이때 강조되는 것이, 이 사람들이 지금까지는 신앙에 대한 학문인 신학으로 인류가 도야를 했다면 이제는 지상에다가 지상에 뭔가를 세워야 하기 때문에 인류 도야의 커리큘럼, 교과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도이치에서는 뭐가 시작되었는가. 그것을 갑자기 창안해내는 것은 어려우니까 예전에 뭐가 있지 않았을까 라고 가져온 것이 바로 고대 헬라스 세계의 인문주의이다. 그런데 뭐가 있었겠는가. 희랍 아테나이에서 무슨 공교육을 하는 학교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프로이센에서는 국가가 대학을 세우지 않는가. 그것을 가져다가 독일의 이른바 인문주의 운동이라고 하는 것이 시작된다. 독이 프로이센 지역. 괴테 등의 인문주의라고 하는 것은 이런 지상의 인류 도야의 학교를 세워야 하겠다, 그리고 세계사 속에서 도야된 인류가 되어야 하겠다 라는 생각들을 모두 다 함께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신학 공부를 할 수는 없고 무슨 공부를 할까 하다가 헬라스 세계에서 뭔가를 가져다가 하는 것이다. 그것을 간단히 말하면 『파이데이아』이다. 그것이 바로 독일 인문주의 운동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것이 그 당시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찾아보기 보다는 오늘날 그것의 흔적,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베르너 예거이다. 베르너 예거가 쓴 《파이데이아》가 있다. 2019년에 아카넷에서 번역되어 나왔다. 예거를 보면 1888년에 태어나서 1961년에 죽었는데 "20세기를 대표하는 독일 고전문헌학자이며, 독일의 제3 인문주의 운동을 이끈 대표적인 학자다." 이렇게 되어있다. 예거의 《파이데이아》를 보면 프로이센 시기부터 어떻게 독일이 인문주의 운동을 전개했는가 그리고 그 사람들이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무엇을 하고자 했는가를 알 수 있고, 그게 바로 뜻밖에도 독일 낭만주의 운동과도 연결되어 있다.

자 그러면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는 신학이다. 섭리론이고, 종말론이다. 그런데 이것을 세속화 한 듯한 인류의 역사철학, 그러면 인간이 지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그것의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따져묻기 시작하면 그것이 바로 역사철학이다. 따라서 세속적인 의미에서 역사철학과 섭리론적인 신학, 신학에서 있어서 섭리론을 논의하는 것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근대적인 의미에서의 역사철학, 즉 세속적 섭리론이라고 하는, 그것을 역사철학이라고 하는데 그것이 헤르더의 시대부터 시작되었고, 사실은 신학적 섭리론인 것 같은데 세속적이라고 굉장히 강조해서 주장하는 사람이 헤겔의 역사철학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 헤르더의 역사철학, 헤겔의 역사철학 이런 것들이 굉장히 역사철학에서 중요하다. 그런 것들을 계수한 사람이 랑케이다. 그리고 랑케의 제자가 부르크하르트이다. 그런데 부르크하르트는 그런 섭리론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역사의 최종목적이 있네 하는 것들. 그렇지만 그런 것이 없으면 역사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서 부르크하르트의 《세계사적 고찰》(세계 역사의 관찰)을 보면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실은 아우구스티누스는 하느님이라는 존재가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 간다는 것을 의심없이 믿었기 때문에 ⟪신국론⟫을 쓸 때도 신의 입자에서 쓸 수 있었던 것이고, 그런데 독일 낭만주의자들은 신의 입장에 서서 쓰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신과 동급의 자리에 있는 그런 정도의 초월론적 자기가 극대화된 입장에서 역사철학을 쓰니까 신학적인 분위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르크하르트는 그것을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부르크하르트의 《세계사적 고찰》, 칼 뢰비트가 쓴 역사철학에 관한 채들을 보면 부르크하르트에서부터 진정한 의미의 근대적 역사철학, 즉 신의 관점에서 벗어난 역사철학이 시작된다는 말을 한다. 대단한 사람이기는 한다. 그런데 이게 신적인 입장에서 대한 거부감이 강해서 힘들었던 것이겠다. 부르크하르트와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이 마르크스이다. 마르크스도 역사철학이 있지만 그 역사철학을 하나의 저작으로 세운 것은 없고, 《공산당 선언》에 그런 것이 드러난다. 그래서 ⟪역사 고전 강의⟫에 《공산당 선언》을 넣은 것이다. 그런데 《공산당 선언》은, 어떤 사람들은 마르크스의 그것이 섭리론적 신학과 다르지 않다고 얘기한다. 그런 저런 얘기들이 1800년 중반 이후에 많이 오고갔던 것 틀림없던 사실이다. 

33강 처음에 "프랑스혁명 당시 나폴레옹 군대는 독일을 침공해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독일인들은 전쟁에서 패배한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프랑스혁명의 정신을 따라 정치체제를 변혁하기 보다는 정신적인 혁명을 꾀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요한 고틀리트 피히테(1782~1814)는 《독일 국민에게 고함》(1808)에서 "프랑스 국민이 쳐들어 오니가 우리는 독일 민족으로 뭉치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프랑스 '국민Nation'과 독일 '민족Volk'라는 말, 이 Volk라는 말은 정말 까탈스러운 말이다. 민족이라고 번역해야 하는데 프로이센에서 Volk라는 말을 쓰면 구별해서 생각해야 한다. 인종주의나 종족주의 개념을 바탕으로, 우리가 한민족이라고 할 때 그 의미가 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는 자유, 평등, 우애의 이념에 동의하면 누구나 프랑스 국민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문화적 민족주의라고 하고 도이치에서의 Volk는 혈연적, 인종적, 종족적 민족주의이다. 그리고 독일 낭만주의는 이런 독일 민족주의에서 나온 흐름이 있다. 그런데 프랑스나 독일이나 마찬가지로 세계시민의 이념으로 올라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혈연적인 것을 벗어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제33강 375 프랑스혁명 당시 나폴레옹 군대는 독일을 침공해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독일인들은 전쟁에서 패배한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프랑스혁명의 정신을 따라 정치체제를 변혁하기 보다는 정신적인 혁명을 꾀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요한 고틀리트 피히테(1782~1814)는 《독일 국민에게 고함》(1808)에서 "프랑스 국민이 쳐들어 오니가 우리는 독일 민족으로 뭉치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프랑스 '국민Nation'이 독일 '민족Volk'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가능합니다. 프랑스에서는 자유, 평등, 우애의 이념에 동의하면 누구나 프랑스 국민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제33강 376 독일 사람들도 민족에서 벗어나 세계시민의 관점으로 올라서는 것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그러한 추상적 이념을 정치 세계에 끌어들이는 일은 아직 요원한 것이었습니다.

여튼 프랑스혁명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주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것은 1792년부터 나폴레옹 전쟁에, 프랑스 혁명에 대항하는 동맹전쟁이라는 것이 있다. 대불동맹이 만들어지고 그때부터 사건이 벌어지는데, 사실은 그전부터 세계사의 흐름이 있다. 그게 바로 그 유명한 7년전쟁이다. 1756~1763년까지, 그러니까 1789년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의 7년전쟁이 중요한 사건이다. 그런 것을 전반적으로 볼 때 최근에 알렉산더 미카베리즈에 《나폴레옹 세계사》가 나왔다. 오늘은 발문과 첫째 문단을 읽으면서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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