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S. 루이스: 실낙원 서문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22. 3. 11.
실낙원 서문 - C. S. 루이스 지음, 홍종락 옮김/홍성사 |
I 서사시 _11
II 비평은 가능한가? _24
III 일차적 서사시 _30
IV 일차적 서사시의 기법 _42
V 일차적 서사시의 제재 _54
VI 베르길리우스와 이차적 서사시의 제재 _64
VII 이차적 서사시의 문체 _77
VIII 이 문체에 대한 옹호 _98
IX ‘변하지 않는 인간의 마음’설 _114
X 밀턴과 아우구스티누스 _121
XI 위계질서 _132
XII 《실낙원》의 신학 _147
XIII 사탄 _167
XIV 사탄의 추종자들 _183
XV 밀턴의 천사들에 대한 오해 _191
XVI 아담과 하와 _204
XVII 타락하지 않은 성 _214
XVIII 타락 _219
XIX 결론 _225
부록
몇몇 구절에 대한 주(註) _241
찾아보기 _246
옮긴이의 말 _250
58 일차적 서사시에는 후대의 서사시에서 볼 수 있는 위대한 제재가 없었고 있을 수도 없었다는 것이 진실입니다. 세계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준 사건, 적어도 어느 정도의 영속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는 사건이 그런 위대함을 부여받게 됩니다. 로마의 건국이 그런 사건이고, 인간의 타락은 더 말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어떤 사건이 그런 중요성을 갖기 위해서는 역사에 어느 정도의 패턴과 밑그림이 있어야 합니다. 영웅시대라는 끔직한 현상을 구성하는 끝없는 오르내림, 영광과 비참함의 막연한 교차에는 그런 밑그림이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다른 사건보다 정말로 많이 중요한 사건이란 없습니다. 어떤 성취도 영구적이지 않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죽이고 잔치를 벌이지만, 내일은 우리가 죽임을 당하고 우리 여인들이 노예로 끌려 갑니다. 어떤 것도 '그대로 있지' 않으며, 순간을 넘어서는 중요성을 띠고 있지도 않습니다. 영웅적 행위와 비극은 많이 있고 그래서 좋은 이야기도 많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좋은 상태에서 나쁜 상태로 끌고 가는 큰 밑그림"은 없습니다. 전체적인 결과는 하나의 패턴이 아니라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장면들입니다. 트로이아가 무너지면 트로이아인들에게는 재앙입니다만, 그것이 어떻다는 말입니까?
76 그의 시가 '위대하다'는 말은, 그로 인해 앞으로 《일리아스》와 같은 유형의 시가 다시는 위대한 작품일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베르길리우스를 넘어서는 그 어떤 서사적 발전이 가능한가, 이것이 진짜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우리가 또 다른 서사시를 갖게 된다면, 그것은 베르길리우스를 출발점으로 삼고 거기서 더 나아간 것이어야 합니다. 그저 영웅적인 이야기로 돌아가는 작품이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혹은 집에 돌아가기 위해, 혹은 친척을 대신해 복수하기 위해 싸우는 용감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열하는 데 그치는 노래는 아무리 잘 지어도 이제 시대착오적인 작품이 될 것입니다. 젊은 시절을 두 번 겪을 수는 없습니다. 《아이네이스》 이후 모든 서사시의 제재가 명백하게 종교적인 색채를 띠게 된 것은 베르길리우스가 정해 준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거기서 더 발전해 가는 일뿐입니다.
111 시인 밀턴이 시적 역량을 발휘해 웅장한 시를 쓴다고 해서 거부감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독자인 우리의 유익을 위한 것이니까요 그가 서사시를 의식으로 만든 이유는 우리가 거기에 참여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것이 의식적인 것이 될수록 우리는 참여자라는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갑니다. 시인이 사사로운 개인이 아니라 신비의 해설자나 합창단 지휘자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의 시를 읽을 때 우리가 듣는 것은 한 개인이 인간의 타락에 대해 생각하고 느낀 바가 아니라 그의 지휘 하에서 모든 기독교계가 추는 거대한 춤에 참여하라는 부름입니다. 우리도 그들을 따라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추락하고, 지옥과 낙원, 타락과 회개의 공연에 동참하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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