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스 뵌, 안드레아스 자이들러: 매체의 역사 읽기
- 책 밑줄긋기/책 2012-22
- 2022. 3. 30.
매체의 역사 읽기 - 안드레아스 뵌.안드레아스 자이들러 지음, 이상훈.황승환 옮김/문학과지성사 |
서문
제1부 이론의 기초
1장 의사소통 이론과 기호 이론
2장 매체 개념
제2부 언어 기반 매체의 발전
3장 구술성과 문자성
4장 텍스트, 책, 인쇄
5장 신문, 잡지, 공론장의 성립
6장 언어와 이미지
제3부 19세기 이후 근대 기술 매체의 발전
7장 사진
8장 영화
9장 라디오와 텔레비전
10장 디지털 매체
11장 멀티미디어와 하이퍼미디어
제4부 매체사의 상위 양상
12장 자기반영과 상호 매체성
13장 매체 세계와 매체 현실
14장 매체의 이용과 매체의 영향
매체사 연표
옮긴이 후기
찾아보기
41 매체에 대한 가장 폭넓은 개념은 라틴어 단어인 'medium'(수단)이 가진 원래 의미에 기인한다. 따라서 서로 떨어져 있는 사물이나 사람 등의 사이를 어떤 형태로든 중개해주는 것이면 무엇이든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심령론 그룹에서 널리 받아들이는 것처럼 이승과 저승, 또는 산 자와 죽은 자 사이를 중개하는 영매medium의 의미도 이러한 정의에 포함될 수 있다.
보편적인 매체 개념으로 폭넓게 받아들여지는 두 가지 정의를 제시한 이론가는 마셜 매클루언(1911~1980)과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이다.
매클루언은 매체의 본질을 인간의 확장이라는 공식으로 설명한다. 매클루언의 관점은 공간 속으로 확장하고 진출하는 경향을 가진 유類적 존재로 인간을 보는 시각에 토대를 두고 있다. 팔다리는 자연적이고 원초적인 몸통의 확장이라고 간주되며, 이는 인간이 주변 세계에 개입할 수 있게 해준다. 나아가 인간은 도구나 무기를 이용해서 자신의 근원적인 가능성을 확장하며, 동시에 주변 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하고 구체화한다. 편지, 라디오, 전화 등 인간의 의사소통 범위를 확장시켜주는 고유한 의사소통 매체는 인간의 이러한 보편적인 확장 노력의 특수한 사례일 뿐이다. 매체를 인간의 확장이라고 간주하는 매클루언의 입장에서 보자면, 더 빨리 갈 수 있게 하여 인간의 행동반경을 넓혀주는 길도 매체라 할 수 있다.
43 매클루언과 루만의 매체 개념은 대단히 포괄적이어서 매체사의 대상 영역을 규정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보다는 기본적인 기호학적 매체 개념을 따르는 편이 더 좋다. 이렇게 할 경우 매체에 관한 논의는 의사소통적이고 기호를 기반으로 한 상호작용의 연관 관계 속에서만 이루어진다. 여기서는 의사소통이 해석 가능한 기호를 사용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매체 분석은 인간들 사이의 의사소통으로 한정된다. 이 경우 매체는 인간 간의 접촉으로 기능하며, 메시지를 보내는 데 사용되는 통로로 기능한다.
43 매체는 기술적인 전제에 따라 규정될 수 있다. 해리 프로스(1923~2010)는 메시지를 보낼 때 기술적인 보조 수단을 활용
하는 정도에 따라서 매체를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1차, 2차, 3차 매체라는 세 개의 범주를 고안했다.
1차 매체는 메시지를 생산하는 발신자도, 메시지를 수용하는 수신자도 기술적인 보조 수단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매체다. 인간의 기본적인 의사소통 매체인 언어, 몸짓, 표정 등이 이에 해당한다.
2차 매체는 메시지를 생산할 때만 기술이 투입되고 수용할 때는 투입되지 않는다. 이 경우 기술적인 보조 수단은 간단한 것일 수도 있고 복잡한 종류의 것일 수도 있다. 봉화는 2차 매체로 간주된다. 문자도 2차 매체다. 문자가 간단한 석필로 쓰이든 타자기로 작성되든 상관없다. 그림이나 사진 역시 2차 매체에 속한다. 2차 매체에서는 생산이 다소 까다로운 기술에 의존할지라도 그 메시지를 수신할 때는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
3차 매체는 생산할 때나 수용할 때 모두 기술적인 보조 수단이 활용된다. 전보, 영화, 텔레비전, 인터넷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3차 매체는 메시지를 생산하고 수용하기 위해 언제나 기술을 필요로 한다.
45 기술적인 기준에 따라 현대의 매체를 아날로그 매체와 디지털 매체로 구분할 수 있다.
아날로그 매체는 특정한 작동 원리를 공유한다. 매체의 전송(가령 소리의 발생 → 비닐 압착 → 음반 재생)은 아날로그 원칙, 즉 유사성의 원칙에 따라서 작동한다. 이와 같이 저장 매체인 레코드판에 새긴 물리적 각인은 소리가 기록된 진폭에 상응한다. 거꾸로 재생 장치는 레코드판의 홈의 형태를 진폭에 맞게 판독하여 그에 상응하는 음파로 변화시킨다.
디지털 매체의 경우, 기록되는 내용과 저장 형식 사이에는 더 이상 유사성의 관계가 없다. 자료는 다른 기호 체계로 변환된다. 이 체계는 아날로그 원리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체 논리에 따라 작동한다. 소리의 녹음과 전송에 관한 앞의 예에서 디지털 매체의 경우, 아날로그매체와는 유사성이 전혀 없는 0과 1만으로구성된 이원적인 코드로 전송된다.
48 다양한 매체들을 분류하는 또 다른 방안은 정보를 수용할 때 사용되는 감각기관에 주목하는 것이다. 이때 대부분의 매체들은 시각적이고/이거나 청각적인 감각기관과 연관된다. (매체와 연관하여 후각적 ·미각적 촉각적 감각은 아직까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매체는 청각적 매체, 시각적 매체, 시청각적 매체로 구분할 수 있다. 순수하게 시각적인 매체는 그림이고, 순수하게 청각적인 매체는 음악일 것이다. 시청각적 매체 가운데 현재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영화와 텔레비전이다. 물론 이러한 매체 구분은 언제나 명확하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책은 무엇보다도 순수 시각적인 매체로 보인다. 인쇄된 문자는 시각을 통해서만 지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 언어와 그 언어의 실현은 청각에 뿌리를 둔다. 문자는 여기서 음성언어의 시각적 코드화로 기능한다. 그러나 음성언어가 주는 인상은 묵독을 할 때도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소리 내어 읽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49 의사소통의 범위와 조직에 따른 매체 구분은 매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받은 사람들의 수와 의사소통의 조직과 연관된다. 이때 나타나는 매체의 두 가지 기본 형태는 각각 다른 의사소통 형식을 가능하게 한다.
하나는 개인적인 의사소통을 중개하는 데 사용되는 매체로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준다. 그것들은 대칭적인 의사소통 관계로서 이해되며 발신자와 수신자 간의 역할 교환도 가능하다. 그 사례로는 편지와 전화를 꼽을 수 있다.
그와 반대편에 있는 것이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등과 같은 대중매체다. 이 매체들은 두 가지 원리를 특징으로 한다. 중앙의 송신처는 많은 수신자를 대상으로 한다. 의사소통은 일방향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상호작용은 제한된다. 발신자와 수신자의 관계는 비대칭적이고 소수의 발신자가 많은 수신자와 대응한다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역할은 교환될 수 없다.
51 매체를 설명하고 구분하는 또 다른 방법은 매체가 사회적 의사 소통을 조직하는 방식과 연관된다. 이 경우는 사회학적으로 다양하게 세분할 수 있다. 출판사, 신문사, 방송사는 직원의 조직과 구성, 상품의 생산과 분배 그리고 재정 조달 방식 면에서 완전히 구분된다. 독일의 신문사와 출판사는 사기업이지만 방송 영역에는 공기업 모델도 있다. 신문과 방송의 생산 능력은 정해진 시간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유사한 분량을 산출하도록 되어 있는 반면, 출판사는 이와 완전히 다른 생산 주기를 가진다. 한편, 매체 영역 내에서도 큰 편 차가 있다.
53 매체 디스포지티브 개념은 기술, 생산 조건, 수용 조건, 매체가 하는 기능 등의 사회적 연관성 전체를 내포한다. 이론적 접근법은 매체를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상호작용한 결과로만 이해될 수 있는 복잡한 체계로 간주하는 것이다. 매체 디스포지티브 개념으로 파악되는 다양한 측면의 관계와 구조 또한 역사적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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